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강현지 기자] 한국 나이 마흔넷. 하지만 코트 위에 올라선 그의 플레이를 보면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 은퇴를 고려 중이라는 말도 다 엄살 같아 보인다. 승부처가 될 때면 적중률이 높아지는 슛은 물론, 올 시즌 두 번째 경기에서는 약 2년 10개월 만에 덩크슛을 성공시키며 건재함을 뽐냈다. 커리어 마지막(?) 우승을 노린다는 문태종을 만나 회춘의 비결을 물어봤다. 비시즌 운동 파트너의 역할이 컸다고 공을 돌렸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둘째 아들 제이린이었다.
J. 현대모비스의 화끈했던 개막전이 이슈였다. 본인이 느낀 현대모비스의 전력은 어땠나?
요즘 너무 즐겁다(웃음). 선수들 호흡이 정말 잘 맞고, 나 역시도 덕분에 재밌게 농구하고 있다. 연승을 달려서 기분도 좋다. 이기다 보니 피곤함 따위는 느껴지지도 않을 정도다.
J. 첫 경기부터 3점슛이 마구 꽂혔다. 유재학 감독 역시도 개막전을 마치고는 “문태종이 큰 역할을 했다”며 크게 칭찬했다.
첫 슛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첫 슛이 들어가야 이후에 슛을 던질 때도 편안하다.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 올 시즌 같은 경우는 연습할 때 슛이 잘 안 들어가서 걱정이 많았는데, 개막전에서는 잘 들어가서 다행이다(지난 시즌 전준범이 유독 울산에서 3점슛이 들어가지 않아 고생이 많았다. 문태종에게는 그런 징크스가 없는지 묻자 “지금까지는 림과 매우 친하게 지내고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J. 두 번째 경기에서는 전 소속팀인 오리온을 만났는데, 4쿼터 막판 원핸드 덩크슛을 꽂았다.
그 경기 역시 이겨서 기분이 좋았다. 경기 전에 (오리온)코치님과 선수들을 만났는데, 반가웠다. 덩크슛의 경우, 처음에는 레이업을 올려놓으려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이 올라갔다(웃음). 결국 덩크슛이 됐다. 이후 스틸 후에는 레이업을 시도했다. 연속 덩크슛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거기서 내 나이가 보인 거다. 하하.
J. 기록을 찾아보니 2015-2016시즌 이후(2015년 11월 1일, vs삼성) 처음으로 성공시킨 덩크슛이었다. 시도한 것에도 의미가 있었을 것 같은데.
맞다(웃음), 기억이 난다. 아들이 농구를 시작한 덕분에 비시즌에 운동을 함께 했다. 특히 하체 운동을 많이 했다. 아들이 덩크슛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도 왜 이렇게 힘든 운동을 해야 하냐며 불평하기도 했다. 아들에게 덩크슛 영상을 공유해줄 것이다. 그런 힘든 운동을 한 덕분에 내 나이에도 덩크슛이 가능한 것이라고 말해줄 것이다.
J. 이 덩크로 최고령 선수와 더불어 최고령 덩크슛 기록도 남기게 됐다. 올 시즌에 덩크슛하는 모습을 얼마나 더 보여줄 건가.
하하. 총 6개, 라운드당 1개는 해보려고 노력하겠다(웃음).

J. ‘4쿼터의 사나이’, ‘타짜’ 등 문태종에게 붙는 수식어를 살펴보면 듬직한 별명들이 많다. 어떤 수식어가 가장 마음에 드나. 또 이런 ‘믿을맨’ 이미지를 굳힌 비결이 있다면?
그 모든 수식어가 마음에 든다. 유럽에서 뛸 때도 그런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20~30점씩 넣진 않았지만 그래도 중요할 때 한 방씩 성공시킨 덕분인 것 같다. 현대모비스에서도 그 모습을 알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비결은 우선 건강해서인 것 같다. 나이를 먹다 보면 1~2가지 부상들이 괴롭히고, 그것이 은퇴로 이어지곤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감사하게도 그런 부상들이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건강하게 뛸 수 있는 것 같다.
J. 특별한 운동 방법이 있나?
원래는 관절에 집중했는데, 올 시즌에는 힘을 쓸 수 있는 운동을 많이 했다. 아들과 운동하면서 운동 방법에 변화를 줬는데, 그게 도움이 된 거 같다. 나 또한 아들에게 그동안 쌓아왔던 경험을 알려줬고, 아들이 오히려 자기 루틴을 내게 보여주기도 했다.
J. 결국 이번 시즌 활약의 비결은 아들인가보다(웃음).
아들 덕분에 덩크를 한 거다. 하하. 아들이 성장하는 모습, 또 농구선수로 잠재력을 보는 게 즐겁다. 아내도 농구 선수였는데, 아들에게 그 유전자가 넘어간 것 같다. 키도 계속 자라고 있다. 운동 신경도 좋고, 잠재력이 있는 것 같다.
지난 시즌 ‘은퇴’이야기를 꺼냈던 그가 현대모비스와 1년을 함께하기로 한 건 플레이오프 탈락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다. 농구선수 생활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고 자신을 되돌아본 그는 좋은 결과와 함께 은퇴하고 싶다고 말했다.
J. 그동안 전자랜드, LG, 오리온 등의 팀을 거쳤다. 현대모비스는 그 팀과 비교했을 때 훈련 스타일이나 팀 분위기는 어떤가?
힘든 것 보다 자주 훈련이 있다 보니 자유시간이 많이 없다. 또 울산으로 홈경기를 오면 나만의 시간이 없어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선수단 분위기는 2015-2016시즌 오리온 분위기와 비슷하다. 선수들끼리도 분위기가 좋았고, 호흡도 잘 맞은 덕분에 우승이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지금도 그 분위기와 같다.
J. 2015-2016시즌 플레이오프에서는 현대모비스를 4강에서 만나 3연승을 거두기도 했다.
그렇다(웃음). 선수단 분위기는 그때와 차이가 없는데, 당시 오리온은 1~2라운드에 많이 이겼다. 안 질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됐는데, 애런 헤인즈가 다치고 한동안 주춤했었다. 그것 말고는 크게 다른 건 없는 것 같다.

J. 직접 겪어본 현대모비스의 분위기는 어떤가.
(문)태영이가 있었던 팀이라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또 국가대표팀에서 유재학 감독님과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스타일은 알고 있다. 여러 소문을 들었지만, 맞는 부분도 있고, 루머인 것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지금은 가족과 함께 있지 않아서 감사하다(웃음). 올해는 아들 학교 문제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고 있다. 가족들이 무진장 보고 싶긴 한데, 만약 가족들이 한국에 왔다면 많이 싸웠을 것 같다. 함께 있고 싶어서 오는 것일 텐데 지금은 같이 있을 시간이 적지 않나. 오히려 미국에 있는 게 안심이다(웃음).
J. 함지훈이 올 시즌 3점슛 연습을 하면서 문태종 선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 어떤 팁을 주었나?
딱히 알려준 건 없다. 하지만 전보다 확실히 자신감 있게 던지는 것 같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겠지만, 나 외에도 공격을 해 줄 선수들이 많다는 것이 심리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이 함지훈에게도 힘이 될 것이다.
J. 본인이 생각하기에 현재 KBL 최고 슈터는 누구라고 보는가.
(인터뷰를 잠시 듣던 이대성이 “멀리서 찾지 마라. 내가 있지 않냐”며 장난스럽게 말한 것을 들은 뒤)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하. 하지만 경기를 하다 보면 우리 팀에서 나오지 않을까 한다. 첫 2경기에서 3점슛이 잘 터졌다. 이대성과 오용준 등 공격 루트들이 많다. 아, 오용준의 경우는 LG에서 같이 뛰기도 했다. 그때도 내게 궁금한 걸 묻기도 했었는데, 좋은 슈터를 영입해 같이 뛰어서 기쁘다.
J. 문태종의 슛을 보면 ‘경이롭다’는 말을 많이 쓴다. 최고령 선수로 불리지만, 본인이 봤을 때 농구선수로서의 문태종은 몇 살인 것 같나?
30대 후반이 아닐까 한다. 가장 큰 차이점은 운동 신경이나 스피드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거지만, 슛폼은 변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3점슛은 던지지도 못했다. 그래서 대학 때 자세교정을 많이 했다. 팔꿈치가 밖으로 많이 나가 있었는데, 안쪽으로 넣는 폼을 연습하면서 지금까지 그 자세가 유지되고 있다.
J. 슛감이 잡히지 않을 땐 어떻게 하나?
자세를 신경을 많이 쓴다. 공이 나에게 오기 전부터 발 스텝이 잘 맞았는지, 또 어느 정도 숙이고 있는지 등 자세를 많이 본다.
J. 지난 시즌 오리온에서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올 시즌 목표를 말하면서 은퇴를 시사하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 잡고 있는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정말 올 시즌이 (우승을 위한) 마지막 시즌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우승 반지를 끼고 은퇴를 한다면 완벽한 해피엔딩이 아닐까 한다. 개인적인 목표는 첫 번째는 건강하게 시즌을 치르는 것이다. 또 3점슛 성공률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 목표다. 오픈 찬스가 나면 무조건 넣겠다. 그럼 챔피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J. KBL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나?
4쿼터의 사나이, 타짜 문태종으로 기억에 남고 싶다. ‘이 선수 덕분에 이긴 경기가 많았다’라고 생각됐으면 한다. 그렇다고 올 시즌을 마치면 은퇴라고 결정 내린 건 아니다.
J. 멀리서 ‘가장’을 응원 중인 가족들, 그리고 경기장에서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주는 팬들에게 한 마디 하면서 인터뷰를 마칠까 한다.
우선 가족들에게는 오랜 시간을 같이 하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많이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날 위해 희생해 줘서 정말 고맙다. 아버지로서 아쉬운 점은 최근 첫째 아들이 사춘기가 왔는데, 고민을 전화로만 들어주다 보니 아쉬운 부분이 있다. 미안하고, 정말 고맙다. 팬들에게는 최대한 경기장에 많이 오셔서 응원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도 즐거운 농구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본 기사는 점프볼 2018년 11월호에 게재되었던 내용입니다.
#사진=윤민호, 박상혁, 홍기웅 기자,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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