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선아 기자]‘총알탄 사나이’ 신기성과 ‘바스켓퀸’ 정선민. 한국 남녀 농구에 획을 그은 두 스타가 박종천 감독의 부름에 부천 하나외환 코치로 만났다. 현역 시절 쟁쟁한 스타들 틈에서 늘 ‘승자’로 남았던 그들이지만, ‘지도자’로서의 첫 걸음은 험난했다. 첫 시즌을 정규리그 5위로 마친 것. 그러나 새 시즌을 앞둔 두 코치의 표정은 지난 시즌보다 한결 더 편해보였다. 훈련은 더 힘들어졌지만, 선수들에게서 큰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었다.
※ 본 기사는 월간 점프볼 2015년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하나외환의 진짜 소득
신기성 코치는 은퇴 후 고려대 코치로 활동하던 중 박종천 감독에 발탁되어 여자농구에 첫발을 내딛었다. 시즌이 시작한 12월에는 여성으로는 최초로 남자 고등학교 인헌고의 코치로 활동하던 정선민 코치가 합류했다. 그렇게 네임밸류로는 역대 최고의 코칭스태프가 꾸려졌다. ‘최고’가 합심했지만, 하나외환의 첫 시즌은 순탄치 않았다. 국가대표팀 일정으로 5명이 비시즌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또, 팀의 추축인 김정은, 엘리사 토마스 등의 크고 작은 부상이 이어졌다. 결국 하나외환은 그간 경기 출전 경험이 적었던 신지현, 강이슬, 백지은 등으로 시즌을 꾸려갔고, 우여곡절 끝에 얻은 최종 성적은 정규리그 5위였다. 비록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또 한 번 실패했지만, 이 과정에서 하나외환 선수단은 중요한 것을 얻었다. 신기성, 정선민 코치가 올 시즌 든든해하는 이유기도 하다.
Q. 시즌을 마치자마자 처음 든 생각이 궁금하다.
신기성 코치(이하 신)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런 부족한 부분을 해결하고 자신감을 찾으면 해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젊은 선수들을 최대한 빠르게 성장시켜 성적을 내야 한다. 나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부상자가 없고, 자신감을 갖고 끝까지 연습하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선민 코치(이하 정) 나는 3개월 정도 같이했다. 내가 합류했을 때는 팀이 승리해야 하는 시기였다. 시즌 막바지에 시간을 돌아보면서 ‘빨리 끝났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가 하면, 마지막에 연승할 때는 ‘시즌이 더 길었으면’하는 생각도 했다. 앞으로 준비할 게 많은 것 같다. 일단 선수들은 ‘노력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지금은 힘들어도 하나하나 이겨내려고 애를 쓴다. 견디는 것 같다.
Q. 박종천 감독님은 지난 시즌 중 ‘비정상 훈련’ 선언을 했다. 원래 이야기가 된 것인가?
정 시즌 중반에 훈련하면서 ‘우리 팀은 그전에 했던 프로그램은 잊고 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때부터 ‘비정상 훈련’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선수들이 견디기 힘들 정도의 훈련을 끌고 가는 과정을 ‘비정상’이라고 말한 것이다.
신 ‘다르게’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남들같이 해서는 똑같으니까 말이다. 1년에 걸려서 하는 어떤 일을 최대한 빨리하게 강하게 훈련하겠다는 것이다.
Q. 감독님 인터뷰 스타일이 시즌 중 이슈가 되기도 했다.
정 감독님의 이번 역할이 중요했다고 본다. 매체에 여자농구가 한 줄이라도 더 나가게 하려고 했다. 다른 팀 감독님들도 부러워했다. 성공적이라고 본다.
Q. 두 코치는 어떻게 소통하는가. 한 시즌 간 본 서로의 장점도 말해 달라.
신 농구를 배워온 과정이 다를 수 있지만, 어느 정도 높이에 둘 다 올라갔다 온 선수라 이해의 폭이 넓다. 양보하고 밀어주는 대화가 된다. (정선민 코치는) 무서운 엄마와 자상한 아빠의 면모를 모두 지니고 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밸런스를 잘 맞춘다.
정 ‘안 맞는다’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6개월 정도 지내며 농구철학, 전술적인 이해에 관해서 공감대가 많이 형성됐다. 신기성 코치는 A 코치이기 때문에 훈련과 기술, 전술 부분에서 더 냉철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면서도 의외로 섬세하다. 나는 안 그렇다. 여자인데도 털털하다. 애들도 그렇게 이야기한다. 그래서 조화가 된다.
선수가 곧 우리다
‘젊음’, ‘초보’로 표현되던 하나외환이지만, 올 시즌은 내심 성적에 대한 욕심도 갖고 있다. 지난 시즌에 얻은 ‘경험’과 ‘자신감’이라는 자산 덕분이다. ‘비정상’으로 표현되던 독한 운동도 이미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선수들은 새벽 5시에 기상해 산을 뛴다. 박종천 감독이 선수 시절 직접 효과를 본 훈련 방법으로 선수들이 체력을 기르고 있다. 선수와 감독, 코치, 매니저, 트레이너까지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 선수들에게 힘이 되기 위해서다.
Q. 요즘 하나외환 훈련이 오전 5시 30분에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코치도 예외가 아니라고 하더라. 지난 취재 때도 선수단과 함께 훈련하는 모습을 봤다.
정 개인적인 관리도 있고, 선수들과 같이 파트너십이 있어야 한다. 지난번에 훈련하는 사진이 나가고 ‘너 선수 복귀하냐’라는 오해도 받았다. 산에 같이 가는 것은 힘들어 죽겠다(웃음). 감독님도 하신다. 지난 시즌 중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무릎도 안 좋으신데 나무를 잡고 올라오면서까지 묵묵히 훈련한다.
신 감독님도 한 번도 안 빠지고 새벽 훈련을 한다. 감독님도 힘들어도 하시니까 다 같이한다.
Q. 가드와 센터 부분이 하나외환의 약점이다. 두 코치의 현역시절 포지션이기도 하다. 지도한 선수들이 잘못했을 때 자존심도 많이 상했을 것 같다.
신 구단과 외부에서 내가 이 부분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부담감이 있었다. 시즌 중 신지현이 패스미스하고, 이미선한테 공을 빼앗기고 그러면 억장이 무너졌다. 우선 경험이 부족하고, 본인은 잘 하고 싶은데 실력과 스피드, 힘에서 밀렸다. 이해하고 격려해서 더 잘하게 해야 했다. 지난 시즌에는 그렇게 지나갔지만, 이제는 넘어서고 발전해야 한다. 올 시즌에는 신지현과 김이슬이 경쟁하면서 전보다 더 안정적인 팀이 되면 좋겠다. 외부에서 봤을 때 ‘어렵다’라는 이야기를 안 듣게 하고 싶은 게 바람이다. 기량과 체력적인 부분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생각에 두 선수를 상당히 괴롭히고 있다. 지금까지는 잘 따라오고 있다. 끝까지 잘 따라와 줬으면 한다.
정 나는 ‘뭘 해야 한다’는 여건이 아니었다. 정신없이 합류해서 팀에 정말 필요한 것을 짚어줘야 했다. 여자선수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또 인사이드 선수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했다. 감독님이 추구하는 농구를 나 또한 배우고 선수들에게 인식시켜줘야 했다. (이)하은이는 어리다. 팀이 어렵지만 가중을 주면 아직 본인이 이겨낼 여력이 되지 않는다. 이령이는 센스가 있다. 패스 워크와 슈팅 능력이 있어 체력만 잘 받쳐준다면, 지난 시즌보다 활용도가 높을 것이다.
Q. 젊은 선수들이 많다. 박종천 감독은 이 선수들의 성장이 빨라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들에게 어떤 점을 강조하는가.
정 젊은 선수들은 시즌에 들어가서 베테랑 선수들을 만났을 때 주눅이 들지 않아야 한다. 자신감을 가지려면 비시즌에 장착하는 기능이 많아야 한다. 하지만 연습을 많이 해도 베테랑 선수를 만나면 심리적으로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 팀의 숙제다. 연습하며 기술이 늘고 좋은 경기로 상승세를 타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오프에 가는 데 중요한 부분이다.
신 이번 시즌에는 완성도를 높이면서 승리를 가져오도록 탈바꿈해야 한다. 김정은은 지난해 부상과 대표팀으로 제대로 훈련하지 못했지만, 이번 시즌은 과정에 충실히 하고 있다. 지난 시즌보다 잘할 것이다. 강이슬, 신지현, 김이슬, 이유진, 염윤아, 백지은 등 선수들도 마인드만 강해지면 긍정적이다. 운동이 강해지고 있는데, 다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
너희를 위해서라면
코치의 영역은 사각 코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경기 종료 버저가 울린 뒤에는 더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특히 하나외환은 오랫동안 하위권에 머물렀기에 두 코치의 역할이 더 중요했다. 신기성, 정선민 코치도 알고 있었다. 선수시절 코트에서 카리스마를 뽐낸 스타지만, 코치로서의 역할은 달랐다.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친구처럼 선수들을 위해서는 뭐든 했다. 공이 아닌 선수들의 마음을 다스리는 일도 이들의 역할이다.
Q. 훈련만큼이나, 선수들의 마음 치료도 중요한 것 같다.
정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산에 가서 인터벌 하고… 하루가 너무 길다. 옆에서 ‘힘들어도 괜찮아’ 이런 말 해봐야 귀에 안 들어온다. 나도 그랬다. 그렇게 말 걸어오면 오히려 귀찮다. 그냥 훈련 시작 전에 말장난하고, 그렇게라도 선수들이 힘든 것을 잊게 하려고 한다. 선수들이 어려서 순수한 면이 있다. (이)하은이는 매일 운다. 울고 있으면 더 힘드니까 ‘하은아 울면 안돼’라고 하면 ‘왜 제 눈에는 눈물이 이렇게 많죠’라고 물어보며 이겨낸다. 이겨내는 게 기특하다.
신 선수들이 힘든 것을 알아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 ‘하은아 너 울길래. 집에 가는 줄 알았다’라며 농담한다. 정해진 어떤 방법이 있기보다 항상 대화를 통해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하고 소통하는 자리를 만드는 게 좋다.
Q. 김정은이 오랫동안 팀을 이끌어왔다. 안타깝게도 성적이 안 좋아 혼자 힘들어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두 분 모두 현역시절 리더 역할을 해왔기에, 조언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신 에이스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거부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다. 이 팀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다. 정은이가 부담감이 있는데, 코치님과 이야기 많이 하고, 구단에서 정은이한테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이번 시즌은 조금 달라질 것이다. 너무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도전하고 즐겼으면 한다. 지는 게 이어졌던 게 힘들었을 것이다. 기사를 보면 안타깝다. 구성원이 좋은 팀에 가서 성적을 내고, 챔피언 반지가 간절한 마음을 이해한다. 이 팀에서 이뤘으면 좋겠다. 이 팀을 잘 이끌고 가서 가치 있는 김정은만의 커리어를 만들 게 도와주고 싶다.
정 정은이에게 기회가 더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에이스 포워드인데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좀 더 좋은 환경에서 농구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이제는 여기서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다른 선수들의 기량을 발전시켜주는 것이다. 본인도 노력하면 우리가 상승세 타고, (팀의)가능성을 볼 것이다. 우승에 도달하는 것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으면 한다.
신 강이슬, 신지현, 김이슬 모두 정은이를 보고 배울 수 있다. 챔피언 반지 7개보다 1개가 더 가치 있을 수 있다.
Q. 지난 시즌 우리은행과 KB스타즈의 챔피언결정전에 방문했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신 상대팀 경기를 비디오로 보는 경우는 많지만, 실제로 경기장에 가서 본 적이 없었다. 챔피언결정전답게 치열했다. 우리 팀과 비교하면서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알게 됐다.
정 나중에 저 자리에 우리가 있고, 멋모르고 도전한다면 무섭게 치고 나갈 것으로 생각했다. 많은 생각이 드는 현장이었다.
Q. 하나외환은 앞으로 어떤 모습일까?
정 단기적으로 봤을 때 첫 시즌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본다. 부상으로 인해 해보지도 못하고 진 경기가 많지만, 밝은 미래를 보여준 시즌이다. 장기적으로 하나외환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감이 많이 들었다. 나도 지도자로서 첫 발을 내딛은 시즌이다. 나 역시 지도자 생활이 조금 더 기대되고, 앞으로는 나 역시 숙제를 하나씩 해결해가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본다. 그러다보면 하나외환의 미래가 밝고 더 빛나게 되지 않을까. 코치 입장에서 그렇게 생각한다.
신 하나외환은 미래가 밝은 팀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미래만 쳐다 볼 수 없다. 빠른 시일내에 그 ‘미래’를 ‘현재’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 부분을 고민하고, 선수들과 노력해야 한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나는 농구 선수를 했고, 지도자도 하지만, 억지로 떠밀려서 한 적은 없다. 좋아하는 일이고, 목표가 이것이었기에 절실함, 희열, 보람, 행복을 다 가질 수 있었다. 선수들도 농구하면서 희열과 보람을 느끼며 즐거워졌으면 한다. 이걸 다 가지게 해주기 위해 우리도 노력할 것이다. 팬들도 즐겁고 감동 받는 팀으로 거듭나고 싶다. 그렇기 위해서는 어렵지만 이겨야 한다. 비시즌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서 노력해야 한다.
| BONUS ONE SHOT | 여전한 총알탄 사나이
2014년 12월 10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신기성 코치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팀의 막내(?)로 변신한 것. 여자농구에서는 코트에서 3점슛이 터졌을 때 팀 막내가 일어나 선수단과 하이파이브 하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이 장면을 신기성 코치가 한 것. 신 코치는 “의도적이지 않았다. 초반부터 20점(1쿼터 29점)이 넘는 점수를 넣어 안 일어날 수가 없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신 코치가 만든 장면에 벤치는 웃음바다가 됐다고.
정선민 코치는 여기에 에피소드를 더했다. “그날은 못 봐서 넘어갔는데, 심판들이 신기성 코치에게 (벤치에)좀 앉아 있으라고 한다. 감독님과 앉아 있다가도 (경기를 보며)벌떡벌떡 일어난다. 가드라 빠르다. 우리는 옆에서 앉으라고 당긴다.” 이에 ‘총알탄 사나이’ 신기성 코치는 “내가 심판이 볼 때는 또 바로 앉지 않느냐”라고 맞받아 쳤다.
이런 이야기를 보던 중 좀 실없는 질문이지만, ‘두 분이 농구하면 누가 이기죠?’라는 말을 건넸다. 신기성 코치는 “풀코트로 경기하면 내가 이기고, 하프코트로 하면 내가 진다”라고 말했다. 정선민 코치는 “신기성 코치가 이긴다. ‘슝’하고 저기 가있을 것이다”라고 웃었다.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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