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이재범 기자] “‘절대로 돌아오지 마라. 네가 돌아오지 않아야 후배들이 널 따라갈 거라서 어떻게든 버텨라’고 했다.” KBL 장준혁 심판이 NBA 심판에 도전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황인태 심판에게 건넨 말이다.
장준혁 심판은 프로 원년부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유일한 심판이다. 2013~2014시즌에는 심판 교육관을 겸임했고, 2015~2016시즌부터 3시즌 동안 심판부장도 맡았다. 2018~2019시즌부터 다시 전임심판으로 돌아와 지난 2일 KBL 심판 중 처음으로 정규경기 통산 1,000경기에 배정(현재 기준 1,004경기)되었다.
지난 13일 1,000경기를 넘어선 장준혁 심판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KBL 심판으로 1,000경기를 소화하는 과정은 점프볼 3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잡지라는 한정된 공간에 담지 못한 이야기 중 하나가 황인태 심판 관련 언급이다.
황인태 심판은 지난달 13일부터 NBA에 합류해 NBA 심판이 되기 위한 도전에 나섰다. 아시아 최초로 NBA로부터 미국 심판 프로그램(NBA Referee Development Program)에 초청을 받은 것이다.
황인태 심판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 “심판이 아니라 교육생 신분이다. 3년 동안 3번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시험을 합격하면 G리그 심판부터 보게 된다”며 “일단 사무실이 뉴욕에 있는데,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등 네 개 주에 있는 대학, 프로아마, 이벤트 대회 등에 심판으로 참가한다”고 했다.
황인태 심판은 더불어 “내가 잘했다기보다 운이 좋았고, 앞서 선배들이 터를 잘 닦아놓은 덕분”이라는 말도 남겼다. 길을 잘 닦은 선배 중 한 명이 장준혁 심판이다.
장준혁 심판은 2004년과 2006년, 2007년, 2008년 등 NBA 서머리그에서 휘슬을 불었다. NBA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비공식으로 두 차례나 NBA 심판에 도전하는 걸 제안 받기도 했다. 그 때 인연을 맺은 NBA 심판 관계자들과 아직까지 연락을 주고 받는다.
장준혁 심판은 자신이 주저했던 NBA 심판에 도전하는 황인태 심판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그곳에서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한다. 인태는 금방 적응을 할 거다. (NBA 심판이 되려면) 의사소통 능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동양권 심판이라서 이슈가 될 수 있기에 적응만 한다면 더 잘 될 수 있다.
무조건 버텨야 한다. NBA가 어떤 곳이냐 하면 서머리그에서 심판이 못 하면 1쿼터나 2쿼터에 바로 교체한다. 내가 갔을 때도 일본 심판이 있었는데 1쿼터, 2쿼터에 바로 빼버리더라. 그 분들은 보면 심판 역량이 바로 보이니까 살아남기 힘들다. 우리 KBL 심판들은 무조건 1경기를 다 치렀다. KBL 심판들에겐 한 경기를 끝까지 맡겼다.
일본에서 가장 인정받는 심판도 황인태 심판과 (2018년) NBA 서머캠프에 갔었다. 그런데 이번에 황인태 심판만 불렀다. 그런 걸 보면 KBL 심판들이 잘 하는 건 맞다. KBL 심판들이 모두 황인태 심판과 똑같은 시스템에서 똑같은 교육을 받았기에 역량은 비슷하다. 앞으로 후배들이 잘 될 가능성이 높다.
NBA 심판이 된다면 대단한 거다. 선수보다 심판이 더 빨리 NBA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럴 거라고 확실하게 믿는다. 어학 능력만 된다면 인태가 먼저 가 있기 때문에 (후배 심판들은 NBA 심판이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서 더 좋아진다. 그래서 인태에게 ‘어떻게든 끝까지 살아남아서 돌아오지 마라’고 했다.
인태가 미국으로 갈 때 선물 받아서 한 번도 쓰지 않았던 휘슬과 NBA에선 넥타이를 메고 다녀야 해서 넥타이, 그리고 KBL 티셔츠를 선물했다. 열심히 휘슬을 불고, 정장을 입고 다니면서 KBL을 잊지 마라는 의미다. ‘절대로 돌아오지 마라. 네가 돌아오지 않아야 후배들이 널 따라갈 거라서 어떻게든 버텨라’고 했다. 얼마 전에 연락이 왔는데 잘 하고 있다면서 조 보지아 심판(NBA 심판부 부회장)이 내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라. (황인태 심판이) 잘 버틸 거다.”

장준혁 심판이 강구동 심판에게 기대를 하는 이유는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강구동 심판을 더 신경을 쓴다. 나이가 어리고 처음부터 가르치기에 더 빨리 배운다. 계속 기본을 가르치는데 강구동 심판은 모를 거다. 우리 심판 중에 아무도 못 하는데 강구동 심판에겐 오른손과 왼손을 모두 쓰게 만들었다.
경기 상황과 본부석의 위치에 따라서 손을 드는 게 달라야 한다(선수로 따지면 왼쪽에서 왼손, 오른쪽에서 오른손 레이업을 시도하는 것과 같다). 그게 정석이다. 그런데 세계에서 이렇게 시그널을 하는 심판이 몇 명 없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구동 심판에게 그걸 가르치고 있는데 지금은 10개 중에서 8개가 정확하다. 조금 더 기술적으로 다듬으면 더 좋아진다. 이런 건 전문가가 아니면 모른다.
쉽고도 어렵다. KBL 심판들은 아무도 못 한다. 나도 못한다. 강구동 심판은 제로에서 시작했기에 가능하다. 나에게도 그렇게 가르쳐준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서있는 폼과 뛰는 폼도 바로 잡고 있다. 뛰다 보면 손이 밖으로 조금 돌아간다. 그래서 아령을 쥐고 뛰게 한다. 기존 심판들을 가르칠 때와 강구동 심판을 가르치는 건 완전 다르다. 이게 얼마나 큰 강점인지 자기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크게 느낄 거다. 강구동 심판을 키우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심판을 지원하는 사람이 없다.
신체조건이 좋은 심판 지망생은 (NBA 심판에 도전할 수 있도록 키우려면) 어학공부를 따로 시켜야 한다. (홍기환) 심판부장님께도 심판 아카데미를 지원자가 1~2명이라도 하자고 하고 있다. 오히려 강구동 심판 때문에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노하우가 생긴다. 예전에 생각했던 대로 가르치고 있다. 숙제도 내주고 있다. 제대로 하는지 안 하는지 검사도 한다. 재미있다. 잘 될 거 같다(웃음).”

#사진_ 점프볼 DB(유용우, 문복주, 이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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