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민준구 기자] 양동근은 자타공인 KBL 올 타임 No.1이다. 개인 기록, 우승 횟수 등 여러 잣대를 적용하더라도 KBL 출범 이래 그와 견줄 수 있는 선수는 없다. 그런 양동근 역시 신인 시절은 미완성 그 자체였다. 지금의 양동근이 존재할 수 있었던 건 바로 故크리스 윌리엄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4 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의 주인공 양동근은 모두가 기대하는 유망주였다. 한양대 출신으로 신장은 작지만 신인답지 않은 패기와 파워풀한 플레이 스타일을 뽐내며 모비스(현 현대모비스)의 주축으로 단숨에 올라섰다.
하지만 섬세함이 부족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양동근은 앞만 볼 줄 알았던 선수였고 세밀함 부족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첫 시즌을 마친 양동근에게 농구를 보는 눈이 떠진 것은 2005-2006시즌. 바로 윌리엄스를 만난 그때부터였다.
윌리엄스는 198cm의 포워드로 올-어라운드 플레이어라는 평가를 받았다. 슈팅 능력에 대해선 의문 부호가 붙었지만 특유의 플로터로 약점을 메꿨고 전체적인 농구를 보는 시야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양동근이 가진 약점은 곧 윌리엄스의 강점. 갓 신인 티를 벗은 양동근에게 있어 윌리엄스는 친구이자 스승이었고 동반자였다. 중하위권을 맴돌던 모비스는 일취월장한 양동근과 엄청난 임팩트를 과시한 윌리엄스의 폭풍 활약으로 단숨에 정규경기 1위를 차지했다.
더불어 양동근은 서장훈과 함께 생애 첫 정규경기 MVP, 윌리엄스는 단테 존스, 애런 맥기, 찰스 민렌드 등 KBL 역대급 외국선수들이 모두 존재했던 그때 외국선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양동근과 윌리엄스의 동행은 한 시즌 더 이어졌다. 국가대표 발탁 후 경험까지 쌓은 양동근과 KBL 적응을 완벽히 마친 윌리엄스의 시너지 효과는 대단했다. 물론 윌리엄스의 위력이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가 있기도 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들은 두 시즌 연속 정규경기 1위를 이끌었고 양동근은 다시 한 번 MVP에 선정됐다. 이상민 이후 두 번째 백투백 정규경기 MVP.
첫 동행에서 이루지 못한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꿈 역시 2006-2007시즌에 이룰 수 있었다. 맥기&리치 조합을 앞세운 KTF의 막강한 저항이 있었지만 양동근의 부활, 윌리엄스의 활약으로 정상에 올랐다.

양동근은 2006-2007시즌 통합우승 이후 결혼식을 치렀고 윌리엄스는 다른 외국선수들과 달리 귀국일을 늦춰 자리를 함께한 뒤 미국으로 떠났다. 그 정도로 두 선수의 우애는 깊었다.
윌리엄스는 이후 2011-2012시즌 고양 오리온스로 돌아오기 전까지 KBL과 잠시 이별했다. 그러나 양동근은 매번 인터뷰에서 “농구 인생에서 윌리엄스를 만난 건 최고의 행운이었다. 부족함을 채워준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그가 있었기에 MVP가 될 수 있었다”라며 그를 기억했다.
윌리엄스가 2017년 3월 15일(현지 시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사망했을 때도 국내에서 가장 슬퍼한 건 양동근이었다. 그만큼 양동근에게 있어 윌리엄스는 친한 형이자 친구였고 자신의 인생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존재였다.
양동근은 윌리엄스 사망 후 항상 ‘CW33’이라는 글귀를 유니폼에 적고 코트에 나섰다. 매 순간 그와 함께라는 의미를 담기 위한 것. 그리고 지난 시즌부터 조금씩 은퇴를 생각한 뒤에는 윌리엄스의 등번호 33번을 달고 뛰기를 바랐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이뤄지지 못한 꿈이 됐지만 말이다.
은퇴를 앞둔 지난 주에는 자신의 SNS에 “이번 시즌 종료가 되어 아쉽고 마지막 라운드 33번으로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많이 아쉽네요. 아쉬운 마음에 체육관에서 33번 입고 사진 한 방. 다들 건강한 모습으로 뵐 수 있기를. One of the most unforgettable player throughout my basketball career; Chris Williams. You were a great friend and a big brother to me. I will always miss you and will always be thankful for all the stuff you did. R.I.P Chris my brother”라는 글귀를 올리며 윌리엄스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어쩌면 양동근이라는 전설의 시작은 윌리엄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수도 있다. 그만큼 두 남자의 애틋한 브로맨스는 KBL의 역사에 있어 가장 고귀한 것이기도 하다.
이제는 양동근과 윌리엄스, 두 남자를 한 코트에서 볼 수 없다. 하지만 역사는 기억할 것이다. KBL 역사상 가장 멋지고 완벽했던 두 남자를 말이다.
# 사진_점프볼 DB(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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