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곽현 기자] 3on3 농구에도 국가대표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가? 바로 각종 3on3대회를 휩쓸고 있는 비온탑(BE ON TOP)이 그 주인공이다. 순수 아마추어로 구성된 팀이지만 프로출신 선수들과도 대등한 경기력을 보이면서 농구계에서는 ‘탈 아마추어’로 불리고 있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잡지 점프볼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아디다스에서 매년 개최하는 크레이지 코트는 국내 가장 큰 규모의 3on3 대회다. 그동안 엘리트 출신들의 출전을 제한해온 크레이지 코트는 올 해 ‘무제한급’을 신설해 선수 출신들도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그야말로 국내 3on3 최강자를 가리자는 취지였다. 한데 이번 무제한급에 지난 대회 일반부 우승팀 비온탑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무제한급’ 참가자는 절대다수가 프로 출신들. 이 가운데, 아마추어인 비온탑의 출전은 의외였다. 비온탑은 단국대에서 농구를 한 박민수를 제외하면 모두 비선수들로 구성된 팀. 그러나 예선 첫 경기에서 이승준이 소속된 ‘더코트’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3on3 농구에 잔뼈가 굵은 팀답게 팀워크가 대단했다.
비온탑은 같은 시기, 바로 아래층에서 열린 오리온 3on3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크레이지 코트 예선은 고양체육관 본 코트에서, 오리온 3on3대회는 고양체육관 지하의 보조경기장에서 열렸다.) 이처럼 나가는 대회마다 최소 ‘입상’에 성공 중인 이들은 한국을 대표해 FIBA 3X3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공인된 3on3 국가대표인 셈. 그렇다면 과연 비온탑은 어떤 계기로 결성된 팀일까?
공무원부터 수영강사까지…‘승리’로 의기투합
비온탑의 구성원은 모두 다섯 명이다. 센터는 전상용(34, 196cm)이 맡고 있고, 가드 포지션은 박민수(27, 180cm)와 김우철(34, 180cm)이, 포워드 포지션은 김상훈(32, 186cm), 정흥주(32, 190cm)이 포진해있다. 전원 유부남에 ‘애 아빠’라는 이들은 각기 다른 업종에서 종사하고 있다. 먼저, ‘비온탑’이란 팀명은 김상훈이 운영하는 유니폼 브랜드 ‘비온탑 스포츠’에서 따온 것이다. 같은 회사에서 영업팀장을 맡고 있는 박민수는 단국대 선수 출신이다. 김상규(전자랜드)가 동기이며, 4학년 때에는 대학리그에서 평균 18점씩 넣었을 정도로 검증된 득점원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프로진출에는 실패, 지금은 제2의 인생을 펼치고 있다. 전상용은 자동차 딜러, 정흥주는 고양시청 공무원이다. 김우철은 수영강사로 일하고 있다.
사실, 처음부터 이들이 한 팀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각자 상대팀으로 만나다 ‘더 잘 하고 싶다’는 뜻이 맞아 팀을 결성하게 됐다. “잘 하는 사람만 모아서 해봤는데, 단순히 그렇게 해서는 오래 못 가더라고요. 서로 마음이 맞아야 하는 것 같아요. 저희는 팀워크고 잘 맞고, 서로 친해요. 그러면서 오래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김상훈의 말이다. 지금의 다섯 명이 모인 건 2015년부터다. 선수출신 박민수가 가세하면서 내외곽 조화가 갖춰졌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비온탑은 2016년 여름, 크레이지 코트 무제한급까지 나서면서 화제가 됐다. 그들에게는 하나의 ‘도전’과도 같았다. 예선에서 이승준의 더코트를 꺾으며 파란을 일으킨 비온탑은 준결승에서 프로출신 김훈과 임영훈이 속해 있는 아디윙스B에게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비록 상대가 프로 출신들이긴 하지만, 체력과 높이에서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기에 아쉬움도 많았다고. 전상용은 “(김)훈이 형, (임)영훈이 형과 원래 친해요. 형들이 경기 전에 ‘살살하자’이랬는데, 처음에 저희가 방심한 것도 있고, 아쉬운 점이 많았죠” 라며 당시 경기를 돌아봤다.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얻은 점도 많았다고 한다. 비온탑은 이 대회를 계기로 ‘아마추어에서 잘하는 팀’이 아니라, ‘잘하는 아마추어 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김승현, 이승준 같은 프로 출신들이 우리를 인지하게 된 것 같아요. 그동안 선수출신들이 비선출을 얕잡아보는 경향이 있었는데 인정을 받은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전상용의 말이다.
대학시절까지 선수생활을 한 박민수의 생각은 어떨까? “선수 출신 입장에서 비선수 출신한테 진다는 건 상상도 못 했죠. ‘설마 동호회한테 지겠어?’ 그랬어요. 실제로 제가 동호회농구를 뛰면서 져본 일이 없었어요. 그러다 아울스라는 팀을 만났는데 40점차로 진 거예요. 아예 경기가 안 됐죠. 다들 선수 출신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연습도 질서가 잡혀있어서 다르다는 걸 느꼈죠. 몸 관리도 열심히 하고, 자부심도 있더라고요.”
최근 프로출신 선수들이 은퇴 후 동호회농구에 진출(?)하고 있지만, 생각만큼 그들이 경기를 좌우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만큼 동호회 농구 수준이 높아졌다. 비온탑은 그 선봉에 있었다.

그들이 팀워크를 맞추는 법
앞서 말했듯, 동호회는 직장인들 위주로 운영되기에 손발을 맞출 시간이 빠듯하다. 프로처럼 관리해주는 부분도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연습은 어떻게 하고 있는 것일까? 김상훈은 단체 대화방을 통한 대화와 실전을 통해 팀을 끌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단체 대화방에서 ‘이런 거 해보면 어떨까?’라고 말하는 정도죠. 저희가 FIBA 세계대회도 다녀왔는데, 잘 하는 선수들과 하면 확실히 실력이 늘더라고요. 저희끼리 그런 얘기 많이 해요. 엘리트 선수들과 붙으면 어떨까 하고요. 걔 중에는 ‘고등학생한테도 안 될 거다’라고 하는 이들도 있고, ‘그래도 고등학생은 이기지 않을까’라 말하는 이들도 있죠. 그런데 5대5와 3대3 농구는 좀 다를 것 같아요. 선수들도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실제로 프로팀과 연습도 함께 한 적도 있다.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주로 경기하는 비온탑은 실제로 KGC인삼공사 선수들의 스파링 파트너로도 나선 적이 있었다. 전상용은 “선수들도 대충 뛰다가 질 수도 있다 생각해서인지 열심히 뛴다”고 귀띔했다. 프로선수들과 붙는 선수들. 이 정도면 이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 도전이 목표!
비온탑은 7~8월에 열린 FIBA 3X3 대회와 5X5대회에 국가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각 지역 선발전 우승팀이 모여 치른 왕중왕전에서 정상을 차지, 국가대표 자격을 얻은 것이다. 이들은 두 대회 모두 8강에 진출하면서 저력을 과시했다. “이전까지 국제대회에서는 명지대 선수들이 참가해서 1승을 거둔 게 전부라 하더군요. 협회 관계자분도 처음에는 ‘얘네가 뭘 하겠어?’라는 표정이셨는데, 첫 경기를 보시더니 기대를 하시더군요.” 박민수의 말이다.
비온탑의 8강 상대는 일본이었다. 일본에서는 BJ리그 선수들이 출전하기도 했다. 김상훈은 “프로가 아닌 선수는 저희 밖에 없었어요. 예선에서는 중국, 홍콩, 스페인과 만났어요. 중국, 홍콩에게는 이겼는데 스페인은 정말 ‘벽’ 같았어요. 센터가 김봉수 선수의 체격에 함지훈 선수의 패스 센스를 갖고 있었죠” 라며 당시를 돌아봤다. (미국에서는 KBL 외국선수로도 뛰었던 찰스 가르시아와 퀸튼 알렉산더가 뛰었다.) 비온탑은 이러한 세계대회를 경험하면서 농구에 대한 시야가 더욱 넓어졌다고 한다. 김상훈은 “국제대회에 나가니 다들 패턴 플레이를 하더라고요. 다들 1대1 실력이 좋은데도 말이죠. 저희도 패턴 플레이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팀 플레이에서 다른 팀과 실력차가 벌어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서로 자기가 하려고 햇는데, 이제는 서로 양보하는 이타적인 플레이를 하고 있죠. 서로에 대한 믿음이 강해진 것 같아요”라며 달라진 점을 설명했다.

비온탑이 말하는 농구인기
최근 국내농구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아이러니하다. 2015년에 열린 나이키 대회, 2016년 아디다스 크레이지 코트 등은 참가자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크고 작은 직장인대회도 참가비에 구애받지 않고 나오려는 팀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프로농구 시청률과 관중수는 줄고 있다. 한참 동호회에서 전성기(?)를 맞는 세대들이 농구대잔치 세대들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의아함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비온탑도 마찬가지로 ‘농구대잔치’를 즐기며 자란 세대였다. 일각에서는 ‘우상이 사라졌다’는 점을 예로 든다. “농구를 보면 따라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라는 것이다. 정흥주의 말은 이를 뒷받침해주었다.
“프로농구는 점점 잘 안 보게 돼요. 예전보다 재미가 많이 떨어진 것 같아요. 배울 점을 찾기도 힘들죠. 농구대잔치 때는 외국선수가 없어도 각 포지션에 스타들이 많았어요. 지금은 공격은 외국선수들이 하고 가드들은 패스만 주고, 센터들은 외국선수 수비만 해요. 너무 정형화돼있는 것 같아요. 요즘 프로선수들 보면 배울 거보다 한 게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년에 크레이지 코트에 조 잭슨, 애런 헤인즈가 와서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근데 국내선수들은 대충하고 가요. 그런 프로 마인드도 부족한 것 같아요.”

관계자들은 이런 동호회 농구인들의 말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이들은 말 그대로 제외하면 ‘밥 먹고 농구하는 것’이 일상의 전부인 농구 마니아들이기 때문이다. 한편, 3on3 최강자에 등극한 팀답게 앞으로의 포부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그들은 ‘국가대표’로서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3on3 농구가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식한 목표였다. 마침 오는 2018년 아시안게임에는 3X3농구가 정식정목으로 채택이 됐다. “크게 목표를 잡자면 2020년 도쿄올림픽 도전이 목표에요. 농구도 3on3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국가대표 선발전이 치러질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면 저희도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만약 정식종목이 되면 프로선수들이 나올 수 있겠죠. 저희도 그 때까지 몸 관리 잘 해서 도전을 해보고 싶습니다.”
비온탑 수상 경력
고양오리온 3X3 2015, 2016 2년 연속 우승
과천토리배 3X3 2015, 2016 2년 연속 우승
아디다스크레이지코트 3X3 2015 일반부 우승, 2016 무제한부 3위
2015년 KBA 3X3 코리아투어 서울 우승
2015년 KBA 3X3 코리아투어 전국 파이널 우승
2016년 KBA 3X3 코리아투어 서울 우승
2016년 FIBA 3X3 월드투어 8강 진출
2016년 FIBA 5X5 월드투어 8강 진출
2016년 충북제천 FIBA 3X3 우승
2016년 인천경인 FIBA 3X3 우승
#사진 – 유용우 기자, 비온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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