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원주/최창환 기자] 사고(事故)도 대처하기에 따라 색다른 이벤트로 연출될 수 있다. 유창근(35) 원주 동부 장내 아나운서가 기지를 발휘, 예정에도 없던 게스트(?)가 되어 애국가 제창이라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동부와 전주 KCC의 2015-2016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첫 맞대결이 열린 지난 3일 원주종합체육관. 경기에 앞서 음향사고가 발생, 관계자들이 진땀을 흘렸다.
전말은 이렇다. 통상 프로농구경기는 개시에 앞서 양 팀 선수 및 관중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애국가를 제창하는 게 일반적이다. 애국가 제창은 미리 준비된 AR(All Recorded)이 틀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종종 초대된 게스트가 부르기도 한다.
이날 경기는 전자였다. 또한 경기가 열린 날은 마침 개천절이었다. 유창근 장내 아나운서는 이에 맞춰 개천절과 관련된 코멘트를 던진 후 국기에 대한 경례까지 진행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미리 준비한 AR이 음향사고로 인해 나오지 않았고, 체육관은 약 30초 동안 적막이 흘렀다.
여기서 유창근 장내 아나운서의 기지가 발휘됐다. “준비가 안 된 것 같다”라며 체육관 내를 정비시킨 유창근 장내 아나운서는 이어 직접 애국가를 부르며 애국가 제창시간을 채웠다. 덕분에 애국가가 끝난 후 원주종합체육관에는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중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저음이었지만, 노래 실력을 잘 들었다”라는 기자의 말에 유창근 장내 아나운서는 이렇게 답했다. “가수가 아니다 보니…(웃음). 장내 아나운서를 오랫동안 진행하며 애국가가 안 나온 건 처음이었다. 당황스러웠고 떨렸지만, 어떻게든 애국가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실 프로스포츠가 열리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이벤트 및 프로그램은 한 치의 오차 없이, 실수 없이 진행이 되어야 한다. 그게 관계자들의 임무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프로그램도 사람이 진행하는 일. 가끔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법이다.
실제 프로농구 코트에서도 체육관 상단에서 영상 상영을 위해 떨어져야 할 통천이 제대로 펼쳐지지 않아 진땀 흘린 팀도 있었고, 갑작스럽게 코트로 날아온 이물질에 곤혹을 치른 사례도 있었다.
유창근 장내 아나운서는 “기계오작동 등 진행상 문제가 생기면, 일단 팬들에게 사과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현 상황에 대한 설명도 해줘야 한다. 설명을 안 하면 ‘뭐야? 어떻게 된 거야?’라는 불만을 갖는 관중들도 많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지난 2003년 장내 아나운서로 데뷔한 유창근 장내 아나운서는 2008-2009시즌부터 동부의 붙박이 장내 아나운서로 활약 중이다. 때문에 원주종합체육관에 들어서면 그를 향해 반갑게 인사를 전하는 팬들도 여럿이다. 또한 유창근 장내 아나운서는 청주 KB 스타즈의 경기 진행과 각종 행사까지 깔끔하게 소화하는 등 팀 관계자들의 호평 속에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오랫동안 동부를 맡았는데, 팀 창단 10주년이라 이번 시즌은 더욱 의미가 있다. 동부가 20주년을 맞이했을 때도 내가 마이크를 잡고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운을 뗀 유창근 장내 아나운서는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팬들이 더 재밌게 농구를 볼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하겠다. 선수들도 열심히 훈련을 하며 시즌을 준비한 만큼, 팬들이 동부를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한다”라며 웃었다.
# 사진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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