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바스켓] 프리뷰 ① ‘무적함대’ 스페인, 4번째 우승에 도전

이민욱 기자 / 기사승인 : 2017-08-29 12: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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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민욱 칼럼니스트] 2000년대 유럽 농구를 말할 때 스페인 남자농구대표팀을 빼놓는 건 마이클 조던 없는 90년대 시카고 불스를 말하는 것과 같다. 2000년대 들어서만 3번(2009, 2011, 2015년) 우승을 했고, 2003년과 2007년에는 준우승을 거두었다. 이 정도면 ‘결승 단골손님’이라 봐도 무방하다.

이처럼 절대 강자의 면모를 발휘해온 스페인은 그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파우 가솔(216cm, 센터)과 후안 까를로스 나바로(192cm, 가드) 등의 황금세대와의 마지막 여정을 시작했다.

올해 8월 31일 개막하는 유로바스켓 본선에서도 스페인의 목표는 우승이다. 이를 위해 NBA와 스페인 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이 가세했다.

▲ 핵심멤버 결장, 그 공백은 누가?

그러나 전문가들은 스페인의 현 전력이 지난 몇 차례 대회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강한 편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알토란같은 활약을 해온 자원들이 몇몇 빠졌기 때문이다.

우선, 레알 마드리드의 펠리페 레이예스(206cm, 포워드)와 루디 페르난데스(198cm, 가드/포워드)는 이번 유로바스켓 2017 본선에 나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한 최근 토론토 랩터스와 3년 계약을 맺은 서지 이바카(208cm, 포워드)도 대표팀 합류를 고사했다. 리우올림픽에 출전했던 니콜라 미로티치(209cm, 포워드)는 예비 엔트리에는 이름을 올리기는 했으나, 계약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대표팀 합류가 무산되었다.

게다가 주득점원 세리히오 율(192cm, 가드)이 벨기에와의 평가전에서 전방십자인대 파열을 당하면서 대표팀뿐 아니라 레알 마드리드 관계자들까지 시름에 빠지게 됐다. (이 날은 경기 결과까지도 충격적이었다. 스페인은 벨기에에게 71-89, 충격의 18점차 대패를 당했다.)

이렇게 여러 문제로 꽤 시끄러운 이슈들이 쏟아지고 있는 스페인이지만 여전히 이번 유로바스켓 2017 본선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만큼 선수층이 두껍다.

평가전을 통해 공개된 스페인의 팀 전술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양한 유형의 스크린을 이용한 모션 오펜스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이 작전이 위력적인 건 상대의 강력한 압박 수비를 쉽사리 요리할 수 있는 특급 볼 핸들러들이 ‘항시 대기’하고 있다는 점도 있지만, 역시 가솔 형제가 모두 건재하다는 점이 더 크다. 세르히오 스카리올로 감독은 평가전에서 두 형제를 모두 주전으로 세워왔다. 또 둘 중 한 명이 뛸 때는 다양한 파트너를 내세워 조합을 실험하기도 했다.

사실 가솔 형제를 같이 내세우는 더블 포스트 전술은 최근 ‘스몰 볼’ 로 대표되는 현대 농구의 트렌드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유로바스켓 본선이 단기전이라는 점, 그리고 형제가 같이 나왔을 때 유럽에서 스페인에게 맞불을 놓을 수 있는 팀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가장 효율적일 수도 있다.

최근 평가전에서 가장 눈여겨볼 점은 마크 가솔이다. 체중감량을 많이 하면서 스트레치 4 역할을 해내고 있다. 슛감은 조금 아쉬웠지만 내외곽을 넘나들며 수비를 혼란에 빠트렸다.


▲ 가솔 형제 도울 외곽 자원들

외곽 자원들도 훌륭하다. 1번(포인트가드) 포지션에서는 리키 루비오(193cm, 가드) 세르히오 로드리게스(191cm, 가드)의 이름이 눈에 띈다.

루비오에 대한 농구팬들의 관심주는 단연 슛이다. ‘슛 없는 가드의 대명사’였던 루비오는 2016-2017 NBA 정규시즌 후반기 때 슈팅능력에 있어 개선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만약 그가 이번 유로바스켓 본선에서도 계속 이 슛 감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스페인 대표팀이 훨씬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것이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하는 나바로의 활약 여부도 관심사다. 이제는 주전보다는 식스맨 역할이 더 어울리는 상황이지만, 중요한 순간 ‘카운터 펀치’를 날릴 ‘킬러 본능’은 여전하다. 따라서 분위기 전환이 필요할 때나 승부에 방점을 찍어야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면 스카리올로 감독은 나바로 카드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스카리올로 감독이 ‘과거의 영광’ 만을 생각하고 나바로에게 현재 가진 능력보다 더 큰 역할을 맡기며 장시간 그를 세워두려고 시도한다면 오히려 스페인 대표팀의 경기력에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특히 나바로의 경우, 수비가 더 걱정이다.

한편 이번 스페인 대표팀을 유심히 살펴보면 황금세대와 NBA 선수들을 눈여겨보는 것 외에 중요한 키워드 두 가지가 숨겨져 있다. 바로 ‘젊은 피’ 와 ‘발렌시아’ 이다.

2009 유로바스켓부터 스페인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스카리올로 감독은 그동안 유로바스켓 같은 중요한 대회에서 24세 이하의 유망주들을 기용한 적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나마 기용됐던 선수는 이바카나 미로티치같이 검증된 귀화선수나, 전임 감독이었던 아이토 가르시아 레네시스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쏠쏠하게 써먹었던 루비오 정도였다.

그런 스카리올로 감독이 부분적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평가전만 보고 단언하기에는 이르지만, 그는 20대 초반의 스페인 출신 선수들을 4명씩이나 발탁하여 이들 모두를 기용하고 있다. 이는 스카리올로 감독이 스페인 대표팀을 맡은 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형(1994년생 윌리)과 동생(1995년생 후안초)이 모두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게 된 에르난고메즈 형제,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1993년생 슈터 알렉스 아브리네스(198cm, 가드/포워드), 스페인리그 발렌시아 소속인 기옘 비베스(193cm, 가드)가 여기에 해당되는 이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의 힘은 스페인과 벨기에의 2번째 평가전에서 잘 드러났다. 1차전을 18점차로 패한 뒤 스페인은 2차전에서 88-72로 대승을 거두었다. 당시 경기에서 이들 젊은 피가 큰 힘을 보탰다. 에르난고메즈 형제가 팀내 최다득점 1, 2위(윌리 20점/ 후안초 14점 6리바운드)를 기록할 정도로 공격에서 가공할 힘을 보여줬으며 아브리네스도 14분 16초간 출장하며 8점을 넣었다.


▲ 발렌시아 우승주역들, 얼마나 도움 될까

또 다른 키워드는 바로 발렌시아다. 발렌시아는 2016-2017시즌 바르셀로나 사스키 바스코니아(Saski Baskonia), 레알 마드리드 같은 강팀들을 모두 꺾고 창단 이래 첫 스페인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스카리올로 감독은 발렌시아 출신의 스페인 선수들을 이번 대표팀의 최종 엔트리에 대거 선발했다.

사실 발렌시아 선수들이 대표팀 경기력 향상에 얼마나 도움을 줄지는 미지수다. 프로와 국가대표팀 경기는 분명 다른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 능력들은 출중한 이들이기에 적절하게 써먹을 수만 있다면 꽤 괜찮은 ‘비밀 병기’ 역할을 해낼 수도 있다.

앞서 이야기한 비베스 외에 다른 발렌시아 선수들은 2011년 유럽 U20 선수권 대회에서 미로티치와 함께 스페인 U20 대표팀의 전승 우승을 이끌었던 1991년생 호안 사스트레(201cm, 가드/포워드)와 1992년생 피에르 오리올라(206cm, 포워드) 그리고 과거 대표팀에 뽑힌 경험이 있는 1984년생 노장 페르난도 산 에메테리오(199cm, 포워드)이다.

사스트레는 2(슈팅가드), 3번(스몰포워드) 포지션의 엔트리 운영에 있어 숨통을 트이게 해줄 수 있는 스윙맨이다. 그는 지난 결승전에서 깜짝 활약을 펼치며 3연패에 도전하던 레알 마드리드에게 찬물을 끼얹은 발렌시아의 대표스타이기도 하다.

+사스트레 스페인 파이널 4차전 하이라이트+
https://www.youtube.com/watch?v=A_j_SwVyE5o

대표팀에서 그는 폭발적인 득점력보다는 공, 수에서 궂은일을 해주는 ‘소금’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스카리올로 감독은 평가전에서 여러 번 주전으로 사스트레를 올렸을 정도로 그에 대한 신뢰를 보냈다.

다양한 득점 루트로 상대를 공략할 줄 아는 오리올라도 공격 위주의 득점원 역할을 맡긴다면 제 몫을 챙길 수 있는 자원이다.

2010년 터키 세계선수권(현 월드컵)에서 처음 대표팀에 선발된 이후 그간 국제대회 활약상이 미비했던 산 에메테리오도 ‘롤 플레이어’로의 쓰임새는 충분히 있다. 유로바스켓 2017 본선 직전 ‘마지막 모의고사’였던 리투아니아 전에서 산 에메테리오는 28분 28초간 경기에 나설 정도로 중용되었으며, 5점 2리바운드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 관건은 수비, 수비, 수비

현재 스페인이 안고 있는 고민은 뒷선 수비가 약하고, 앞선에서 율의 공백을 100% 메울 자원이 없다는 점이다. 먼저 뒷선 수비의 경우 ‘NBA 올해의 수비수’ 출신 마크가 경기에 나올 때는 그나마 약점이 덜 드러나는 편이지만 전성기에 비해 발이 느려진 파우와 출중한 공격력에 비해 약한 수비력을 가진 윌리가 코트에 들어서면 균열이 확실히 보인다.

또한 율의 대체자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율은 그간 뛰어난 운동능력과 활발한 활동량 그리고 정확한 슈팅으로 스페인 대표팀이 공격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공헌도가 무척 컸던 인물이다.

수비에서도 율은 핵심이었다. 상대 움직임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예측력과 기민한 사이드 스텝을 갖춘 그는 2012년 런던올림픽 8강전 프랑스 전에서는 에이스 토니 파커(188cm, 가드)의 빠른 발에 ‘족쇄를 채우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노쇠화가 상당히 진행된 나바로는 더 이상 대표팀 최고의 ‘폭탄 기술자’가 아니며 국제대회 경험이 너무 일천한 사스트레와 아브리네스는 아직 대표팀 경기에서 전혀 검증되지 않은 자원들이다. 산 에메테리오는 느리고 수비력이 좋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은 무시할 수 없는 팀이다. 여전히 국제대회에서 맹위를 떨치던 잔뼈 굵은 베테랑들이 건재하며 신진 선수들도 황금세대보다 무게감은 떨어지지만 상대 팀 입장에서 봤을 때는 만만히 볼 수 없는 실력의 소유자들이기 때문.

또한 평가전을 치르면서 ‘하나의 팀’으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점차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다.


만약 이들의 팀워크가 더욱 단단해진다면 이번 유로바스켓 2017 본선에서 스페인의 우승 전망은 ‘흐림’ 보다는 ‘쾌청’에 가까워 보인다.

한편 스페인은 이번 유로바스켓 2017 본선 조별리그 C조에서 몬테네그로, 루마니아, 체코 , 헝가리와 경기를 갖는다. 이번 대회 예선은 핀란드, 이스라엘, 루마니아, 터키에서 분산 개최되는데 C조의 개최지는 루마니아다.

# 사진=FIBA, 나이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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