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손대범 기자]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제8대 총재인 이병완 총재는 역대 그 어느 총재보다도 더 열악한 상황에서 연맹의 수장을 맡게 됐다. 6개 구단 체제의 한 축을 맡아왔던 구단이 주인 없이 ‘위탁운영’ 상태에 놓여있었고, 저변은 여자프로농구 출범 당시보다 30% 이상 축소됐다. ‘왕년의 스타’들도 하나둘 떠나 경기력 역시 들쑥날쑥해 모두가 미래를 걱정하는 상황에 처하고 만 것이다. 이병완 총재도 산적한 문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낙심하지도 않았다. 2018년 7월 취임 간담회 당시 “쉬운 일이라면 내게 기회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진취적인 자세를 보였던 이병완 총재는 반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그때와 같은 마음으로 하나둘 실타래를 풀어가고 있었다.
* 본 인터뷰 기사는 점프볼 2019년 2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새 주인 찾기
농구계와 농구팬이 가장 궁금해 하는 이야기부터 꺼낼 수밖에 없었다. 이병완 총재 취임 당시부터 연맹의 최우선과제는 바로 위탁운영 중인 전(前) KDB생명 농구단의 인수기업을 찾는 것이었다.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OK저축은행에서 2018-2019시즌 네이밍 스폰서로 나서 한숨 돌렸지만, 이 역시 2019년 3월로 계약이 만료된다. 이병완 총재 역시 이를 인지하고 새로운 인수기업을 찾는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그리고 그는 시즌이 끝나기 전에 좋은 소식이 들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분위기를 전했다. “지금 집행부의 가장 큰 현안이었기에 계속해서 노력해왔습니다. 현재 이야기 중인 곳이 있습니다. 시즌이 끝나기 전에 결정을 짓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현재 공기업과 은행 등 여러 소문이 나오고 있다. 이병완 총재는 기자의 질문에 미소를 띄우며 “좋은 소식을 들려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위탁운영 중인 OK저축은행 선수들에게도 격려의 말을 보냈다.
“어찌보면 지금은 연맹이 구단주인 셈입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연맹은 여자농구와 구단이 잘 될 수 있도록 돕는 위치이기에 행동이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선수들이 어수선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정말로 열심히 뛰어줘서 흐뭇합니다. 특히 안혜지 선수는 작은 키에도 열심히 코트를 누비는 모습이 인상적이더군요. 지인들에게도 ‘저 선수 키가 164cm 밖에 안 되는데도 정말 잘 한다’고 소개해줍니다. 다들 키를 이야기하면 깜짝 놀랍니다.”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WKBL은 2월 1일을 기점으로 사무국을 개편했다. 오랫동안 연맹 살림을 맡아온 양원준 전 사무총장 대신 KBS 제작국장 출신의 김용두(59) 씨를 신임 사무총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KBS 공채 14기 PD 출신인 그는 KBS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인간극장’을 기획, 런칭했던 인물이다. WKBL은 연맹 사무국을 총괄하는 자리에는 늘 농구인을 임명해왔다. 그러나 김용두 사무총장은 방송계 출신으로 농구와는 이렇다 할 연이 없다. 어찌 보면 모험이 될 수 있는 시도. 과연 이병완 총재가 농구와 무관한 인물을 임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이를 ‘침체기를 벗어나기 위한 도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남녀농구 모두 침체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 침체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으로 농구계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총재가 된 후 많은 인물들을 소개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현상'을 바라보는데 그쳤습니다. 저는 연맹이 더 멀리보고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발상의 전환을 도울 크리에이티브한 인물을 찾았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추천을 받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김용두 사무총장이 적임자라고 봤습니다.” 또한 이병완 총재는 “TV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기 위해서도 팀워크가 정말 중요합니다. 20명 넘는 제작 스태프를 이끌어야 하죠. 아이디어 회의도 잘 해야 하고, 카메라부터 조명까지 조화가 중요하고 소통도 잘 되어야 합니다. 책임자로서 오랫동안 조직을 잘 이끌어왔던 만큼 WKBL 사무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설들이 이끌어갈 경기운영본부
이병완 총재 취임 후 WKBL은 작지만 큰 변화를 겪었다. 시즌 개막을 앞둔 지난 10월, 심판부와 경기부가 통합된 경기운영본부가 신설되었고, 박찬숙 경기운영본부장과 박정은 경기운영부장이 이 자리를 맡았다. 또한 경기운영위원회가 구성되어 여자농구 경기력 및 연맹 운영의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는 자리가 주기적으로 마련되고 있다. 이병완 총재는 “여자프로농구를 운영하는 조직에 여자농구선수 출신이 없다는 것이 이상했습니다. 박찬숙 경기운영본부장은 모두가 인정하는 레전드인 만큼 조직을 잘 이끌어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박찬숙 경기운영본부장과 박정은 경기운영부장은 매 경기 빠짐없이 현장을 찾고 있다. 코트 사이드에 앉아 심판 판정은 물론, 사사로운 경기 운영까지 관리, 감독하고 있다. 현장에서 발생했던 크고 작은 문제는 다음 날 비디오 분석을 통해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 이병완 총재는 이런 부분이 ‘선수와 연맹의 거리’를 좁히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박찬숙 본부장과 박정은 부장에게 ‘명함을 만들 때 꼭 개인 연락처를 기입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에게도 명함을 돌리라고 했죠. 연맹에도 고충 상담을 위한 창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만, 여자선수들이 접근하기에는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들보다 먼저 코트에서 땀흘리며 어려움을 극복했던 두 선배라면, 연맹보다는 좀 더 가깝게 느껴지지 않겠습니까? 두 사람의 존재가 그런 면에서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박찬숙 본부장은 친정 엄마 같이, 박정은 부장은 친정 언니처럼 여겨졌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WKBL은 전반기를 마치면서 현장의 구단 관계자 및 진행요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리그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여론조사였다. 이병완 총재는 “많은 사람들이 여자농구 문제로 ‘경기력이 안 좋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런 말은 저도 할 수 있습니다(웃음). 구체적으로 무엇이 불만이고, 무엇이 더 필요한 지에 대한 의견이 궁금했습니다. 더 나아가 리그 운영이 잘 되고 있는 지에 대한 평가도 듣기 위한 조사였습니다. WKBL에게는 공정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의심을 받아서는 절대 안 됩니다. 결과를 분석해서 반영을 할 계획입니다. 또 여기에 그치지 않고 관중을 대상으로도 설문조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관중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니까요”라고 말했다.

여자농구, 위기라고는 하지만
이병완 총재는 총재직을 맡은 뒤 꾸준히 현장을 찾고 있었다. 사실, 거주지인 서울 송파구에서 연맹(서울 등촌동)이든, 경기장이든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경기가 끝나고 귀가하면 밤 12시를 훌쩍 넘길 때도 있다. “피곤하긴 하지만, 직원들만큼 힘들겠나”라고 말한 이병완 총재는 “여자농구도 현장에서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현장에서 보면 여자농구만의 아기자기한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 저도 모든 경기를 찾아가지는 못합니다. 그렇지만 못 가는 날도 TV로 보고 있습니다.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최근에는 박지현(우리은행)이나 이소희(OK저축은행) 같은 어린 선수들도 눈에 띄더군요. 이런 선수들을 보고 있으니 무척 흐뭇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현실을 냉정히 바라보고 있었다. 경기력, 저변, 심판 등 여러 이슈들에 대해서는 꼼꼼히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었다. “하루아침에 일어난 현상은 아닙니다. 그동안의 문제점들이 축적되다보니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저희도 한 번에 해결하기 힘들 것입니다. 구단들도 똑같은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지금은 7구단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고민입니다. 선수가 워낙 없다보니 하향평준화가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우선은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며, 이 역시 멀리 보고 차근차근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은퇴선수들, 친정으로 돌아오다
이병완 총재가 말한 그 ‘노력’의 일환으로 WKBL은 최근 KBS 스포츠예술과학원과 ‘WKBL 은퇴선수 및 지도자 진로적성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WKBL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을 위한 진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심판 및 경기요원에 대한 교육, 더 나아가 연령별 유소녀 교육 매뉴얼 개발 등이 협약 내용의 골자를 이루고 있다.
이 협약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미래’다. 협약을 통해 마련될 교육 매뉴얼은 WKBL에서 운영하는 학교 스포츠클럽, 유소녀 클럽, 유망주 캠프에 활용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농구에 관심을 갖고, 농구장을 찾을 수 있는 커리큘럼을 만드는데 집중할 것이다. 여기에 전문 지도자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는 WKBL 은퇴선수들이 파견될 예정이다. 실제로 WKBL은 경기도 교육청과의 MOU를 통해 은퇴선수들의 활동 무대를 마련하고자 하고 있다. 이 역시 다른 관점에서 보면 ‘미래’다.
현재 WKBL 선수들 중 은퇴 후 프로 및 아마추어 코치로 활동 가능한 인물은 극소수다. 이들이 은퇴 후 택할 수 있는 수많은 진로 중 하나라도 안정적으로 갖춰진다면 선수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병완 총재는 “은퇴 선수들이 이 활동을 통해 활력을 얻고, 또 경기도내 50여개교 아이들 사이에서도 농구 붐이 일어나는데 조금이나마 힘을 줄 수 있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초등학생부터 유망주들이 발굴되어야 저변도 늘어나고 팀도 만들어지지 않겠습니까? 또, 장기적으로는 이 프로젝트가 힘을 얻어 경기도를 시작으로 서울시 교육청, 부산시 교육청 등으로 뻗어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중장기 과제를 밝혔다.
이병완 총재는 이를 위해 은퇴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기회도 마련했다. 지난 2018년 11월 6일, OK저축은행의 홈 개막전에 정은순, 유영주, 김영옥, 김은혜 등 20명에 가까운 은퇴선수들을 초청한 것이다. WKBL은 은퇴선수들의 연락망을 구축, 교류를 이어가며 프로젝트의 실현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알렸었는데, 이병완 총재는 이 자리에서 선수들에게 ‘친정이라 생각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은퇴선수들이 언제든 부담없이 경기장을 찾을 수 있는 출입카드도 주어졌다.

3X3, 농구에 새 재미 더할 것으로 기대
이병완 총재는 은퇴선수 프로젝트는 어디까지나 중장기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그는 “스타급이 아닌 식스맨급 선수들이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퓨처스리그가 본 경기에 앞서 열리곤 있지만, 이 역시 한정적이다. 그는 비시즌에도 선수들이 실전 무대를 경험하며 기량을 쌓고, 더 나아가 여자농구가 대중에게 노출될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기회 중 하나가 바로 ‘3X3 농구’다. 3X3 농구는 이미 지난해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고, 한국에서도 김진영과 박지은(이상 KB스타즈), 최규희와 김진희(이상 우리은행)로 구성된 대표팀이 출전해 8강에 오른 바 있다. 또 시즌 개막을 앞두고는 고양 스타필드에서 한중일 3개국이 참가한 WKBL 챌린지 대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이병완 총재는 비시즌에도 이런 이벤트가 지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각 팀마다 식스맨들로 구성된 3X3 팀을 발족시키고, 또 은퇴선수들로 구성된 팀도 만들어 3~4개월 정도 주말마다 리그를 치르는 방안을 생각 중입니다. 출전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인센티브도 확대시키고, 대중들에게도 많이 알릴 방법도 찾고 있습니다. 아마 스타필드와 같은 몰에서도 고객 서비스 중 하나로 좋은 방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총재의 당부
지난 1월 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WKBL 올스타전이 열렸다. 1998년 7월 28일 여자프로농구의 역사적인 첫 경기가 열린 여자농구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었다. 그러나 지역연고제가 이뤄지면서부터는 차츰 이곳에서 경기가 열리는 횟수가 줄었고, 급기야 체육관 리모델링 후 프로배구가 선점하면서 여자농구를 서울에서 볼 기회가 아예 사라져버렸다. 그런 면에서 약 13년 만에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올스타전은 큰 의미가 있었다. “예전에는 농구는 ‘장충체육관’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기회가 사라졌지요. 지금 선수들 중에서는 서울에서 경기를 한 번도 못해본 선수들이 많습니다. 선배들이야 ‘옛날에 우리는 말이야~’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제는 그런 말도 공감이 안 될 겁니다. 그래서 팬들에게도,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비용이 더 들었지만 그래도 추진했습니다. 조마조마했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에 짜임새 있게 진행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계속해서 이런 새로운 시도로 변화를 주고, 팬들에게 다가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미 취임 후 WKBL 공식 홈페이지는 남자농구 이상의 데이터를 갖춘 ‘정보통’으로 거듭났다. 기록과 이력사항, 슛 차트, 데이터랩 등 농구를 즐기기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체계적으로 갖추어졌다. 소셜 미디어 역시 마찬가지. 이병완 총재는 “이제 광고를 보고 관중들이 찾아오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입소문이 나야 합니다. 그것이 유튜브가 됐든, 개인 소셜 미디어가 됐든 입소문을 타고 팬들이 보고 싶어져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는 WKBL 구성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지도자들에게는 순화된 언어와 인격적인 대우를 강조했다. “경기장은 감독들에게 ‘공적인 자리’입니다. 그런데 TV를 켜면 언성을 높이고 공격적인 말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가끔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이해가 안 갑니다. 팬들 입장에서는 어지간한 로열티가 없는 이상 보기가 힘든 부분입니다. 특히 요즘 세대들은 바로 채널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되죠. 지도자들은 선수들을 순화된 언어로, 인격적으로 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맹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온 뒤에 주문을 정말 많이 하고 있습니다. 힘들 겁니다(웃음). 저는 WKBL은 서비스 주관사라 생각합니다. 회원사라 할 수 있는 구단들이 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고, 잘 될 수 있도록 도와야하고 회원사들이 치르는 경기를 통해 관중들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열심히 소통하고, 노력하는 연맹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 역시 여자농구가 침체기를 벗어나 대중에게 사랑받는 스포츠가 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PROFILE | 이병완 총재는…
1954년생인 이병완 총재는 광주고, 고려대를 졸업하고 KBS 보도본부 기자(1982~1988), 노무현 정부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1999~2000), 대통령 비서실장(2005~2007) 등을 지냈다.
#사진=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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