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강현지 기자] 청주 KB스타즈의 카일라 쏜튼과 심성영. 두 선수는 어렸을 때부터 가까이 지낸 ‘죽마고우’는 아니다. 하지만 함께 정상에 오르는 과정에서 볼 모습, 못 볼 모습 다 보며 ‘절친’이 됐다고. 같이 지낸지 겨우 2시즌 밖에 안 됐지만 쏜튼은 심성영과 자신의 사이를 ‘클릭(click)’ 같다며 “끝까지 함께 할 친구”라 표현했다. 토닥거리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버린 92년생 동갑내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본 인터뷰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2월호에 개재된 기사입니다.
첫 인상? 지금과는 정반대!
두 선수가 처음 만난 건 2016-2017시즌. 쏜튼이 KEB하나은행 소속(현 하나은행)으로 WKBL 무대를 밟으면서부터였다. 하지만 두 선수는 서로의 첫 인상에 대해 그리 좋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알면 알수록 서로 매력에 빠져든 둘은 이내 둘도 없는 사이가 됐다고 고백했다.
Q. 서로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쏜튼이 신한은행에 있으면서 적이었을 때, 그리고 KB스타즈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을 때 두 상황을 모두 이야기해 보자면.
쏜튼 너무 작다? 포스트업 상대로 너무 쉽다고 생각했어요(웃음). 같이 뛰니깐 너무 재밌어요. 왜냐하면 제가 아는 작은 선수 중에서 가장 터프하게 하는 선수거든요. 재밌게 농구해요.
성영 첫인상은 너무 무서웠어요. 엄청. 못 생기기도 했고요. 하하. 저희 팀 처음 왔을 때도 무섭기도 했는데, 생활해보니 너무 귀여워요. 교정기 빼면서 더 예뻐졌어요.
Q. 서로가 보는 쏜튼과 심성영은 어떤 친구인가요?
쏜튼 ‘Sweet Heart’에요. 한국말로 표현하면 ‘자기’ 같은 거죠. 힘들 때나 기쁠 때같이 있어줘요. 그래서 ‘자기’인 것 같아요.
* 김경란 통역에 의하면 쏜튼은 ‘자기’라는 스윗(sweet)한 표현을 자주 쓴다고. 쏜튼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이 그렇단다. 쏜튼의 어머니가 딸을 부를 때도 ‘baby’라 부르며, 아버지는 아직 쏜튼을 자신의 무릎에 앉히기도 한다고. 하루는 김 통역에게 ‘sweet heart’를 한국말로 뭐라고 하면 되냐고 묻자 ‘자기’라고 알려줬다고. 참고로 쏜튼이 ‘자기’라고 부르는 사람은 심성영 외에 안덕수 감독이다.
성영 오래 지내다 보니 이 친구가 저한테 막 해서 기분이 상하게 되더라도 금방 또 풀리게 되더라고요. 좋은 친구에요. 제가 생각하는 쏜튼은 정말 폭발적이죠. 농구할 때의 카리스마는 그 누구도 못 따라와요. 공과 사의 매력이 다른 친구죠(웃음). 농구할 때는 멋있고, 폭발력 있는데, 평소 모습은 좀 바보 같은 모습이 있어요. 장난도 잘 치고, 귀엽고, 또 절 되게 보호해 주고, 아껴줘요.
Q. 코트 밖 모습은 어떤가요? 팬들이 모르는 모습을 알려 준다면요.
성영 쏜튼은 엄청 귀여워요. 공주님이죠. 쉽지 않을 때가 있어요. 항상 자기가 먼저여야 하고, 공주 대접을 해줘야 하거든요. 집에서도 공주인 것 같아요. 대우받는 것 좋아하고, 그런데 엄청 착해요. 외국선수의 경우를 보면 욱하는 선수들이 간혹 있긴 한데, 쏜튼의 경우는 그런 게 없어요. 욱하더라도 금방 삭히고, 그러다가 경기가 안 풀리면 의기소침해질 때가 있는데, 안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아파요.
쏜튼 상냥하고, 착하지만 어쩔 땐 악마 같기도 해요. (성영 : 진정한 친구네요. 하하) 가끔 악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스위트한 모습에 속지 않았으면 해요. 쉬는 날이나 휴가일 때는 제게 먼저 말도 걸어주고, 좋은 친구예요. 영어 공부도 가끔 하고요. 뭔가 다운을 받았다고 하는데…. 아, ‘사랑의 불시착’이요. 같이 보고 하면서 단어를 외우기도 했어요. 한 단어를 외우고 끝났지만, 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긴 해요.
Q. 오, 한국 드라마도 보나요? 쉴 땐 주로 어떤 걸 하나요?
쏜튼 보통 쉴 땐 푹 쉬는 스타일에요. 지난번에는 용인 원정경기(삼성생명)를 가서 같은 방을 쓰는데, 선수들이 모여서 ‘사랑의 불시착’을 보더라고요. 캡틴 리(Captain LEE=배우 현빈)에게 푹 빠졌어요. 사우나도 좋아하는데, 부산에 올스타전 일정으로 갔다가 한 3~4시간 사우나를 한 것 같아요.
성영 쏜튼이 정말 몸 관리를 잘해요. 전 쏜튼 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쉬는 날이면 밖에 잘 나가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저랑 (진)세민이랑 경란 언니(통역)가 ‘사랑의 불시착’ 애청자에요. 평소에는 잠도 많이 자고, 맛있는 거도 먹고, 정적인 걸 좋아해요. 가만히 있기 그런 거요(웃음). 저도 사우나 좋아하고요.
Q. 서로에게 별명이 있잖아요. 쏜튼은 ‘적토마’, 심성영 선수는 ‘슈퍼땅콩’이요. 서로의 별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또 지어주고 싶은 별명이 있나요?
쏜튼 성영이는 진짜 ‘슈퍼땅콩’이에요. 몸도 근육질인데다 슈퍼(super)한 땅콩 맞아요.
성영 ‘적토마’라는 별명을 처음 들어봤는데, 되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근데 전 ‘슈퍼땅콩’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땅콩이란 말을 많이 듣기도 했고, 또 전 땅콩을 좋아하지도 않아요. 차라리 아몬드가 좋아요.
쏜튼 성영에게 붙여주고 싶은 별명은 ‘Sweet Heart’요. 자기.
성영 전 제가 잘못했을 때 쏜튼에게 공주라고 불러요. princess!
Q. 서로에게 어울리는 남자친구상은 어떨까요? 추천해줘 볼까요.
성영 상남자 스타일이 어울릴 것 같아요. 확 이끌어주는 남자다운 남자요. 그러니 ‘사랑의 불시착’에 나오는 이정혁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요? 공주 스타일이잖아요.
쏜튼 음. 내가 독립적인 스타일이라 리드를 당하고 하는 것을 좋아진 않지만, ‘캡틴 리’ 정도면 좋을 것 같아요. 성영이의 경우는 일단 요구하는 게 많은 스타일이 아니라 과하게 해주는 스타일이 아니어도 될 것 같아요. 이(영현) 코치님 정도의 키에 이 코치님의 성격이면 좋을 것 같아요. 자상하시거든요.
Click한 것 같은 사이
이렇게 쿵짝이 잘 맞아서 코트에서까지 환상의 호흡을 선보이나 보다. 가끔은 불같이 싸우기도 하지만, 눈빛만 봐도 생각과 마음을 알 수 있는 덕분일까. 코트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길어졌고, 이 두 친구는 지금 우정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무대에서 뛸 때가 아니더라도 꼭 친구 사이는 이어가자고 약속했다.
Q. 지난 시즌과 올 시즌, 쏜튼의 모습에서 차이점이 있을까요? 플레이나 개인적인 모습이나 둘 다요.
성영 다른 건 모르겠지만, 점점 쏜튼이 한국 선수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먹는 것도 그렇고, 일단 한국말을 잘 알아들어요. 진짜 다 알아듣나 하다가도, 가끔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데 ‘맞아, 맞아’ 하는데, 정말 다 알아듣는 건가 싶기도 해요. 한국말도 잘하고, 한국 선수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Q. 쏜튼 선수는 정말 다 알아듣고 그러는 건가요. 아님 리액션인 건가요?
쏜튼 가끔은 알아들어요. 한국말을 할 수 있는 건 많은데, 지금 막상 하라고 하면 나오진 않아요. 대화를 하다 보면 나오죠. 음. ‘진짜 맛있어’, ‘배고파’, ‘배불러’, ‘많이 먹어’ 정도요? (성영 : 야, 왜 쳐다봐도 있잖아. 싸펑피펑도 있고, 원 펀치 쓰리 강냉이도 있고.)
성영 정말 잘하는데, 긴장 했나봐요(웃음). 하루는 (김)현아가 스트레칭을 하다가 쏜튼을 봤나 봐요. 근데 쏜튼이 현아를 보면서 ‘뭘 쳐다봐?’한 거죠. 그래서 현아가 ‘뭐야, 한국 사람이야’했던 적이 있어요.
Q. 한국말이 재밌어서 하는 건가요, 아님 팀과 친해지기 위한 노력인가요?
쏜튼 사실 이전 팀에 있었을 때는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한국이 이제는 두 번째 고향이 됐고, 한국어 책도 선물 받았어요.
Q. 이럴 땐 정말 언니 같은데, 저럴 땐 정말 동생 같다 할 때는?
쏜튼 내가 항상 언니 같아요(웃음). 그래도 코트에 있을 때는 성영이가 언니 같아요. 성영이를 존중하죠. 잘 이끌어주고, 가드로서 역할을 잘 수행해주고 있어요. 그러니 그때는 언니라고 생각하고, 존중하죠.
성영 전 농구를 할 때는 쏜튼이 오히려 언니 같아요. 제가 해야 할 부분들을 쏜튼이 해줄 때가 있어요. (강)아정 언니 다음으로 토킹을 많이 해요. 그럴 때는 언니 같은데, 생활 할 때는 제가 언니죠. 하하. 쏜튼은 공주면서 투정도 부르지만, 애교까지 많은 막둥이 스타일이거든요.
Q. 쏜튼 선수는 올스타전 브레이크 전후로 부모님이 한국에 오셨잖아요. 당시도 그런 애교 많은 딸의 모습이었는데, 실제로 그런가요?
쏜튼 오빠랑 남동생이 있어요. 아버지가 대학 때까지 농구를 하셨고요. 엄마는 치어리더를 하고, 소프트볼도 하셨어요. 농구선수가 된 건 아빠의 모습에 영향을 받았다기보다는 제가 농구를 사랑해서 택한 것 같아요.
Q. 동갑이라 좋은 점, 그리고 불편한 점이 있다면요?
쏜튼 전 동갑이라 정말 친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게 장점 같아요.
성영 사실 전 쏜튼이랑 동갑이 아니었어도 친구처럼 지냈을 것 같아요. 편하거든요. 한국 친구같이 정말 편해요. 그러다가 한 번 위기가 왔을 때가 있었는데, (김)소담이가 트레이드를 해서 오고 위기가 한 번 왔었어요. 쏜튼이랑 저랑 엄청 친했는데, 소담이가 와서 잘 지내다 보니 질투가 났나 봐요. 소담이라고도 부르지 않고, ‘부산’이라고 불러요.
쏜튼 원래 제가 성영이랑 친해졌는데, 소담이가 오면서 저랑 안 놀아주는 것 같았어요. 상처받았죠. 셋이 잘 지내면 되지 않냐고 물으신다면 전 친구끼리 신뢰가 쌓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그럼 심성영 선수와 이렇게 친해지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쏜튼 같이 보낸 시간도 있고, 또 사람이 만났을 때 클릭(click)하는 것처럼 잘 맞는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성영이가 그런 것 같아요. 2년 정도 됐는데, 어렸을 때 만났던 친구인 것처럼 색다른 것 같아요.
Q. 서로에게 고마웠을 때가 있다면요.
쏜튼 우리은행과의 경기였던 것 같아요. 경기가 안 풀려서 낙심했는데, 성영이가 와서 ‘괜찮아’라고 위로를 해준 게 큰 힘이 됐어요. 그전까지는 혼자인 것 같고, 내 편이 없는 것 같았는데, 성영이가 그렇게 말해주니 뭉클하기도 했어요. 그 혼합된 감정이 깨지면서 성영이가 진심으로 ‘날 격려해주는 구나’라고 생각이 들어 정말 고마웠죠. 당시에는 생각이 많았고, 또 경기에서 져서 고맙다는 말을 못했는데, 너무 고마웠어요.
성영 저도 성격상 소심한 부분이 많아요.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지난 시즌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정말 못했는데, 쏜튼이 와서 ‘네가 최고야’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땐 경란 언니(통역)가 없어서 둘이 있을 때 알아듣기 쉽게 짧게 영어로 말해줬는데, 정말 고마웠어요. 우리 팀을 이끄는 최고의 선수라고요. 저도 제가 최고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고, 그런 의도라기보다는 쏜튼에 제게 힘을 주려고 했던 말들이라 울컥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땐 눈물이 날 것 같아 참느라 고맙다는 말을 못했는데, 정말 고마웠어요. 힘들 때 그렇게 건네는 말들이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Q. 그간 서로에게 못 했던 말이 있나요?
쏜튼 할 말이 많은데… 성영이는 하던 대로의 모습을 계속 보였으면 해요. 슈퍼땅콩 악마같은 모습이요. 가끔 싸우고 할 때가 있지만, 우리 우정을 깨고 싶지 않아요. 제가 한국에 없을 때도 계속 연락했으면 좋겠어요. 평생 함께 해야 하거든요. 결혼을 하면 미국에서는 도와주는 ‘결혼식 메이드’라는 게 있는데, 제 한국친구로서는 성영이가 도와줬으면 해요. 계속 연락하면서 잘 지냈으면 하고요.
성영 우리 쏜튼 어디 가나요? 하하. 낯간지러운데요. 저도 맨날 괴롭히고, 장난 치고 하는데, 잘 받아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운동을 하면서 본받을 점이 너무 많아요. 멋있고요. 팀을 위해 희생하는 것도 고맙고, 열심히 해서 올 시즌에 꼭 V2를 일궜으면 좋겠어요. 근데, 제가 영어를 잘했거나, 쏜튼이 한국말을 잘했더라면 정말 더 좋은 친구가 됐을 것 같아요.
Q. 두 선수의 이야기를 듣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 같아요(웃음). 그간 인터뷰를 계속해왔던 농구 이야기보다는 서로의 이야기를 좀 더 한 것 같은데, 어떤 인터뷰였나요?
쏜튼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성영이랑은 꾸준히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아요. 목숨바쳐 사랑하고, 성영이가 원하는 게 있다면 다 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성영 평소 쏜튼에게 그때그때 이야기를 하고, 표현한다고 한 것 같은데, 쏜튼의 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좋은 시간이었어요. 항상 농구 이야기만 하다가 둘이 인터뷰를 하니 색다르고 특별했어요. 앞으로 쏜튼에게 더 잘해줘야 할 것 같아요. 외박이나 휴가가 끝나고 돌아오면 보고 싶었다고,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저도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쏜튼! 사… 사랑해!
# 사진_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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