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김지용 기자] “국가대표에 도전하려고 직장도 그만뒀다. 나에게는 국가대표 DNA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 나에게도 국가대표는 간절한 목표다.”
최근 들어 국내 3x3 무대에선 슈터들의 ‘썰전’이 있었다. 지난해 국가대표에 발탁되고도 부진으로 대표팀에서 하차했던 김동우에서 시작된 3x3 국가대표 슈터 자리 썰전은 박래훈이 기름을 부으며 김민섭에게로 이어졌다.
후배들이 연이어 “수비는 내가 낫다. 리딩 능력과 패스 플레이는 내가 낫다”며 김민섭보다 자신이 나은 점을 도마에 올리며 김민섭을 도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하반기 어깨 부상과 교통사고를 연이어 당하며 4개월가량 부상에 신음했던 김민섭은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후배들에게 ‘김민섭을 제칠 수 있겠다’는 여지를 주고 말았다.
김민섭은 2017년 3x3 무대에 데뷔한 후 승승장구했다. 슈팅 능력 하나만큼은 독보적이었던 김민섭은 2018년과 19년 아시아컵과 월드컵에 국가대표로 나서 한국의 선전을 이끌었다. 특히, 지난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렸던 FIBA 3x3 월드컵 2019 1차전 터키와의 경기에선 2점슛 5개 포함 홀로 11점을 터트리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하지만 부상 악령이 김민섭을 괴롭혔다. KXO리그 평창대회에서 경기 도중 어깨 부상을 당한 김민섭은 팔을 들어 올리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고통에 시달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어깨 부상을 치료하고 있던 9월 중순에는 차량이 반파되는 심각한 교통사고까지 당해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그때가 정말 최악이었다. 덕원이랑 도현이가 줄부상을 당한 와중에 나까지 어깨를 다쳤었다. 큰일 났다고 하던 중 여자친구와 함께 타고 가던 차를 누가 뒤에서 박았다. 신호 대기 중이었는데 우리 차를 못 봤는지 전속력으로 달려와 접촉사고를 냈다. 차가 반파될 정도로 큰 사고였고,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를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 여파로 김민섭은 10월 개최 예정이었던 제주 챌린저 출전 자체가 불투명했다. 1주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민섭은 기어코 제주도에 모습을 드러냈고, 챌린저와 함께 동반 개최된 KXO리그 파이널에서 끝내기 2점슛을 터트리며 파이널 MVP를 거머쥐었다.
김민섭은 “병원에선 절대 나가면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2019년 마지막 대회이고, 내가 빠지면 팀이 3명밖에 뛸 수 없는 상황이라 무리해서 출전했다. 같이 사고를 당했던 여자친구 역시 ‘네가 빠지면 어떻게 하냐. 가서 가만히 서 있더라도 나가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해줘 용기를 내서 제주행을 선택했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그렇게 최악일 것 같던 2019년의 마지막을 기어코 우승으로 마무리한 김민섭은 이후 인생을 바꿀 만한 결정을 내린다. 잦은 부상으로 운동량이 떨어져 살까지 쪘던 김민섭은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느꼈고, 올 12월 결혼을 앞둔 와중에도 불구하고 ‘하던 일을 그만두겠다’는 폭탄선언을 양가 어른과 미래의 아내에게 전달했다.
김민섭은 “나에게 너무 화가 났다. 3x3를 하는 동안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일도 해야 했기 때문에 연습량도 부족하고, 핑계도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프로에 있을 때 비하면 몸 상태가 10%도 안 됐다. 그게 스스로한테 짜증이 났다. 그래서 결혼 날짜를 잡았지만, 양가 부모님들과 여자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올해는 3x3에 올인하기로 했다”며 최근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렇게 지난해 겨울부터 몸을 만든 김민섭은 위플레이 3x3 홍천 윈터리그에서 달라진 모습으로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자신에게는 단 1점도 주지 않겠다던 김동우를 상대로 결승에서 2점슛 4개 포함 10점을 올리며 자신이 왜 2년 연속 국가대표에 이름을 올렸는지 증명해 보였다.
한층 날카로운 슛으로 클래스의 차이를 선보인 김민섭은 “동우와 래훈이의 기사를 봤다. 다 친분이 있는 선수들인데 ‘경솔했다’고 말해주고 싶다(웃음). 자신감은 좋았지만 나 역시 둘에게는 진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두 선수의 인터뷰를 보고 자극을 받아 더 준비했고, 이번 윈터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아직은 후배들에게 국가대표 슈터 자리를 물려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 나에게도 국가대표는 간절한 목표이다”고 답변을 내놨다.
그러면서 “나에게는 국가대표 DNA가 있다고 생각한다. 2018년 처음 국가대표에 발탁돼 나선 아시아컵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이기고 ‘농구 하면서 이겼다고 이렇게 좋은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때를 잊지 못한다. 그때를 기점으로 3x3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바뀐 것 같다”며 자신의 첫 국가대표 시절을 돌아봤다.
이어 “어느덧 3x3에 들어온 지 3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올해처럼 비시즌에 열심히 준비한 적이 없다. 운동선수들은 운동을 안 하고 경기에 나가면 불안한 게 있는데 이제는 그런 게 없어졌다. 불안감을 없앨 만큼 연습을 하고 있다. 이제는 언제 경기에 나서더라도 자신 있다. 오는 19일 열릴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지난해와 같은 실수는 절대 없을 것이다. 3x3 대표팀에 김민섭이 왜 필요한지 반드시 입증해 보이겠다”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양보 없는 경쟁을 펼칠 것을 다짐했다.
#사진_점프볼DB(김지용 기자)
#영상 출처_FIBA 3x3 중계
#영상 편집_김남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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