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챔피언결정전, 코트 밖에서 함께 뛴 사람들의 이야기

최창환, 조영두, 홍성한 기자 / 기사승인 : 2026-05-25 13: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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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홍성한 기자] 챔피언결정전은 선수들만의 무대가 아니다. 경기 시작 전부터 끝난 뒤까지, 그 뒤에는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깃들어 있다. 전력분석은 밤새 영상을 돌리고, 트레이너는 선수들의 몸 상태를 확인한다. 프런트와 이벤트팀은 경기장 분위기를 만들고, 통역과 버스 기사 역시 누구보다 가까운 자리에서 시즌을 함께 버텨낸다.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챔피언결정전을 함께 만든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6월호에 게재됐습니다.



“가장 먼저 출발하고 가장 늦게 돌아간다”
소노 박석조 버스 기사


챔피언결정전 기간 선수단 버스는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였다. 경기장으로 향하는 길부터 원정 이동까지. 선수들이 오직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가장 먼저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 2016년부터 팀과 함께해온 소노 선수단 버스 기사이자 차량 운영 담당 박석조 실장은 누구보다 가까운 자리에서 팀의 시간을 함께했다.

그는 단순히 버스만 운전하지 않는다. 선수단 이동은 물론 법인 차량 관리, 차량 등록과 점검 등 팀의 모든 차량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고양 오리온 시절부터 캐롯, 데이원, 그리고 소노까지. 팀 이름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그의 자리는 늘 같은 곳에 있었다.

박석조 실장은 “처음에는 운전직 공고를 보고 들어오게 됐어요”라며 웃었다. 이어 “지금은 농구를 많이 알게 됐죠. 팀과 오래 함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더 애정이 생긴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했다. 이번 시즌은 그에게도 유독 특별한 시간이었다. 2016년 팀에 합류한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까지 함께했기 때문이다.

“플레이오프까지는 몇 번 경험했지만,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온 건 처음이었습니다.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더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사실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안전하게, 그리고 최대한 편하게 이동시키는 것뿐이죠.”

가장 큰 역할은 결국 ‘안전’이다. 특히 원정 이동에서는 긴장감이 더 커진다. 부산이나 울산처럼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일정이 있는 경우, 경기 이틀 전 홀로 먼저 내려가 버스를 준비한다. 선수단이 도착하는 순간부터는 책임감의 무게도 달라진다.

“혼자 이동할 때는 부담이 크지 않죠. 그런데 선수들이 타고 있으면 아무래도 긴장을 많이 하게 됩니다. 사고가 나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그는 시즌 내내 체력 관리에도 누구보다 신경을 쓴다. 감기조차 조심하고, 원정 전날에는 술도 입에 대지 않는다. 자신이 자리를 비우면 팀 전체 일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몸 관리에 정말 신경을 많이 씁니다. 특히 경기 일정 있을 때는 컨디션 관리도 중요하죠. 아프면 안 되니까요.”

선수단보다 먼저 경기장으로 향하고, 가장 늦게 돌아오는 것도 그의 일상이다. 특히 플레이오프 기간에는 이동 일정 하나에도 더 예민해진다.

버스 안 분위기 역시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본다. 승리 후에는 선수들끼리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음이 오가지만, 패배한 날이면 자연스럽게 말수가 줄어든다. 그렇다고 해서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건 아니었다.

“이기면 선수들끼리 장난도 치고 대화도 많아집니다. 반대로 지면 조용해지긴 하죠. 그래도 분위기가 크게 나빠지거나 그런 적은 없었습니다.”

시즌 초반만 해도 소노를 향한 시선은 차가웠다. 하지만 팀은 후반기 무서운 상승세를 타며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하는 반전을 만들었다. 박석조 실장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그 변화를 체감했다.

“연승을 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어요. 선수들도 자신감이 생긴 게 느껴졌고, 원정 가는 길 분위기도 확실히 달라졌죠.”

특히 주장 정희재를 향한 고마움도 전했다.

“겨울에는 목도리 챙기라고 선물도 주고, 사소한 부분까지 정말 잘 챙겨줘요. 주장이다 보니까 선수들에게 전달도 잘해주고, 항상 분위기를 좋게 만들려고 합니다.”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그는 수많은 선수와 지도자를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그리고 이번 시즌, 누구보다 뜨거웠던 소노의 시간을 함께 달렸다.

“저한테 소노는 정말 편하고 좋은 팀입니다.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있고, 사람들도 정말 잘 챙겨줍니다.”

코트 위에서 직접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않지만, 누군가는 그렇게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팀의 계절을 함께 완성하고 있었다.



“참고 버틴 선수들이 고마웠습니다”
KCC 이정래 트레이너가 돌아본 우승의 시간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뒤에도 트레이너의 하루는 쉽게 끝나지 않는다. 선수들의 몸 상태를 마지막까지 체크하고, 다음 날 회복 계획까지 정리해야 한다. 코트 위에서 선수들이 뛸 수 있도록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몸을 책임지는 사람. 이정래 수석 트레이너 역시 그렇게 또 하나의 시즌을 함께 달려왔다.

2001년 원주 TG삼보 시절 처음 프로 무대에 발을 들인 그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현장을 지키고 있다. KCC와 함께한 시간도 벌써 7시즌째다. 현재는 수석 트레이너로서 선수단 전반적인 컨디션 관리와 재활, 체력 관리 등을 책임지고 있다.

“시즌 전에는 체력 훈련부터 컨디션 관리까지 전체적인 부분을 다 같이 준비합니다. 시즌이 시작되면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부상 관리죠. 선수들이 최대한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계속 체크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KCC는 유독 부상 이슈가 많았다. 허훈부터 송교창, 최준용까지 핵심 선수들이 크고 작은 통증을 안고 시즌을 치렀다. 트레이너 입장에서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이정래 트레이너는 “부상 선수가 계속 발생했던 부분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플레이오프에 가까워질수록 부담감도 커질 수밖에 없었죠”라고 돌아봤다.

특히 플레이오프는 정규시즌과 완전히 다른 무대였다. 경기 중요도가 높아질수록 선수들의 출전 의지도 강해졌고, 몸 상태를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세밀한 체크가 필요했다.

“사실 플레이오프 들어가면 선수들 몸 상태가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다들 어느 정도 통증은 안고 뛰어요. 그래서 더 많이 대화하려고 하죠.”

그가 선수들을 대하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단순히 ‘빨리 복귀시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 있다는 걸 느끼게 됐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어떻게든 빨리 복귀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선수들이 동생처럼 느껴집니다. 몸 상태뿐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까지 같이 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는 치료만큼이나 ‘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선수들에게 가장 먼저 묻는 것도 몸 상태 이전의 일상이다.

“‘어제 잠은 잘 잤어?’ 같은 가벼운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몸 상태를 체크하죠.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게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경기 전후 트레이너의 하루는 생각보다 훨씬 길다. 선수들 몸 상태를 확인하고, 아이싱과 치료 일정을 체크한 뒤 다음 날 컨디션 회복 계획까지 정리해야 한다. 특히 플레이오프 기간에는 경기 하나가 시즌 전체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작은 부분 하나도 쉽게 넘길 수 없었다.

“선수들이 아프다고 하면 일단 계속 체크를 하죠. 어느 정도인지, 어떤 움직임에서 불편한지 이야기하면서 같이 방향을 잡습니다. 치료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불안하지 않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플레이오프 기간에도 아픈 곳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KCC 선수들은 끝까지 버텨냈다. 이정래 트레이너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결국 선수들의 ‘의지’였다.

“중요한 순간마다 선수들이 버텨주고, 이겨내려고 하는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그게 가장 고마웠어요.”

특히 챔피언결정전 기간 종아리 통증을 안고 뛰었던 최준용의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병원 검진 이야기가 나왔지만 선수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준용이도 본인이 ‘그냥 참고 하겠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런 말을 들으면 오히려 저희가 더 고맙죠. 선수들이 버텨주니까 저희도 더 책임감을 갖고 준비하게 됩니다.”

그는 수많은 선수들과 함께했다. 오랜 시간 현장을 지키며 느낀 것도 있었다. 좋은 선수를 만드는 건 재능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성실함과 열정이 있어야 좋은 선수가 되는 것 같습니다. 서로 배려하고 힘든 걸 같이 이겨내려는 분위기도 정말 중요하고요.”

KCC는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선수들이 코트 위에서 만들어낸 우승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는 언제나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시간이 함께한다. 선수들이 다시 코트에 설 수 있도록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몸 상태를 확인하고, 심리적인 안정을 건네며 함께 시즌을 버텨낸 한 트레이너의 시간 역시 우승의 일부였다.



“이 맛에 이 일합니다”
소노 김정래 통역 및 국제업무


안양 KGC(현 정관장)가 2020-2021시즌에 일군 역대 최초의 ‘퍼펙트 텐’. 소노 김정래 통역은 손창환 감독, 이재도와 함께 이 역사를 이룬 멤버 가운데 1명이었다. 당시 KGC의 통역을 맡아 기쁨을 누렸다. 김정래 통역은 이후 수원 KT를 거쳐 소노 국제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6강-4강을 모두 스윕으로 장식하며 역대 2호 ‘퍼펙트 텐’을 꿈꿨던 것도 잠시, 소노는 ‘슈퍼팀’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지 못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1승 4패에 그쳤다. 비록 우승을 달성하진 못했지만, 소노로선 기적 같은 ‘봄 농구’였다. 시즌 전 쏟아졌던 하위권이라는 평가, 더뎠던 시즌 초반을 딛고 만든 대반전 드라마. KCC에 ‘금쪽이’ 오명을 씻은 숀 롱이 있었다면, 소노에는 네이던 나이트가 있었다.

NBA 출신으로 KBL 관계자들 사이에서 오래 전부터 거론됐던 나이트는 기대 속에 한국 땅을 밟았지만, 시즌 중반까지 안정감을 심어주지 못했다. 독불장군식 공격이 잦았고, 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다혈질적인 모습도 노출했다.

나이트는 대체 외국선수 이기디우스 모츠카비추스가 가세한 후 달라졌다. 짧은 출전시간에도 스크린을 비롯해 궂은일에 헌신하는 이기디우스, 그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누린 국내선수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김정래 통역이 꼽은 모멘텀 가운데 하나였다.

“시즌 초반에 비하면 나이트가 달라졌다는 걸 너무 많이 느꼈습니다. 이기디우스 효과라는 평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얘기를 안 믿는 편이었어요. 나이트와 그 부분에 대해 대화해본 적은 없지만, 확실히 느낀 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올스타게임 MVP로 선정됐던 것도 도움이 됐지만 이기디우스 합류를 기점으로 스크린을 거는 방식, 활동량 등 모든 부분에서 더 좋아졌죠.”

“재미를 느끼면서 5, 6라운드에는 스킬 트레이너를 따로 불러 개인 훈련을 소화했어요. 시간만 나면 개인 훈련을 했으니까요. 개인 훈련, 몸 관리를 위한 투자만 보면 내가 겪은 외국선수들 가운데 두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나이트는 훈련을 좋아했고, 자신의 경험을 어린 선수들에게 알려주고 싶어했습니다. 강지훈에게도 100%까진 아니더라도 도움이 됐을 거예요.”

김정래 통역은 외국선수 통역뿐만 아니라 국제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외국선수 스카우트까지 맡고 있어 팀이 전력을 꾸리는 데에 큰 지분을 차지한다. 이 대목에서도 김정래 통역의 ‘언성 히어로’ 기질을 볼 수 있었다. 시즌 막판 이기디우스를 코칭스태프에 추천했고, 이는 소노의 챔피언결정전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택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제 막 소노에 합류한 이기디우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전하기도 했다.

“출전시간을 많이 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희망고문을 주진 않았습니다. 우리 팀은 갈 길이 바빴으니까. 5~10분을 뛰더라도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내 경험, 감독님의 성향을 토대로 얘기했는데 고맙게도 잘 받아들여줬습니다.”

4라운드까지 최다연승이 2연승에 불과했던 소노는 이기디우스 영입 후 첫 3연승에 이어 창단 최다인 10연승까지 질주하며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이 기세를 몰아 서울 SK, 창원 LG를 상대로 연달아 업셋을 일으키며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3연승만 한 번 하면 충분히 플레이오프 싸움이 가능할 거라고 봤습니다. 실제로 이기디우스 영입 후 분위기를 탔고, 10연승도 했어요. ‘이게 되네’ 싶었죠. 저도 도파민이 이 정도로 터졌는데 감독님은 얼마나 크게 와닿으셨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맛에 이 일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이제 다음 시즌 준비해야 합니다. 물론 우승이었다면 더 달콤했겠지만, 우리 팀이 여기까지 올라온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죠. 아쉬운 마음보단 감사한 마음이 더 큽니다. 우리 팀을 보는 인식도, 팬층도 달라졌고요. 새로운 팬들이 유입됐으니 다음 시즌에는 KBL 인기가 더 올라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는 또 한 번 다가올 ‘고양의 봄’을 기대하고 있다.



“숀 롱이 ‘금쪽이’? 최고의 외국선수입니다”
KCC 조민준 통역


입사 후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른 조민준 통역 역시 ‘언성 히어로’ 가운데 1명이었다. 숀 롱, 드완 에르난데스, 윌리엄 나바로의 팀 적응을 돕는 것은 물론 때론 친구가 되어주며 KCC의 V7에 기여했다. 조민준 통역은 2024-2025시즌이 한창이던 2025년 2월 농구단에 입사했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이었던 데다 시즌 중반 갑작스럽게 빈자리를 메워야 해서 순탄치 않은 적응기를 거쳐야 했다.

“인수인계를 받지 못해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나이가 어리다 보니 구단에 있는 모든 분이 도와주셨어요. 특히 동갑인 이주영 선수가 통역 업무에 참고할 수 있는 유튜브 영상이나 글을 많이 보내줬죠. 적응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됐고, 개인적으로도 오프시즌에 NBA나 작전타임 영상을 찾아보며 농구 용어를 공부했습니다.”

인천 출신 농구 팬이었던 조민준 통역은 농구단에 입사하며 ‘덕업일치’를 이뤘다. 2019-2020시즌 KBL 올스타게임을 직관하며 허웅-허훈 형제, 최준용과 사진을 찍기도 했다. 훗날 이들의 동료가 될 줄 상상이나 했을까.

조민준 통역은 “사진을 보여주니 선수들도 놀라더고요. 하하. ‘팬이었으면 말도 못 걸었을 텐데 많이 컸네’라는 농담도 곁들였고요”라며 웃었다.

롱의 퍼포먼스도 빼놓을 수 없다. 울산 현대모비스 시절 외국선수 MVP(2020-2021시즌)로 선정되는 등 기량은 검증받았지만, ‘금쪽이’라 불릴 정도로 감정 기복이 크다는 꼬리표가 붙은 외국선수였다. 최준용 역시 “내가 겪어본 외국선수 중 제일 쉽지 않았다(웃음)”라고 말했지만, 롱은 챔피언결정전에서 5경기 평균 18.4점 13.4리바운드 2.2어시스트 1.8블록슛으로 활약하며 세간의 평가를 잠재웠다.

‘까다롭고 화도 많이 내는 외국선수’라는 소문을 들었던 조민준 통역 역시 긴장감 속에 시즌을 맞았지만, 직접 소통한 롱은 소문과 달랐다. 누구보다 농구에 대한 열정,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강한 선수였다. 그리고 누구보다 착했다고.

“자신도 워낙 열정이 강하다 보니 경기장에서는 다른 사람이 된다고 인정했어요. 공이 안 들어오거나 슛을 못 넣을 때마다 욱하지만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고 했어요. 져서 분위기 저하됐을 때 선수들에게 장난치면서 분위기 띄우려고 한 선수가 숀이었어요. 식당 아주머니들에게 선물도 사드릴 정도였으니까요. 처음으로 사회인이 된 저에게도 조언을 많이 해줬어요. 유학 생활하면서 한국인, 외국인을 많이 만나봤지만 인간적인 면에서 숀이 최고였어요. ‘금쪽이’라는 얘기가 어디서 나왔나 싶을 정도였다니까요.”

롱이 3차전 종료 1초 전 자유투를 던질 때 롱 다음으로 간절했던 사람이 조민준 통역 아니었을까. 조민준 통역은 “무릎 꿇고 기도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팬들이 찍으셨어요. 그걸 본 부모님이 ‘네가 그렇게 간절한 거 처음 봤다’고 하셨어요”라며 웃었다.

조민준 통역은 시즌을 치르는 내내 외국선수 생각뿐이었다. 가장 보람됐던 순간도, 힘들었던 순간도 외국선수와 관련된 일화로 가득했다.

“외국선수들과 관련된 안 좋은 댓글을 보면 저 때문에 욕먹는 것 같았어요. 제가 의사소통을 못한 것 같아서 힘들었고요. 통역은 외국선수들이 코트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사람입니다. 선수가 부진하면 통역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숀이 수훈선수로 선정되거나 좋은 기록을 세워서 인터뷰할 때 보람을 느꼈죠. ‘내가 제일 믿는 사람은 너야’라고 했을 때 제가 피해를 끼치는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에 뿌듯했습니다.”

롱은 우승 이튿날인 5월 14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조민준 통역이 공항으로 향하는 길도 함께한 것은 물론이다. 조민준 통역은 롱에게 감사 인사 그리고 바람을 전했다.

“더 좋은 제안을 받아서 간다면 응원하겠지만,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숀과 함께해서 행복했어요. 구단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쉬는 동안 잘 생각한 후 결정하길 바란다고 얘기했어요.” 조민준 통역의 진심이었다.

금쪽이 오명을 씻고 우승의 주역으로 거듭난 롱을 논할 때 조민준 통역의 헌신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는 차고 넘쳤다.



“세세한 것까지 다 원하세요”
소노 임기웅 전력분석이 말하는 손창환 감독


10구단 체제의 KBL은 한 시즌 동안 한 팀과 6번의 맞대결을 펼친다. 미국 NBA(30팀), 일본 B리그(26팀)와 같이 팀이 많지 않기 때문에 6번이나 만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3라운드 정도 되면 상대의 전략, 전술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상대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전력분석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임기웅 전력분석은 2019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2순위로 안양 KGC(현 안양 정관장)에 입단했다. 그러나 단 1경기도 뛰지 못하고, 2022년 현역 은퇴했다. 곧바로 고양 캐롯 전력분석으로 합류한 그는 현재 소노에서 전력분석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군 복무를 마치고 현역 은퇴한 뒤 김승기 감독님 연락을 받고 캐롯 전력분석으로 합류했습니다. 소노까지 합쳐서 어느덧 5년째 전력분석 업무를 하고 있네요. 감독님 요청에 따라 영상 편집해서 비디오 미팅 자료를 만드는 게 주 업무입니다. 또한 감독님이 보시기 편하도록 우리팀, 상대팀 분석한 리포트를 작성하고, 영상을 편집해 선수들이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소노 손창환 감독은 KBL 전력분석 1세대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무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전력분석으로 경험을 쌓았다. 전력분석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평소 성격이 워낙 꼼꼼하고, 전력분석 출신답게 비디오 미팅을 중요시하는 감독이다. 임기웅 전력분석 역시 이 부분을 잘 알고 있다.

“감독님은 세분화된 것들을 많이 주문하세요. 여러 가지 전술이 있으면 세세하게 다 분류해주길 바라시죠. 공격에서 속공, 세트 오펜스 빈도수 같은 것들도 알고 싶어 하시고요. 수비에서도 어떤 수비를 했을 때 실점이 얼마나 되는지 주문하시는 편입니다. 워낙 세세한 것까지 다 원하시는데 내 능력이 안 되어서 많은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죄송한 마음이죠.”

전력분석 업무에서 워낙 잔뼈가 굵은 손창환 감독은 임기웅 전력분석에게 최고의 선생님이기도 하다. 업무를 주문함과 동시에 조언도 아까지 않는다고.

“감독님은 항상 아이디어를 많이 주세요. ‘이렇게 해보면 어때?’라고 말씀해주시고, ‘나는 전력분석 했을 때 이런 식으로 했는데 너도 해보면 어떨 것 같아?’라고 이야기하세요. 아이디어를 많이 주셔서 도움이 많이 됩니다. 다른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게 알려주시죠.”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소노의 상대는 KCC. 한 팀과 여러번 붙는 플레이오프는 정규시즌보다 더 구체적인 전력분석이 필요하다. 그것도 짧은 시간에. 가뜩이나 업무가 많은데, KCC의 경기력이 정규시즌과는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분석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정규시즌은 우리 팀과 맞대결뿐만 아니라 다른 팀과 경기를 한 것도 다 봅니다. 챔피언결정전은 무조건 전 경기 기준으로 해서 잘 된 부분, 안 된 부분을 빠르게 데이터화 시켜야 하죠. KCC는 워낙 전력이 좋고, 정규시즌과 다른 팀이라고 생각하고 전력분석을 했습니다. 우리 팀과 맞대결 한 영상을 정말 많이 봤습니다.”

소노는 1승 4패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패배도 시간이 지나면 좋은 경험이다. 패배의 아픔만큼이나 느낀 것이 많은 시즌이었다. 임기웅 전력분석도 챔피언결정전은 처음이었던 만큼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한 시즌 동안 고생한 것에 대해 챔피언결정전이라는 걸로 보상을 조금 받은 것 같습니다. 아쉽게 우승하지 못했지만, 생각했던 목표치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왔으니 성공한 시즌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시즌에는 더 준비 잘해서 팀에 더 좋은 결과를 냈으면 합니다.”



“관중들과 소통하며 함께 응원하고 싶어요”
장내 아나운서가 춤을? ‘고양의 목소리’ MC 이슈


음악과 경기 진행자가 없는 농구 경기를 본적이 있는가? 선수들의 토킹, 농구화가 바닥에 닿는 삑삑거리는 소리, 심판들의 휘슬 소리, 드리블치는 소리, 공이 골망을 가르는 소리... 농구 본연의 소리도 매력있지만, 자고로 프로농구는 효과음, 경기를 진행하는 장내 아나운서의 코멘트가 더해질 때 그 맛이 산다.

이제 프로농구에 장내 아나운서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된다. 선수단 소개, 경기 중 규칙 설명, 응원 유도, 이벤트 진행 등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소노는 ‘MC 이슈’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희승 장내 아나운서가 경기 운영을 맡는다. 과거 오리온 장내 아나운서였던 그는 2023년 소노의 창단과 함께 고양의 목소리가 됐다.

“현재 소노의 장내 아나운서를 맡고 있고, 경력은 13년 정도 됩니다. 장내 아나운서는 홈 어드밴티지를 가장 많이 활용해야 되는 직업입니다. 농구를 좋아해서 오신 분들도 있지만 잘 모르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농구를 잘 알지 못하는 분들에게 경기 중 쉽게 설명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재미와 즐거움을 드리고 있지요.”

장내 아나운서의 중요한 역할 중 한 가지는 경기 중 규칙 설명이다. KBL은 올 시즌 비디오 판독 횟수가 늘었기 때문에 중요성이 더 높아졌다. 관중들에게 잘 전달해야 한다. 농구 규칙을 이해하기 위해 아마추어 심판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장내 아나운서를 오랫동안 했는데 얼마만큼 아는지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농구 공부를 더 하기 위해 아마추어 심판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배구도 심판 자격증을 갖고 있고, 야구는 기록원 교육을 듣고 있습니다. 경기 종료 후에는 영상을 보며 캐스터, 해설위원 이야기를 듣고요. 어떻게 하면 관중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평소 고민을 많이 합니다.”

소노는 2025-2026시즌을 통해 인기가 급증했다. 창단 첫 플레이오프 진출에 이어 챔피언결정전까지 한 번에 논스톱으로 경험했다. 플레이오프 들어서는 매 경기 매진 사례를 이어가는 등 뜨거운 인기를 자랑했다. 타 구단에서만 봤던 장면이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목격됐다.

“SK, LG같은 응원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올 시즌에 팀과 함께 팬도 성장했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개인적으로 팬들이 어떻게 하면 응원 목소리를 내고, 체육관을 찾아주실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플레이오프 기간에는 가슴 벅차고 행복했습니다.”

시즌 초반 하위권에 머물던 소노는 막판 10연승을 달리는 등 제대로 상승세를 탔다. 4월 5일 안양 정관장과의 홈 경기에서 승리,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희승 장내 아나운서에게 가장 뜻깊은 날 역시 정관장과의 맞대결이었다.

“4월 5일 경기 결과에 따라 플레이오프 진출이 달려 있었어요. 막판에 승리하면서 플레이오프를 확정하는 순간, 제가 다 울컥하더라고요. 울컥했던 이유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매 경기 찾아와주신 멤버십 회원들 때문이에요. 경기 후 마무리 멘트를 한 뒤 저도 모르게 대성통곡을 했어요. 그동안 장내 아나운서를 하며 마이크를 잡고 오열한 건 처음이었어요. 그만큼 멤버십 회원들에게 감사함을 느낀 것 같아요.”

이희승 장내 아나운서가 타 구단 장내 아나운서들과 다른 점은 또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응원타임에 코트에서 춤을 춘다. 장내 아나운서가 춤을 추며 응원을 유도하는 건 이례적이다. 이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소노가 응원단장이 없었던 시즌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장내 아나운서 겸 응원단장을 맡았죠. 사실 응원이라는 게 강요는 아니잖아요. 관중들과 소통하면서 응원하고 싶었어요. 마이크를 잡고 응원해달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같이 춤추고 소리 지르면서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열심히 노력한 것뿐인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응원하면서 관중들과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글_최창환(김정래, 조민준 통역), 조영두(임기웅 전력분석, MC 이슈), 홍성한 기자(박석조 실장, 이정래 트레이너)
#사진_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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