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의 반은 토킹’, 투-머취 토커가 되어보자!

손대범 / 기사승인 : 2016-08-24 10:09:0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점프볼=손대범 기자] “경기가 중단되면 너희들끼리 이야기를 나눠봐. 뭐가 잘 됐고, 뭐가 안 됐는지. 서로 무엇을 해야 할 지 이럴 때 이야기를 나눠. 벤치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잡아줄 수는 없잖아.”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이 선수단에게 큰 소리로 전달한다. 중국 하남성과의 연습경기 중 심판 휘슬로 잠시 경기가 중단되자 전한 말이다. 사람 관계에 있어 ‘대화’는 대단히 중요하다. 말하지 않는데 상대방 속마음을 어찌 알겠는가. 아무리 오랫동안 알아온 사이라도 대화가 없다면 멀어질 수밖에 없다. 단 한 번의 실수가 승패를 좌우하는 농구경기도 마찬가지. 완벽한 경기를 위해서는 서로간 대화가 필요하다. 농구에서는 주로 ‘토킹(talking)’이라 말한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8월호에 실린 알립니다.


‘화이팅!’이 전부가 아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매 경기마다 완벽한 운영에 만전을 기한다. 상대 경기를 분석하고, 우리 팀에 맞는 전술을 고안해 선수들에게 주입한다. 하지만 결국 경기는 선수가 하는 것이다. 감독이 매 작전마다 다 전술을 알려줄 수는 없다. 수비에서도 모든 움직임을 다 통제할 수 없다. 선수들이 알아서 톱니바퀴 돌 듯 제 위치, 제 타이밍에 움직여주면 좋겠지만 그것은 NBA 비디오게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다섯 명 모두가 동일한 이해도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경기를 하다보면 실수가 나오기 일쑤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이 바로 토킹이다.


“왼쪽, 왼쪽! 베이스라인, 베이스라인!”
“스위치!”
“좋아! 여기는 내가 맡을께.”
“박스아웃! 박스아웃!”


사이드라인, 혹은 엔드라인 근처에서 경기를 보다보면 들려오는 외침이다. 동료들간의 이러한 외침은 아무 것도 아닐 것처럼 들릴 지 몰라도 실제로 수비 완성도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성적이 잘 나는 팀들은 수시로 모인다. 볼 데드가 일어나면 다섯 명, 혹은 두세명이 둥글게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주로 고참, 혹은 포인트가드나 센터가 이를 주도한다. 안 되는 점, 주의해야 할 점들을 이야기한다.


“우리(감독)가 매번 지적하기 힘듭니다. 게다가 벤치에 주어지는 타임아웃도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데드볼이 되면 ‘왜’라는 주제를 놓고 논의하라고 합니다. 왜, 무엇을 놓쳤는지부터 시작해 ‘리바운드 잘 잡자’라는 사소한 한 마디까지 말이죠. 스스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좋은 팀이 될 수 있습니다.” 임근배 감독의 말이다.


우리은행 전주원 코치는 현역시절 ‘최고의 수다쟁이’였다. ‘잔소리’가 아니었다. 끊임없이 선수들에게 길을 알려주고, 상대 움직임을 설명했다. 선수들이 쳐질 때는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데 앞장섰다.

“스위치 상황에서 공격자를 놓치는 경우는 십장팔구 서로 대화가 안 된 상태라 할 수 있어요. 감독이나 코치가 이를 준비시키지 않았을 리가 없거든요. 서로 대화를 안 나누다보니 멍하니 놓치는거죠.” 전 코치의 말이다. 그녀는 ‘수비의 반은 토킹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승현(오리온)도 동의한다. 그는 이제 겨우 프로 2번째 시즌을 보낸 선수이지만 수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토킹하는 선수다. “단순히 ‘잘하자’, ‘화이팅’을 외치는 게 아니라 서로 약속한 대로 움직이는 거죠. 모든 스포츠에서 이런 대화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상윤 상명대 감독은 자신이 가르쳤던 선수 중 최고의 ‘토커’로 신정자(전 신한은행, 은퇴)를 꼽았다. “수비 길을 잘 이해하고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공격에서든 수비에서든 후배들을 이끌어주는 면이 있었어요. 코트에 있는 사람들만 아는 신정자의 감춰진 장점 하나였죠.”



#사진_ 포스트 수비에 있어서도 “여기는 내가 맡을게!”, “헬프!” 등의 의사소통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승현은 “프로선수가 된 뒤에도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다. 나이가 어린 만큼, ‘화이팅’을 불어넣는 말도 잊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토킹의 효과
“토킹은 일이 터지기 전에 해야 해요. 걸리는 순간 토킹이 안 되면 그대로 실점이니까요. 상대가 어떤 패턴을 들고 나오든 중요하지 않아요. 스크린 대처법은 늘 연습하는 대목이니까요. 모든 팀이 그럴 겁니다. 볼이 있을 때와 없을 때를 나눠서 대비 훈련을 하죠. 기본적으로 스크린을 사용하는 패턴은 다 똑같기 때문에 상대 특성에 맞춰서 준비한 대로만 하면 돼요. 토킹을 통해 서로 약속만 잘 된다면 상대를 막을 수 있습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말이다. 그는 최고의 ‘토커’로 양동근을 꼽는다. 본인도 전투적으로 수비에 임하지만 경기 중에도 끊임없이 동료들에게 길을 알려준다. 덕분에 모비스 수비는 ‘생기’가 돈다. 유재학 감독도 양동근에게 의지하는 면이 있다. “내가 일일이 다 알려줄 수는 없기 때문”이라며 말이다.

국가대표팀에서 양동근과 함께 뛴 이승현도 “(양)동근이 형은 이해도 빠르시지만, 경기 중에도 잘 알려주세요. 동근이 형이 가라는 대로만 가면 막아지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전주원 코치는 토킹의 효과를 전술적, 정신적인 측면에서 설명한다. “전술적으로는 좀 더 짜임새 있는 수비를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정신적인 면에서도 큰 도움이 돼요. 전원이 토킹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팀은 생기가 있어 보여요. 활발해보이죠. 그래서 그 수비가 성공되면 흥이 생기죠. 그래서 제가 어릴 때는 선배들이 토킹하는 연습도 시켰어요. 아무래도 어린 선수들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거든요.”


토킹은 주로 포인트가드나 빅맨들이 맡는다. 그 중에서도 가장 뒷선을 책임지는 센터들이 토킹을 잘 해줄 경우 도움이 된다. 가장 뒤에 서서 앞에서 일어나는 일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KCC 하승진, 동부 김주성 등이 감독뿐 아니라 동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이유다. 모비스는 전원이 적극적이다. 모비스와 연습경기를 치러본 대학 감독들이 모비스 선수들로부터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으로 꼽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토킹이다. 서로서로 이야기를 해주는 부분이 보기 좋았다는 것이다.


“팀워크가 좋아지죠. 서로 파울이 몇 개인지, 상대 매치업 상대 파울이 몇 개인지 등을 이야기하면서 신경써주고, 경계하게 돼요. 예전에 박수교(SBS스포츠 해설위원), 유도훈(전자랜드 감독) 같은 선수들이 잘 해줬어요. 따로 지시가 없어도 잘 해냈죠.” 임근배 감독의 설명이다.


토킹, 잘 하려면
토킹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유재학 감독은 “일단은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작게 중얼거리면 안 돼요. 미리 크게 말해야 해요. 그러려면 집중도 많이 하고 있어야 하겠죠.” 그가 한때 함지훈에게 가졌던 불만도 여기에 있다. 목소리가 작고, 적극적이지 못하다보니 우리 선수들조차 못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전주원 코치는 “성격이 소심한 선수들은 잘 못 하더라”라고 말한다. 반대의 경우, 이승현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며 토킹의 이유를 설명한다. “누구든 해야 하는 일이라면 제가 하는 게 낫죠. 팀 분위기도 끌어올릴 수 있거든요. 그것만큼 힘이 되는 부분도 없어요.”

지도자들은 ‘토킹도 연습해야 좋아진다’고 입을 모은다. 습관이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003-2004시즌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를 미프로농구(NBA) 우승으로 이끈 명장, 래리 브라운 감독(현 서던메소디스트 대학)도 이 부분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초보 선수들은 자기 주위에서 일어나는 움직임만 집중합니다. 수비를 배울 때는 동시에 말하는 법도 배워야 합니다. ‘차단해’, ‘도와줘’, ‘기다려’ 등 기본적인 부분부터 말입니다. 서로 대화해야 합니다. 특히 2대2 플레이를 막을 때는 말을 많이 하는 수비수들이 많을수록 좋습니다.”


전주원 코치도 동의했다. “잘 하는 선수들이 말도 많이 한다”라며 말이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수비하면서 말하는 법을 배우고, 그렇게 말하기 위해 평소 훈련 때 했던 움직임에 대해 복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굳이 복잡한 전술이 아니더라도, ‘도와줘’나 ‘도와줄게’와 같은 말 한 마디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이는 굳이 프로에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다. 오히려 중, 고등학교처럼 농구를 몸에 익혀가는 단계에서 토킹을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마추어 무대에서 경험을 쌓고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 코치를 맡게 된 김도완 코치도 “아무리 하라고 강조해도 안 되는 게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토킹이에요. 한 번 말하고 움직이면 도움이 될 텐데 잘 안 될 때가 있더라고요. 습관이 중요한 것 같아요”라고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일반인들은 ‘대화’가 곁들여질 경우 경기가 더 잘 풀릴 수 있다. 일반 동호회는 프로나 아마추어 엘리트 팀에 비해 활용하는 옵션이 더 적기 때문이다. 농구전문매체 바스켓코리아 편집장이자 국내 동호회 강팀으로 꼽히는 MSA, 메이저 등에서 뛰었던 김우석 편집장도 동의했다. “엄청난 효과가 있죠. 뒤에 있는 선수가 1~2개 정도만 짚어주는 것만으로도 서로 인식하게 되고 긴장하게 되거든요. 공격, 수비 모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쯤 되면 전주원 코치의 ‘수비의 반은 토킹이다’라는 말이 이해가 갈 것이다. 팀을 이기게 하고 싶다고?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수줍음은 떨쳐내고 ‘투-머취 토커’가 되어보면 어떨까? 참, 트래시토크 말고!


# 사진_ 2대2 수비를 하는데 있어 토킹은 필수요소다. 말이 많을수록 좋은 선수라는 이야기도 된다. (트래시토킹 제외) 양동근은 많은 지도자들이 꼽는 최고의 토커다.


# 사진_유용우 기자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손대범 손대범

기자의 인기기사

JUMPBALL TV

오늘의 이슈

점프볼 연재

더보기

주요기사

더보기

JUMPBALL 매거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