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서호민 기자] 동호회 농구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대쉬(Dash)’라는 팀이 있다. 어디서 들어본 낯익은 이름 아닌가? 울산 모비스 팬들이라면 감을 잡았을 것이다. 바로 모비스 기대주 이대성(27, 193cm)의 별명이다. 실제로 ‘대쉬’는 이대성의 별명에서 따온 팀 이름이다. 이대성이 프로농구선수를 꿈꾸던 그 시절, 함께 운동하고 도전하던 그 추억을 간직하고, 각자의 무대에서 최고를 향해 도전하겠다며 만든 팀이다. 이대성이 상무에서 전역하고 프로무대로 돌아오면서 이들은 다시 한 번 함께 할 자리가 만들어졌다.
이대성은 지난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일반인 자격으로 드래프트에 참가해 당시 많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데뷔 시즌부터 중심 자리를 꿰차며 탄탄대로를 밟았고, 모비스의 챔피언 결정전 우승 주역으로 활약하며 2라운드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갔다.
여기서 시간을 5년 전인 2012년으로 돌려보자. 당시 이대성은 미국 브리검영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오랜 ‘농구쟁이’ 친구들과 함께 부산경남권 고등학교 농구부 투어를 다니며 프로의 꿈을 키웠다. 그 당시 이대성과 같이 운동을 했던 친구들은 얼마 전 ‘2016-2017 The K 3X3’ 서울리그 최종 우승의 영광을 거머쥐며 2017년 3X3 해외대회 참가 자격을 얻게 된 ‘대쉬(Dash)’ 팀원들이기도 하다.
천호성, 엄정현, 김지민, 정찬엽, 강민우로 구성된 대쉬는 지난 2016년 11월 투어1을 시작으로 총 네 번의 투어를 펼친 ‘2016-2017 The K 3X3’ 서울리그에서 대회 내내 1위 자리를 유지하던 ‘WILL’을 상대로 극적인 뒤집기에 성공,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부산·경남권이 주거지인 이들은 대회 내내 바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이동도 마다하지 않으며 대회에 참가했다. 그들에게는 이런 노력과 꾸준함이 빚어낸 결과물이라 더욱 값졌다.
그런 이대성과 대쉬 선수들이 오랜만에 다시 뭉쳤다. 3월 19일 모비스와 원주 동부의 6라운드 경기가 열렸던 울산 동천체육관. 대쉬 선수들이 이대성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으며 이들의 재회가 이뤄졌다. 경기에 앞서 만남을 가진 이들은 사진을 찍고 담소를 나누며 옛 추억을 떠올렸다.

부산경남권 고교를 떠돌다
대쉬는 NBA 레전드 포인트가드 ‘스티브 내쉬’와 이대성의 이름 ‘대’를 딴 합성어다. 이는 이대성의 별명이기도 하다. 이대성은 “처음 미국에 갔을 때 영어 이름을 지어야 하는데, ‘대성 리’라고 하기엔 무언가 식상한 것 같았다”며 “예전부터 스티브 내쉬의 플레이를 정말 좋아했다. 그래서 내쉬와 나의 이름을 합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감도 좋지 않은가. 주위 반응도 좋았다. 그 때 이후로 사람들이 나를 ‘대쉬’라고 부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프로 진출이 목표였던 이대성은 함께 운동할 수 있는 동료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고향 삼천포에서 함께 운동했던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대성의 어려운 사정을 안 친구들도 한 치 고민도 없이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들은 ‘대쉬’라는 팀명으로 부산·경남권에 있는 여러 고등학교 농구부를 수소문 하여 연습 경기를 치르는 등 근근이 팀을 꾸려 나갔다.
이대성은 “너무 힘들었던 시기였다. 친구들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또 가야고 하태영 코치 선생님께서 어려운 사정을 알아채셨는지, 우리가 좀 더 편하게 운동할 수 있게끔 학교에서 숙식을 제공해주셨다. 하태형 선생님의 도움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쉬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이들에게도 이런 과정들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아무래도 선수 출신이 이대성 한 명 밖에 없던 터라 상대팀들의 무시를 많이 받기도 했다는 후문.
강민우는 “당연히 선수 출신이 (이)대성이 한 명 밖에 없으니 무시당할 만도 하다. 사실 연습경기 때도 많이 졌다”며 “한 번은 동아고 농구부와 연습경기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동아고 코치 선생님이 얕보는 식으로 말씀하시더라. 대성이가 또 자존심 세기로 유명하지 않은가. 그 말을 들은 대성이가 저희한테 하는 말이, ‘힘들면 무조건 바로 교체해달라’고 말하고 코트에서 뛸 때만큼은 절대 쉬지 말고 죽을 힘을 다해서 뛰자고 강조했다. 그 대목에서 ‘아 이 친구는 정말 크게 될 놈이구나’라고 느꼈다.”
이에 이대성도 “그 당시 동아고 체육관에 딱 들어갔는데 감독님께서 저희를 보고는 ‘왔어?’ 딱 한마디 하시면서 무시를 하시더라”라며 “그래서 열심히 해서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자고 마음을 먹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대로 안됐다. 많이 답답했고 친구들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분명 이긴 경기도 많았지만, 서운한 마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도 즐거움을 찾는 일도 멈추지 않았다. 짬이 날 때면 바다로 향했다. 이와 관련해 강민우는 재밌는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한 번은 삼천포로 팀원들끼리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숙소에서 술자리를 가졌는데 대성이는 피곤해서 먼저 잔다하고 자더라. 그래 놓고선 자다 일어나서 술자리에 슬쩍 끼더니 우리가 먹고 있던 팝콘을 혼자 다 뺏어먹었다. 그래서 안주도 다시 사와야 됐다.”
‘대쉬’의 일원인 정찬엽은 지난해 10월 전국체육대회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놀레벤트 이글스에서 뛰기도 했다. “상무에 있을 때 놀레벤트 이글스가 경기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당시 상무 동료들이 하나 같이 저 선수 정말 잘한다며, 누구냐고 묻더라. 그래서 내가 (정)찬엽이 형에 대해 선수 출신이 아닌 것부터 시작해서 자세히 설명해줬더니 다들 놀라워했다. 그때 정말 뿌듯함을 느꼈다.” 이대성의 말이다.
그렇게 1년 간 친구들과 ‘대쉬’라는 이름 하나로 의기투합해 굵은 땀방울 쏟아낸 이대성은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 일반인 자격으로 참가해 2라운드 1순위, 전체 11순위로 당당히 모비스에 입단했다. 신인 드래프트가 열렸던 잠실 학생체육관에는 ‘대쉬’ 선수들도 참가해 자리를 빛냈다.

‘피지컬 괴물’이 된 이대성
이들은 이대성이 상무 휴가를 나왔을 때도 자주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정찬엽은 “한 번은 (이)대성이가 상무에서 휴가를 나와 마산고에서 함께 운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몸이 완전 로봇이 돼서 나왔더라”라고 돌아봤다. “대성이한테 물어봤더니 부대 안에서 매일 웨이트 훈련을 빠짐없이 했다고 하더라. 휴가 나왔을 때도 저와 하루에 3시간씩 웨이트 훈련을 했다.”
이어 프로 입단 전후를 비교해 플레이에서 달라진 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무엇보다 몸의 변화가 가장 크다. 벌크업을 하면서 스피드와 파워를 동시에 겸비하게 됐다. 또 프로 가기 전에는 아무래도 볼 소유 시간도 길었고, 혼자 하는 경향도 있었다. 그런데 확실히 프로에 가니까 팀을 많이 신경쓰는 것 같았다.”
천호성도 이에 동의했다. “드리블이 더 간결해졌다. 예전에는 드리블도 많았고, 화려한 드리블을 추구하려 했다”며 “그러나 프로에 오고 나서는 그런 화려함이 자제된 드리블을 한다. 예를 들어 드리블을 칠 때 1~2번 레그-스루만 하고 패스나 슛 등 다음 동작으로 이어가려 한다. 그런 부분이 많이 개선된 것 같다”고 냉철한 분석(?)도 잊지 않았다.
‘대쉬’, 3X3 국가대표를 꿈꾸다
최근 FIBA는 3X3를 전 세계적으로 활성화시키기 위해 격년제로 개최하던 3X3 월드컵을 매년 개최하는 등 3X3 세계화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또한 이미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에는 3X3 종목이 채택되었고, 2020 도쿄올림픽 정식 종목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3X3 종목을 주 종목으로 하는 ‘대쉬’ 선수들에게도 이런 소식이 더욱 반가울 터.
천호성은 팀 이름 그대로 앞을 향해 질주하겠다고 말했다. “3X3 종목이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에도 채택되는 등 점점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 우리도 5X5보다는 3X3 종목에 중점을 두고 대회를 많이 나갈 예정이다. 또 앞으로 참가하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대쉬’ 이름을 더 널리 알리게 된다면, 프로에 있는 대성이에게도 좋은 귀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처럼 그들은 각자의 목표를 향해 팀 이름 그대로 ‘대쉬’하고 있었다. 남자농구를 대표하는 국가대표선수가 되겠다는 이대성, FIBA 3X3를 대표하는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대쉬’ 팀 멤버들. 언젠가는 그들 모두의 목표가 이뤄질 날이 오길 응원한다.

BONUS ONE SHOTㅣ서로에게 전하는 메시지
이대성이 친구들에게_ 친구들이 정말 지금까지 농구만 바라보고 살아왔잖아요. 그렇게 미친 듯이 농구를 좋아하고 노력한 대가가 찾아왔다고 생각해요. 사실 친구들이 3X3 해외대회 참가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저에게도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어요. 저도 국가대표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잘해야겠죠? (하하) 지금까지 좋은 일이 있었던 만큼 앞으로도 농구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더 좋은 일이 생길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앞으로도 우정 변치 않고 팀 이름처럼 ‘대쉬’했으면 좋겠네요.
친구들이 이대성에게_
· KBL NO.1이 되길 바란다! - 천호성
· 늦게 팀에 합류해 처음 뵙게 됐는데 만나서 영광이었습니다. 대한민국 NO.1 포인트가드로 승승장구 하셨으면 좋겠네요. 응원합니다! - 엄정현
· 대성이 포함, ‘대쉬’ 팀원들 모두 부상 없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 GO DASH! - 김지민
· 열정과 욕심이 워낙 강한 친구다. 천천히 한 단계씩 밟아나가면 결국에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정찬엽
· 워낙 화려한 플레이를 하는 것을 즐기다 보니 무리한 동작을 하다가 부상을 입을 수 있는데, 너무 조급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부상 없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 - 강민우
#사진_신승규 기자, 대쉬 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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