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7 에이스 박지현' 少女, 올어라운드 플레이어 꿈꾼다

손대범 / 기사승인 : 2016-09-15 0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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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손대범 기자] 코트 위 박지현은 외로워 보였다. 힘들어 벤치를 돌아봐도 대신해줄 선수가 없다. 묵묵히 40분을 다 뛰는 수밖에 없다. 투정부릴 새가 없다. 함께 하는 다른 4명도 같은 처지인걸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코트를 누비고 나면 기록지의 박지현 이름 옆에는 어마어마한 숫자가 새겨져있다. 2016년 주말리그에서 본 숭의여고의 모습이었다. (사실 숭의여고 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중, 고 지도자들이 고민하고 걱정하는 이슈 중 하나다.) 힘들어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때도 박지현은 승부욕을 발휘했다. 리바운드를 잡고, 공을 갖고 넘어와 외곽에서 치고 들어갔다. 악착같은 모습, 진지한 표정에서 ‘보통 선수’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학교에서 만난 ‘학생’ 박지현은 영락없는 소녀였다. 쑥스러워 하고, 어색해하는 모습에서는 ‘10대 여학생’ 박지현을 읽을 수 있었다. 한국의 캔디스 파커를 꿈꾼다는, U17 여자농구대표팀의 에이스 박지현을 소개한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잡지 점프볼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가끔 사람들이 그럽니다. (박)지현이 하나를 못 막아서 졌다고. 맞는 말입니다. 정말 소질이 엄청난 선수예요.” 숭의여고를 이끌고 있는 최철권(53) 감독의 말이다. 최철권 감독은 박지현이 장차 한국농구를 이끌 재원이라 평가했다. 가능성이 풍부한 선수라고 말했다. “가르치면서도 기대가 됩니다. 180cm의 키에 그렇게 농구할 수 있는 여자선수가 요즘에 또 있나요?” 최철권 감독이 말하는 ‘그렇게’란 도대체 무엇일까? 우선 180cm라는 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박지현은 스페인에서 열린 U17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우리 대표팀 최장신이었다. 즉, 박지현 만한 키에 국가대표가 될 만한 실력의 선수가 그 나이에 많지 않다는 의미다. 센터나 파워포워드를 봐야 하는 신장에 박지현은 다른 플레이를 펼친다. 최철권 감독이 ‘그렇게’라고 표현한 이유다. 박지현은 돌파와 슛이 가능하다. 외곽에서 공격을 할 수 있고, 속공도 전개할 수 있다. 드리블 실력도 있다. 한마디로 장신 올-어라운드 플레이어다. 수비에서는 신장을 살려 빅맨들을 맡고, 공격에서는 직접 성공시킨 수비에 이어 속공을 치고 나간다. 때로는 원맨 속공이 나올 때도 있다. 30득점 10리바운드는 물론이고, 40득점 20리바운드도 해낸다. 혹자는 저변이 취약한 현 여자농구에서 라이벌 없이 농구하기에 이런 개인 기록이 나온다고도 말한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실력이 U17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발휘되었다면?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있었기에 후반에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박지현의 활약은 그저 ‘잘했다’라고만 평가하기에는 더 대단했다.

Q. 멀리서나마 경기 잘 봤습니다. U17 대회는 어땠어요?
예선에서 초반부터 미국이라는 너무 강한 팀을 만났던 것 같아요. 그래서 미국을 상대로는 이기는 것보다는 해보면서 배우려고 했죠. 유럽팀도 기술이 정말 좋았어요. 저희가 이길 수 있겠다 싶은 경기가 몇 개 있었지만 신장이 너무 작으니까 한계가 있더라고요. 중요한 순간마다 골밑에서 밀렸어요. 어이없게 하나씩 내주고요.


Q. 평균 득점 16.5점으로 대회 전체 1위였어요. 알고 있었나요?
저는 확인을 못 했는데 주변에서 말씀해주셔서 알게 됐어요.


Q. 어떻게 보면 세계무대에서 본인의 공격이 해외선수들을 상대로도 통했다고 볼 수 있어요. (박지현은 팀내 리바운트, 어시스트, 스틸 부문 1위였다. 스틸은 대회 전체 2위이기도 했다.)
제 포지션이 가드이긴 하지만 키가 제일 크다보니 인사이드에서 뛰어야 했어요. 득점을 많이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공격은 기회가 나면 자신있게 하자, 리바운드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던 것 같아요. 아시아 대회에서는 이기고 나가니까 분위기가 좋았던 반면, 이번 대회는 훈련시간이 짧다보니 맞추는 게 어려웠어요. 질 때마다 분위기도 좀 내려갔죠.


Q. 본인은 어떤 역할이 제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국내 대회에서는 수비에서는 안쪽에서 플레이하는 게 편하고, 반대로 공격할 때는 밖에서 하는 게 편한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아시아대회, 세계대회를 겪어보면서 느낀 단점은?
제가 힘이 부족하다는 걸 느끼게 됐죠. 조금만 뛰어도 힘들고요. 몸싸움도 많이 할 수밖에 없으니 체력이 빨리 떨어지는 것 같아요. 체력 훈련과 웨이트 트레이닝의 필요성을 깨닫게 됐죠!



2014년 여름, 여학생들과 미국 LA로 향했다. W캠프에서 선발된 우수선수들에게 미국 선진농구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박지현은 이미 2013년에도 다녀왔지만, 또 한 번 W캠프에서 재능을 뽐낸 덕분에 선정되었다. 선수들이 경험한 프로그램 중에는 제이슨 라이트의 스킬 트레이닝도 있었다. 드리블과 슈팅 기술 등 여러 가지를 전수받았다. 이런 프로그램을 전수받을 때 선수들의 태도는 극과 극으로 나뉜다. 먼저,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눈에 불을 켜는 선수가 있다. 이런 선수들은 자기 전에 노트에 배운 것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또 동영상까지 받아서 다시 본다. 후자는 ‘어차피 한국가면 못 쓴다’며 지레 포기하는 스타일이다.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하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심할 경우 다음 날 오전이면 ‘리셋’되는 경우도 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자주 볼 수 있는 유형이다. 박지현은 전자였다. 캠프 당시에도 관계자들로부터 ‘잘 한다’는 칭찬을 몇 번이나 들었다. 자세가 높긴 했지만 유연하고, 빨리 흡수했다. 아이들과 동행한 WKBL 관계자들은 “지현이가 돌아와서도 아이들과 영상을 보며 연습한다더라”라며 흐뭇해했다. “코치를 붙들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배우려고 한다”는 말에서는 농구를 정말 좋아하는 선수라는 것도 느껴졌다. 박지현에게는 ‘오빠’라는 좋은 모범사례도 있다. 오빠 박지원은 홍대부고의 에이스이자, U18 대표팀의 기대주다. 그런 박지원을 보며 농구를 시작한 박지현은 조금이라도 더 강한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Q. 농구는 오빠(박지원, 홍대부고)의 영향을 받아 시작하게 됐다고 들었어요.
네, 오빠가 하는 걸 보고 재밌어 보여서 저도 클럽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때 서초초등학교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죠. 유소년 클럽은 못해도 혼내지 않잖아요. 그 차이였던 것 같아요. 그 외 농구부는 운동이 중심이라는 차이 말고는 딱히 못 느꼈죠.


Q. 박지현 선수는 중학생 때부터 또래보다 남다른 기량을 발휘했어요. 자신이 더 잘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하게 됐나요?
초등학생 때는 키가 작았어요. 그러다 중학생 때 키가 많이 자랐죠. 자신감이 생긴 건 6학년 때였던 것 같아요. 우승도 하고, 주위에서도 잘 한다고 칭찬도 해주신 덕분에 자신감을 얻었어요.


Q. 오빠가 농구선수라 좋은 점이 있나요?
주말에 여유가 되면 경기 동영상을 가족과 함께 봐요. 그때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죠. 오빠 학교도 가까우니 가끔 함께 훈련도 하곤 하죠. 가끔…. 아주 가끔이요(웃음).


Q. 2013년부터 2년 연속으로 미국에 다녀왔어요. 경기하는 걸 보면 박지현 선수가 그때 제이슨 라이트 트레이너로부터 배운 것을 가장 잘 써먹는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본인은 어떤가요? (박지현은 WKBL이 개최한 W캠프에서 우수선수로 선정되어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스킬 트레이닝 연수를 받은 바 있다. 당시 함께 연수를 받은 선수들 대다수가 U-17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에서 배운 걸 동영상으로 찍어서 연습 때 애들과 같이 따라하곤 해요. 숭의여중 때부터 그랬어요. 개인적으로는 순간적으로 상대를 제칠 때 사용하는 기술을 많이 배운 것 같아요.


Q. 감독님께 가장 자주 지적받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공격에 신경을 쓰는 것에 비해 수비를 많이 신경 안 쓴다는 지적을 받아요. 수비 훈련은 더 해야 한다고 하세요. 수비 때문에 많이 혼났어요. 개인 훈련 때 선생님께서 많이 알려주세요. 열심히 가르쳐주세요. 못하는 건 바로바로 알려주셔서 재밌어요. 저도 모르게 1시간, 2시간 지날 때까지 땀 엄청 흘리면서 훈련하고 있어요.



Q. 경기가 없을 때 취미는 뭐에요?
그다지 없어요. 언니들과 다같이 놀러 다니고, 맛있는 거 먹으면서 쉬는게 전부에요. 좋아하는 가수나 그런 건 따로 없는 것 같아요.


Q. 2년 전에 저와 짧게 이야기 나눴을 때 롤모델이 캔디스 파커(WNBA LA 스팍스)라 했어요. 지금도 변함이 없나요?
네, 그럼요. 그 선수도 저처럼 올-어라운드 플레이어잖아요. 키도 크고 자신감도 넘치잖아요. 저랑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롤모델로 삼게 됐어요. 정말 멋있는 것 같아요.


Q. 이번에는 오빠가 아시아 대회에 도전하게 됐어요. 오빠에게 따로 전한 말이 있나요?
SNS 메신저로 잘 하고 오라고 응원했더니 “신경 쓰지 마”라고 답이 오던걸요(하하).


Q. 곧 박지수 선수(분당경영고)가 프로무대에 데뷔해요. 포지션은 다르지만 함께 한국여자농구를 이끌 미래로 평가되고 있어요. 박지수 선수와 경기해본 적은 있나요?
중학교 1학년일 때 한 번 경기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제가 너무 작아서 ‘크고 잘 하신다’는 느낌 밖에 안 들었어요. 하지만 한 번 같이 뛰어보고 싶어요. 리바운드를 다 걷어주잖아요. 정말 든든하고 함께 농구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Q. 박지현 선수도 한국여자농구의 든든한 선수로 성장하고 있어요! 앞으로의 각오나 목표가 있다면 전해주세요.
음…. 이건 어떻게 말해야 하는 걸까요? 열심히 더 준비하고 연습해서 여자농구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좋은 선수가 되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릴게요.



COACH'ES EYE | 최철권 감독
“박지현은 기대가 많이 되는 선수다. 여자농구를 이끌 재원임이 분명하다. 180cm에 볼 핸들링, 운동능력, 슈팅을 다 갖췄다. 아직 힘이 부족해 포스트 공략을 못 하는 것이 유일한 흠이다. 페인트존에서 1대1만 가능하다면 더 무서운 선수가 될 것이다. 이 부분은 차차 보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팀 사정상 1학년인데도 힘든 역할을 맡고 있는데, 잘 이겨낸다면 더 성숙한 팀 플레이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_유용우, 신승규, 한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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