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트, 그 후…왜 신인들은 경기를 뛰지 못할까?

류동혁 / 기사승인 : 2015-12-29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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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NBA 르브론 제임스는 이미 세인트 빈센트-세인트 메리 고교 시절부터 각광을 받았다. 각종 표지모델을 장식했고, 그의 출전 경기를 전국방송이 중계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마이클 조던의 운동능력, 코비 브라이언트의 득점력, 존 스탁턴의 게임리딩을 모두 갖춘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모든 전문가들이 르브론을 즉시 전력감이라 평가했다.


여기에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있었다. 당시 그의 몸을 보면 알 수 있다. 근육질의 탄탄한 몸이었다. 때문에 ‘고졸 출신의 경우 몸을 만드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르브론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괴물같던 그도 좌절의 시간이 있었다.


2006-2007시즌 르브론을 앞세운 클리블랜드는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챔프전에서 처절하게 패했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에게 4전 전패. 당시 샌안토니오는 르브론의 약점인 외곽을 철저히 공략했다. 그가 골밑을 파고들면 더블팀이 기본. 심지어 3명, 4명까지 붙어서 블록슛을 했다. 한계를 느낀 르브론은 꾸준히 외곽슛 성공률을 늘렸고, 이제는 전설의 반열에 오르려 한다.


전 세계 팬이 사랑하는 마이클 조던. 그의 하이라이트 중 빠지지 않고 나오는 장면은 노스 캐롤라이나대 1학년 시절, NCAA 결승에서 역전 결승골을 성공시키는 장면이다. 그 사진을 보면 좀 낯설다. 페이더웨이로 대표되는 조던의 섬세하면서 예술 같은 슈팅 폼은 거기에 없다. 슛 릴리스 위치가 약간 앞으로 당겨져 있는 그의 슛폼은 교과서적이지 않다. NCAA 전설적 명장인 존 우든 UCLA 감독은 그의 저서에서 ‘조던의 당시 슛폼은 정교하지 않았다. 하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모든 농구 선수들이 갖고 싶어하는 폼을 만들어 냈다’고 감탄했다.


이 글에서는 국내 대학을 졸업한(고교 송교창도 있다), 혹은 조기 드래프트를 신청한 선수들의 프로 적응기를 다루려 한다. 주제는 ‘왜 신인들은 명성에 비해 프로에서 경기에 많이 뛰지 못할까’라는 의문에 답하는 글이다.


※ 본 기사는 월간 점프볼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신인들, 무엇이 문제길래…
올 시즌만 놓고 보면 전체 1순위 문성곤(KGC)을 비롯해 한희원(전자랜드) 등 대부분의 선수들이 식스맨 역할을 받고 있다. 물론 정성우(LG), 강호연(케이티) 등 예상 외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출전 기회 자체가 극히 제한적이다. 역대로 살펴봐도 대학 졸업 후 곧바로 맹활약을 펼친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2001년 동양 오리온스에 3순위로 뽑혔던 김승현은 그 해 팀을 통합우승에 올려놓으면 각광을 받았다. (당시 김승현의 패싱 센스는 천재적이었다. 그러나 외국선수 두 명이 뛰는 시스템 속에서 마르커스 힉스와 라이언 페리맨을 만난 행운도 있었다.)


2002년에는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신인’으로 평가받았던 김주성이 역시 챔피언 결정전에서 TG삼보(현 동부)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김주성이 호명됐을 때 당시 전창진 감독과 플레잉 코치였던 허재 감독이 일제히 만세를 부르는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2008년에는 하승진(2m21)이 KCC에 1순위로 지명, 결국 챔프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11년에는 오세근(인삼공사)이 그랬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프로에 적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2001년 김주성과 함께 중앙대 트윈타워를 이끌었던 송영진(현 케이티 코치)은 1순위로 LG에 지명받았지만, 외국선수에 대비하기 위해 이상한 벌크업(당시 벌크업에 대한 이해가 무지했다. 단지 몸무게만 늘렸다. 벌크업은 근육량을 늘리면서 체지방을 제어, 파워를 키우고 순발력을 유지해야 한다)으로 프로 적응을 더디게 만들었다. 몸무게는 늘었지만, 순발력이 줄면서 오히려 특유의 ‘달리는 빅맨’의 장점이 완전히 죽어 버렸다.


2010년 이후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좋은 재목들이 많았다. 2010년의 대표적인 신인 박찬희(1순위)와 이정현(2순위)는 그 해 팀을 챔프전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대표팀에 승선하기에는 4~5년의 시간이 걸렸다. 2012년 1순위 김시래 역시 그 해 정규시즌은 기대 이하였다. 또 장재석(2012-2013시즌) 김종규(2013시즌) 역시 프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역대 신인드래프트 역사를 보면 연도별로 편차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프로 적응에 어려움이 있다. 최근에는 더욱 그런 부분이 많다.


여기에는 복합적 변수가 있다.


일단 2012년 이후 대학 졸업 예정자가 프로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당시 2012-2013시즌 드래프트에서 뽑힌 1순위 장재석, 2순위 임동섭, 3순위 유병훈이 첫 번째 케이스였다. 결국 시즌 전 충분한 대비를 하지 못한 채 지명된 팀에 합류한다. 당연히 팀의 공수 패턴이나 조직력에 녹아들지 못한 채 경기를 한다. 게다가 몸은 만신창이다. 대학 무대에서 에이스였던 선수들은 청소년 대표팀과 소속팀 일정에 엄청난 혹사를 당한 상태다. 결국 기량에 비해 경기력이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올 시즌 그런 경향은 더욱 심하다. 문성곤과 한희원은 좋은 자질을 지닌 포워드 요원이지만, 현 시점에서 소속팀의 주전을 꿰찰 수 없다. 기량 자체가 소속팀 선배를 압도하지 못할 뿐더러, 기본적으로 팀 분위기와 패턴을 익혀야 하는 숙제까지 있기 때문이다. 최창진(케이티, 4순위) 이동엽(삼성, 5순위), 정성호(모비스, 10순위) 등도 마찬가지다. 정성우(LG)와 강호연(케이티)이 ‘유이’한 예외인데, 팀 사정상 그 포지션의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특수한 원인이 포함돼 있다.




결국에는 기본기
또 하나의 강력한 이유가 있다. 환경적 요인과 함께, 기본기의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다. 10개 구단 대부분의 감독과 코치들의 고민 중 하나는 신인 선수들의 기본기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수비 기본기’다. 한 지방구단의 코치는 “신인들의 경우 수비의 스텝부터 기본을 다시 잡아주는 훈련을 하고 있다. 다른 구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당연히 실전 수비에서 구멍이 날 수밖에 없고, 출전시키기 쉽지가 않다”고 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경우 좀 더 깊게 설명한다. “예전 연세대 코치 시절, 최희암 감독께서 2대2 수비 훈련을 계속 시켰다. 스크린이 들어올 때 앞으로 비껴가는 파이트 스루, 뒤로 돌아가는 슬라이드뿐만 아니라 상황 별로 여러 스크린 수비를 했다. 교본 비슷하게 내려왔지만, 최근에는 그런 것이 없다. 최근 은희석 감독에게 그런 부분에 대해 조언을 해줬다”고 말했다.



모비스는 2000년대 중반부터 수비 스텝을 바로잡기 위해 사이드 스텝 연습을 독하게 시켰다. 때문에 모비스 선수들의 허벅지에 근육통이 생기는 것이 ‘신고식’처럼 여겨졌다. 최근에는 KGC와 케이티에서도 벌칙 형태로 그런 수비 스텝 연습을 상시적으로 한다. 지난해 KCC 슈터 김지후는 허재 감독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다. 상황에 따른 스크린 수비가 전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허 감독은 “프로 선수라면 그 정도의 스크린 수비 대처능력은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지만, 이것이 한국농구의 현실이다.


올 시즌 많은 출전시간을 보장받고 있는 정성우와 강호연의 경우에도 수비에서 어느 정도 합격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케이티 조동현 감독은 “강호연이 수비에 문제점은 있다. 하지만 왕성한 활동력으로 그런 약점을 보강한다. 지난 경기에서 강호연이 슛을 쏜 뒤 집중력을 잃고 수비까지 미스를 범했다. 그래서 ‘너 그런 식으로 다시는 뛸 수 없다’고 못을 박기도 했다”고 밝혔다. 정성우의 경우에는 세밀하진 않지만, 터프한 수비로 출전시간을 보장받고 있다.


실제, 역대 드래프트를 보면 수비력이 강한 선수들이 출전시간을 많이 보장받았다. 모비스 양동근은 강한 수비력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결국 끊임없는 노력으로 넘버 원 포인트가드의 위치에 올라섰다. 연세대 3학년을 중퇴한 뒤 SBS(현 KGC)에 지명된 이정석 역시 개인기록은 좋지 않았지만, 파워넘치는 수비로 팀에 많은 도움이 됐다. 모비스 함지훈은 “당시 용산고 선, 후배였던 양동근 이정석 콤비의 압박수비는 대단했다. 당시 관계자들은 우스갯소리로 ‘투견 두 마리를 풀어놓은 것 같았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결국, 수비가 강한 선수가 프로에서는 더 많은 출전시간을 보장받을 확률이 높다.



그런데, 여기에는 두 가지 편견이 있다. 특히, 프로농구에서 ‘수비는 기본’이다. ‘수비농구’를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외국선수 2명이 뛰면서 국내 아마추어 농구에서 ‘이상한 수비력’을 더욱 강조한다.


예를 들어 ‘어차피 프로에 가면 공격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없다. 외국선수가 공격을 하고, 나머지는 한 명의 토종 에이스가 하게 된다’며 ‘프로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근성있는 수비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아마 지도자들이 많다. 즉, 공격기술에 대한 배양보다는 단지 근성있는 수비만을 얘기한다.


외국인 쿼터제가 확대, 2명 동시 출전을 하게 되면서 더욱 힘을 얻고 있는 논리다. 이 과정에서 단지 ‘근성’과 ‘정신력’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샌안토니오 카와이 레너드의 경우, 항상 매치업 상대 르브론의 얼굴에 손을 갖다댄다. 최대한 괴롭히기 위한 동작이다. 동물적인 순발력을 얻기 위해, 레이저를 이용한 반사신경 강화운동을 꾸준히 한다. 수비도 기술이 필요하다.


정확한 스텝을 가르치고, 2대2 스크린의 상황별 대처능력을 반복적으로 심어주고, 손을 들 때의 각도까지 세심하게 지도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 없이 단지 근성과 정신력만을 앵무새처럼 주입시킨다. 결코 수비가 늘 수 없다.


결국 신인들이 프로 적응이 더딘 이유 중 하나는 기본기가 없기 때문이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문성곤의 경우 프로에서도 톱 클래스급의 스텝을 가지고 있다. 대표팀 처음 합류했을 때 그런 수비를 하지 못했지만, 급격하게 기량이 늘었다”고 했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사실 기량을 가장 많이 향상시킬 수 있는 시절은 중, 고교 시절이다. 그러나 프로에서도 기량이 향상된 예는 셀 수도 없이 많다. 국내에서는 양동근과 조성민이 있고, 최근에는 이승현도 있다. 위에서 밝힌 예처럼 마이클 조던과 르브론 제임스도 프로에서 자신의 모자란 점을 보충했다. 스텝이 약간 딱딱한 르브론의 경우 몇 해 전 하킴 올라주원이 지도하는 ‘하킴 스쿨’에서 볼을 잡은 뒤 공격으로 이어지는 스텝에 대해 집중적으로 지도를 받기도 했다.


‘최고의 재능은 노력’이라고 한다. 단지, 추상적인 말이 아니다. 현 시점에서 루키들이 KBL 레전드로 가기 위한 지름길이다. 양동근과 조성민이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재능의 한계’는 노력 앞에서 사치다.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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