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BL STAR] 늦게 피운 꽃이 아름답다 ‘우리은행 이은혜’

이원희 / 기사승인 : 2016-09-16 09: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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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원희 STN기자] 늦게 피운 꽃이 아름답다. 우리은행 이은혜에게 2015-2016시즌은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이은혜는 프로 데뷔 9년 만에 ‘주전’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게다가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이은혜는 ‘꿈만 같았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다
시간을 되돌려보자. “우리은행을 떠나려고 했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할 정도로 이은혜는 벤치 생활에 지쳐 있었다. 주전이 되기 전까지 오랜 시간 동안 벤치 멤버였다. 동료들의 플레이를 지켜봐야 했고 경기의 주인공이 되는 일은 먼 나라 이야기였다. 시간이 흘러 출전 기회를 잡으려고 할 때는 ‘가드 유망주’였던 이승아가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선배에게 치이고 후배에게도 밀리면서 주전 기회를 놓친 것이다.

이은혜는 “많이 서러웠어요. 동기들은 성장해서 주전 선수가 됐는데 저만 벤치에 앉아 있으니 소외감이 들었어요. 또 보통은 언니들이 잘해서 벤치 멤버가 되잖아요. 그런데 저는 동생들에게도 밀리면서 벤치 생활을 해야 하니 더 참기 힘들었어요. 농구를 그만둘까, 아니면 팀을 옮길까 등 고민을 많이 했었죠”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운명이었을까. 한참 지쳐있을 무렵에 나타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위성우 감독이었다. 위성우 감독은 2012-2013시즌 우리은행 감독을 맡아 ‘만년 꼴찌’ 팀을 통합 4연패로 이끌었다. 이은혜도 농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은혜는 “농구를 포기하려고 했는데 그때 위성우 감독님이 우리은행에 오셨어요. 그리고 ‘잘 할 수 있다’며 저를 잡아주시는 거예요. 저에겐 구세주와 같은 분이에요”라면서 “위성우 감독님은 언제나 최선을 다하세요. 지금의 자리까지 오른 것도 노력해서 얻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좋은 지도자를 만나니 저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위성우 감독님은 농구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배울 부분이 많은 분이세요”라고 치켜세웠다.


그리고 2015-2016시즌. 드디어 이은혜는 주전이 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이승아가 발목 부상 여파로 컨디션 회복이 더뎌지자 이은혜가 주전 가드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활약도 좋았다. 이은혜는 평균 3.43득점 2.66리바운드 3.29어시스트로 우리은행의 4년 연속 우승에 큰 역할을 했다.


이은혜에게 물었다. 주전을 한 번 해봤으니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싶지 않느냐고. 이승아와의 주전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냐고 질문했다. 이은혜 역시 겨우 잡아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이은혜는 “(이)승아를 2번 자리로 쫓아내고 싶다”고 웃었다.


이어 “그동안 주전 선수는 승아였잖아요. 그래서 저 혼자만 풀타임을 뛰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선의의 경쟁을 펼친 뒤에는 이전보다 많이 뛰고 싶어졌어요. 당연히 주전 경쟁에서 이기고 싶죠. 운동선수라면 뛰고 싶으니까요. 벤치 멤버일 때는 그저 이기면 좋았는데 지금은 저보다 많이 뛰는 선수들을 보면 부러워요. 사람 욕심이란 게 끝이 없나 봐요”라고 덧붙였다.



대표팀 발탁, 잊지 못할 순간
2015-2016시즌은 행복의 나날들이었다. 우리은행 주전으로 올라섰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또 생애 처음으로 대표팀에 선발됐다. 지난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최종 예선을 앞두고 이은혜는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대표팀은 프랑스 낭트에서 열린 최종예선을 6위로 마쳐 올림픽 티켓은 놓쳤지만 기대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이은혜도 최종 예선 2경기에 나서 잊지 못할 순간을 경험했다.


“대표팀에 선발된 것 자체가 운이 좋았죠. 프랑스에 가는 게 영광이라고 생각했어요. 대표팀에 뽑힌 뒤 가족들이 좋아했고, 은행장님까지 저를 축하해 주시더라고요. 제가 대표팀에서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됐지만, 지내다보니 하루하루가 재밌었어요. 잘하는 선수들과 농구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겠더라고요.”


설레는 마음을 갖고 도전한 최종 예선. 과정은 쉽지 않았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선수들을 상대한다는 건 그만큼 힘에 드는 일이었다. 특히 165cm의 이은혜에게 상대 선수들의 높은 신장은 큰 걸림돌이었다. 그럼에도 이은혜는 특유의 악바리 정신으로 팀의 앞 선을 책임졌다.


“신체 조건부터 다른 팀 선수들에게 밀렸어요. 살아남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뛰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경기를 많이 뛰지는 않았지만 코트에 들어선 순간만큼은 한 발 더 뛰려고 했어요. 부담감 없이 잘 해내려고 노력했죠. 올림픽 티켓은 놓쳤지만 제 경기력에는 후회가 없어요. 보통 때라면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을 시기였어요. 그런데 대표팀에 뽑히면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한다는 게 기분 좋았어요. 프랑스에서 배운 것도 많았어요.”


이은혜의 말대로 차근차근 경기를 소화하면서 그녀는 성장했다. 코트에서 뛰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그리고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됐다. 또 이은혜에게 새로운 목표까지 생겼다.


이은혜는 “경기에 뛰다 보니깐 이전엔 없었던 책임감이 생겼어요. 어떻게 해야 경기에서 이길 수 있을지 생각해요. 옛날에는 소극적으로 플레이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실책을 하더라도 자신 있게 플레이하고 싶어요”라면서 “주전 경쟁에서 밀리더라도 다른 선수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 보고 배울 거예요. 저 또한 주전이 되더라도 자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죠”라는 각오를 보였다.



그녀가 이러한 독한(?) 마음을 먹게 된 뒤는 두 롤모델의 영향이 컸다. 바로 전주원 코치와 임영희다. 전주원 코치에게는 꾸준함과 철저한 자기관리를, 임영희에게는 자신과 비슷한 식스맨 처지에서 주전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노력을 배우고 싶다 했다.


“(임)영희 언니와 전주원 코치님이 롤모델이에요. 영희 언니는 저처럼 식스맨이었는데, 우리은행에 와서 경기를 많이 뛰고 리그 최고의 선수가 됐잖아요. 또 훈련을 누구보다 열심히 소화해요. 자극이 많이 되죠. 전주원 코치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 같아요. 종종 5:5 연습 경기를 하는데 전주원 코치님의 플레이를 보면 소름 끼칠 때가 많아요. 도저히 패스를 줄 수 없는 상황인데도 골밑으로 공을 집어넣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전주원 코치님이 얼마나 잘 하셨던 분인지 알 것 같아요. 전주원 코치님처럼 되고 싶어요. 마인드도 긍정적이고 지금도 몸 관리를 철저하게 하세요. 배울 점이 많아요.”


다가오는 2016-2017시즌, 이은혜는 또 한 번 장밋빛 시즌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은혜는 “성숙한 농구를 하고 싶어요. 제가 코트에서 위축되기도 하고 급하게 하느라 어쩔 줄 모를 때가 많았거든요. 이제라도 안 되는 부분을 찾아보고 고치려고 노력할 거예요. 잘 되는 것도 찾아서 더 발전시켜야죠. 파이팅만 넘치는 선수가 아닌, 저를 보고 팬들이 다양한 면을 찾을 수 있도록 다재다능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 사진_신승규, 한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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