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곽현 기자] 무엇이 정답일까?
몇 년 전 전태풍의 인터뷰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전태풍은 비시즌만 되면 왜 우리 선수들이 산을 뛰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한때 남자프로농구에서 산악훈련은 비시즌 필수 훈련코스처럼 여겨졌다. 여자구단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전태풍이나 문태영 등 미국에서 농구를 배운 혼혈선수들은 한국의 산악훈련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 했다. 미국에선 접하지 않은 훈련이기 때문. 그런 가운데 최근 남자프로농구에서도 산악훈련을 하지 않는 팀들의 숫자가 점점 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그들은 왜 산을 뛰는가?
매년 여름 점프볼 취재진들은 구단들의 비시즌 전지훈련 현장을 찾곤 한다. 그런데 그들을 따라 산으로 가게 될 때가 많다. 동부와 KGC인삼공사는 매년 태백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KCC와 케이티도 전임 감독 시절 태백을 달렸다.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은 여수, KDB생명과 신한은행도 태백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이때 볼 수 있는 익숙한 그림, 바로 땀을 뻘뻘 흘리며 산길을 달리는 선수들의 모습이다. 최근에는 산길이 아닌 아스팔트로 포장된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리는 경우가 많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말 그대로 산길을 달리는 팀들이 많았다. 비단 농구뿐만이 아니다. 다른 종목에서도 선수들의 체력과 인내심을 키우기 위해 산악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 외국선수들은 한국의 산악훈련에 대한 거부감이 많다. 미국에서는 접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대성(상무)도 과거 브리검영(하와이) 대학 유학 시절 산악훈련에 대한 생각을 전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비효율적인 운동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는 농구선수다. 코트 위에서 공을 튕기며 달린다. 그런데 체육관 밖에서 공 없이 너무 많이 뛰었다.”
과연 산을 뛰는 훈련은 어떤 효과를 주는 것일까? 지난 비시즌 프로농구 10개 구단을 보면 절반 정도가 산악훈련을 하고, 나머지 절반은 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한 오리온도 산악훈련을 실시했다. 추일승 감독은 산악 훈련의 효과에 대해 체력적인 부분과 기분 전환의 개념이 있다고 전했다. “선수들이 체육관에만 있다 보면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며 “환경을 바꿔 새로운 분위기에서 훈련을 하기 때문에 효과가 있다. 또 극한 상황에서 훈련을 하다 보면 시즌 중 고비를 넘기는 힘을 줄 수 있다. 김동욱이 산악훈련 때 고비를 넘기면서 끝까지 잘 해줬는데, 결국 시즌 마지막까지 힘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감독들이 전하는 산악훈련의 효과는 비슷했다.
일단 ‘다른 환경’에서 첫 번째 효과를 찾을 수 있다. 항상 같은 체육관에서만 훈련하는 선수들에게 기분 전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체력 증진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산악훈련은 위험 부담이 있긴 하다. 하지만 선수들 지구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훈련의 다양성을 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전했다.

동부 선수들의 체력을 전담하는 박순진 코치로부터 자세한 효과를 물었다. 박 코치는 “산악훈련이라고 해서 실제 산을 뛴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오해다. 아스팔트 도로를 뛰는 훈련을 한다”며 “우리 팀은 태백에서 20° 경사의 8.5km 코스를 달린다. 이 훈련은 심폐지구력, 아킬레스건, 종아리, 햄스트링, 허리 근육 강화에 효과가 있다. 또 선수들의 부상 방지, 정신력에도 큰 도움이 된다. 40~50분 정도를 뛰는데 한 경기가 40분이라고 봤을 때, 경기를 끝까지 뛸 수 있는 인내심도 길러진다. 이러한 인터벌훈련은 NBA 팀들도 하는 훈련이다”고 전했다.

산악훈련 큰 효과 없다
KCC와 케이티는 추승균, 조동현 감독이 각각 지휘봉을 잡으면서 산악훈련을 실시하지 않았다. 이유는 두 감독 모두 비슷했다. 특별한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추승균 감독은 “우리 팀은 산악훈련을 하지 않기로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 큰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체육관에서 체력훈련을 해도 충분하다. 선수들 부상 위험도 있고”라고 말했다. 조동현 감독 역시 “산악훈련 대신 체육관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훈련이 많다. 체육관 훈련만으로 충분히 체력강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전했다. 조동현 감독이 산으로 가지 않은 이유는 모비스 코치 시절 훈련방법을 모티브로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모비스는 산악훈련을 하지 않는 대표적인 팀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유재학 감독은 산악훈련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코트 훈련이 더 효과적이라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모비스는 훈련시간이 길지 않은 편이다. 시간은 짧지만 훈련 강도는 상당히 높다. 또 훈련 막바지에 체력훈련을 해 선수들의 체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고 한다.

산악훈련에 대한 선수들의 생각은 어떨까? 산악훈련은 선수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훈련으로 꼽힌다. 장시간 동안, 그것도 오르막길을 오르다보니 상당한 피로감을 준다. 케이티 박상오는 “개인적으로 산악훈련보다 코트에서 하는 체력훈련이 낫다고 본다. 산을 뛰면 고통스러워하는 선수도 있다. 무릎, 발목이 안 좋은 선수들은 참고 뛴다. 나도 산을 잘 못 뛰는 편이다. 인내심은 좋아질 수 있지만, 몸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신 트랙을 뛰는 건 찬성한다. 평지인데다 바닥이 푹신해서 부담도 없기 때문이다. 트랙훈련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 선수들도 다 한다고 들었다. 산악훈련에서 몸이 안 좋은 선수는 열외 되고, 천천히 뛰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되면 잘 뛰는 선수들은 나름대로 불만이 생길 수도 있다. 실제로 산을 못 뛰는 선수가 농구를 더 잘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오리온 정재홍은 “확실히 산악훈련을 하면 하체 근력은 좋아지는 것 같다. 지나치게 많이만 하지 않는다면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산악훈련 자체를 좋게 보지 않는 이들이 있는 반면, 체력훈련의 비중이 너무 많다는 점 또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기술적인 부분보다 체력훈련을 중시하면서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최근 스킬 트레이닝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맞물리는 문제이기도 하다. 산악훈련에 대한 농구 관계자들의 입장은 시각 차이가 있었다. 반대 여론도 있지만, 이제는 선수들의 몸을 생각하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훈련을 하는 경우는 없었다.
산악훈련의 효과 여부는 결국 선수들이 코트에서 어떠한 모습을 보여주는지에 따라 증명될 것이다.

BONUS ONE SHOT_ 산악왕 두경민
2년 전 동부의 태백 전지훈련 때의 일이다. 당시 동부는 함백산 만항재의 8.5km 코스를 뛰는 훈련을 했다. 코스 대부분이 오르막길이었기에 차를 타고 이동하던 취재진은 선수들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이때 전혀 속도가 줄지 않고 정상까지 오른 선수가 있었다. 바로 두경민이었다. 두경민은 다른 선수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며 1위로 완주했다. 기록은 35분이었다. 2위가 39분에 완주한 김봉수였고, 나머지는 전부 40분 이상이었다. 동부와 같은 코스를 달린 타 팀에서 1위를 한 선수도 40분대였으니 두경민의 기록이 얼마나 압도적인지 잘 알 수 있다. 동부 박순진 코치는 “동부에 온지 10년이 넘었는데 두경민 같은 선수는 처음 본다. 심폐 기능이 다른 선수들과 비교가 안 된다. 연구 대상이다”며 두경민을 치켜세웠다.
#사진 -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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