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강현지, 민준구, 김용호 기자] 점프볼에 처음 소개될 때만 해도 혈기왕성하던 10대, 20대를 지내던 선수들은 어느덧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그 무게감과 싸워가고 있다. 소속팀 뿐 아니라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가정까지 이끌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에게는 KBL 정상만큼이나 가정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자신의 뒷모습을 보며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부족함 없는 아버지가 되는 것도 삶의 목표였다. 그래서 그들로부터 자라는 아이들에게 아버지로서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본 인터뷰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3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함지훈 | 울산 현대모비스
“아빠는 대한민국 최고의 농구팀에서 뛰고 있다”
점프볼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잘생긴 후야(함승후)가 이만큼 컸다. 그리고 2018년 4월 24일 탄생을 알렸던 후동이(함윤우)도 이제는 옹알이를 시작했다. 태교를 농구장에서 한 덕분일까. 승후는 아빠가 농구선수인 걸 알고 있으며, 친구들에게도 “우리 아빠는 농구선수 함지훈이야”라고 자랑도 한단다. 우승 7번을 이끈 함지훈 역시 그런 아들이 대견하기만 하다. 아이들에게 ‘아빠는 말이야~’라고 자랑하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물으니 그는 현대모비스의 일원이라는 것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승후야. 윤우야. 아빠는 말이야, 프로농구에서 가장 많이 우승한 팀의 일원이었어”라며 말이다.
힘들 때면 아들을 보며 이겨내고, 또 힘도 얻고 있다는 그는 “승후가 벌써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아이들이 내가 농구선수였다는 걸 기억해줬으면 하는 것이 나의 꿈이었다. 내가 내세울 수 있는 건 우승을 많이 했던 선수라는 것 같다. 같이 사진도 많이 찍고 했으니 나중에 커서도 기억을 할 것 같다”라며 흐뭇해했다. 가끔 아들들에게 짓궂은 장난을 쳐 울릴 때도 하지만, 함지훈은 그 모든 순간순간이 다 소중하고 행복하다며 남은 선수 생활 역시 승리를 향해 나아갈 것을 약속했다.

김영환 | 부산 KT
“아빠만큼 성실한 선수는 없었을걸?”
첫째 김채은 양과 둘째 김승휘 군은 KT 김영환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과도 같은 존재다. 김승휘 군은 아직 초등학교 입학도 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농구 선수가 꿈이라고 말한다. 백넘버는 김영환과 같은 9번을 달고 뛰고 싶다며 말이다. 김영환은 “(김)승휘가 나이를 더 먹었을 때도 농구 선수를 하고 싶다고 하면 반대하지는 않을 것 같다(웃음)”고 기특해하면서도 “그래도 많이 힘들 텐데…”라며 걱정도 내비췄다. 김영환은 성실함의 상징과도 같다. 비록 올 시즌 중단되긴 했지만, 5시즌 연속 풀타임 포함 총 연속 281경기를 쉼 없이 출전하며 ‘철인’이자 성실함의 ‘상징’으로 자리했다.
김영환은 두 아이가 자신에 대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던 선수로 알아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내 농구 인생은 결코 화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자랑할 무언가가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속한 분야에서 정말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그 누구보다 성실한 자세로 운동에 임했다. 그리고 이 마인드를 우리 아이들도 잘 배웠으면 좋겠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항상 열심히 하는 자세를 말이다.”

허일영 | 고양 오리온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보다 슛을 잘 넣는 선수였어”
슬하에 첫째 아들 성혁이, 둘째 딸 태린이를 둔 허일영은 ‘농구선수 허일영’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그저 예쁘기만 하다. 특히 첫째 아들은 국가대표팀에 있는 아빠를 참 좋아한다고. 허일영은 “내가 대표팀에 갔을 때 아들이 유니폼에 있는 태극기를 보고 너무 좋아하더라. 그때부터 태극기를 정말 좋아한다. 영상통화를 해도 태극기를 먼저 알아보고, 지금 4살인데 애국가도 4절까지 다 부른다(웃음). 덕분에 나 역시 국가대표로서의 자부심이 더 커졌던 것 같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보통의 아빠들처럼, 허일영 역시 아이가 생긴 뒤부터 책임감이 더 커졌다고 돌아봤다. “아무래도 칫솔 개수가 늘지 않았나. 코트에서도 확실히 차이가 느껴진다. 혼자였을 때는 힘들 때면 멘탈이 약해질 수가 있는데, 이제는 머릿속에 가족들이 생각나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아직 둘째 딸은 아빠가 농구선수인 걸 알지 못할 나이지만, 첫째는 슈터인 아빠의 경기 결과까지 관리 중이다. 허일영은 “슛을 넣지 못하고 집에 오면 첫째가 ‘오늘 못 넣었지’라고 한다. 고작 네 살짜리가 말이다”라고 웃어 보이며 “아이들에게는 슛을 잘 넣는 선수였다고 기억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정창영 | 전주 KCC
“자랑스러운 아빠가 될게, 주훈아”
2019년 10월 15일, 아빠 정창영과 엄마 정아의 사이에서 태어난 정주훈 군. 엄마, 아빠를 쏙 빼닮은 데다 스타일리스트 엄마가 입혀주는 예쁜 꼬까옷 덕분에 벌써부터 ‘이쁜 아가’ 반열에 올랐다. 아빠가 된 정창영의 책임감도 당연히 UP. 지난 시즌보다 한층 더 묵직한 플레이를 선보여주고 있는 그는 “주훈아~ 아빠가 아직 스타플레이어는 아니지만, 팀에 도움이 되고, 팀이 필요로 하는 선수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단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느 부모님과 마찬가지로 아들을 위해서라면 뭐든 해주고 싶다는 말도 전했다.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또 아빠가 농구선수였다는 걸 기억했으면 하는데, 그러려면 몸 관리를 좀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정창영은 “본인이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싶다. 주변에서 예쁘다고들 해주시는데, 이대로만 자라줬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혔다. 정창영은 “아들에게도 ‘아빠는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포기하지 않았으며 팀에 필요했던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끝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강병현 | 창원 LG
“우리 유준이, 유하는 아빠의 좋은 성품을 물려받았을 거야”
겉으로 보면 아직도 20대 청년 같은 남자 강병현에겐 사랑스러운 두 아들이 있다. 첫째 강유준 군은 아이스하키부터 농구, 축구 등 못하는 스포츠가 없을 정도로 아빠의 운동 신경을 닮았고 둘째 강유하 군 역시 형을 따라 조금씩 스포츠에 재미를 붙이고 있단다. 집에 있는 미니 농구대가 조용할 틈이 없을 정도로 농구 사랑 역시 가득한 두 아들 덕에 하루, 하루가 미소로 가득하다고. 강병현은 “아이들이 스포츠를 좋아하고 또 하려 한다. 집에 있는 미니 농구대에 덩크를 할 때도 있다(웃음). 너무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다”라고 자식 사랑을 숨기지 않았다.
농구 선수로서 항상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서 있었던 강병현은 나중에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자랑거리가 너무도 많다. 중앙대 시절 대학 무대를 지배했으며 KCC, KGC인삼공사에서는 3개의 우승 반지를 획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아이들에게는 다른 것을 자랑하고 싶어 한다. “좋은 시기에 좋은 선수들, 그리고 좋은 팀을 만나 우승도 많이 해봤고 농구 선수로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성장했을 때 농구 선수 강병현에 대해 ‘정말 인성이 바른 선수’라고 알아줬으면 한다. 농구 실력을 떠나서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코트 위에서 가장 열정이 넘쳤으며 좋은 성품을 지닌 선수라고 말이다. (강)유준이와 (강)유하 모두 아빠처럼 인성이 바른 선수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윤호영 | 원주 DB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었단다”
DB의 ‘보컬 리더’ 윤호영은 2008-2009시즌에 프로 데뷔한지 약 2년 만에 아빠가 됐다. 이미 아마추어 시절부터 이름을 떨쳤던 그는 신인 시절부터 팀의 주축으로 자리했고, 첫 아이가 태어난 2011-2012시즌에는 정규리그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만큼 그는 아이에게 자랑할 만한 업적들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윤호영은 “훗날 아이에게 뭔가 자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오히려 숙제를 받은 느낌이었다. 아이가 나중에 내 직업에 대해 물어본다면, 아빠는 아무나 할 수는 없는 직업을 가졌던 사람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프로선수는 하고 싶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데뷔 이후 일찍이 아빠가 됐기에 책임감은 더욱 컸다고 돌아봤다. “어떻게든 내가 책임져야 할 가족이 생겼기 때문에, 더 어깨가 무거웠던 것 같다. 프로는 ‘잘한다, 못 한다’가 명확하게 갈리는 냉정한 무대였기에 내 아이는 힘들 때마다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뛸 수 있게 하는 동기부여였다.” 그러면서 소박한 바람도 전했다. 윤호영은 “코트 안에서는 선수니까 멋있는 아빠로 보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밖에서는 친구 같은 아빠로 남고 싶다”며 환히 웃었다.

김동욱 | 서울 삼성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어라”
‘코트 위의 여우’ 김동욱은 토끼 같은 딸 김민채 양과 곰돌이 같은 아들 김지안 군의 든든한 아빠다. 코트 위에선 카리스마 넘치는 삼성의 정신적 지주이지만 가정으로 돌아가면 다정함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정다감한 남자가 된다. 김동욱은 “아이들이 내가 TV에 나올 때마다 너무 좋아한다(웃음). 연예인들이 나오는 TV에 아빠가 나오다 보니 굉장히 신기한 눈으로 볼 때가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항상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아이들에게 좋은 모습으로만 기억되고 싶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2015-2016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당시 김동욱은 KBL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었다. 다행히 아이들도 아빠가 정상에 서는 모습을 함께 지켜봤다고. “내 인생에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지 않을까. 우승의 순간, 너무 기뻤지만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같은 곳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더 행복했던 것 같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자랑거리가 될 것 같다. 아빠가 그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김동욱의 말이다. 그렇다면 김동욱이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는 “농구를 하면서 책임감이란 단어를 잊어본 적이 없었다. 아이들에게 당당한 아빠, 그리고 성실하며 책임감 있는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아직 어린 나이인 만큼 내가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성장해 나가면서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 사진_ 본인 제공, 점프볼 DB(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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