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양준민 인터넷기자] 이만하면 돗자리 깔고 거리로 한 번 나가보는 것도 괜찮겠다. 대니 에인지 보스턴 셀틱스 단장은 취임 후 매번 냉철한 판단력으로 보스턴을 재정비해왔고, 이번에도 그의 선택은 옳은 것 같다.
2년 전, 보스턴은 ‘BIG.3’와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에인지 단장은 보스턴 미래의 설계자로 버틀러 대학의 젊은 감독 브래드 스티븐스를 선임했다. 스티븐스 감독은 만년 약체였던 버틀러 대학을 2차례나 NCAA 준우승에 올려놓으며 대학 무대에서 그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보스턴의 선택에 물음표를 다는 이들도 많았다. 아직 NBA 무대에선 그 지도력을 검증받지 못했다는 것이 그 배경이었다.
NBA 2015-2016 시즌이 한창인 현재, 스티븐스 감독을 향했던 수많은 물음표는 드디어 느낌표로 바뀐 것 같다. 21일(한국시간) 6승 5패 동부 컨퍼런스 7위로 순항 중이다.
스티븐스 감독 취임 당시 보스턴의 환경은 열악했다. 가넷, 피어스 등 주축 선수들 대부분이 팀을 떠났고, 중심이 돼야 할 라존 론도 역시 무릎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이었다. 또한 많은 이들이 스티븐스 감독이 론도를 제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보냈다.
많은 이들의 우려대로 스티븐스 감독은 데뷔 첫 해 25승 57패를 기록하며 시즌을 마쳤다. 하지만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본 스티븐스 감독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역시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오프시즌 대형선수 영입이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시즌 중반 팀의 주축이던 론도와 제프 그린을 트레이드하며 본격적인 리빌딩의 시작도 알렸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보스턴의 플레이오프 탈락을 예상했다.
하지만 보스턴은 후반기 20승 11패라는 엄청난 상승세를 보이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8경기 동안 7승 1패를 기록, 7연승으로 시즌을 마감하며 5할(40승 42패)에 미치지 못하는 승률로도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물론 상대적으로 약한 동부 컨퍼런스의 전력 역시 보스턴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한 몫 했다.
더불어 스티븐스 감독은 닥 리버스 LA 클리퍼스 감독과 함께 '4월의 감독'에 선정되는 겹경사를 누렸다.
보스턴의 새싹들에게 플레이오프의 경험은 큰 자산이 된 듯하다. 지난 시즌 초반 11경기에서 4승 7패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현재 보스턴의 행보는 확실히 나아졌다. 달라진 보스턴 전력의 원동력은 바로 스티븐스 감독만의 ‘레시피’에서 찾을 수 있다.
레시피.1 ‘강한 압박 수비’로 완성된 공·수 밸런스
스티븐스 감독 부임 3년 동안 보스턴의 수비력과 공·수 밸런스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스티븐스 감독의 데뷔 시즌인 2013-2014시즌, 보스턴의 디펜시브 레이팅(DefRtg)수치는 105.2였다. 상대팀 100번의 포제션 상태에서 어느 정도 실점을 허용하는지에 관한 수치인 ‘디펜시브 레이팅(DefRtg)’는 그 수치가 100 이하면 수비력이 좋다고 평가한다. 당시 보스턴의 수비력은 형편없는 수준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보스턴의 디펜시브 레이팅(DefRtg)수치는 102.1로 2년 전보다 개선됐고, 올 시즌에는 디펜시브 레이팅(Def당tg)수치 95.5(4위)를 기록하며 ‘수비의 팀’으로 거듭났다.
실점 역시 대폭 감소했다. 지난 시즌 평균 101.2실점했으나 올 시즌은 96.8실점으로 5점 가까이 감소했다. 실제로 보스턴은 올 시즌 11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4경기에서만 세 자리 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득/실점 마진 역시 지난 시즌 +0.2에서 올 시즌 +5.6으로 수직상승했다. 공·수 밸런스가 안정감을 찾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올 시즌 보스턴은 ‘수비는 공을 뺏는 것이 아니라 공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이라는 농구계 명언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에이브리 브래들리-마커스 스마트로 이어지는 보스턴의 백코트 라인은 앞선부터 강한 압박수비를 펼치며 상대 팀의 공 흐름을 효과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2015-2016 마커스 스마트 디펜시브 레이팅(DefRtg)95.5, 에이브리 브래들리 디펜시브 레이팅(DefRtg)97.7 기록 중
또한 보스턴은 11.8스틸을 기록하며 올 시즌 리그 최고의 ‘도둑집단’으로도 떠올랐다. 특히 제이 크라우더는 평균 2.8스틸로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다.
레시피.2 새싹들의 성장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를 경험한 새싹들은 올 시즌 한층 더성장한 모습이다. 올 시즌 보스턴 백코트 수비의 중심이 된 스마트를 비롯해 자레드 셜린저의 성장 역시 눈에 띤다.
올 시즌을 앞두고 셜린저는 그간 반복된 부상악령을 떨쳐내기 위해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 그로 인해 올 시즌 수비력과 골밑장악력 모두 눈에 띄게 좋아졌다. 올 시즌 11경기 모두 출전한 셜린저는 9.2리바운드, 디펜시브 레이팅(DefRtg)수치 98.8을 기록하는 등 지난 시즌보다 발전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한 스마트 역시 눈에 띠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NBA 드래프트 6순위로 보스턴에 입단한 스마트는 193cm/100kg의 체구를 바탕으로 보스턴 백코트 수비의 중심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 열린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와의 경기에서는 러셀 웨스트브룩을 완벽히 막아내며 팀의 100-85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웨스트브룩의 야투율은 25%에 불과했다.
레시피.3 허물어진 주전, 비주전의 경계선
스티븐스 감독은 버틀러 대학 감독시절부터 매 경기마다 꼼꼼한 전술준비와 주전, 비주전의 구분이 없는 로테이션 활용으로 그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선수를 자신의 전술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선수 개개인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줄이는 방향의 전술을 선호한다. 실제로 올 시즌 경기 중에도 선수들을 적절한 타이밍에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예로 스티븐스 감독은 에반 터너-브래들리-아이제아 토마스-스마트로 이어지는 백코트 라인업을 상황에 맞게 기용하고 있다.
그의 지도력은 NBA 선수들뿐만 아니라 감독들 역시 인정하고 있다. 자레드 더들리(워싱턴)는 스티븐스 감독의 능력을 “그는 선수들이 함께 하고 싶은 감독 2위 또는 3위 내에 확실히 들어가 있다”라는 말로 표현했다.
또한 NBA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그렉 포포비치 샌안토니오 감독 역시 “나는 그가 보스턴을 지옥에서 끌고 나왔다는 점을 매우 존경한다. 그는 젊고 유능한 지도자며, 좋은 성품도 지녔다. 그의 팀은 정말 훌륭하며 앞으로도 더 잘할 것이다. 나는 지금 그를 보는 것이 즐겁다”라며 스티븐스 감독을 평가했다.
그를 선택한 에인지 단장 역시 “스티븐스는 NBA에서 가장 영리한 감독이다. 그는 아직도 배워나가고 있다. 지칠 줄 모르며, 소통능력 또한 뛰어나다. 앞으로 감독생활을 하면서 굴곡이 있겠지만, 난 그가 10년 또는 20년 뒤 NBA 역사상 최고의 감독 중 1명이 될 거라 생각한다”라며 스티븐스 감독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뿐만 아니라 스티븐스 감독의 성공은 대학 감독들의 NBA 진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올 시즌을 앞두고 오클라호마 시티와 시카고 불스는 각각 대학 감독 출신인 빌리 도노번과 프레드 호이버그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지만, 아직까진 보스턴만큼의 재미는 못 보고 있다.
그동안 보스턴은 감독보단 선수가 주목받는 팀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보스턴 팬들에게 보스턴 최고의 스타가 누군지 묻는다면, 그들은 거침없이 '스티븐스 감독'이라 얘기할 것이다.
리빌딩과 성적을 동시에 해결해나가고 있는 보스턴. 스티븐스 감독이 이끄는 보스턴의 성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브래드 스티븐스 프로필
-1976년 10월 22일 미국 태생
-2001년~2007년 버틀러 대학 어시스턴트 코치, 2007~2013년 버틀러 대학 감독, 2013~현재 보스턴 셀틱스 감독
-호라이즌 리그 우승(2008,2010,2011), 호라이즌 리그 올해의 감독상(2010,2011)
올 해의 클레어 비 코치상 수상(2011)
# 사진 NBA 미디어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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