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편집부] 2015-2016 KCC 프로농구 무대에는 팀당 2명씩 외국선수가 뛰고 있다. 모두 KBL 시즌을 치러나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며, 활약에 따라 국내선수 못지않은 인지도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 그들이 바라보는 KBL이 궁금했다.
그래서 준비했다. 외국선수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국내선수는 누구인지, 흥행을 위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18명으로부터 설문지를 받아 정리해보았다.
※ 본 기사는 점프볼 2015년 12월호에 실린 기사이며, 설문은 무기명을 전제로 진행되었음을 미리 밝힌다. 11월에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알파 뱅그라와 론 하워드는 제외되었다. 뱅그라는 설문조사 중 교체가 결정됐고, 하워드는 개인사유로 답변을 받지 못했다.
1. KBL 최고의 국내선수는 누구인가?
1위 양동근 7표
2위 김주성 4표
18명 중 무려 7명이 양동근(모비스)을 선택했다. 2명은 기권했다. 1명의 경우 합류한 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르겠다는 이유였다. 양동근은 모비스의 ‘심장’과도 같은 선수다. 국가대표팀의 아시안게임 우승을 견인했으며, 모비스를 3년 연속 우승으로 이끌었다. 올 시즌도 복귀 후 초반 슬럼프를 딛고 정상급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김주성(동부)도 마찬가지. 부상 때문에 오르내림이 심했지만 복귀 후에는 동부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KBL 역사상 가장 블록을 많이 한 선수이며, 최근에는 3점슛까지 선보이며 활약하고 있다.
그 외 이정현(3표)과 이승현(오리온), 문태영(삼성) 등이 거론됐다. 안양 KGC인삼공사 이정현은 16.7득점으로 국내선수 득점 부문 1위에 올라있고, 문태영은 16.1득점으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2. KBL 최고의 1대1 수비수는 누구인가?
1위 신명호 5표
2위 이승현 4표
신명호(KCC)가 5표를 받았다. 신명호는 국내 슈터들 사이에서도 ‘찰거머리 수비’로 악명(?)이 높은 선수. 외국선수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신명호의 경우 빠른 발과 근성 있는 수비가 돋보이는 선수. 직접적으로 외국선수와 매치업하는 상황은 없으나, 도움 수비와 로테이션에 있어 외국선수를 괴롭히는 경우가 많았다.
이승현(4표)은 직접적으로 외국선수까지 커버하다보니 점수가 높게 나온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 서울 삼성과의 2라운드 대결에서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포스트 공략에도 굳건히 버텨 박수갈채를 받은 바 있다.
그 외 양희종(2표), 양동근(2표), 김주성(2표) 등이 뒤를 이었고, 커스버트 빅터(모비스)도 거론됐다. ‘Me’라는 장난스러운 대답을 적은 인물도 눈에 띈다. 누구일까 캐내기 위해 애를 썼지만 찾아낼 수 없었다. 한 편, 한 명은 기권했다. 첫 번째 항목에서 ‘합류한지 얼마 안 돼 잘 모르겠다’고 답한 그 선수였다.
3. 외국선수 최고의 1대1 득점원은 누구인가?
1위 안드레 에밋 5표
1위 애런 헤인즈 5표
외국선수들은 안드레 에밋(KCC)과 애런 헤인즈(오리온)을 최고의 1대1 득점원으로 꼽았다. 사이좋게 5표씩을 받았다. 헤인즈에게 표를 준 한 선수는 ‘빠른 농구에 적합한 선수’라는 이유까지 적어주었다. 에밋은 NBA 경력을 지닌 ‘기술자’다. 평균 22.7득점으로 리그 5위에 이름이 올라있다.
시즌 초반 오리온을 선두로 이끌었던 헤인즈는 무릎 부상으로 휴업 중이지만, 이미 조니 맥도웰의 외국선수 역대 통산 최다득점(7,077)도 넘어섰다.
외국선수들이 투표하다보니 표가 많이 분산되었다. 트로이 길렌워터(LG)는 3표를 받았고, 조 잭슨(오리온), 찰스 로드(KGC인삼공사), 커스버트 빅터(모비스)가 각 1표씩을 받았다. 여기서도 ‘me’라고 적은 인물의 장난끼는 계속된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선수는 ‘노코멘트하겠다’라고 말했다. 앞선 항목에서 기권한 인물과는 다른 선수다.
4. 만일 당신이 KBL팀의 단장이고, 1순위로 한국선수를 아무나 선발할 수 있다면 누구를 뽑겠는가?
1위 양동근 5표
2위 김종규 3표
만일 KBL팀의 단장이 되어 프랜차이즈의 초석이 될 선수 한 명을 꼽는다면? 아마도 가장 실력이 좋거나 잠재성이 있는 선수를 선택하고자 할 것이다. 리더십이나 스타성도 빼놓을 수 없다.
외국선수들은 그 중심이 될 선수로 양동근에게 가장 많은 표를 던졌다. 양동근은 모비스의 캡틴이자 국가대표팀의 중심으로 오랜 시간 활약해왔다. 이런 점이 외국선수들에게도 어필한 듯, 모비스 외 구단에서도 그에게 표를 던졌다.
김종규의 경우 이제 프로데뷔 3년차를 맞는 차세대 빅맨이라는 점에서 점수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그 외 김주성(동부)과 이승현(오리온)이 각 2표씩을 받았고, 오세근과 양희종(KGC인삼공사), 함지훈(모비스), 문태영(삼성), 문태종(LG) 등이 1표씩을 얻었다.
5. 득점을 올리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이라 보는가?
1위 수비자 3초룰 도입 6표
2위 국내선수 기술향상 5표
득점을 올리기 위해 (시스템적으로)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주관식으로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수비자 3초룰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외국선수들이 많았다. 수비자 3초룰은 전 세계에서 미 프로농구(NBA)만 도입하고 있는 규정이다. 이는 돌파 잘하는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를 돕기 위해 적용하고 있는 규정으로, KBL도 지역방어 도입 당시부터 3초룰을 사용해오다 2012년에 폐지한 바 있다. 정상적인 지역방어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에서였다.
하지만 골밑을 온전히 지키는 것이 가능해지다보니 사실상 정면 돌파가 힘들어졌다. 지역방어도 더 견고해졌다. 이는 3점슛 거리가 늘어난 것과 함께 현대 KBL 농구의 득점력 하락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시스템 외적으로 국내선수들의 기술 향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외국선수들도 있었다. 그 외 2명의 선수가 외국선수 1~4쿼터 동시 출전을 제안했으며, 속공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 선수도 2명 있었다.
6. 팬 관심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이 가장 필요하다 보는가?
1위 홍보 및 TV 중계 7명
프로농구가 팬들을 더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할까? 사실, 대단히 추상적인 질문이었다. 그런 만큼 답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적지 않은 선수들이 팬들과의 커뮤니케이션, TV 중계, 언론 노출 등 ‘홍보’와 관련된 부분을 꼬집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불법스포츠 도박 파문으로 얼룩진 최근 분위기를 인지한 듯, ‘클린 바스켓볼(clean basketball)’이라 적은 외국선수도 2명 있었다. 또, ▲ 한국인 스타가 더 나와야 한다 ▲ 팬들에게 더 친절하게 다가서야 한다 ▲ 외국선수 2인 동시 출전(1~4쿼터) ▲ 팀이 늘어나야한다 등의 의견도 있었다.
7. KBL 외 아시아 농구 경력이 있는가? 그렇다면 KBL과 다른 리그의 차이점이 있다면?
1위 훈련 6명
8명이 답을 했고 6명이 다른 아시아리그에 비해 훈련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 선수는 “54경기도 많은 편이지만, 하루 2번 훈련도 많다고 생각한다”고 답했고, 다른 한 선수는 “중동 리그는 연습시간이 더 짧고 강도도 약하다”라고 적었다. 여러 의견을 낸 선수도 있었다. 답변 중에는 “선수 개개인에 대한 관리는 좋다”, “시스템적으로는 KBL이 더 잘되어 있다”라는 의견도 있다.
8. 그렇지 않다면 해외리그와 KBL의 가장 큰 차이점은?
1위 경기 템포가 더 빠르다 2명
1위 심판 판정 2명
아시아리그를 겪지 않은 선수 중 KBL과 해외리그의 차이점에 대해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경기 템포와 심판 판정이었다. 각각 2명이 답을 했다. 그 외 ‘훈련 강도’, ‘임금이 제때 입금되어 좋다’, ‘지역방어 위주다’ 등의 답변도 찾아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너무 오래 지내서 (차이점을)다 잊었다”라고 말한 외국선수도 있었다.
9. 한국농구에 적응하는데 있어 가장 적응하기 힘든 점은?
1위 심판 판정 6명
2위 외국선수 출전시간 5명
18명이 모두 답한 가운데, 가장 많이 언급된 부분은 심판 판정이었다. 6명이 ‘심판 판정이 불만족스럽다’는 답을 했다(모든 설문은 주관식이었음을 다시 강조한다.) 한 선수는 ‘referee…, referee…, referee…!’라고 적어 불만족스러움을 강조하기도 했다.
외국선수 출전시간에 대한 답도 있었다. 외국선수 출전시간도 빠지지 않았다. 이번 시즌부터는 2~3라운드에 3쿼터 외국선수 2명 출전, 4라운드부터는 2~3쿼터에 외국선수 2명 출전으로 시스템이 바뀌었다.
이렇다 보니 출전시간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질 때도 있다. 몇몇은 감독의 의도를 이해하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었다. 그 외 경기일정(2명), 지역방어, 연습강도와 시간, 경기 템포 등이 가장 힘들다는 답도 있었다.
10. 한국 생활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1위 사람이 좋다. 친절하다 7명
2위 시스템이 좋다 4명
외국선수들이 한국에서 가장 만족해하는 부분은 바로 ‘사람’이었다. 팬, 동료 등 한국 사람들이 친절하고 예의가 있어 좋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훈련은 고되지만 모두가 잘 대해준다는 것이다.
취재를 하면서 종종 외국선수들로부터 ‘유럽은 가차 없다. 몇 경기 부진하면 바로 방출통보를 내리는 구단도 있다’, ‘남미리그에서 뛰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까 문 앞에 비행기 표가 있었다. 집에 가라는 통보였다. 서러웠다’ 등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에 비하면 KBL은 양반이다. 국내선수 못지않게 외국선수에 대한 대우는 훌륭한 편이다. 설사 기량이 떨어지고, 부상을 당하더라도 말이다.
2번째로 많은 의견은 ‘시스템’이었다. 이 시스템이란 단어 안에는 ‘정확한 입금일’도 있다. 당장 중국이나 그리스 정도만 되도 임금이 체불되는 리그가 많다. 반면 KBL은 정확하며, 활약에 따라 인센티브도 주어진다. 동기부여가 충분히 되는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가족과 지낼 수 있어 좋다’, ‘음식이 좋다’, ‘한국 문화가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 ‘에버랜드가 마음에 든다’고 답한 선수도 있었다. 필히 아이와 함께 지내는 선수가 아닐까 싶다. 답변만 봐도 누가 쓴 것인지 알 수 있는 선수도 있었다. 그 답변은 ‘전자랜드 팬들이 정말 좋다’였다.
# 사진 유용우, 신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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