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편집부] 여러분들이 떠올리는 주장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늘 강인하고 믿음직스러운 모습? 팀을 위해 희생하고 솔선수범하는 모습? 어떤 모습이든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더 많은 것은 분명할 것이다. 주장은 그런 존재다. 주장은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따르고, 희생정신도 필요하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중간 역할도 해야 하기 때문에 늘 바쁘다. 농구인들이 기억하는 주장은 어떤 모습일까? 그들의 농구인생에서 가장 기억나는 주장은 누가 있는지 들어보았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잡지 점프볼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최부영 | 경희대 부장
같이 밥 먹기도 무서웠던 주장
정말 무서웠던 주장이 있었다. 경희대 다닐 때 정영수 선배라고 있었는데, 어느 정도 무서웠냐면, 예전엔 농구부 팀원들끼리 같이 하숙집 생활을 했었다. 하숙집에서 밥을 주면 밥을 제대로 먹지 못 할 정도였다. 잠도 먼저 못 잤다. 그 형이 잠이 들어야 잠을 자고, 밥도 형이 와서 같이 먹어야 했다. 그런 주장 밑에서 운동을 하다 보니, 쉬는 날에도 하숙집에서 같이 있는 게 무서워 연습하러 갈 정도였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나중에 같이 국가대표팀에 선발돼 태릉선수촌에 입촌했는데, 일주일에 한 번 토스트를 주는 날이 있었다. 빵이 별로 익숙하지 않아서, 한 번은 라면을 끓여먹었는데, 정영수 선배한테 들켜서 정말 엄청나게 두들겨 맞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라면 하나 삶아 먹는 게 뭐가 그리 대수겠는가. 그 정도로 예전에는 위계질서가 엄격했다. 그렇게 무서웠지만, 지금도 가끔 연락을 하는 선배다.

최희암 | 前전자랜드, 연세대 감독
후배들 잘 이끌었던 문경은·이상민
농구대잔치 시절, 연세대가 한창 잘 나갈 때 주장은 문경은(SK 감독)이었다. 경은이가 잘 했다. 사실 슈터들이 주장을 하기가 어려운데, 팀을 잘 이끌어갔던 것 같다. 그 다음 주장이 이상민(삼성 감독)이었다. 상민이가 좀 내성적이어도 강단이 있어서 후배들을 잘 이끌었다. 상민이는 동기가 별로 없었는데도 주장 역할을 잘 했다. 밑에 우지원, 석주일, 서장훈 등 잘 하는 후배들이 많았는데, 컨트롤을 잘 했다. 주장은 운동만 잘 해야 하는 게 아니고, 코트를 장악할 수 있어야 한다. 선수 때 기억나는 주장도 있다. 내가 연세대 1학년 때 김종수란 선배가 있었는데, 그 분이 주장 역할을 잘 했다. 대회에서 경기에 지면 밥을 안 사주는데, 자기 하숙비를 털어서 사주기도 했고, 희생을 많이 했다.

정은순 | 前삼성 선수
주장보다 더 주장 같던 문주 언니
1990년 북경아시안게임 때 (조)문주 언니(삼천포여고 코치)가 기억난다. 사실 주장은 이형숙 언니였는데, 문주 언니가 주장이 아니었음에도 정말 팀을 잘 이끌었다. 그때 우리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고, 늘 선수를 모아놓고 기도를 했다. 그때 감독님이셨던 정주현 선생님과 나는 기독교가 아니라 불교였다. 그때 선생님이 “너랑 나랑은 여기서 이러면 안 되는데”라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웃음). 문주 언니가 주장이었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정말 팀을 하나로 잘 이끌었다.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만리장성에서 사람들한테 전도를 하다가 경찰에게 잡혀간 일이 있었다. 지금도 그 때 얘기하면서 많이 웃는다. 그때 우리가 중국한테 이길 수 없는 멤버였다. 근데 그것도 적지에서 중국을 이기고 금메달을 따낸 거다. 난 그 때 식스맨이었지만, 많이 기억에 남는다. 문주 언니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금메달을 따지 못 했을 것이다.

전희철 | SK 코치
인교 형, 무서우면서도 친절했던 선배
고려대에 이제 막 입학했을 때 (정)인교 형(신한은행 감독)이 주장이셨다. 성인이 된 후 첫 농구부 생활이어서 긴장을 많이 했지만, 인교 형이 친근하게 대해주셔서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나와 (김)병철이는 신입생 때부터 경기를 많이 뛰었던 편이었는데 “막내라고 선배들 눈치 볼 것 없다”라며 격려해주셨다. 후배들을 혼내야 할 땐 혼내더라도 유머감각이 있으셔서 금세 딱딱한 분위기를 풀어주시곤 했다. 주량도 비슷해 토요일에 낮술을 함께 하며 많은 얘기를 나눴던 것도 재밌는 추억이다. 함께한 시간은 1년에 불과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주장이다. 요새도 종종 만나서 술잔을 기울이는데 나를 대학시절 별명대로 부를 정도로 친한 사이다. 그때 내 별명은 비방용이라 공개할 순 없다(웃음).

조동현 | 케이티 감독
행동하는 주장 양동근
두말하면 잔소리다. 내 위로는 신기성 코치(하나외환 코치)와 문경은 감독이 주장을 맡았다. 내가 없을 때 케이티에서 주장을 한 송영진 코치(케이티 코치)와 지금 주장인 조성민(케이티)도 있다. 그중 선수와 코치 시절을 포함해 가장 기억에 남는 주장은 모비스 양동근이다. 어떤 부분이라고 딱 말할 수 없이 항상 솔선수범하고 자기가 희생하면서 팀을 어떻게 끌고 갈지 알고 있었다. 표현하자면 말을 하는 선수가 있고, 행동하는 선수가 있는데, 양동근은 행동하는 선수다. 내가 모비스 코치로 있을 때 고참 선수임에도 제일 먼저 나와서 훈련했다. 후배한테 뭐든 미루지 않았다. 먼저 열심히 해서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했다.
사진 문복주, 유용우, 신승규, 한명석, 이청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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