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짓 하나도 기록이 된다! 트랙킹 시스템이 KBL에 도입된다면?

김윤호 / 기사승인 : 2015-11-13 01: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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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윤호 칼럼니스트] 미 프로농구(NBA) 공식 홈페이지에서 기록 부문을 확인하기 위해 접속하면, 특이한 메뉴 하나를 찾을 수 있다. 예전부터 잘 알려진 1차 기록, 즉 전통적인 기록(Traditional Stat) 외에 또 다른 영역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선수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트랙킹 기록(Tracking Stat)이다. 최근에 NBA.com이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바로 트랙킹 기록을 통해 다양한 기록을 볼 수 있도록 만든 점이다. 그동안 농구라는 종목에서 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표로 정리된 박스 스코어밖에 없었다. 하지만 트랙킹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기록의 범위도 넓어졌고 선수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도 다양해졌다. 경기장 안에 달려있는 카메라로 초당 최대 25번까지 움직임을 세분화하여 관찰하기 때문에 상당히 과학적으로 선수의 움직임을 측정할 수 있다. 야구에서 타구의 속도와 비거리를 측정하고, 축구에서 선수의 활동 범위를 히트 맵으로 나타내는 행위가 이제는 농구에서도 이루어진다. 이제는 선수의 몸짓 하나도 기록으로 남는 시대가 도래했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잡지 점프볼 10월호에 실린 기사임을 알립니다.


야투율 50%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법?
똑같이 야투율 50%를 기록한 선수 A와 B가 있다고 가정하자. 기존의 기록지에서는 2점슛 성공률, 3점슛 성공률로 구분하여, 두 선수의 슈팅 범위 정도만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를 보지 않는 이상, 그 선수가 공격제한시간(24초)에 쫓기는 상황에서 슛을 던졌는지, 수비가 바짝 붙은 상태에서 슛을 시도했는지를 판단할 방법이 없다. 아니면 이 선수의 슈팅이 패스를 잡은 후에 바로 던진 슛인지, 아니면 드리블 이후의 풀업 점퍼인지 기존의 박스스코어로는 판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트랙킹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이러한 구분이 가능해졌다. 누가 더 슛을 편하게 쏘는지, 아니면 누가 다급한 상황에서 슛 성공률이 더 좋은지 등을 포착하여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선수가 주로 슛을 쏘는 경로까지 알 수 있어 플레이 스타일까지 파악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야투율 이면에 숨어 있는 요소들을 수치화함으로써 정확한 판단을 내리게 된다.


예를 들어, 같은 슈터라고 해도 캐치 앤 슛을 통한 득점은 저마다 다르다. 예전의 기록지에서는 그러한 자료를 찾을 수 없었으나, 이제는 선수 트랙킹을 통해 구분이 가능하다.


트랙킹 카메라에 담긴 자료를 토대로, NBA 홈페이지는 ‘10피트(약 3.1미터) 밖에서 공을 잡은 후 2초 이내에 드리블 없이 쏘는 슛’을 캐치 앤 슛이라고 정의하여 캐치 앤 슛에 관한 통계를 별도로 정리했다. 2014-2015시즌 카일 코버(애틀랜타 호크스)의 평균 득점은 12.1점인데, 이 중 캐치 앤 슛으로 이뤄진 득점이 8.5점이다. 클레이 톰슨(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경우, 평균 득점이 21.7득점이지만 캐치 앤 슛에 의한 득점은 경기 당 7.9점이다. 캐치 앤 슛에 있어서 톰슨보다 코버가 더 특화되어 있다는 것이 한눈에 보인다.




기록의 세분화를 통한 평가의 변화
트랙킹 시스템은 슛 외에도 돌파, 리바운드, 어시스트 등 여러 분야에서 기록을 세분화하여 공개하고 있다. 선수의 경기 당 돌파 시도 및 성공률을 통해 누가 돌파에 능한지를 알 수 있으며, 같은 리바운드를 잡더라도 누가 혼잡한 골밑에서 리바운드를 더 잡아내는 지를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어시스트를 통해서 창출된 득점이 얼마나 되는 지도 알 수 있기 때문에, 누구의 게임 리딩이 더 효과적인 지도 파악 가능하다.


세분화된 기록들 덕분에 생기는 가장 큰 장점은 선수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팬들, 그리고 관계자들은 현장이나 TV 중계화면을 통해 눈으로 인식한 선수의 모습을 보고 선수의 수준이나 스타일을 인식한다. 하지만 사람의 인식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선수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리바운드를 잘 못 잡는 센터를 몇 번 목격하면, 그 후로 그 선수를 볼 때마다 ‘리바운드 못 잡는 선수’라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트랙킹을 통해 선수에 대한 편견을 뒤집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브룩 로페즈(브루클린 네츠)는 가장 많았던 평균 리바운드 개수가 8.8개였을 정도로 센터 중에서는 리바운드 개수가 적은 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로페즈에게는 ‘골밑 장악력이 약하다’는 꼬리표가 자주 붙어 다닌다. 그러나 로페즈는 지난 시즌 평균 20분 이상 출전한 선수 중에서 리바운드 경합을 가장 잘했던 선수라는 것을 트랙킹 시스템이 보여줬다. 선수의 리바운드 중 상대와의 경합 과정에서 따낸 리바운드를 ‘컨테스티드 리바운드(Contested Rebound)’라고 하는데, 이 비율이 가장 높은 선수가 바로 로페즈였다. 로페즈의 지난 시즌 컨테스티드 리바운드 비율은 53.7%로 20분 이상 출전한 빅맨 가운데 1위였다. 이를 볼 때, 로페즈가 골밑 장악력이 약하다는 편견은 어느 정도 지워도 될 것이다.


어시스트 부문에서도 트랙킹을 통해 엿볼 수 있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기본적인 어시스트 기록은 패스가 바로 득점으로 연결되는 경우에만 어시스트로 인정된다. 하지만 이러한 기록뿐만 아니라, 팀 동료에게 패스를 줬을 때 그 동료가 자유투를 얻어내서 올린 득점이 어느 정도 되는지, 간접 어시스트(패스를 받은 팀원이 다른 선수에게 패스를 해서 득점을 올렸을 때 기록되는 어시스트)는 어느 정도 되는 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지난 시즌 경기 당 간접 어시스트, 이른바 ‘하키 어시스트’ 개수는 크리스 폴(LA 클리퍼스)이 2.8개로 압도적인 1위였다. 폴이 직접 득점으로 연결한 패스 외에도 간접적인 도움을 통한 득점에 기여한 정도가 가장 높다는 의미이다. 뿐만 아니라, 선수의 어시스트에 의해 창출된 총 득점에서도 경기 당 23.8점으로 폴이 가장 높다. 참고로 지난 시즌에 어시스트에 의해 창출된 득점 부문에서 경기 당 20점이 넘어간 선수는 크리스 폴, 존 월(워싱턴 위저즈), 타이 로슨(휴스턴 로케츠, 지난 시즌 소속은 덴버 너게츠) 이렇게 세 명밖에 없다. 휴스턴의 대럴 모리 단장이 로슨 영입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도 로슨의 이러한 득점 창출 능력 때문이다.





농구의 과학화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이러한 트랙킹 시스템의 도입은 농구를 이전보다 더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 야구와 달리 농구는 매우 동적인 스포츠이기 때문에, 모든 순간을 통계적으로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인식과 실제 기록 간의 괴리 또한 존재한다. 그러나 트랙킹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상세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더 심층적인 통계 정보의 산출이 가능해졌다. 자료가 많아진 만큼, 이전보다 농구를 더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농구 기록 전문 사이트인 ‘바스켓볼 레퍼런스(Basketball Reference)’도 이러한 트랙킹 자료를 토대로 선수의 플레이에 대한 기록 내역을 다양화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인다. 예전과 달리 지금의 바스켓볼 레퍼런스에는 선수의 위치별 슈팅 성공과 실패에 대한 차트가 모두 공개되어 있는 것은 물론, 거리별 슈팅 성공률까지 상세히 작성되어 있다. NBA를 좋아하는 사람 누구나 과학적 접근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 정도면 가히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동안 많은 농구인들은 ‘기록에 드러나지 않은 플레이’를 강조해오고 상대적으로 농구에서의 통계 자료를 경시해오는 경향이 적지 않았다. 기존의 통계가 짚어내지 못하는 요소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플레이 하나, 몸짓 하나도 기록으로 넣을 수 있게 되었고, 자료의 증가 덕분에 통계에 대한 신뢰성도 높아졌다. 하나의 통계 자료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나, 반박하는 자료가 생기면서 과학적 검증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겠다. 야구처럼 예전의 기록을 토대로 경기의 흐름을 유추하는 회귀분석이 이제 농구에서도 가능한 일이 되었다. 팬들은 물론 관계자들도 이러한 변화를 느끼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물론 NBA와 달리 한국농구에서 트랙킹 시스템이 도입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모든 경기장에 트랙킹을 위한 카메라 및 첨단 장비를 설치해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또한, 트랙킹 자료를 토대로 분석 정보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전문적 인력 확보 또한 필요한데, 스포츠통계학이 아직 제대로 여물지 않은 한국에서 인력 확보 또한 쉽지 않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일어날 환경조차 갖춰지지 못한 셈이다.


무엇보다 안타깝게도 한국농구는 경기에 대한 기록화가 녹아들어 있지 않은 까닭에, 선수들의 플레이에 대한 기록이 정확하게 남아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80년대 농구대잔치의 기록은 제대로 보존되어 있지 않아서 찾아볼 수 없는 게 더 많고, 심지어 영상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은 경기도 여럿 된다. 뿐만 아니라, 현재 국내농구 중계에서도 중계 장비 투입이 그리 적극적이지 않기에 경기의 상황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트랙킹 시스템과 중계 기술의 연계를 위해서는 구단과 각 방송사 간의 협력 또한 필요한데, 여기에도 의사 결정 과정이 필요하다. 아직 농구의 과학화가 이뤄지기에 한국에는 장애물이 너무 많다.



관습의 극복을 위하여
전통과 관습의 차이는 단 하나이다. 그것이 계승할 가치가 있느냐에 따라 구분된다. 예전의 것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고 계승할 가치가 있다면 전통이지만, 그러한 가치와 상관없이 그냥 예전의 것을 따라 한다면 그것은 관습이 된다. 관습은 굳이 현재 세대가 유지할 이유가 없다. 관습이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과감히 바꿀 필요가 있다.


여전히 한국농구는 이전의 낡은 관습으로 인해 발목이 잡힌 상태이다. 그 관습 중 하나는 기록에 대한 경시, 그리고 과학적 접근의 미약함이다. 프로스포츠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과학적 접근과 기록화는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며, 트랙킹 시스템은 이를 위한 좋은 수단이다. 선수의 몸짓 하나도 근거 자료에서 놓치지 않으려는 NBA의 트랙킹 시스템 도입은 한국농구의 내적 발전에 있어서 꼭 참고하고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사진 - 나이키, NBA 미디어센트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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