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민준구 기자] “몸과 마음, 그리고 열정을 불태웠던 선수로 남고 싶다.”
지난 14일 오후, 하승진은 개인 SNS를 통해 깜짝 은퇴 소식을 전했다. 2018-2019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그는 KCC와의 마지막 만남에서 은퇴를 결심, 12년간의 프로 생활을 마무리한 것이다.
2008 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의 주인공 하승진은 이미 KBL 데뷔 전부터 역대 최초의 NBA리거로 많은 기대를 받아왔다. 221cm의 엄청난 신장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고, 그를 품에 안은 KCC 역시 ‘영원한 우승후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프로 통산 9시즌을 뛴 하승진은 347경기를 출전했고, 평균 11.6득점 8.6리바운드 1.1블록을 기록했다. 데뷔 전 기대에 비해 비교적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지만, 하승진이 있었기에 KCC는 매 시즌 정상에 도전할 수 있었다. 하승진과 함께한 KCC는 2008-2009, 2010-2011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런 하승진의 마무리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프로 세계의 냉혹함은 인정해야 하지만, 씁쓸함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하승진은 “사실 협상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는 있었다. 서서히 마지막이 다가온다는 느낌이 들더라(웃음). 아내와 가족들에게도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걸 이야기했다. 생각만 했지, 막상 현실이 되니 조금 멍하기도 했다. 그래도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며 은퇴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은퇴 후, 아내가 많이 힘들어했다. 협상 전부터 이야기했지만, 현실로 받아들이는 게 힘들었을 것이다. 사실 난 연봉보다는 마지막을 우승으로 장식하고 싶었다. 아내에게도 항상 비슷한 이야기를 해왔고, 나를 존중해줬다. 아쉽게도 협상 결과가 은퇴로 마무리되면서 많이 놀란 것 같다. 처음에는 거짓말인 줄 알더라(웃음). SNS에 은퇴 관련 글을 올렸을 때도 보면서 펑펑 울었다. 나는 괜찮은데 주위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 안쓰럽다”고 덧붙였다.
현재 하승진에게 있어 가장 큰 걱정거리는 아들에게 은퇴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하)지훈이가 아직 8살밖에 되지 않았다. 아빠가 농구선수라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어떻게 이야기를 해줘야 할지 잘 모르겠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는 하승진의 프로 생활. 그는 어떤 선수로 남고 싶었을까.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아왔지만, 은퇴 후에 말씀드리겠다고 항상 말해왔다. SNS에 남겼듯 KCC에서 몸과 마음, 그리고 열정을 불태웠던 선수로 남고 싶다. 슬픈 날보다 행복하고 즐거웠던 날들이 더 많았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

은퇴 후의 삶, 하승진은 이제 농구선수가 아닌 일반인이 됐다. 그래도 하승진을 농구선수로 기억하는 이는 많을 것이다. 농구선수까지는 모르더라도 남들보다 큰 키 덕에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하승진은 “선수 때는 어떤 행동을 해도 조심스럽게 하려고 했다. 코트 안팎으로 신경 쓸 게 많다(웃음). 은퇴했다고 해서 사람들이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또 키가 워낙 크기 때문에 전 농구선수라고 하면 다들 알아주지 않겠나. 덕분에 막무가내로 살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농구선수로서의 인생은 막을 내렸지만, 인간 하승진의 인생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계획한 건 정말 많다. 일단 몇 달 정도는 지친 몸과 마음을 쉬어줘야 할 것 같다. 가족들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인들도 만나다 보면 몇 달은 훅 지나가지 않을까. 제2의 인생 역시 잘 준비해서 전보다 더 재밌고, 열심히 살 생각이다.”
# 사진_점프볼 DB, 하승진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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