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에서 성장한 국가대표’ 2순위 왕국 SK의 마지막 퍼즐 최부경

이재범 / 기사승인 : 2016-12-08 07: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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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농구전문기자] 서울 SK가 창단 후 처음으로 뽑은 드래프트 순위는 1순위(현주엽)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는 2순위와 더 많은 인연을 맺었다. 임재현(2000년), 노경석(2006년), 김민수(2008년), 김선형(2011년), 최부경(2012년 1월)에 이어 올해 최준용까지 6명이나 2순위로 뽑았다. 지난해 SK 유니폼을 입은 이정석(2004년)도 2순위 출신. 테리코 화이트도 지난 7월 외국선수 드래프트 실질적 2순위다. SK는 군 복무 중인 최부경만 복귀하면 김선형, 테리코 화이트, 최준용, 김민수, 최부경으로 이어지는 ‘2순위 선발 라인업’까지 꾸릴 수 있다.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MVP에 뽑혀도 손색없는 활약을 펼쳤던 국가대표 최부경이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2순위 왕국’ SK로 돌아오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국군체육부대 최부경
최부경은 지난 2015년 4월 27일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했다. 국방부 시계는 느리게, 아주 느리게 흘러가지만, 어느새 제대를 앞두고 있다. 2017년 1월 26일 제대 예정이다. 2016~2017시즌 4라운드 막판에 복귀한다. 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승승장구하던 SK는 최부경이 입대한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탈락했다. 이번 시즌 새롭게 팀을 정비해 재도약을 꿈꾼다. 최부경은 SK가 명예회복 하는데 마지막 퍼즐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부경은 2012-2013시즌에 54경기 모두 출전해 골밑에서 궂은일을 하며 SK가 44승 10패로 정규리그 첫 우승을 차지하는데 힘을 보탰다. 2순위 최초로 신인상까지 수상했다. 화려했던 첫 시즌과 달리 2번째, 3번째 시즌에서는 정체와 슬럼프를 겪었다. 상무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최부경은 지난 8월 열린 프로-아마 최강전(이하 최강전)에서 평균 21.0점 13.3리바운드 2.3어시스트로 활약하며 상무의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SK 빅맨들의 기술을 가르치는 SK 전희철 코치는 “최강전에서 보니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그게 중요하다. 자신감이 없으면 슬럼프가 와서 위축이 되어 플레이가 안 나온다. 자신감이 생겨서 보기 좋았다”며 “슛은 좀 더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슛은 계속, 계속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최부경의 장단점을 언급했다. 전 코치는 최부경에 대해 “가르칠 때 재미있는 선수”라고 했다. “코치와 선수도 궁합이 맞아야 한다. 감독, 코치가 원하는 건 이건데, 선수들은 그걸 싫어하는 경우가 있다. 부경이와는 잘 맞았다. 실력이 느는 게 보였다”라고 덧붙였다.


상무 입대 동기인 차바위는 최부경을 이렇게 평가했다. “자기 관리를 잘 한다. 요즘 자기 몸에 투자도 많이 하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먹는 것도 건강한 걸 잘 챙겨 먹는다. 밤에 라면 같은 야식도 잘 먹지 않는다. 지금 몸 상태가 좋아서 잘 하는 거 같다”라며 “잘 하는 선수는 다 이유가 있다. 자기 관리를 잘 한다. 계급이 같고, 같은 동료이지만, 배울 건 배우고 있다”고 들려줬다.


Q. 프로-아마 최강전부터 이야기를 할게요. 대학 때 최부경을 모르는 팬들이라면 프로에서 보여준 플레이와 전혀 다른 공격력(평균 21.0점 13.3리바운드)에 놀랐을 거 같아요.


출전시간이 길었어요. 상무에서는 제가 주가 되는 상황이었기에 무리를 했어요. 그렇게 해서 좋은 기록이 나왔어요. 또 개인 기록이 좋아도 팀이 지면 도루묵인데, 팀 성적도 잘 나와서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Q.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요. 최강전 MVP는 김시래가 아닌 최부경 아닌가요?


기사에서 저와 (이)대성이, (김)시래를 집중 조명해주셨는데요. 결승을 생각해도 대성이가 외곽에서 몰아넣어서 추격을 할 수 있었고, 시래도 그런 역할을 해줬어요. 제가 한 건 밑바탕을 깔아준 거잖아요. MVP는 기록보다 관중들을 매료할 수 있는 부분도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누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고요. 또 그 순간에는 너무 힘들어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어요.


Q. 최강전에서 결국 우승했는데요. 그 과정 자체는 쉽지 않았어요.


첫 경기는 잘 풀렸죠. 슛도 잘 들어가고. 센터 입장에서는 우리 팀 슈터들의 컨디션이 신경이 쓰인단 말이에요. 그래서 슛 감이 좋아서 분위기가 좋다고 여겼는데, 8강부터 삐걱삐걱 거리더라고요(웃음). 그래서 8강부터 결승까지 경기 흐름이 똑같을 거예요. 1쿼터 시소 경기를 하다가 2,3쿼터에 고전하고, 4쿼터에 역전승을 했어요. 보시는 분들은 재미있었을 거예요. 우리는 X줄 탔죠. ‘언젠가 들어가겠지’라는 동료를 믿는 마음으로 슈터들에게 스크린을 걸어주고, 슛 기회를 살려줬기에 좋은 결과로 나왔어요.


Q. 최강전 활약 덕분에 SK는 부러움의 대상이 됐어요. 상무 입대하기 전 최부경과 제대를 앞둔 최부경, 어떤 부분에서 달라졌나요?


입대하는 순간에는 진짜 싫었죠. 누가 군대 오는 걸 좋아하겠어요. 너무 싫어서 우울하기만 했어요. 부대에서 개인 시간이 많아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프로에서는 계속 앞만 보고 갔는데요. 제 자신을 돌아보니까 프로에서 보낸 3년의 시간이 보이더라고요. 1년 차에는 감독님께서 믿어주셔서 말 그대로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보니까 어떻게 좋은 결과가 나왔어요. 2년 차에는 제 스스로 나태해졌다고 해야 하나? 그런 모습을 안 보이려고, 또 2년 차 징크스에 안 빠지려는 마음가짐으로 했는데, 돌이켜보니까 하던 대로 해야겠다는 그 마인드 자체가 나태해진 거더라고요. 더 분발하고, 부족한 걸 보완해서 더 잘 하려고 했어야 했어요.


3년 차에는 어떻게 준비를 하다 부상(2014년 11월 9일 전주 KCC와 경기 중 디숀 심스의 팔꿈치에 맞아 안면 뼈 골절)을 당했어요. 전 의식을 안 하려고 하는데 전쟁터인 골밑에서 팔꿈치나 팔이 가까이만 와도 저도 모르게 움찔하게 되더라고요. 골밑에서 볼을 잡으면 림도 못 쳐다보던 때도 있었어요. 플레이오프 역스윕(2014-2015시즌 전자랜드에게 3연패) 당할 때 조금 올라오는 시기라서 너무 아쉬웠어요. 정신없는 농구를 하다가 이제 농구가 재미있어진다고 느낄 때 딱 끝난 뒤 입대를 했어요.


입대 후 1년 동안 쉬고 싶은 만큼 쉬면서 프로 3년을 돌이켜봤어요. 나에게 부족한 게 딱, 딱, 딱 정해져 있더라고요. 외적으로 보이는 웨이트가 아닌, 실속 있는 근육을 살려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지난해 D리그 때 살이 많이 쪘었어요. 그래서 D리그 끝나고 일단 감량에 들어갔어요. 15kg가량 감량했어요. 살을 빼니까 자신감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김)승원이와 1대1 훈련을 통해 버티는 수비나 골밑 기술 연습도 했어요. 또 건국대 출신이 상무에 많아서 (이)원대, (성)재준이와 야간에 슛 연습도 같이 많이 하고요. 지금도 전역할 때까지 웨이트 트레이닝과 슛 연습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에요. 제대한 뒤 프로에 가서도 계속 하려고요. 그리고 되돌아볼 줄 아니까 제가 부족한 걸 보완해 나가려고 해요.


Q. 제대할 때까지 계획하고 있는 걸 구체적으로 알려주신다면?


등 근육이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턱걸이를 엄청 많이 해요. 복근과 허리, 그리고 스쿼트도 많이 해요. 웨이트 트레이닝은 횟수를 점진적으론 늘리고 있어요. 슛은 SK 전희철 코치님께서 잘 가르쳐주시거든요. 항상 슛 연습할 때마다 옆에서 지적을 해줬으면 좋겠다며 전 코치님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래도 동료들과 같이 포스트 라인 근처에서부터 점점 거리를 늘려가고 있어요. 3점슛까지는 아직 제 폼이 아닌 거 같아서 폼을 잡아가고 있고요.


Q. 상무 선임과 동기, 후임까지 하면 27명 정도와 함께 생활하는 건데요. 못 하는 선수를 물으면 잔인하니까 가장 군 생활을 잘 하는 선수를 꼽아주신다면?


군 생활을 전부 다 잘 해서 차라리 운동을 꼽는 게 나을 거 같은데요(웃음). ‘열심히’를 기준으로 삼으면 애매하고요. 상대팀 선수로서 플레이를 보는 것과 같은 팀 동료로 보는 게 다른데요. 같이 뛰어보니까 (차)바위가 정말 알짜더라고요. 공격할 때도 간결하게 하고, 수비도 엄청 열심히 하고, 허슬 플레이도 좋아서 같이 하면 신뢰가 되어서 엄청 편하더라고요. 우리 동기들 중에 89라인이 있어요. (최)현민이는 부상 때문에 손발을 못 맞춰서 아쉬운데, (김)시래, (박)병우, (김)승원이, (차)바위 이렇게 뛸 때 엄청 재미있더라고요. 초, 중, 고, 대학까지 상대팀으로 플레이를 하다가 잘 하는 선수들과 같이 손발을 맞추니까요.


Q. 공수 모두 잘 해야 하지만, 최부경 선수는 대학 때 공격형, 프로에선 수비형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자신이 생각하는 장점과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어요?


대학 때는 제가 득점을 하는 것보다 팀을 살려주는 플레이, 말 그대로 어시스트에 재미를 느꼈거든요. 실제로 저학년 때는 그렇게 했어요. 선배 중에 (허)일영이 형, (변)기훈이 형 등 스코어러가 있었으니까요. 고학년이 되어서는 제가 해결을 해야 할 때가 오더라고요. 마냥 제가 좋아하는 것만 할 수 없었어요. 그냥 줄 수 있는 것도 억지스럽게 우겨 넣기도 했어요.


프로에서는 잘 하는 선수들이 포지션별로 갖춰져 있는데요. 처음에 생각없이 대학 때처럼 플레이를 했어요. 그러니까 효율도 떨어지고 제가 살아남을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팀 디펜스가 재미있어요. 나로 인해서 수비가 성공하고, 우리 팀 선수가 내 동작 하나로 숨 한 번 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또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었고요. 반면에 이제는 제 매치업 상대가 비슷하거나 압도할 수 있다면 공격적으로 하고, 슛 기회에서도 과감한 결단력도 보여야 할 거 같아요.



Q. 이런 이야기도 있어요. 국내선수만 있는 프로팀을 상대한 최강전과 달리 외국선수와 함께 뛸 때도 지금의 경기력을 과연 유지할 수 있을까?


국내선수들만 있을 때와 외국선수와 뛸 때 플레이가 다르니까요. 국내선수들끼리 있으면 말 그대로 직선적인 플레이로 골밑으로 더 파고들어갈 수 있는데요. 외국선수가 골밑에 있으면 안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밖에서도 중거리슛 정확도를 높여야 해요. 그럼 저를 막기 위해서 수비가 나올 수 밖에 없어요. 그 때 골밑으로 들어가서 외국선수를 살려줄 수 있는 플레이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제가 ‘이 플레이를 잘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니까 그 끝은 결국 슛이더라고요. 중거리슛을 넣을 때 넣어주는 위력적인 선수가 되면 저를 막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 답은 슛이에요. 제가 입대할 때 문경은 감독님께서 슛 하나만 딱 꼬집어서 말씀해주셨거든요. 슛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껴요.


Q. 제대 후 22경기 정도 출전 가능해요. 큰 혜택이 될 수 있지만, 부담이 될 수도 있어요.


전 너무 좋아요. 지난 시즌에는 한 라운드 정도 뛰었잖아요(변기훈 상무 제대 후 10경기 출전). 그 정도 뛰는 것만 해도, 팀 성적이 괜찮으면 플레이오프까지 뛸 수 있으니까 너무 좋겠다고 생각해요. 빨리 코트로 돌아가서 학생체육관에서 정말 뛰고 싶어요. 1경기라도 더 뛰고 싶은 마음이라서 빨리 돌아가고 싶어요.



국가대표 최부경
최부경은 프로 데뷔 후 꾸준하게 국가대표 예비명단 24인에 이름을 올렸다. 최종 명단에서 항상 빗겨갔다. 올해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2016 FIBA 아시아 챌린지 국가대표 예비명단 24인에 뽑혔던 최부경은 강화훈련 및 윌리엄존스컵 국제농구토너먼트에 참가하는 14명의 명단에서 빠졌다. 국가대표 탈락을 의미했다. 그렇지만, 8월 발표한 최종 명단에 선발되었다. 이종현이 오른 발등 피로골절로 국가대표에서 하차하는 대신 최부경이 승선한 것. 최부경은 성인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처음으로 입었다. 최강전에서 기량을 뽐낸 최부경은 국가대표팀에서 식스맨 역할을 맡았다. 아시아 챌린지에선 8경기에서 평균 16분 40초 가량 출전해 5.8점(야투성공률 팀 내 최고 53.3%) 4.9리바운드 1.6스틸을 기록했다.


김선형은 SK 동료에서 잠시 헤어진 최부경을 국가대표팀에서 다시 만났다. 김선형은 “상무에서 볼 컨트롤 능력과 리바운드, 궂은일이 훨씬 더 좋아졌다. 우직해졌다고 해야 하나? 강해졌다. 외국선수들과 몸 싸움을 하면 안 밀릴 정도로 몸이 좋아진 게 느껴진다”고 했다.


이번 국가대표팀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대회에서도 결승에 올라가는 게 흔치 않다. 그럼에도 이란에게 두 차례 대패(예선 47-85, 결승 47-77) 때문에 많은 질타를 받았다. 국가대표팀 전임감독 허재 감독의 전술에 대한 부분도 많이 언급되었다. 밖에서 보는 시각과 내부에서 느끼는 것은 온도 차이가 분명 있을 것이다.


김선형은 “감독님 스타일인데 전술이 없는 게 아니라 틀을 잡아줘서 그 틀 안에서 우리가 만들어가는 거다. 패턴은 엄청 많았다. 세부적으로 엄청 많은데 자연스럽게 움직여서 밖에서는 전술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조성민은 “전술적인 문제는 아니다. 재료로 따지면 우리는 칼을 들고 싸우는데 저쪽은 총, 대포, 탱크로 밀어붙였다. 그럼 사령관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부분도 봐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최부경도 첫 국가대표팀 경험에 대해 할 이야기들이 많을 것이다.


Q. 이제는 국가대표 이야기로 들어갈게요. 국가대표 예비 명단 24명에는 자주 뽑혔던 걸로 기억해요. 성인국가대표 최종 명단에 들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라서 느낌이 남달랐을 거 같아요.


제 발전을 위해서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슛 연습을 하며 몸을 만들었는데요. 12인에 뽑혔을 때 준비가 되어서 선발되었기에 감사했어요. 열심히 하니까 인정을 받으며 ‘국가대표팀에서 나를 필요하기에 뽑아주셨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국가대표를 바라보고 운동을 하는 건 아니고 자기 발전을 하고 팀에 좋은 공헌을 하는 선수가 되면 국가대표로 찾아줄 거라 생각해요. 중요한 건 제 위치에서 ‘최부경은 이런 선수다’라는 걸 자꾸 표현하고 보여주면 또 국가대표로 찾아주실 거 같아요.


Q. 최강전 때 허재 감독으로부터 배워서 좋아진 게 있다고 했어요. 그 뒤 2016 FIBA 아시아 챌린지까지 끝났는데요. 이번 국가대표팀에서 배운 게 있다면?


중동이나 서구권 선수들의 체력이 남다른데, 그게 또 농구의 전부는 아니거든요. 허재 감독님은 그런 부분을 상쇄하고 그걸 이용해서 제가 살아남을 수 있는, 골밑에서 여유를 가지고 발을 빼거나 상대를 끌어들여서 동료를 살려주는 플레이를 강조하셨어요. 그런 플레이가 외국선수와 함께 경기를 하는 KBL에서도 적용되거든요. 외국선수가 저에게 도움수비가 오도록 한 다음에 우리 팀 기회를 봐주는 그런 플레이들이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또 스크린 거는 것도 주구장창 우리 팀 기회내기 위해서 걸어줬는데, 상황을 보면서 이럴 때는 이렇게 걸어주고, 또 어떤 때는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게 볼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볼이 한 번 움직이거나 드리블을 치면 어떻게든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또 아니더라고요.


또 슈터 형들이 좋았잖아요? 슈터 형들을 살려주려고 스크린을 많이 섰는데, 슈터 입장에서 ‘이렇게 걸어줬으면 좋겠다’, ‘저렇게 걸어줬으면 좋겠다’라는 다양한 스크린에 대한 의견이 있더라고요. 여러 가지를 많이 배웠어요.


Q. 이번 대회를 보고 허재 감독에 대해 전략이나 전술적으로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보는 건 다르잖아요. 허재 감독의 전략과 전술적으로 어떻게 보나요?
뛰는 선수의 입장에서 보면 12명의 선수들 중에 공격과 수비로 쓸 수 있는 카드가 있어요. 농구도 어떻게 보면 패 싸움인데, (이)승현이처럼 슛이 좋은 선수도 있고, (김)종규처럼 속공에 잘 맞는 선수도 있어요. 허재 감독님은 이런 패들을 봤을 때 우리 장점을 잘 활용하게끔 잘 만들어주셨어요. 다만 그 주문한 걸 우리가 수행을 못 했죠. 우리가 플레이를 잘 못 했기에 그 책임을 감독님께서 지시는 거예요. 우리가 못 해서 그렇게 보였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경기 후 댓글도 봤는데, ‘왜 밖에서만 겉도느냐?’고 하시더라고요. 우리가 높이와 경험이 없어서 그런 카드 밖에 없었어요. 뛰는 선수 입장에서는 우리가 가진 카드 중에서 최고의 장점을 활용하는 선택을 했는데 선수들이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던 거 같아요. 슛이 잘 들어갈 때는 슛 들어가는 선수만 주목하시는데, 슛이 잘 들어가도록 판을 짜주신 감독님 재량이거든요. 이번 국가대표팀에서 많이 배워서 좋았어요.


Q. 대회 기간 중 경기 장소가 한 번 바뀐 적이 있었어요.


그 체육관은 죽겠더라고요. 대회 장소도 그렇게 좋은 건 아니었지만, 이곳에서 계속 경기를 한다며 적응을 했는데요. 딱 한 번 경기장소가 바뀌었는데, 이란 한 구단이 사용하는 체육관이었거든요. 비시즌이라서 몇 달 동안 사용하지 않았나 봐요.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던 곳에서 물기 있는 밀대 걸레로 먼지만 걷어냈어요. 아무리 먼지를 걷어내도 사람이 많고, 점프를 하면 먼지가 다 올라오거든요. 1쿼터가 끝나갈 때 목소리가 안 나오더라고요. 그 정도로 열악했어요. 이번에 이란까지 대한항공 직항이 생긴다고 하던데 그래도 다시 가고 싶지 않아요.


Q. 대회 준비 과정에서 혹사 논란도 있었어요. 상무 선수들이 특히 최강전 경기와 대표팀 연습경기에 연이어 출전했던 걸로 아는데요. 정말 힘든 대회 준비 경험을 했어요.


(웃음) 최강전 결승 다음날 튀니지와의 두 차례 평가전 때 속으로 불안했어요. 체력이 떨어지면 부상이 쉽게 오거든요. 더 집중해서 해야 한다고 마음먹었는데, 허재 감독님께서 잘 조절 해주셨어요. 최강전을 16강부터 시작했는데, 그 중간중간 대표팀 일정(최강전 경기 후 국가대표팀에서 팀 훈련)도 소화했는데요. 그 때 연습경기까지 10경기 가량을 내리 뛰었던 거 같아요. 저는 그 때 몸은 올라와 있어서 의욕이 넘쳐 경기를 뛰고 싶은데 몸은 안 따라주는 느낌이 들었어요. 어느 날 트레이너 형이 “눈에 퀭하다”며 “어디 아프냐? 링거를 맞으라”고 했어요. 진짜 힘들었던 거 같아요. 어떻게 보면 부상이 없었던 게 천만 다행이었어요.


Q. 이란과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완패를 당했지만, 짧은데다 혹사 같았던 준비기간을 고려하면 준우승도 나름 성과라고 볼 수 있어요. 선수들은 준우승을 어떻게 생각했나요?


대진운도 좋아서 결승까지 갔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번 대회 ‘한’이라고 하면 이란과 할 때 제대로 우리가 가진 걸 못 보여준 거예요. 이런 원인은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 복합적으로 봐야 할 거 같아요. 손발이 더 맞았다면 좀 더 좋았을 거 같고, 또 그곳이 고산지역이라서 다르더라고요. 워밍업을 하는데도 숨이 턱밑까지 올라오더라고요. 확실히 달랐어요. 이란이 아닌 지역에서 대회를 하면 이란 선수들은 고산지대에서 내려오니까 더 생생할 거잖아요. ‘이란 선수들은 좋겠다. 자연스럽게 트레이닝이 되니까’이란 생각도 들었어요.


Q. 대회 참가 전부터 귀화선수 논란이 있었는데요. 선수 입장에서는 귀화선수가 있는 게 나은지, 아니면 그냥 국내선수끼리 손발을 맞추는 게 더 낫다고 보나요?


제가 논할 건 아닌데, 제 생각은 말 그대로 용병 한 명 데리고 와서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하면 팀 득점은 올라가겠지만, 팀이 이기는 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기려면 귀화선수가 협조적으로, 적극적으로 팀플레이에 융화되어야 해요. 귀화선수가 온다고 확 좋아지는 건 아니에요. 또, 귀화선수가 온다면 금세 성적을 못 냈다고 질타를 할 게 아니라 손발을 맞출 시간과 여유를 줘야 해요. 귀화선수 1명만으로 180도 달라지진 않을 거예요. 그래도 프로처럼 높이 있는 선수가 골밑에서 딱 버텨준다면 엄청 든든하겠죠.


BONUS ONE SHOT │ 최부경 딸은 효녀?


Q. 와이프에게 결혼 전부터 기념일을 다 챙겨줬다고 하던데요. 지금 상무에 와 있는데 반대로 와이프가 잘 챙겨주나요?


와이프가 작년 겨울에 임신해서 임신 기간 동안 엄청 힘들어했어요. 제가 옆에서 챙겨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엄청 미안해요. 제가 9월 20일에 (이란에서) 입국했는데 21일에 아이가 나왔거든요. 제가 못 챙겨줘서 미안해요. 지금도 혼자서 장모님과 아이를 보고 있는데요. 제가 들었던 것과 옆에서 있어줘야 하는 남편 입장에서 보니까 너무 다르고, 힘들어 보였어요. 잠도 제대로 못 자서 제가 더 미안해요. 만약 제가 이란에 있을 때 아이가 태어났으면 평생 바가지였을 거예요(웃음). 아이가 제가 올 때까지 기다렸나 봐요. 효녀예요(웃음).


# 사진_유용우, 신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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