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구없는 농구선수 인터뷰’ 코너를 물려받고(?)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은 양희종이었다. “언제 한 번 고기 먹으러가야죠!”를 외칠 때는 ‘남자는 의리’를 강조하던 주장다웠지만, ‘연애’를 말할 때는 쑥스러워 했던 양희종. 지난 10년간 필자와는 농구 인터뷰말고는 좀처럼 나눠본 적 없었던 코트 밖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글_손대범 기자, 사진_유용우 기자
결혼, 늘 생각하고 있어요!
Q. 오랜만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될 시기인데요. 휴가는 여유있게 잘 보냈나요?
못 만났던 지인들 만나면서 보냈죠. 식사나 술자리가 좀 많았던 것 같아요. 술을 잘 마시는 편은 아니에요. 다만 비시즌 때 몰아서 마시는 편이죠. 하하. 농구하는 친구들보다는 농구 외적인 친구들과 많이 만났던 것 같아요.
Q. 모교인 삼일상고 방문 소식도 들렸어요.
선생님도 찾아뵙고 인사도 드렸죠. 동문회도 가졌고요. 선배들과는 옛날이야기도 많이 나눴죠. “그 때 형이 그러셨잖아요~”하면, “아, 그래 그땐 내가 미안했어!”하는 이야기도 오가고요. 후배들과도 친해질 기회가 생겼어요. 지금 프로에 온 후배들은 같은 시기에 뛰지 못하다보니 경기 때만 인사하곤 했거든요. 동문회 통해 더 가까워지고, 단체로 채팅방도 만들면서 교류하게 되니 좋은 것 같아요. 아참, KGC선수들 데리고 삼일상고에 가서 농구도 했어요. 휴가 때도 운동을 해야 하니, 마침 선수들 데리고 가서 경기를 했는데… 했는데… 졌어요. 크흑. 한 골차였나? 물론 시즌이 아니라 오랜만에 하느라 몸이 덜 만들어진 탓도 있었지만… 하하하. 그래도 삼일상고가 저희 기운을 받아서인지 모르겠지만 바로 다음 대회에서 우승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죠. 다행이다! 우승팀한테 져서! 하하.
Q. 원래 비시즌 때 양희종 선수 SNS를 보면 해외에서 찍은 사진이 올라오곤 했었어요. 여행을 다닐 때 ‘테마’를 잡고 가는 편인가요?
충동적인 게 큰 편이에요. 미국은 동부보다는 서부가 맞는 것 같아요. 뻥 뚫려서 뭔가 ‘내가 쉬러 왔구나’라는 느낌도 들고요. 동부는 좀 답답한 거 같아요. 여행을 가면 운전도 직접하고 쇼핑도 하며 보내죠. 참고로, 제가 맞는 옷이 많이 없어요. 그래서 미국에 가면 주로 옷을 사요. 쇼핑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랍니다.
Q. 올해는 국내에서 시간을 보낸 것 같더라고요.
올해는 팀 행사나 봉사활동이 있어서 일정이 겹치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는 가지 못했어요. (Q. 술과 함께 힐링을 했군요.) 굳이 ‘술’이라기보다는 쉬면서 사람들 만나며 재미있게 잘 보낸 것 같아요. 누나가 계시는 호주에도 가곤 했어요. 그런데 마침 오늘(5월 20일) 새벽에 누님 둘째가 태어났어요. 제가 가더라도 도움 될 게 없는 것 같아 어머님만 호주에 가셨죠. 둘째 조카가 딸이에요. 첫째가 아주 좋아할 것 같아요. 그런데 조카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빨리 결혼을 해야 하는데….
Q. 결혼 생각이 있긴 있는거죠?
그럼요! 어릴 때 했었어야 하는데 한 살, 한 살 먹다보니 생각도 많아지고 그러네요.
Q. 유부남 친구들은 총각이라 부러워할 거 같은데?
제가 오히려 부럽죠. 후배들보면 와이프도 오고, 아이들도 경기장에 데려오는데 그런 모습 보면 부러워요. 나는 언제 결혼해서 언제 애 낳고, 언제 키우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죠.
Q. (양)희종 선수 신인일 때 했던 인터뷰 기억나요. 김태술, 이광재 선수와 이성들을 만나면 재주(?)는 둘이 부려도 결국엔 이광재 선수가 인기가 가장 많았다는…. 요즘에도 세 분 자주 만나나요?
시즌 끝나면 다같이 자주 봤어요. 그런데 올 해는 (이)광재가 여자친구가 생겨서 그런지 자주 못 보게 돼요. 서로 바쁘기도 하고요. 저희 팀은 시즌이 늦게 끝난 반면에 케이티는 비시즌 훈련을 일찍 시작했어요. 그러다보니 시간이 안 맞게 되어서 다같이 보지는 못했어요. (김) 태술이와는 보곤 했죠.
Q. 본인 연애할 때 스타일은 어때요? 흔히들 애인이 생기면 잠수 타는 스타일이 있고, 친구들에게도 소개시켜주고 다같이 보는 스타일도 있잖아요.
저는 후자죠. 주위 분들에게 인사시켜주고, 함께 자리하고요. 둘만 보면 재미없잖아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사귀는 게 재밌어요.
Q. 그러려면 애인되실 분도 사교성이 있어야겠어요.
네. 제가 형들이나 남자들한테는 사교성이 넘치는데, 이성 관계에서는 그러지 못해요. 너무 수다스러운 편만 아니라면 좋을 것 같아요. 발랄하고 사교성 있는 여성이 좋죠. 식사나 술자리에서 우연히, 자연스럽게 만나는 것이 좋지만 이제는 그런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비시즌 때 소개팅을 좀 했어요.
스포츠맨은 의리죠!
Q. 양희종하면 최근 가장 자주 나온 키워드가 ‘고기’였어요. 맛집 탐방이 취미라고요?
맛있는 걸 먹어야 힘이 나지요! 좋아해요. 찾아다니는 것도 취미고요. 소문도 듣고, 검색도 하고, 주변에서 추천도 받고요.
Q. 왠지 가자고 주도하는 편일 것 같아요.
맞아요. 가자고 했을 때 “쫌 먼데?” 하면 “에이! 가자!” 그러죠.
Q. ‘양희종’하면 남자다움, 의리 그런 이미지도 강한 것 같아요.
저요? 은근히 소심한 편이에요. 하하하. 그런데 운동하는 사람들은 선배들도 그렇고, ‘의리’가 중요한 것 같아요. 혼자 인생 사는 거 아니잖아요. 서로 도우면서 살아가는 거니까요. 의리를 지키려고 많이 지키려고 하죠.
Q. 경기 중에 신경전이 종종 있었잖아요. 끝나면 코트 밖에서는 어떻게 지내나요?
코트 밖에서는 그러지 않아요. 인사도 하고 잘 지내죠. 괜찮냐고 물어보고요. 저도 맞을 때가 있고, 의도치 않게 칠 수도 있지만 사적인 감정은 남겨두지 않아요. 여러 시선에서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시선에 일일이 신경쓰진 못해요. 그저 제 위치와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하죠.
Q. 인터넷 댓글을 보면 신경 쓰일 만한 글도 많아요.
그래서 전혀 안 봐요. 친구들도 “희종아, 수고했는데 인터넷은 꼭 보지마”라고 하죠. 지인들이 그런 반응을 확인해줄 때도 있고요. 저도 기사를 보더라도 스크롤을 밑에까지는 안 내리려고 애를 쓰죠.
Q. 어느덧 팀의 ‘주장’이 됐어요. 후배들에게는 무엇을 강조하시나요?
우선은 기본이 되는 부분을 강조해요. 기본 생활에서의 기본이요. 숙소 관리해주시는 어머니, 관리공단 직원분들 같이 지나가다가 일단 자신보다 나이 많다고 생각이 들면 인사를 드리라고 강조해요. 농구선수이기 전에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후배들이 그런 부분에 대해 잘 하고 잘 따라주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어요. 편하게, 친한 형처럼 대해주려고 애쓰죠.
Q. 그래도 혼을 낸 적도 있을 것 같아요.
선수들 컨디션이 다 똑같을 수는 없어요. 경기할 때든, 연습할 때든 안 풀리는 날이 있잖아요. 어떤 날은 연습할 때 단체로 뭐 잘 못 먹은 것처럼 미스하고, 공도 발 맞고 나가고 그럴 때가 있어요. 그런 거 갖고는 뭐라 하지 않아요. 다만,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말하는데 듣지도 않고, 딴청 피우고, 자기 기분에 따라 행동한다던지 하면 정말 무섭게 혼을 내요. 혼낼 때 똑 부러지게 주의를 주는 편이에요. 그러면 선수들도 수긍하고 고치려는 면을 보여줘요.
Q. 그렇게 혼을 내면 풀어주는 역할도 중요할 것 같은데?
제가 해야죠. 많이 혼낸 선수들은 데리고 나가서 밥도 먹이고, 술도 한 잔할 때도 있고요. 오래 가지 않아요.
Q. 본인에게는 그런 선배가 있었나요?
(은)희석이 형(연세대 감독)이 잘 하셨어요. 후배들 기강도 잘 잡고, 응집력도 잘 만들어냈죠. 지금 연세대학교도 많이 달라졌잖아요. 그런 부분은 최고인 것 같아요. (김)성철이 형(경희대 코치)도 좋으셨고요.
Q. 이제 프로무대에 1993년생, 1994년생 선수들이 뛰게 됐어요. 본인과 10살 가까이 나이차가 나는데, 세대차이 같은 부분을 느낄 때가 있나요?
TV 프로그램을 볼 때요. 누구인지도 모르고, 어느 그룹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럴 때 후배들이 말해주죠. 우리 때는 소녀시대가 최고였는데… 하하. 아무래도 아이들이 아이돌은 잘 알더라고요. 웨이트 트레이닝 할 때도 그런 경우가 있어요. 아무래도 요즘 노래만 계속 들으면 지겨우니까 예전 노래도 틀거든요. 핑클이나 베이비복스 노래가 나오면 물어봐요. “이 노래 알아?”라고 하면 모른대요. 그러면 저도 놀라서 물어보죠. “뻥 치지마! 이 노래를 어떻게 모를 수 있어?” 하하. 요즘 친구들은 A.O.A 멤버 한 명, 한 명 다 알더라고요. 우리 때 핑클 멤버들에게 빠졌던 것처럼요.
Q. 그런데 양희종 선수도 친한 연예인이 있지 않아요?
그렇지 않아요. 자주 보는 분은 환희 형(플라이 투 더 스카이) 정도? 그 형이 농구를 워낙 좋아해서 시간되면 자기 운동하는데 한 번 오라고 했는데…. 못 가고 있네요. 하하. 가긴 해야 하는데.
Q. 서장훈, 현주엽처럼 농구코트를 호령하던 선배들이 TV에서도 활약하고 있어요. 본인은 어때요?
존경스러워요. 농구로도 레전드였는데, 은퇴 후에도 방송계에서 위치를 잡았잖아요. 저도 굉장히 재밌게 보고 있어요. 저라면 저렇게 못했을 거 같아요. 그건 재능이 중요한 것 같아요. 예전에도 그런 걸 해봤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뭔가 주제를 갖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힘들더라고요.
Q. 팀에 그런 끼를 가진 선수가 있을까요?
(강)병현이가 잘 하지 않을까요? (박)찬희나 (김)태술이도 잘 할 거 같아요. 말하는 걸 좋아하니까.
Q. 어느덧 30대에요. 혹시 양희종 선수는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본인만의 습관이 있나요?
습관이라기보다는 꾸준히 시간을 오래갖고 몸을 만들고 있어요. 급하게 만들다보면 꼭 탈이 나더라고요. 꾸준히 천천히 끌어 올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올해도 재활이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충분히 가진 다음에 시작하려고요. 먹는 것도 중요해요. 비시즌 때 살이 좀 쪄서, 요즘에는 간식 같은 것도 조심하고 있고요.
Q. 그게 정말 신기해요. 운동선수들이 체중 때문에 식단관리 철저히 하면서도 그렇게 운동에 힘 쏟는 거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도 그래요. 자기 전에 누워있으면 배가 고플 때가 있거든요. 막 생각나고…. 그러면 정말 괴롭죠. 그럴 때는 물 한 잔 마시고 잠 드는 게 최선이에요.
Q. 나이가 들면서 가치관이나 철학이 바뀐 부분이 있나요?
음…. 가치관이라…. 사실, 어렸을 때는 잘 모르는 것이 있어요. 어릴 때는 스타의식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인간적인 면보다는 멋져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거죠. 그러다 나이를 들면서 철이 든다고나 할까요. 이제는 소통도 열심히 하고, 인간적인 면,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행동하려고 하고 있고요.
Q. 고참들은 혼자 방을 쓴다고 들었어요. 꽤 오래 전 이야기지만 주희정 선수가 함께 뛸 때 인터뷰실에서 “(양)희종이는 할아버지 같다. 누우면 바로 잔다. 근데 코는 또 엄청 곤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나요. 지금은 오히려 혼자 써서 허전한 면도 있을 거 같은데요.
시즌 때 그럴 걸 느껴요. 외롭죠. 우리가 매일 이길 수는 없잖아요. 이길 때도 있지만 질 때도 있어요. 힘들 때도 있고요. 그럴 때 이야기라도 하면서 풀고 싶은데, 한 밤 중에 혼자 있으면 그게 안 되잖아요. 그럴 때면 ‘아~ 후배라도 한 명 둘까’ 하는 생각도 들죠. 하하.
Q. 요즘 열중하는 분야가 있나요?
훈련일지를 열심히 쓰고 있어요. 농구 공부를 더 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선수생활을 언제까지 하게 될 지는 모르니, 선수 이후의 생활을 준비하고 있는 거죠. 제가 언젠가 지도자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기회가 되면 아는 범위 안에서는 후배들에게 지도를 해주고 싶어요. 아직 부족하지만 잘 준비하고 싶어요. 기회는 항상 준비된 사람한테 찾아온다고 하잖아요. 하하.
Q.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우승 반지를 세 개 정도 갖고 싶어요. 처음 우승할 때는 그저 너무 좋기만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우승을 못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제가 팀의 주축으로 있을 때 한 번 더 우승하고, 그 감격을 느껴보고 싶어요. 아마 모든 선수들이 다 마찬가지 아닐까요? 팀을 이끄는 주장으로써, 올해가 됐든 내년이 됐든 그 꿈을 이루고 싶어요. 지금은 그것 말고는 없어요.
제가 팀의 주축으로 있을 때 한 번 더 우승하고, 그 감격을 느껴보고 싶어요. 아마 모든 선수들이 다 마찬가지 아닐까요? 팀을 이끄는 주장으로써, 올해가 됐든 내년이 됐든 그 꿈을 이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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