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最上 경기력 준비하는 마지막 장소
라커룸, 그곳이 알고 싶다!
[점프볼=편집부] 종목을 막론하고 운동선수가 마지막으로 컨디션을 점검하고, 감독으로부터 미션을 부여받는 곳. 바로 라커룸이다. 농구선수들이 코트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플레이부터 궂은일, 기가 막힌 팀플레이 등은 라커룸에서부터 착실히 경기를 준비했기에 발휘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라커룸의 역할이 단순히 ‘경기를 준비하는 장소’에만 국한되어 있는 건 아니. 이제는 팬들도 라커룸을 방문,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힘을 보태는 곳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본 기사는 점프볼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라커룸, 무엇을 위한 곳?
라커룸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경기 시작에 앞서 일찌감치 체육관에 도착, 숙소에서 준비한 필승전략을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결의를 다지는 장소다. 경기에 앞서 발목, 손가락 등에 테이핑을 하는 곳도 라커룸이다. 다만, 체육관에 숙소와 치료실이 모두 갖춰진 안양 KGC인삼공사 선수단은 치료실에서 테이핑까지 모두 마친 후 라커룸으로 들어온다. 대부분의 선수가 유니폼까지 입은 후 라커룸으로 내려오지만,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찰스 로드 등 본인만의 루틴이 있는 선수들은 유니폼을 챙겨 와서 갈아입기도 한다”라고 귀띔했다.
라커룸에서 스트레칭 준비를 마친 선수들은 코트로 나서 슛을 던지며 컨디션을 조절하고, 스트레칭 및 가벼운 달리기 등을 통해 이날 경기에 임하는 준비를 마친다. 다만, 체육관을 자주 찾아본 팬이라면, 코트에서 몸을 풀던 선수들이 일순간 우르르 사라지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경기에 앞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라커룸에서 마지막 미팅을 갖기 때문이다. 두경민(동부)은 “감독님이 마지막 미팅에서 지시하는 사항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경우도 있고, 패턴이나 작전을 점검하시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향하는 시간은 보편적으로 경기 시작 50여분 전이지만, 울산 모비스와 부산 케이티, 서울 SK 등은 경기 시작을 25분 정도 앞둔 시점에 마지막 미팅이 진행된다. 이는 유재학 모비스 감독이 오래 전부터 애용한 스케줄이었으며, 조동현 케이티 감독도 모비스 코치를 맡을 당시 그 루틴을 흡수하게 됐다. 조동현 감독은 “25분 전이면 상대팀 출전명단을 확인한 이후다. 상대팀의 용병술을 개의치 않고 마지막 미팅을 갖는 감독이 대부분이지만, 나는 출전명단을 확인 후 선수들에게 세부적인 지시를 추가하는 편이다. 유재학 감독님의 영향을 받은 팀 운영”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취재진이 라커룸으로 향하는 시간도 각 팀에 따라 제각각이다. 취재진은 경기에 앞서 라커룸에서 각 팀 감독과 해당경기의 특이사항을 비롯해 근황에 대해 만담(?)을 나눈다. 일찌감치 미팅이 끝나는 팀은 미팅 이후 라커룸을 찾아가지만, 모비스와 케이티, SK는 상황이 정반대다. 취재진이 한창 고급정보를 빼낼 때쯤 선수단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라커룸에 들어오고, 이 때문에 취재진은 아쉽게 발걸음을 옮기곤 한다.
감독실부터 실시간 전력분석까지
라커룸의 크기는 대체로 체육관 넓이와 비례하는 편이다. 잠실실내체육관, 부산사직실내체육관 등 수용인원이 많은 대형체육관은 라커룸도 넓어서 선수들에게 편의성을 제공한다. 박상오(케이티)는 “내가 덩치가 있다 보니 다른 라커룸은 옷을 갈아입을 때 비좁아서 불편하다. 하지만 우리 팀 라커룸은 넓어서 좋다. 이 정도면 NBA급”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원주 동부가 사용하는 원주종합체육관은 10개 체육관 가운데 수용인원(4,600석)이 두 번째로 적지만, 가장 최근에 지어진 만큼 최신식 시설을 자랑한다. 특히 라커룸이 넓다. 선수별로 넉넉한 크기의 옷걸이가 마련되어 있고, 세면대와 샤워실이 따로 갖춰져 편리성까지 지녔다. 잦은 이적 덕분에(?) 무려 5번째 홈 라커룸을 사용 중인 김현중(동부)은 “라커룸이 넓어야 선수들이 여유 있게 경기를 준비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는 우리 팀과 케이티가 가장 잘 갖춰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서울 삼성은 라커룸이 ‘투룸’ 형태로 되어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영상이나 보드판을 통해 미팅을 할 수 있는 형태의 라커룸이 있다. 경기 전 이상민 삼성 감독이 기자들과 당일경기에 대해 다양한 얘기 나누는 장소이기도 하다. 여기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선수들이 옷을 갈아입거나 테이핑을 하고, 간단한 마사지를 받는 방이 하나 더 마련되어 있다.
라커룸이 비좁은 팀들도 나름대로 묘를 살렸다. 모비스, 서울 SK 등 두 팀은 감독실을 따로 마련했다. 특히 울산동천체육관의 감독실은 라커룸에서 멀찌감치 떨어진데다 잠실학생체육관보다 많은 취재진이 들어갈 수도 있다(감독실 크기는 비슷하지만, 잠실학생체육관은 의자가 상대적으로 크다. 이 탓에 빅매치의 경우 감독실에 못 들어와 문 밖에서 들리는 소리를 취재수첩에 적는 기자들도 있다). 백인선(모비스)은 “감독실과 라커룸이 따로 있는 체육관은 처음 써보는데, 편한 부분이 많다. 경기를 준비할 때 선수 개개인마다 해야 하는 습관이 있는데, 아무래도 감독님이 계시면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모비스는 라커룸 양쪽 벽에 ‘디펜스(DEFENCE)’, ‘리바운드(REBOUND)’가 큼직하게 새겨져있다. 이는 유재학 감독이 농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이며, 용인에 위치한 연습체육관에도 똑같은 단어가 붙여져 있다. 모비스 관계자는 “감독님이 부임하신 후 붙인 단어들인데, 코트에 나서는 순간까지 두 가지를 잊지 말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SK는 하프타임에 전반전을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라커룸에 설치한 국내 최초의 팀이다. SK는 지난 시즌 한상민 코치(당시 전력분석원)가 특수 프로그램을 통해 경기를 실시간으로 편집, 특이사항 및 후반전에 대비해야 할 부분을 선수들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라커룸을 꾸려졌다. 이와 같은 변화를 주는데 소요된 비용은 채 100만원이 들지 않았다고. NBA에서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문경은 SK 감독은 “아무래도 선수들이 직접 자신의 실수를 보고, 스트롱 사이드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가 크다. 영상을 깊이 있게 새겨본 선수는 후반전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편”이라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창원 LG는 라커룸에 매 시즌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문구를 걸어놓는다. 지난 시즌에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를 새겼고, 올 시즌에는 ‘지치면 지고, 미치면 이긴다!’라며 선수들에게 기운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또한 한 쪽 벽면에 팀 순위 및 주축선수 및 팀의 다양한 기록을 정리, 팀의 현재 위치를 선수들이 인지하게끔 배려했다.
라커룸, 이제는 개성시대
모 팀 관계자는 “프로농구가 출범할 당시만 해도 라커룸은 코칭스태프, 선수단을 제외하면 단장님조차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선수단이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을 방해하면 안 됐고, 일종의 징크스이기도 했다”라고 프로농구 초창기 라커룸 풍경을 전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이제 라커룸은 취재진이 경기에 앞서 빼놓지 않고 방문하는 장소가 됐다. 또한 팬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방송 카메라 및 자체 카메라도 수시로 들어가 팬들에게도 어느 정도 개방이 됐다.
실제 SK는 비시즌에 팬들을 초청, 선수단이 사용하는 라커룸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케이티 역시 경기가 없는 날에는 스포츠 마케팅 체험단 ‘프런티어즈’가 PPT 발표를 하는 장소로 활용된다. 덕분에 라커룸을 화사하게 꾸미는 팀도 하나둘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인천 전자랜드는 “매 시즌 크리스마스에 맞춰 팬들이 라커룸을 직접 꾸미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라커룸 분위기가 좋아지는 데다 팬들의 반응도 좋다”라고 전했다. 케이티는 지난 2013년부터 옷장에 있는 선수 이름표를 ‘프런티어즈’가 직접 플랜카드 형식으로 꾸민다. 케이티 관계자는 “시즌이 앞당겨진 올 시즌은 이 작업이 다소 늦어졌지만, 이름뿐만 아니라 팬들의 응원까지 실려 있어서 선수들 반응이 좋다. 선수들이 힘을 얻어서 코트로 들어간다”라고 말했다.
주전부리를 준비해두는 것도 제각각이다. 고양 오리온이 자회사의 주력스낵을 양껏 준비해놓는가 하면, 전자랜드를 비롯한 대부분의 팀들이 유독 초코바를 많이 챙겨놓는다. 초콜릿이 열량을 높여줘 선수들의 경기력을 향상시켜주기 때문이다. 문경은 감독도 현역시절 경기에 앞서 반드시 초코바를 챙겼다는 후문. 한편, 강병현(KGC인삼공사)은 “우리 팀은 항상 홍삼액이 여유 있게 준비되어 있다. 덕분에 경기력 향상뿐만 아니라 건강도 챙길 수 있다”라며 웃었다.

# 사진 = 유용우, 신승규, 이청하, 이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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