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프로농구와 4차 산업혁명

권부원 / 기사승인 : 2017-04-10 08: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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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권부원 편집인] 드론이 농구코트 상공을 비행하더니 페인트 존에 공을 떨어뜨린다. 바닥을 한번 튀기고 올라온 공을 잡은 선수는 림을 향해 솟아올라 덩크슛을 터트린다. 인간과 기계의 콜라보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 일으킨 물결은 농구장에도 밀려오고 있다. 2월 19일 미국 뉴올리언스 스무디킹센터에서 벌어진 2017년 NBA 올스타전 덩크슛 경연대회. 애런 고든(올랜도 매직)은 드론을 도우미로 삼고 덩크슛 시범을 펼쳐 눈길을 사로잡았다. 인텔사가 제작한 드론이 공중에서 농구공을 배달했고, 고든이 이를 받아 덩크슛으로 연결했다. 드론이 농구장에 출격하는 세상이 왔다. 한국에서도 익숙한 모습이다. SK나이츠는 홈구장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드론을 활용한 응원전을 펼친다. 드론 여러 대가 관중석을 날아다니며 팬들과 함께 어울리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드론 출격한 농구장, 4차산업혁명의 파고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을 통해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증강현실 같은 산업을 주도하는 시대를 말한다. 1~3차 산업혁명과 마찬가지로 4차 산업혁명이 세상에 미칠 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공지능과 로봇은 인간의 삶을 크게 흔들게 된다. 기존에 사람들이 차지해온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 미래학자들의 전망이다. 이미 보스턴 다이내믹사는 집안일을 돕는 로봇을 개발했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메이커들이 시속 200km 이상 달리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한 지도 오래됐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컴퓨터와 로봇이 등장하고, 자율주행차가 거리를 달리는 세상에는 없어질 직업이 많아진다. 속기사와 동시통역사, 운전기사 직종이 대표적인 소멸직업 리스트에 올라있다. 최근 중국 상하이에 거주하는 지인이 전한 말이 있다. “상하이 법원에는 이미 속기사가 사라졌고, 컴퓨터가 그 일을 대신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지난해 4차 산업혁명이 낳을 파장을 눈앞에서 지켜본 바 있다. 인공지능컴퓨터 알파고와 프로기사 이세돌의 바둑대국이다. 이른바 ‘인간과 기계의 대결’에서 누가 승리했는가. 알파고는 오묘한 두뇌스포츠인 바둑마저 정복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알파고는 이후 프로기사를 상대로 연전연승하고 있다. 바둑과 바둑기사가 미래에도 스포츠와 직업으로 존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드론이 비행하는 경기장에 앉아 이런 생각을 해본다. 4차 산업혁명이 일으킬 파고 속에서 프로농구는 한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농구선수란 직업은 앞으로도 존재할 수 있을까.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의문으로 이어진다. 텅빈 관중석이 유난히 크게 눈에 들어오는 날, 썰렁한 경기장에 들어서면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들곤 한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순전히 4차 산업혁명이란 물결 때문이다. 지금은 초기 단계이지만 산업혁명이 몰고 올 파고는 점차 거세질 전망이다. 결국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떤 영역과 직업은 소멸되고, 그 자리에 새로운 영역과 직업이 생겨날 것이다. 지난해 다보스 포럼에선 2020년까지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일자리 710만개가 소멸된다는 예상이 나왔다. 프로스포츠산업도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이유다.


프로농구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다
KBL은 스물한번째 리그다. 매 시즌 중반을 넘어서 플레이오프가 다가오면 각 팀 진영에 긴장감이 배가된다. 어차피 10개팀 순위를 가려야하고 챔피언 한 팀을 정해야하는 싸움이다.


싸움에도 격이 있다. 코트에 박진감이 넘쳐나면 팬은 손에 땀을 쥐게 된다. 한번 공격과 한번 수비, 창과 방패가 부딪히는 고수의 싸움에 팬들은 전율을 느낀다. KBL 르네상스를 위해서 농구경기는 그렇게 해야 한다.


현실은 어떤가. 팀간 경쟁이 격화될수록 코트는 전쟁터가 된다. 때로는 살벌한 육탄전으로, 때로는 저급한 욕설전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그래선지 심판 휘슬이 울리면 승복보다 불복이 먼저다. 타임아웃을 불러놓고 작전지시보다 심판을 불러 따지는 건 흔한 장면이 되었다. 패장에게 심판 탓은 가장 쉬운 변명이 된다.


그뿐인가. 지난 2월 6일 잠실실내체육관, 김철욱(KGC인삼공사)이 속공을 위해 달리는 임동섭(삼성)을 겨냥해 발을 내밀었다. 2월 19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선 이승현(오리온)이 커스버트 빅터(전자랜드)에 밀려 넘어진 뒤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 날뛰는 모습을 보였다. 그때마다 농구 팬들은 무리지은 댓글로 싸움에 가세했다. 그 싸움의 결말은 어떻게 나왔나. 누가 승자인지, 패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KBL 20주년, 생존해법 찾아야
구단 프런트 역시 치열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팬 한명, 스폰서 기업 하나라도 더 붙잡으려는 마케팅전은 얼마나 뜨거운지 모른다. 10개팀 모두 팬 친화정책 시행에 두 팔 걷고 나섰다. 선수들이 팬 사인회를 열고 사진촬영을 하는 것은 기본서비스가 된 지 오래다. 오리온의 고양체육관은 경기 후 코트를 개방하고 있다. 관중들은 선수들이 뛰는 코트를 밟아보고 농구를 한다. 12월 31일엔 새해맞이 밤샘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KCC의 카파데이, 삼성의 매일유업데이처럼 팀 스폰서를 배려하는 마케팅도 모든 팀이 실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노력이 쉽게 성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2월 8일, 당시 1, 2위 서울 삼성과 안양 KGC인삼공사 격돌한 잠실실내체육관을 찾은 관중은 2,338명이었다. 2월 15일 1위 삼성과 3위 고양 오리온이 맞붙은 고양실내체육관에도 관중 1,500명이 찾았을 뿐이다. 평일 농구장 흥행가도에는 빨간 불이 들어와 있다. 상위팀간 경기가 이 정도다. 경기시간 오후 7시가 갖는 구조적인 문제일 수도, 농구 자체의 경쟁력 문제일 수도 있다. 팀마다 연간 70,80억 원을 지출하는 구조아래 흑자는 요원하다. 그래서 농구의 미래, 생존 문제를 각 구단에 맡겨놓을 문제가 아니다. 시대흐름을 외면하고 나부터 살고보자고 덤비면 함께 망하기 쉽다. ‘공유지의 비극’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KBL은 2월 1일 2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잃어버린 인기와 영광을 찾자며 중흥을 다짐하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은 막 시작되었다. 격동의 시기다. KBL은 10개 구단의 지혜를 모아 4차 산업혁명 대비에 나서야 할 시기다. 한국에서 프로농구산업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 - 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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