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이민욱 칼럼니스트] 리우올림픽 은메달을 따낸 세르비아는 조별리그 초반 호주와 프랑스에게 패배하는 등 시작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팀워크가 맞아 들어가며 전력이 급상승하기 시작했고, 강호 미국과의 경기에서 선전하며 전 세계 농구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경기는 91-94로 아깝게 패배)
흐름을 잘 탄 세르비아는 8강(86-83)과 4강(87-61)에서 만만치 않은 상대인 크로아티아 호주를 격파하고 대망의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비록 미국에게 30점차(66-96) 대패를 당했으나 세르비아는 값진 은메달 획득에 성공하며 ‘과거의 영광’을 다시 되찾았다.
그렇다면 세르비아는 8월 31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유로바스켓 2017 본선에서도 호성적을 재현할 수 있을까? 2001년 이후 첫 우승을 노리는 세르비아는 라트비아, 러시아, 벨기에, 영국, 터키와 함께 D조에서 조별리그 경기를 치르게 된다. D조 경기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다.
▲ 핵심멤버 빠진 세르비아, 그래도 믿을 구석은 있다
개막 전이기에 조심스럽지만 현상황은 올림픽에 비해 좋지 않다. 대표팀 주축선수들이 대거 불참했기 때문이다. 2016-2017시즌 후반기에 왼발 부상을 당하며 시즌 아웃된 네마냐 비엘리차(208cm, 포워드)는 재활로 일찌감치 대표팀 차출을 고사했으며, 덴버 너게츠의 ‘라이징 스타’ 니콜라 요키치(211cm, 센터)의 경우 차기 시즌 준비를 이유로 세르비아를 위해 뛰지 않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LA 클리퍼스와 정식 계약을 맺은 밀로스 테오도시치(198cm, 가드)와 이탈리아 리그(LBA) 밀라노 소속의 미로슬라브 라둘리차(213cm, 센터)까지 부상으로 인해 대표팀에서 하차했다.
가드진의 숨은 살림꾼, 스테판 마코비치(196cm, 가드)는 리우올림픽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이처럼 주요 자원들이 빠지면서 세르비아는 팀이 많이 약해졌다. 그렇다고 세르비아가 당장 무너질 만한 약체는 아니다.
아직 유럽프로농구 무대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 이들이 많이 남아있으며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시스템 농구’를 대표팀에 성공적으로 이식한 사샤 조르제비치 감독도 건재하다. 따라서 이번 유로바스켓 2017 본선에 임하는 세르비아의 팀 컨셉트는 올림픽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퍼스 식 농구를 신봉하는 조르제비치 감독의 농구철학처럼 세르비아 대표팀은 모션 오펜스를 지향한다. 코트에 있는 선수들은 길게 드리블을 치기보다 활발한 패스로 좋은 득점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팀 공격을 시작하는 볼 핸들링이 좋은 볼러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다는 점이 세르비아 대표팀의 강점이다.
볼러가 상대 수비의 압박으로 안정적으로 볼을 지킬 수 있다면 그만큼 좋은 패스들이 나갈 가능성이 크다. 물론 세르비아는 볼러들의 능력만 좋은 게 아니다. 다른 선수들이 신속하게 움직이면서 빈 공간을 찾아들어가는 장면도 많이 보이며 당연히 스크리너의 움직임도 기민하다.
팀 농구를 중시한다고 해서 조르제비치 감독이 창의성 있는 플레이를 시스템으로 옥죄어 버리는 ‘꼰대’ 라고 생각하는 크나큰 오산이다. 그는 상황에 따라 선수들이 능동적으로 1대1을 시도할 수 있게 판을 적절하게 깔아주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오랫동안 대표팀에서 손발을 맞춘 선수들이 많아서인지 상대 볼러를 순식간에 더블 팀으로 에워싸는 부분이나 상대의 볼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수비수들이 대응하는 면을 봤을 때 팀 수비의 완성도도 낮지 않다.
현재 비엘리차 요키치 테오도시치 라둘리차의 부재로 세르비아에서 가장 믿고 쓸 수 있는 ‘에이스’ 는 이번 여름 새크라멘토 킹스와 3년 계약을 맺은 보그단 보그다노비치(198cm, 가드/포워드)가 될 것 같다.
2016-2017시즌 유로리그(Euroleague). 터키리그(BSL)에서 우승을 차지한 페네르바체 이스탄불(Fenerbache Istanbul)의 우승 주역인 그는 리우올림픽 이후 개인 기량이 한층 발전했다. 긴 윙스팬(211cm)의 소유자인 보그다노비치는 과거에 비해 기복이 많이 줄어들었고 집중력도 높아졌다.
2016-2017시즌 유럽프로농구에서 보그다노비치의 활약상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는 공격루트가 다양하고 볼 핸들링 능력도 뛰어나며, 좋은 운동능력과 패스도 코트에서 자주 보여줬다.
수비에서는 스크린 대처에 대한 약점과 민첩함이 떨어지는 점이 종종 보이기는 하지만 블록슛과 가로채기 능력은 점점 발전하고 있다. 특히 윙스팬(211cm)이 길기 때문에 앞으로 NBA에서 다듬기에 따라 더 좋은 수비수가 될 수 있다.
▲ 세르비아, 주목해야 할 다른 스타들은?
보그다노비치의 백업은 최근 페네르바체로 이적한 1995년생 마르코 구두리치(199cm, 가드/포워드)가 맡을 것 같다. 왼손잡이인 그는 폭발적인 운동능력의 소유자는 아니나 기술자로서의 능력이 무척 좋은 영건이다.
1991년생 니콜라 칼리니치(202cm, 포워드)도 세르비아 대표팀에 참여했다. 유럽에서 실력 있는 3&D 유형의 선수
들 중 한 명인 칼리니치는 페네르바체 소속으로 보그다노비치처럼 리우올림픽을 경험한 이후 개인 실력이 많이 늘은 것 같다.
칼리니치는 기존의 활발한 에너지와 박력 넘치는 플레이에 여유로움이 더해지면서 팀원들을 이용한 공격에 눈을 크게 뜬 것 같다. 그는 2016-2017시즌 유로리그 파이널 포(Final Four)에서 페네르바체가 우승하는데 크게 공헌한 선수다.
칼리니치와 함께 세르비아 포워드진에서 또 한 명 주목해볼 이름은 1989년생 블라디미르 루치치(204cm, 포워드)가 아닐까 싶다. 독일리그(Easycredit BBL) 바이에른 뮌헨에서 조르제비치 감독과 손발을 맞춘 루치치는 팀의 ‘에너자이저’로 3점슛과 돌파 능력을 모두 갖춘 선수다.
테오도시치의 공백은 스페인리그(Liga Endesa) 우니카하 말라가(Unicaja Malaga)의 1991년생 네마냐 네도비치(192cm, 가드), 비시즌 중 잘기리스 카우나스(Zalgiris Kaunas)로 팀을 옮긴 1994년생 신예 바실리에 미치치(196cm, 가드), 바이에른 뮌헨 소속 1990년생 스테판 요비치(198cm, 가드)가 메운다.
요키치와 라둘리차가 없는 인사이드는 오랜만에 대표팀에 들어온 NBA 디트로이트 피스톤즈 소속의 보반 마리야노비치(221cm, 센터)가 중심을 잡아줄 것 같다.
보반은 느린 스피드로 인한 수비 약점이 극심하기에 ‘괴물’이 즐비한 NBA에서는 활용도가 크지 않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는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 특히 ‘센스 도사’ 들이 많은 세르비아에서 보반의 넘치는 공격적인 재능은 상대 팀에게 공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보반은 언뜻 인상만 봤을 때는 키 농구를 할 것 같지만 슛 터치가 부드럽고, 움직임도 유연하다. 그리고 이는 그의 최고 장점이기도 하다.
보반과 함께 전직 NBA 리거 오그옌 쿠즈미치(217cm, 센터)도 주목해보자. 2016-2017시즌 츠르베나 즈베즈다(Crvena Zvezda)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인 그는 최근 스페인리그 레알 마드리드의 일원이 되었다. 공수에서 괜찮은 운동능력을 이용한 플레이가 일품이다.
한편 세르비아의 약점은 강팀과의 경기에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바로 팀 내 주축 선수들의 결장으로 인해 중요한 순간에 보그다노비치에게 크게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보반이 코트에 나왔을 때 상대 매치 업이 ‘빠른 농구’를 전개할 경우 수비에 균열이 생긴다는 점도 잠재적인 불안요소라고 볼 수 있다.
#사진=FIBA 제공(보그단 보그다노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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