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민준구 기자] 5개의 포지션으로 구성된 농구는 각자 해야 할 역할들이 나뉘어 있다. 가드는 패스, 포워드는 득점, 센터는 리바운드처럼 단순하지만, 정확한 임무 분담이 완성돼 있다. 그러나 점점 세월이 흐르면서 포지션 파괴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선수들의 하드웨어가 발전하고 신체능력까지 성장하며 포지션에 국한되지 않고 코트 전체를 누비는 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들을 일컬어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라고 부른다.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All Around Player)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란 만능선수를 뜻한다. 가드, 포워드, 센터 등 어느 위치에서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로 신체조건, 개인기와 슈팅, 패스, 리바운드, 수비 등 각 방면에 걸쳐 우수한 선수를 말한다.
‣ 국내외 대표적인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는?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NBA에서 대표적인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는 단연 매직 존슨(Earvin "Magic" Johnson Jr)이다. 1979 NBA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LA 레이커스에 지명된 매직 존슨은 206cm의 큰 신장임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고의 포인트가드라 불리고 있다. 본명보다 칭호가 더 유명한 매직 존슨은 코트에서 환상적인 플레이를 펼친다고 해 ‘매직’이라 불렸다.
매직 존슨은 단순히 유능한 포인트가드가 아니었다.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었으며 때로는 빅맨의 역할까지도 해낼 수 있었다. 전천후 활약을 펼친 매직 존슨은 정규리그 MVP 3회, 파이널 MVP 3회를 차지하며 선수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영광은 모두 가졌다.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된 그는 우리가 아는 최고의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였다. 매직 존슨은 통산 906경기에 나서 17,707득점 10,141어시스트, 6.559리바운드를 쌓았다. 평균으로 환산하면 19.5득점 7.2리바운드 11.2어시스트로 득점이면 득점, 리바운드면 리바운드, 어시스트가 필요하면 언제든 최고의 패스를 뿌려줄 수 있었던 그를 우리는 만능 그 자체로 평가하고 있다.

현역으로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가 있다. 센터의 몸으로 가드처럼 뛴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르브론 제임스는 타고난 신체를 지녔다. 하드웨어의 우수함과 더불어 영리한 두뇌까지 장착한 르브론 제임스는 데뷔 시즌을 제외한 14시즌 동안 최소 24득점 6리바운드 6어시스트 이상을 해냈다. 포인트가드부터 센터까지 수비가 가능해 활용 범위도 넓다.

반면, 국내에서는 누가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로 평가받을까? 농구 대통령이라는 최고의 명예를 얻은 허재 국가대표팀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허재 감독은 탁월한 득점력 이외에도 경기운영 능력까지 갖춘 만능 선수였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허재 감독은 공격형 포인트가드의 진수를 보여줬다. 득점은 물론, 패스와 스틸, 리바운드에서 큰 영향력을 보이며 이충희, 故김현준, 김유택과 함께 대표팀을 이끌었다.
국내에서는 단연 막을 자가 없었다. 강동희, 김유택과 함께 허동택 트리오를 구성해 국내무대를 평정했다. 선수인생의 황혼기였던 1997-1998 시즌에는 준우승에 머물렀음에도 불구하고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할 정도로 적수가 없었다.

여자농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변연하도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로 불리고 있다. 변연하는 1999년 WKBL에 첫 모습을 드러내며 여자농구 세대교체에 앞장섰다. 180cm의 신장에 정확한 슛을 갖춘 변연하는 전성기에는 포워드 역할까지 소화하면서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에서 맹활약했다. 선수 인생 막바지였던 KB스타즈 시절엔 포인트가드로 나서기도 하면서 3개 포지션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로 불렸다.
여자농구 최초로 WNBA에 진출했던 정선민도 대표적인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다. 센터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내외곽을 가리지 않았던 전천후 플레이어였다. 선수 시절엔 못 하는 게 없어 6개의 트리플더블과 2002년 겨울리그에는 스틸 1위를 기록하는 등 다재다능함을 자랑했다.
‣ 농구인들이 뽑은 최고의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는 누구?

코트에서 지휘자 역할을 맡고 있는 감독들은 과연 누구를 최고의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로 꼽았을까? 먼저 KGC인삼공사 김승기 감독은 “단연 허재 감독님이지 않나. 1번부터 5번까지 전부 소화할 수 있는 선수였다. 최근에 오세근이나 헤인즈가 트리플더블을 하면서 눈에 띄고 있지만, 허재 감독님처럼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KT의 조동현 감독은 “우리 팀에서 보면 김영환이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에 가깝다. 공격과 수비 밸런스가 좋아 해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소속팀 선수를 치켜세웠다.
MBC스포츠플러스의 김승현 해설위원은 “아직 국내엔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고 생각 한다.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라면 1번부터 5번까지 모두 소화해야 하는데 모두 하나씩 애매하다. NBA에는 르브론 제임스가 있다. 최근에 어시스트 개수가 10개 가까이 되더라. 득점과 어시스트, 리바운드 등 못하는 게 없는 선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허재, 현주엽 등 국내 최고의 선수로 불린 이들이 농구인들에게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로 지목됐다.
‣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를 상징하는 지표는? 트리플더블!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에 대해서 쉽게 알고 싶다면 트리플더블의 개수를 보면 된다(물론, 트리플더블 개수가 많다고 모두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는 아니다). 트리플더블은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 블록 등 주요 기록 중 3부분을 10개 이상 기록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무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기록으로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에선 1라운드에 애런 헤인즈와 오세근이 달성했다. KBL 통산 115회만 있는 기록이다. WKBL에선 삼성생명의 엘리사 토마스가 KEB하나은행전에서 역대 31호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바 있다.
NBA 역사상 가장 많은 트리플더블을 지닌 선수는 바로 181회를 기록한 오스카 로버트슨(Oscar Palmer Robertson)이다. 1961-1962 시즌 평균 30.8득점 12.5리바운드 11.4어시스트를 기록한 오스카 로버트슨은 지난 시즌 러셀 웨스트브룩의 등장 전까지 최초의 시즌 트리플더블 기록자로 이름을 날렸다. 빅 오(The Big O)로 불린 그는 현역시절, 올림픽 금메달과 전체 득점 2위, 어시스트 1위를 기록한 전설 중의 전설이다. 오스카 로버트슨의 기록은 매직 존슨이 깨기 전까지 전무후무한 성과로 남아 있었다.

국내에선 지난 시즌을 끝으로 코트를 떠난 주희정이 최다 기록자다. 총 8개의 트리플더블을 달성한 주희정은 가드임에도 리바운드 능력이 탁월했다. 최고의 전성기를 달린 2000년대 중반에는 트리플더블에 가까운 수치를 수차례 기록하며 한국판 제이슨 키드로 불리기도 했다. 단짝이던 마퀸 챈들러와의 호흡은 당대 최고로 불렸다. 이어 2위 자리는 LG의 현주엽 신임감독이 차지하고 있다. 현역 시절, 강한 힘과 유연한 몸놀림으로 더블더블 먹방을 찍었던 현주엽 감독은 트리플더블 7회를 기록하며 주희정의 뒤를 잇고 있다. 전성기를 지나 점점 하락세를 겪고 있던 LG 시절에는 포인트 포워드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득점보다 패스 위주의 플레이를 펼치며 농구 팬들에게 많은 질타도 받았지만, 멋진 어시스트를 내주며 다재다능함을 뽐내기도 했다.
‣ 현대농구의 중심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
앞서 언급했듯이 농구는 포지션 분배가 정확한 스포츠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선수들의 포지션 파괴가 이어지고 있다. 포인트가드가 다수의 리바운드를 잡아내기도 하며 센터가 3점슛을 던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포지션 파괴는 점점 현대농구의 상징처럼 다가왔다. 이에 따른 수비전술도 발전하면서 농구는 성장해가고 있다.
현대농구의 중심엔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가 있다. 다재다능한 한 선수로부터 파생되는 여러 전술은 단순한 패턴 플레이에 지쳐 있던 농구 팬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이 선수는 슛 밖에 없어’ ‘이 선수는 리바운드만 잘해’로 끝나는 것이 아닌 ‘리바운드 후에 어떤 공격을 해줄까?’ ‘득점일까? 패스일까?’를 기대하게 하는 선수들이 현대농구를 이끌고 있다.

하나의 장점으로 프로무대에서 최고가 될 수 있었던 시절은 지났다. 이제는 다방면에서 활약해줄 수 있어야 정상급 선수로 인정받는다. NBA는 물론, 국제농구에서도 팔방미인형 선수는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한국농구에선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라고 꼽을 수 있는 선수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젊고 유망한 선수들은 많다. 이미 SK의 최준용은 2M의 신장임에도 가드 역할까지 소화해내고 있다. 아마추어 무대에서도 장신선수들이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우리도 한국형 르브론 제임스, 매직 존슨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져도 좋다는 뜻이다.
점프볼 Choice
손대범 편집장 - 정선민, 못 하는 게 없던 농구 9단+바스켓퀸
한필상 팀장 - 당연히 오세근. 국내에서 이보다 더 뛰어난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가 있나?
이원희 기자 - 르브론 제임스가 최고다. 어딜 갔다 놔도 든든한 NBA 역대 최고의 선수니까
강현지 기자 - 변연하! 에이스라면 변연하처럼
민준구 기자 - 최준용을 주목하자! 1번부터 5번까지 볼 수 있는 이상적인 선수
# 사진_점프볼 DB, 나이키, KBL,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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