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의 새로운 캡틴, 김낙현

맹봉주 / 기사승인 : 2016-12-28 12: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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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맹봉주 기자] 이종현도 가고, 강상재도 떠났다. 여기에 최성모, 정희원까지 나갔다. 지난 시즌 베스트5 중 4명이 없다. 고려대 주전 중 이제 남은 선수는 현재 대학 3학년이자 이종현에 이어 고려대 주장 자리를 물려받은 김낙현(21, 184cm)뿐이다. 대학리그 챔프전을 앞두고 “언제 한 번 인터뷰 제대로 해요”란 말에 “좋죠. 대학리그가 모두 끝나고 편하게 하고 싶어요”라고 답하던 김낙현을 11월,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만났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잡지 점프볼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여수의 유망주, 고려대 주장이 되다


“이제는 명실상부 고려대를 끌고 가는 선수다.”
고려대 강병수 감독은 김낙현을 설명해 달라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이종현, 강상재가 나간 후 고려대를 끌고 갈 수 있는 힘을 가진 선수”라는 말도 덧붙였다. 고려대는 황금세대의 선두주자였던 이종현의 입학 후 줄곧 대학무대 정상에 있었다. 지난해까지 고려대는 대학농구리그 통합 3연패와 MBC배 대학농구대회 3연패, 2014년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대회 우승, 2014년 전국체육대회 우승, 2013년 프로-아마최강전 우승 등 대학농구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이런 고려대 천하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고교무대를 평정한 신입생들의 합류로 전력이 크게 오른 중앙대, 전력 손실 없이 기존의 주전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단국대, 허훈과 안영준이 건재한 연세대 등이 지난 4년간 이어진 고려대 독주를 위협하고 있는 것. 주장이 된 김낙현의 걱정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Q. 오래간만이에요. 대학리그 끝나고 어떻게 지냈어요?
대학리그 끝나고 2주간 휴가를 받았어요. 집이 있는 여수엔 가지 못하고 학교에서 수업 듣고 숙소에서 많은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여수는 가는 데만 4시간~4시간 반이 걸리거든요. 버스타고 가면 정말 피곤하죠.


Q. 숙소에서 어떤 생각을 그렇게 한 거예요?
올 해 뭐가 잘 안 됐는지 생각했죠. 연세대가 대학리그 플레이오프에 우승했잖아요. 솔직히 0승 2패로 질 줄은 몰랐거든요. 챔프전에선 체력적으로 많이 지친상태였어요. 1쿼터가 끝나면 방전이 될 정도로요. 정신은 좀만 하면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몸이 안 따라줬어요. 드리블 하나, 패스 하나가 정말 힘들었어요. 대학리그 마지막 3경기를 30분 이상씩 뛰었고 정기전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받은 게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정기전엔 뛰다가 다리에 쥐가 나서 벤치에서 피 뽑고 바로 뛸 정도였죠.


Q. 시즌은 끝났고 이제 4학년 진학을 앞두고 있어요. 동시에 팀의 주장도 됐고요.
3학년 때는 저에게 주어진 역할만 잘하면 됐어요. 그것만 잘하면 저한테 오는 평가들이 좋았죠. 하지만 이제는 4학년이고 주장이잖아요. 팀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라 저보다는 얘들이 잘하고 팀이 이기는 게 중요해요. 그런데 또 그런 상황에서도 ‘나도 잘해서 좋은 순위로 프로에 가야하는데’란 생각도 들어요.


Q. 이제야 형들의 마음이 이해가 갈 것 같아요.
네, 이제 형들의 마음이 이해가요. 특히 (이)종현이 형이요. 딱 1년 전에 종현이 형이 주장 될 때 형이 어떻게 하냐고 걱정했거든요. 그때 제가 ‘뭘 어떻게 해요, 하던 대로 하면 돼죠’라고 했는데 이제야 형 마음을 알 것 같아요. 대학리그 끝나고 마지막 회식 때 감독님이 저한테 주장을 맡기셨거든요. 종현이 형이 그때 저를 엄청 놀리더라고요. 고생 한 번 해보라고.




Q. 주장으로서 고민이 생길 땐 주로 누구한테 얘기해요?
딱히 누구한테 고민을 털어놓진 않아요. 혼자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라. 제가 혼자 다니는 걸 되게 좋아하거든요. 생각이 많아지면 혼자서 한강 갔다 오면서 생각정리를 하죠. 매일 가는 곳이 한강 잠원지구인데 현대고등학교에서 쭉 들어가면 있어요. 그냥 왔다갔다 걷기에 좋아요.


Q. 현재 대학 3학년들 중엔 유난히 좋은 가드 자원들이 많아요. 그 중에서 경계가 되는 선수가 있다면요?
(허)훈이 말고는 딱히 없어요. 각자 스타일이 다르니까 포지션이 같아도 의식하진 않아요. 훈이 빼고요. 훈이의 개인 기술을 어렸을 때부터 보며 배웠거든요. 훈이와 동갑이라서 좋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제가 옆에서 보고 배울 수 있으니까요. 우리 나이 대에서 너무 잘하니까 인정하는 거죠.


Q. 제가 볼 때 두 선수의 실력은 팽팽해 보이는데, 아닌가요?
막상 (농구)하는 사람은 달라요. 확실히 훈이가 잘해요. 훈이 빼고는 다 고만고만하게 볼 수 있겠지만 말이에요. 훈이가 남모르게 연습을 많이 한다고 들었지만 천재성이 있죠. 신체적인 면도 뛰어나고요.



Q. 시즌 전에 자신의 장점은 슛이고 단점은 수비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지난 3년을 보면 장점과 단점이 뒤바뀐 것 같아요(김낙현의 대학 3년 평균 3점슛 성공률은 25.24%. 반면 수비는 매 시즌 발전을 거듭하며 코칭스태프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네, 그게 좀 바뀐 것 같아요. 슛이 장점이라 생각하고 작년 겨울에 수비 연습을 엄청 많이 했거든요. 슛 연습은 자주 못했고요. 그러다보니 수비에선 상대 가드를 압박하며 스틸을 올리기도 하는데 슛에선 기복이 심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 겨울엔 슛, 수비, 체력 등을 골고루 열심히 연습하려고요.


Q. 여수화양고 시절엔 폭발적인 3점슛과 재빠른 돌파가 돋보이는 공격형 가드였어요. 대학에 와서는 플레이스타일이 변한 것 같은데요.
화려한 공격은 제가 굳이 안 해도 다른 형들이 다 하니까요. 고려대 와서 느낀 게 있어요. 저를 어필하려면 궂은일을 하고 리바운드에 참여해야 한다고요. 문성곤, 이동엽, 최성모 앞에서 제가 1대1을 해봤자 얼마나 빛이 나겠어요.


Q. 고등학교 때까지 여수에서만 지내다 고려대 진학 후 서울에 왔잖아요. 처음에 어땠어요?
엄청 힘들었죠. 서울이 되게 넓은 줄 알았어요. 처음엔 넓어서 어디가면 길 잃어버릴 수 있으니까 핸드폰에 지도 어플을 잘보고 다녔죠. 지하철을 잘못 타기도 하고요. 아, 버스는 아직까지도 잘 안타요. 너무 복잡해서요.


Q. 고려대나 연세대처럼 강팀 학교의 선수들을 인터뷰하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어요. 적은 출전시간과 고교 때와는 달라진 역할로 인해 1, 2학년 때 슬럼프를 겪었다는 이야기죠. 김낙현 선수는 저학년 때 어땠어요?
저도 그랬죠. 1, 2학년 때는 가끔 들어가서 슛 쏘고, 그게 잘 되면 계속 뛰고 패스 실책하거나 슛이 안 들어가면 바로바로 나왔죠. 저학년 때는 무조건 열심히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고려대는 이종현정도 아니면 1학년부터 경기에 나서기 힘들거든요. 보통 다른 학교들은 1학년부터 자기가 잘하는 걸 그대로 하면 되지만 우리는 궂은일, 새로운 일, 못했던 것, 안 해봤던 것부터 시작을 해야 하니까 정체성의 혼란이 오기도 하죠. 고학년이 돼서 경기에 본격적으로 뛰기 전까지요.


Q. 공격력은 좋지만 경기 조율이나 패스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어요.
네, 저도 인정해요. 어릴 때부터 1번으로서 경기를 리딩한 게 아니라 치고 넘어가서 공격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대학 와서 1번을 보게 됐죠. (이)동엽이 형이랑 뛰거나 (최)성모 형과 뛰어도 1번은 저였어요.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을 때였죠. 고려대 골밑이 그렇게 강한데 왜 그걸 못 살리냐고 하잖아요. 만약 (천)기범이 형 같은 사람이 저희 학교 1번을 보면 어시스트 상을 받고 센터들도 신나게 경기를 할 텐데, 제가 형들의 포스트 플레이도 못 살렸고 리딩도 못했죠. 경기 리딩은 연습한다고 느는 게 아니라 많이 해봐야 하는 건데…. 그게 굉장히 어려웠어요. 여수에서 올라와 진짜 아무것도 몰랐을 때인데, 형들한테 이리로 가, 저리로 가, 돌아가 어떻게 그렇게 해요. 동엽이 형이 말해주길 가드는 좀 싸가지 없어야 된다고 하던데, 전 그러질 못했죠. 내년부턴 팀 상황 상 1번보단 2번을 많이 볼 것 같아요. 안 되는 패스나 리딩보단 잘하는 걸 더 키우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제 롤모델이 이정현 선수거든요. 슛이 굉장히 좋잖아요. 슛 좋은 걸 기본으로 깔고 수비 터프하게 해서 프로에 도전해야죠.



형들 빠졌어도 고려대는 고려대!


고려대에 갓 입학한 김낙현에게 포인트가드를 제안한 이는 바로 강병수 고려대 감독이었다. 당시 코치였던 강병수 감독은 “포지션 전향이랄 게 있나요. (김)낙현이를 1번이다, 2번이다 구분지어 생각을 안 해봤어요. 1, 2번 모두 소질이 있었거든요. 그 당시 우리 팀에 (이)동엽이가 있었고 낙현이가 고교 때 1번처럼 하길래 ‘그냥 너 리딩해라’고 한 거에요”라고 말했다. 코트 밖 김낙현에 대해선 “대범하고 자기 의견을 잘 얘기하지만 의외로 소심한 구석이 있어요. 리더로서 남한테 싫은 소리도 해야 하는데 잘 안하는 편이고요. 그래도 요즘엔 잘해요.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Q. 사실 대학리그에서 김낙현 선수를 첫 인터뷰 할 당시만 해도 다가가기 어려운 선수라고 생각했어요.
다 그래요. 생긴 것만 보고 무서워하더라고요. 사람들이 다 처음엔 다가가지도 못하겠다고 해요. 제가 항상 움츠리고 고개를 숙이고 다니니까 오해를 많이 받죠. 하지만 한 번 친해지면 말 많이 한답니다(웃음). 제가 A형이라 처음 말 걸기가 힘들어요. 처음이 어렵죠. 낯도 좀 가리고. 하지만 한 번 말을 트면 그 다음부턴 잘해요.


Q. 평소 성격은 어때요?
약간 낙천적이에요. 그리고 긍정적이고요. 될 대로 되라, 이런 식이죠. 또 섬세한 면도 있어요. 제가 4학년인데도 후배들이 방청소 한 게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직접 다시 하거든요.


Q. 4학년 선배들이 얼마 전 모두 프로에 갔잖아요. 신인선수 드래프트는 당연히 봤겠죠?
그럼요. 현장에 있었어요. ‘이제 내 일이구나’ 했죠. 저 가족석에 우리 엄마, 아빠, 누나가 앉아 있을 생각을 하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이 들더라고요. 좋은 기운을 받기 위해 (이)종현이 형 의자에도 앉았어요. 내년에는 종현이 형 자리까진 아니어도 바로 그 옆에라도 앉아야죠. 아, 저 기사에 이 말 써주면 안돼요?


Q. 무슨 말이요?
김낙현의 최대 장점은 안 다치는 거라고요. 프로에 갈 때 부상이 없다는 걸 강조하려고 해요. 고등학교 때 오른쪽 발목이 한 번 돌아간 것 말곤 농구 인생에 다쳐 본 적이 없어요. 감기 걸리거나 체해서 운동을 쉰 적은 있어도요. 어릴 때부터 잘 안 다쳤어요. 엄마, 아빠가 잘 먹였죠. 특히 콩을 많이 먹었어요. 그래서 힘이 좋은 것 같아요.


Q. 이종현, 강상재가 나가며 고려대 골밑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많아요. 김낙현 선수는 두 선수의 공백이 느껴지나요?
완전 느껴지죠. (이)종현이 형이나 (강)상재 형은 확실히 스크린부터 달라요. 형들이 한 번 스크린하면 수비수들이 단번에 걸리는데 (박)준영이나 (박)정현이는 흐지부지 매가리 없게 해서 감독님께 많이 혼나요.



Q. 황금세대가 졸업하며 다음 시즌 대학리그는 춘추전국시대가 될 거란 예상이 많아요. 김낙현 선수가 보기엔 어때요?
(고려대, 중앙대, 연세대, 단국대를 4강권 팀으로 언급하며)중앙대는 주요 선수가 (김)국찬이에요. 나머지 넷이 국찬이에게 얼마나 맞춰 돌아가느냐가 문제에요. 새로 중앙대에 올 신입생들에 대해 얘기가 많은데 어차피 1학년들이에요. 이종현급이 아닌 이상 1학년은 한계가 있어요. 고교무대와 대학무대는 다르니까요. 연세대는 은희석 감독님이 1명에 의존하지 않고 5명이 모두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걸 좋아해요. (허)훈이나 (안)영준이 뿐 아니라 5명이 골고루 움직이는 농구를 할 것 같아요. 연세대는 포지션 하나, 하나 백업까지 다 좋아 만만치 않아요. 단국대는 누구 하나 메인플레이어 할 것 없이 5명이 똑같이 움직이고요. 4강에는 충분히 오를 전력이에요. 마지막으로 고려대는…. 제가 주축이 되어 팀을 잘 이끄는 게 중요해요.


Q. 말솜씨가 장난이 아닌데요? 선수 생활 은퇴 후에 해설위원 하는 건 어때요?
서장훈처럼 방송하고 싶어요(웃음).


Q. 프로에 간 형들에 대한 전망도 해주세요.
(이)종현이 형은 아직 재활 중이라 복귀를 해도 몸 상태가 제 정상은 아닐 거에요. 다음 시즌은 돼야 제대로 된 이종현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강)상재 형은 아직 팀에 적응 중인 것 같아요. 고려대와 전자랜드는 농구하는 스타일이 다르니까요. 적응하면 잘할 거에요. (최)성모 형, (정)희원이 형도 적응기간만 지나면 잘할 것 같아요.


Q. 대학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있잖아요. 목표가 궁금해요.
평균 득점은 15점 이상. 어시스트는 2개 이상. 리바운드는 3개 이상. 그리고 MBC배든 대학리그든 우승은 다 해야죠. 제일 중요한 건 정기전 승리고요. 정기전, 정기전! 그놈의 정기전(웃음).


Q. 고려대의 주장이자 에이스로서 다가오는 시즌이 설레기도 하고 부담도 될 것 같은데요.
설레는 것 보단 걱정과 부담이 더 크죠. 기대하는 시선들이 많으니까요. 그동안 고려대가 쌓아온 업적들이 제가 주장이 된 순간부터 피해가 갈까봐 제일 걱정이에요. 잘하고 싶어요. 잘할 자신도 있고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주축 4명이 빠졌다고 고려대 약해졌다고 하는데, 그래도 강한 건 그대로니까 약하게 안 봤으면 좋겠다. 다른 대학들에게 하는 얘기에요. 4학년들이 다 빠져서 우리를 해볼 만하다, 이길 수 있다 생각하는데 그러다 큰일 난다고 전하고 싶어요.


프로필
1995년 3월 12일생, 184cm/87kg, 여수화양고→ 고려대(체육교육)


사진_점프볼 자료사진(문복주 기자,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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