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前 대표팀 감독, 후안 오렌가 "변화? NO! 농구는 진화 중"

손대범 / 기사승인 : 2016-06-22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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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손대범 기자] 후안 오렌가 감독은 스페인 전 국가대표 출신으로, FIBA의 주선으로 세계 각 지에서 ‘공식’ 지도자 강습을 진행해온 인물이다. 차분하게, 그러면서도 정열적으로 3일에 걸친 실전에서의 노하우를 전수했다. 경험에서 나오는 갖가지 이론과 지도 방법은 국내 프로스포츠 감독, 코치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한국에 오기 전에 감독님이 다른 나라에서 진행했던 코치 클리닉 영상도 보았습니다. 주로 빠른 페이스의 농구를 선호하셨고, 속공에 이은 모션 오펜스를 강조하는 내용도 이번 강습회 내용과 비슷했습니다. 2014년 FIBA 월드컵 당시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그러셨죠. 그런데, 스페인 대표팀에는 파우 가솔, 마크 가솔 같이 좋은 빅맨들도 많았습니다. 대개 빅맨 자원이 많다면 굳이 빠른 페이스로 농구를 하지 않아도 원하는 경기를 치를 수 있지 않을까요? 이 부분이 궁금했습니다.


“왜냐면 그들도 잘 달리기 때문입니다. 파우 가솔(213cm)과 마크 가솔(213cm), 서지 이바카(208cm), 니콜라 미로티치(208cm) 등 키가 큰 선수들이 많지만, 그들 모두 잘 달렸어요. 속공 농구가 가능한 선수들이었기에 때때로 우리의 속공은 그들에 의해 마무리 될 때도 많았습니다. 제가 이끌 당시 우리 팀의 목표는 ‘달리는 것’이었습니다. 만일 빅맨들의 속도가 늦다면 그러지 않았겠지만, 충분한 실력과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었습니다. 때에 따라서, 그러니까 그들의 백코트가 늦을 때는 기다려줄 때도 있었고, 늦으면 늦는대로 다른 선수들이 득점을 해버릴 때도 있었습니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팀은 전통적으로 신장이나 체력이 열세였습니다. 일종의 핸디캡과도 같았죠. 그렇다면 아시아 팀들이 유럽의 장신 팀과 맞붙는다면 어떤 컨셉트의 농구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


“스페인의 청소년 팀을 맡을 때 제가 했던 고민과 같습니다. 성인팀에야 가솔 형제도 있고, 다른 장신 선수들도 있었기에 공격이든, 수비든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유소년이나 청소년 대표팀에는 그런 장신 선수들이 없었습니다. 그럴 때는 수비부터 확실히 챙겨가는 것이 최선이라 봅니다. 골밑에서 215cm나 되는 선수를 1대1로 막기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다양한 팀 디펜스를 준비해야겠죠. 공을 잡을 때 더블팀을 들어가는 등 계속해서 수비에 변화를 주어야 합니다. 만약 한국과 스페인이 붙으면 어떨까요? 아마 1대1로 파우 가솔을 제대로 막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수비로 그를 방해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스페인은 ‘황금세대’라 불리는 1980년생 선수들을 훌륭히 키워냈습니다. 파우 가솔, , 펠리프 레예스(206cm), 후안 까를로스 나바로(193cm) 등 말이죠. 그 뒤로도 스페인은 유능한 젊은 선수들을 국가대표, 혹은 NBA급 선수로 잘 키워내고 있습니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요? 협회 차원에서는 유망주 관리를 위한 어떤 노력이 있었나요?


“스페인 농구협회 차원에서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우리는 ACB라 불리는 프로리그가 있습니다. 가솔은 2001년에 NBA에 진출하기 전까지 바르셀로나 소속이었죠. 겨울에는 프로리그를 뛰고 여름에는 대표팀에서 뛰었습니다. 그 사이에 협회는 바르셀로나와 계속해서 연계하여 그의 기량을 점검하고 체크했습니다. 더 나아질 수 있는 환경도 제공했고요. 선수들의 발전에는 협회 차원의 도움와 관리가 필요합니다. 가솔도 자신의 발전에 필요한 모든 도움을 받을 수 있었죠.” (필자 주- 스페인, 터키, 러시아 등은 연령대별 대표팀을 상시 관리하며 기량 발전을 위한 전지훈련, 개별 트레이닝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속공에 대한 강의 중 "10초 이내에 공격을 완수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트랜지션에 세트 오펜스를 접목시키는 것이 유행이다"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술 더 떠 미국에서는 스몰볼 농구가 추세입니다. 3점슛도 유행이고요. 유럽은 어떤가요?


“똑같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는 공격자가 픽앤롤(Pick and Roll)을 하면 수비자들은 뒤로 쳐져서 수비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죠. 조금만 틈이 벌어져도 곧장 공격자들은 슛을 던질 거니까요. 몇 년전에는 빅맨들이 외곽슛을 던지는 것이 보편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선수들도 간간이 있었지만 많지 않았죠. 하지만 이제는 빅맨들에게 외곽슛은 중요한 무기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농구는 변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진화'라고 표현하고 싶은데요. 더 빨라지고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을 가르칠 때 '이것만은 제발!'이라 외치는 장면이 있나요? 그러니까, 정말 꾸짖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장면이요.


“두려워하는 거요. 어떤 플레이 하나를 꼽기보다는 저는 10대 선수들의 자신없어 하는 모습이나 위축된 표정을 정말 보기 싫습니다. 겁낼 이유가 없는 나이에요. 슛도 놓칠 수 있고, 드리블도 실패할 수 있어요. 16살, 17살, 18살의 경우는 실패를 통해 경험을 쌓고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나이라 생각합니다. 또 하나, 저는 개인 플레이를 싫어해요. 자신만 생각하는 플레이 말이죠. 이기든 지든 우리는 모두 함께 합니다. 혼자 잘 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1994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스페인 국가대표선수로 뛰기도 했습니다. 그때가 막 미국에서 프로선수(NBA선수)들로 구성된 드림팀을 내보내기 시작한 때였습니다. 지금 돌아보신다면 그때와 지금의 국제무대에서 가장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모든 것이 바뀌었죠. 유럽의 경우, 신체조건에서 변화가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빨라지고 더 강해졌죠. 그러면서 할 수 있는 플레이도 많아졌습니다. 세계와 미국의 격차도 줄었습니다. 이제는 유럽 선수들은 미국의 선수들과 어떻게 경기를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때와는 다른 분위기죠.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로 미국과 같은 팀들과 경기할 때는 전략전술을 어떻게 구상해야 하는 지도 공부하고 배워왔습니다.”




그때 이후로 스페인은 미국과 가장 대등하게 경기할 수 있는 팀으로 발전했습니다. 그 원동력을 꼽아주신다면?


“스페인 농구를 발전시켜온 선수들 모두 1980년대생입니다. 청소년 대표팀 시기부터 줄곧 함께 해왔죠. 마치 집을 짓듯이 그들은 어린 시절부터 서로를 알아왔고, 팀워크를 발전시켜왔습니다. 젊은 선수들의 역할이 대단히 컸습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은 오랜 노력의 결과물과 같았습니다. 두 번 모두 결승에 올랐고, 미국과 한 판 승부를 벌였죠. 물론 둘 다 졌습니다만 크게 지진 않았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2008년(107-118, 패)에는 ‘은메달을 땄다’는 것이고, 반대로 2012년(100-107, 패)에는 ‘아깝게 금메달을 놓쳤다’는 것입니다. 같은 결과이지만 의미는 달라요. 2008년에는 은메달에 만족했지만, 2012년에는 미국에게 이길 수 있었지만 막판의 실수가 아쉬웠습니다. 우리 팀 재능도 대단했습니다. 모두가 전성기였죠. 개인적으로는 월드컵에서 미국과 제대로 승부를 펼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는 결승에 오르지 못했죠. 만약 결승에서 재대결했다면 더 재밌었겠죠. 물론 농구는, 아니 스포츠는 늘 승패가 정해져있는 것은 아니니 어찌 될 지 장담은 어렵겠지만 그래도 더 나은 승부를 벌였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쉬워요. 이번 올림픽은 사실상 스페인이 정상에 도전할 수 있는 '당분간의' 마지막 기회라 생각합니다. 다음 세대는 파우 가솔 세대보다 아직 약하니까요. 지금 우리 젊은 선수들 실력이 좋기에 핵심들이 은퇴하더라도 당장 무너지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좋은 팀'은 될 수 있어도 '훌륭한 팀'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입니다.”




한국 지도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경기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습니다. 농구를 배우는 단계에 있는 학생들이 신나게 농구를 하고, 더 잘 하고 싶다는 욕심을 가질 수 있도록 끌어주는 것이 지도자의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이기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좋지만, 패배를 다루는 방법,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도 배워야 합니다. 그걸 지도자들이 해줘야죠. 선수들의 경우는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연습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스테판 커리도 그렇게 슛을 잘 던지는데도 슛 타이밍일 더 빨리 가져가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후안 오렌가는
1966년생인 오렌가 감독은 스페인 농구의 중요한 빅맨 중 한 명이었다. 1983년 스페인 리그에 데뷔해 레알 마드리드, 우니까하 등에서 2002년까지 선수생활을 했다. 지도자가 된 것은 2005년의 일이었다. 스페인 청소년 대표팀을 맡았으며 2014년에는 농구월드컵에 성인대표팀 감독 자격으로 나서기도 했다. 2014년을 끝으로 스페인 대표팀에서 물러났으며, 올 해부터는 이집트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됐다.


사진_한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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