[매거진]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 인터뷰 : 역대 3번째 RE-PEAT 노린다

이재범 기자 / 기사승인 : 2019-10-14 0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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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는 역대 24번째 시즌이다. 지난 23시즌 동안 연속 챔피언에 등극한 팀은 대전 현대(현 전주 KCC)와 울산 현대모비스뿐이다. 현대는 1998년과 1999년 챔피언에 등극했고, 현대모비스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지난 시즌 챔피언 현대모비스는 한 번 더 연속 챔피언에 도전한다. KBL 최장수 감독이자 6번이나 챔피언으로 이끈 유재학 감독이 현대모비스 지휘봉을 잡고 있기에 마냥 불가능해보이지만은 않는다. 그렇다면 그는 2019-2020시즌을 어떻게 준비했을까. 전지훈련지였던 강원도 속초에서 유재학 감독을 만나보았다.

* 본 기사는 점프볼 2019년 10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현대모비스, 통산 8번째 챔피언 정조준

10월 1일,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다양한 우승 후보가 거론되었다. 그가장 많이 언급된 팀은 서울 SK와 함께 현대모비스다. 대부분 감독들이 현대모비스가 SK와 함께 2강인 걸 인정한다. 그렇지만, 현대모비스의 비시즌이 순탄치 않았다.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시즌 들어가기 전에 부상자가 이렇게 많았던 건 처음이다. 내부 보수 랭킹 1위부터 5위까지 전부 부상이다. 아쉬운 상황”이라며 “하지만 자신은 있다. 이대성이 연습체육관 거울에 54연승을 적었더라. 이대성을 믿고 우승까지 달려가겠다”고 2년 연속 우승을 목표로 내세웠다.

현대모비스 주축 선수들인 함지훈, 김상규, 양동근, 이대성, 이종현 등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온전히 비시즌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더구나 이대성과 라건아는 국가대표팀에 차출되어 오랜 시간 자리를 비웠다. 그렇다고 해도 우승후보인 현대모비스는 2012-2013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1라운드(경기 번호 기준, 라운드당 9경기 아닌 경우 있음)부터 각각 63.5%(40승 23패), 72.6%(45승 17패), 70.3%(45승 19패), 64.1%(41승 23패), 69.4%(43승 19패), 73.0%(46승 17패)라는 승률을 기록했다. 1라운드가 가장 약하고, 6라운드가 가장 강하다.

KCC 전창진 감독은 “‘슬로우 스타터’라고 불린 KCC의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고 바랐다. 전주 KCC는 2009년과 2011년 정규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강해졌고, 결국 3위로서 챔피언에 두 차례 등극하며 ‘슬로우 스타터’라는 별명을 얻었다. 시즌 초반보다 시즌 막판 더 강했던 현대모비스는 이번 시즌 KCC가 거부하는 슬로우 스타터가 될 조짐이다. 부상에서 회복한 주축 선수들이 정상 컨디션을 찾을수록 점점 더 강해질 것이기 때문. 더구나 상무에서 제대 후 2월 복귀 예정인 전준범과 이종현이 뒤늦게 복귀한다면 어느 팀에도 밀린 전력이 아니다.

J. 현대모비스가 울산을 제외하면 연습체육관을 떠나 국내에서 전지훈련을 했던 적은 최근에 없었다. 속초로 전지훈련(9월 5일~10일)을 온 이유가 있나?

어쩔 수 없이 온 거다. 일본 전지훈련을 취소한 뒤 대만 전지훈련을 추진했다. 대만에서 우리가 간다고 해서 좋아했는데 (우리가 가는 시기에 대만 팀에는) 외국선수가 없다. 우리가 아시아챔피언스컵에 9월 22일 또는 23일에 출발하는데 대만(팀의) 외국선수들은 15일 이후 입국이라고 하더라. 우리는 9월 5일 무조건 전지훈련을 가야 하는데 외국선수가 없다면 연습이 안 된다. 연습체육관에서만 훈련을 하면 지겨우니까 바람도 쐴 겸 외국선수 두 명(에메카 오카포, 데미언 제임스)을 불러서 속초에서 하게 됐다.

J. 지난 시즌 챔피언에 등극한 뒤 2년 연속 우승 여부 질문을 받았을 때 ‘비시즌을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2019-2020시즌 준비는 잘 되고 있는가.

빠른 공격, 많은 공격 횟수는 지난 시즌과 변함없이 비시즌 동안 연습을 했다. 얼리 오펜스에서 투맨 게임 전술을 몇 가지 구사했는데 올해는 하나를 더 추가하고, 볼 없는 사이드에서 움직임을 가져가는 연습을 내내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볼을 가지고 움직이는 쪽은 그대로 움직이고, 반대 편에서도 스크린을 활용하거나 모션 오펜스처럼 움직이며 코트 밸런스를 잡는 연습을 굉장히 많이 했다. 중요한 건 뛰는 선수들(함지훈, 양동근, 김상규, 이종현, 이대성, 라건아)이 다 빠져있다. 그 중에서도 조금씩 올라오는 선수들이 있어서 그거보고 하는 거다. 어쨌든 구상을 그렇게 하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론적일 수 있는 건데 현실이 되어야 한다. 내 입장에선 이렇게 해야 하기에 꾸준하게 연습해서 만들어지면 좋은 거고, 안 되면 내년에 계속 해야 한다. 현대모비스가 추구해나갈 농구다.

J. 챔피언 경험이 많은데, 챔피언이 되기 위해 비시즌 훈련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건 무엇인가.

부상이 제일 크지, 부상. 그 다음에는 외국선수다. 우리는 거의 부상없이 비시즌을 보냈는데 이번에 부상 선수가 많다. 그렇다고 불안한 건 아니다. 개막에 다 맞춰진다. 양동근과 이대성이 개막전 전에 들어오고, 함지훈도 약간 변수가 있긴 한데 맞춰보려고 애를 쓰고 있다. 김상규도 그때 들어온다. 아마 슬로우스타터가 될 거다. 이종현까지 들어오면 선수 가동이 더 편해진다. (* 10월 13일 현재 김상규의 복귀일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J. 상무에서 전준범 선수가 복귀한다. 전준범 선수에게 기대하는 게 있나.

(단호하게) 없다. 상무 훈련이 각 팀보다 세지 않아서 들어오자마자 제몫을 하기 쉽지 않다. 본인이 (몸을) 만들어 오면 경기를 뛸 수 있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몸을 만들고 올라와야 하니까 D리그로 내려가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내 머리 속에는 (전준범이) 아예 없다. 기대를 안 한다. (상무에서) 몸을 만들어오기 쉽지 않다. 선수가 혼자서 개인 연습을 하면 다 될 거 같나? 자기가 훈련하면서 목까지 차는 걸 머리까지 넘겨(서 훈련을 해)야 될까 말까 한데 혼자서 하는 선수들은 절대로 머리까지 올리지 않는다. 될 거 같으니까 목까지만 올린다. 그래서 안 믿는 거다.

J. 김상규는 “감독님께서 활동량을 많이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3점슛보다는 미드레인지에서 많이 움직여 2점 플레이를 더 잘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3점슛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전자랜드에서 3점슛을 던지지 않았나. 거기에 추가해서 많이 움직이며 미드레인지 슛을 던져야 한다는 의미다. 훈련을 잘 따라오고 있고, 머리가 좋아서 농구 이해도도 좋다. 얼마 전에 농구협회에 갔다가 장봉군 선생님(김상규 대학 시절 단국대 감독)을 만났는데 나에게 ‘유 감독이 저 녀석(김상규)은 여러 가지를 할 줄 안다고 했잖아’라고 하시더라.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이것저것 두루두루 하는 선수다. (그렇지만) 순발력, 빠르지 않아서 스텝을 빨리 놓는 부분이 아쉬웠다. 우리나라 장신들이 그게 아쉽다.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에 다친 거다. 프로와 연습경기에서 득점도 많이 하고 대부분 잘 했다. 그러다 다친 것이다.

J. ‘감독님께서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하신 거 같다’는 관계자의 언급 이외에는 직접 김상규 선수를 자유계약 시장에서 영입한 이유를 말씀한 적이 없다.

우리 팀에 포워드가 없지 않나. 문태종이 나간 빈자리가 크다. 지금 10개 구단마다 2m 가까운 (3점슛이 가능한) 포워드가 1명씩은 다 있는데 우리만 없다. 우리만. 그나마 있는 선수가 배수용인데 파이터인 수용이를 슈터로 볼 수는 없다. 그래서 신장이 있는 선수가 필요해서 (영입)했다. (현재) 대학에서도 포워드가 없다. 김상규라서 뽑은 게 아니라 그 신장에 그 정도 능력 있는 선수가 김상규 밖에 없다. 최현민(영입)도 생각해봤다. 최현민이 파이터이고, 외곽에서 던질 수 있어 좋지만, 신장이 조금 더 있었으면 했다. 딱 상규 한 명이라서 영입했다.

J. 현대모비스는 지금까지 다른 구단보다 보수를 낮게 줬는데, 김상규 선수의 보수(4억 2000만원)가 너무 높아서 기존 선수들이 아쉬운 마음을 가졌을 것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그게 우리가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 예전에 있던 이동훈 사무국장이 잘 했다. 선수들은 아쉬울 수 있지만, 못 받았던 걸 우승 보너스로 다 가져갔다. 그리고 누구 한 명이 그렇게 많이 가져가면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가 될 수 없다. 우리 팀의 미래를 위해 투자해서 팀 구성원을 좋게 만드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러고서 선수들과 상규가 있는 식사 자리에서 ‘내가 팀과 너희들을 위해서 이렇게 결정을 했는데 이게 만약 서운했다면 내 잘못이다, 내 잘못. 그렇지만, 팀을 위해서 영입을 한 거라서 열에 하나라도 날 이해 좀 해달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 이후에 아무 일 없었다. 올 여름에는 상규가 없었으면 연습경기가 안 됐다. 다 단신이었으니까. 배수용 한 명 뿐이었는데 상대와 매치업이 안 됐다(웃음).

J. 많고 많은 외국선수들 중에서 다시 아이라 클라크를 데려온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제일 큰 건 그 선수의 성실성, 그 다음에 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봤다. 시계(유재학 감독은 클라크를 평소 ‘시계’라고 많이 말함)는 동료들과 관계를 좋게 만드니까. 월 1만불 받고 오는 선수들의 기량은 다 비슷하다. 그런데 클라크는 동료들에게 보여주고 같이 융화하려고 한다. 클라크 영입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시즌 끝나자마자 미국 가기 전에 이야기를 했던 부분이다.클라크가 학교 때문에 12월 즈음 올 수 있을 거 같다고 해서 그럼 12월까지 기다리겠다고 하니까 감사하다며 갔다. 지난 7월 (외국선수를 살펴보기 위해)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만났을 때도 12월에 보자고 했는데 9월에 올 수 있다고 연락이 와서 빨리 왔다.

J. 그렇다면 라건아가 장신 선수들을 상대로 지난 시즌처럼 해줄 수 있을까.

농구월드컵이 라건아에게 굉장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여기 오는 선수들보다 더 큰 선수들과 경기를 했기에 맛을 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중국에서) 두 경기 보고 왔는데 KBL에서 도 (장신선수에게) 밀리지 않을 거 같다. (라건아는 2019 FIBA 중국월드컵에서 평균 23.0점 12.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두 부문 모두 1위였다.)

J. 이번 시즌 현대모비스의 관심사 중 하나는 이대성의 자유이용권이다.

자유이용권은 팬들의 재미를 위해서 하는 이야기다. 우승 경험도 생기고, 국가대표팀에도 다녀온 만큼 본인도 어떤게 옳고, 그른지 판단하게 될 것이고, 그걸 본인 생각대로 할 수 있게 자유롭게 놔둔다는 이야기다. 그게 잘못 되었을 때는 지도자가 이야기를 해주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여기서 월급을 왜 받겠나.



‘최다 우승’ 현대모비스가 강한 이유

한 팀에서 오랜 기간 감독을 맡은 건 지도자의 뛰어난 역량뿐 아니라 그만큼 꾸준한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유재학 감독은 현대모비스를 통산 정규경기 1위 6회, 챔피언 등극 6회(준우승 1회)로 이끌었다. 이것만으로도 어느 팀보다 많은 우승 경력이다. 무엇보다 2007년부터 6번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면 무조건 챔피언에 등극했다. 4번 연속 준우승에 머문 원주 DB와 대조를 이루는 기록이다. 더불어 DB(9회 중 3회 챔피언)와 KCC(9회 중 5회 챔피언)를 제외한 나머지 7개 구단(삼성 5번, SK 4번, LG 2번, 오리온 3회, 전자랜드 1회, KGC 2회. KT 1회)은 챔피언결정전에 6번 이상 오르지도 못했다.

유재학 감독은 현대모비스를 처음 맡았을 때 탄탄한 수비를 우승의 밑거름으로 삼았다. 2007년 통합우승 당시 실점 1위였던 것과 달리 득점에선 7위였다. 이후 공격력 역시 무시하지 못하는 팀으로 거듭났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챔피언에 등극할 때 득점 순위는 각각 2위와 1위, 2위였다. 지난 시즌에도 득점과 실점 모두 1위를 차지하며 통합우승 했다.

유재학 감독은 수비라는 현대모비스만의 확실한 색깔 속에서도 변화를 줬다. 최근에는 빠른 공격에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 시즌 개막 3경기 연속 100점 이상 올리는 화끈한 농구를 선보였다. 시즌 중 부상 선수가 발생하며 공격농구가 주춤거렸지만, 시즌 막판 다시 공수 완벽한 팀으로 거듭나며 챔피언에 다가섰다. 지난 시즌 18년 만에 9경기에서 100점 이상 득점했던 현대모비스는 계속 성장한다. 그 성장의 중심에 유재학 감독이 있기에 왕조로 군림할 수 있다.

J. 오용준은 스스로 수비를 못하는 선수라고 했는데 현대모비스에 와서는 수비 잘 하는 선수로 재평가 받았다.

우리는 디테일한 수비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다른 팀들도 수비를 잘 한다. 타이트하게 열심히 잘 한다. 그건 잘 하는데 나머지 디테일한 부분에서 잘 안 보인다. 우리 팀이 거의 매년 실점에서 3위 안에 든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도 있지만, 결국에는 팀 수비다. 상황에 따라 하는 수비가 정해져 있어서 실점이 적다.

J. 코치들이 대학농구를 보러 다니긴 했지만, 그럼에도 다른 구단에 비해 국내 선수들을 잘 뽑았다. 선수 선발할 때 감독님만의 기준이 있을 것 같은데.

나는 특기 하나만 잘 하면 된다. (예를 들면) 발이 빠르거나 슛이 좋거나. 발이 빠르면 수비를 시키면 된다. 5명이 모두 득점을 하려고 하면 안 된다. 누군가는 희생도 하며 팀에 도움을 줘야 하니까 하나의 특기만 있으면 뽑으려고 한다. 대학 선수들은 연습경기할 때 보고, 코치들이 현장 가서 본다.

J. 예전 3년 연속 우승한 뒤 “신세기 빅스 때 꼴찌를 했다. 외국선수를 잘못 뽑고, 트레이드(제런 콥+주영훈↔워렌 로즈그린+최호)를 잘못 해서 트레이드가 무섭다는 걸 배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외국선수도 잘못 뽑고, 트레이드도 잘못 했다. 국내선수층이 얇아서 콥이 있었어도 어려웠겠지만, 로즈그린은 자기 밖에 모르는 선수였다. 성적이 10위라도 외국선수로 인해서 국내선수들의 기량이 늘 수도 있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다 가식덩어리다. 그래서 잘못했다고 생각한 거다.

J. 중국 현장에서 남자농구 대표팀의 월드컵 경기를 관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혹시 다른 팀의 경기도 보았나.

CCTV 채널에서는 하루 종일 농구만 하더라. 그래서 다른 나라 농구도 많이 봤다. 인상적인 게 많다. 미국을 보면서 다시 느낀 건 역시 수비다. NBA 선수들이 수비를 정말 열심히 했다. 깜짝 놀랐다. 정말 수비를 열심히 하고, 잘 하더라. 스텝이 달랐다. 기본적인 스텝이 딱 되어 있었다. 또 각 팀마다 가드들의 개인 기량이 탁월했다. 우리는 슛만 던지거나 리딩만 하는 가드들인데 그렇지 않고 득점과 리딩을 겸비한 가드들이 참 많더라. 그런 선수들이 또 수비를 열심히 하고 잘 해서 인상적이었다.

J. “감독과 코치가 재미있는 농구를 할 수 있는 연구를 더 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대표팀 감독을 맡았을 때, 또는 국제대회 경기를 본 뒤 팀에 적용하신 게 있었나.

있다. 상대팀이 투맨 게임에 대한 수비를 어떻게 하나, 포스트에 볼이 들어갔을 때 대처나 공격은 어느 정도로 하는지를 본다. 다른 감독들도 그럴 것이다. 그게 참 좋다고 생각하면 가져와서 변화를 시켜서 쓰기도 한다. 변화를 주는 이유는 신체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연성, 점프력, 팔 길이 이런 게 우리는 도저히 안 된다. 그건 김주성도 안 된다. 신체조건 차이가 엄청나게 크다. 우리가 세 발 뛸 때 외국인들은 두 발만 뛰면 된다. 그 차이를 어떻게 무시하나? 몸무게가 똑같아도 가슴 두께는 1.5배 더 두껍다. 이걸 어떻게 무시하나?

J. 현대모비스 감독을 맡고 3번째 시즌에 통합우승을 했다. 이후 계속 우승할 수 있었던 건 현대모비스만의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선수시절을 거쳐 대학 코치와 실업 코치를 하면서 느낀 게 있다. 시간과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건 내 삶의 원칙이다. 선수 시절 제일 싫었던 게 똑같이 술을 마신 뒤 나는 죽으라고 뛰는데 털털거리는 선수다. 먹었으면 티를 내지 않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먹은 티를 내면서 설설 하거나 아프다고 하면 안 된다. 여기서도 똑같다. 코트 안에서는 엄연히 본인의 일이다. 내 동료에게 배려가 없다는 것은 기본이 안 되었다는 것과 같다. 양동근이나 함지훈은 그런 기본이 잘 되어 있다. 그렇지 않은 선수들이 두 선수의 그런 점을 배웠다. 김효범의 경우, 데뷔했을 때 교체를 당하면 욕하면서 제일 끝에 앉아있고 그랬다. 그런 건 내가 고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코치와 선배들이 보고 고쳐주고, 본인이 알아서 변했다. 효범이도 “여기 있을 때 했던 게 맞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지금도 자주 연락한다.

J. 지난 시즌 공격력과 수비력 1위이면서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감독께서 생각하시는 농구가 얼마나 나왔다고 보나.

생각하는 농구가 딱딱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이렇게 준비하고, 이렇게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걸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 내가 하는 건 경기 중 임기응변이다. 예를 들어서 중요한 순간 타임아웃을 불러서 이 순간에 가장 잘 맞는 작전으로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게 하는 거다. 그런 게 많이 성공했었다. KCC와 4강 플레이오프 때 (이)대성이가 마지막에 득점한 거나 전자랜드와 챔프전에서 (양)동근이가 3점슛을 넣은 것들은 모두 작전에 의한 거다. 그런 것들을 임기응변으로 코트에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감독의 능력이라고 본다. 나머지는 기본 틀을 만들어주고, 쫓아오게 하고, 대성이처럼 다른 걸 하려고 하면 다듬어 주는 게 지도자의 역할이다. 빠른 농구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비시즌에 그에 맞춰서 준비를 하고, 선수들에게 주입시키고, 잘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거다.



J. 올해 계약 마지막 해다. 예전에 은퇴하면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했는데?

초창기에 그랬는데 생각이 좀 바뀌었다. 왜 그러냐 하면 (잠시 뜸을 들인 뒤)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궁금해 해야 하는데, 한국 사람들은 그렇지 않고,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다. ‘네가 뭔데 여기 와서 가르치냐’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 우승했을 때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괜히 주접 떠는 게 아닌가 싶어서 생각이 좀 바뀌었다.

J.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난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러지 않는다. 닥치는 대로 순간순간 생각한다. 감독도 올해 끝나면 그만 둘 수도 있는 거고, 한 번 더 할 수 있다, 그건 나도 모르겠다. 내가 갑자기 어디가 아플 지 모르고…. 가족들 생각도 나고. 20년 넘게 오래 하지 않았나.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J. 마지막으로 이번 시즌 어떤 농구를 하고 싶나.

지난 시즌보다 좀 더 완성된 농구를 하고 싶다.

#사진=점프볼 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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