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김종규 사전 접촉 의혹 제기가 남긴 것

이재범 / 기사승인 : 2019-05-18 13: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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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남자 프로농구(KBL) 선수들이 얼마나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창원 LG가 김종규의 사전 접촉 의혹을 제기한 것이 결국 자유계약 선수(FA) 제도의 손질로 이어질 전망이다.

◆ 10년 전 사라진 선수들의 구단 선택권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FA 대상자는 문경은, 이상민, 추승균, 서장훈, 양희승, 박훈근, 주희정, 이규섭, 임재현, 김주성 등 대어들로 가득했다. 김주성은 당시 KBL 규정상 최대(샐러리캡 17억 원의 40%)인 6억 8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에 반해 문경은과 이상민은 전 시즌보다 대폭 삭감된 2억 원에 계약했다.

이렇게 희비가 엇갈릴 때 FA 시장에 나선 선수 중 서장훈과 임재현의 영입 경쟁이 뜨거웠다. 서장훈은 전자랜드와 KCC, 모비스 등 3개 구단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다. 전자랜드의 제시 연봉이 5억 6000만원(계약기간 4년)으로 가장 높았지만, 서장훈은 4억 원(5년)의 KCC를 선택했다. 임재현 역시 전자랜드의 3억 6500만원의 전자랜드 제안을 거절하고 2억 8100만 원을 내민 KCC로 옮겼다.

당시에는 선수가 각 구단의 제시 연봉과 상관없이 팀을 선택 가능했다. 그 전에도 현주엽은 3억 8000만원을 제시한 전자랜드를 뿌리치고 3억 6000만원의 LG로 이적한 바 있으며, 신기성 역시 SBS(현 KGC인삼공사)의 4억 원을 거절하고 3억 6000만원의 KTF(현 KT) 유니폼을 입었다.

서장훈과 임재현이 각각 1억 6000만원과 8400만원이나 적은 연봉을 제시한 구단으로 이적하자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당시에는 사전접촉 금지 규정 강화에 따라 FA들의 통화내역서까지 KBL에 제출하던 시기였다. 서장훈은 아버지의 통화내역까지 제출했다.

선수들은 더 많은 연봉을 제시하는 구단으로 이적하는 게 당연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그렇게 하는 건 아니다. 특히, 서장훈은 이상민과 함께 뛰고 싶다는 의지가 반영되었다(물론 결과는 아시다시피 서장훈의 보상 선수로 이상민이 지명되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KBL은 2년이 지난 2009년 FA들의 구단 선택권을 삭제했다. 선수들은 첫 해 연봉을 더 많이 제시한 구단으로 무조건 이적해야 한다(현재 첫 해 연봉 최고액 기준 90% 이상 제시한 복수의 구단이 있을 경우 선수에게 구단 선택권이 있음). 더불어 보상 FA의 범위가 보수(연봉+인센티브) 20위에서 30위로 확대되고, 보호 선수도 3명에서 4명으로 늘었다.

2001년 처음 나온 FA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자유가 없는 FA 제도로 바뀌었다. 그 절정이 2009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 사전 접촉 불인정으로 끝난 KBL 재정위원회
KBL은 지난 15일 원 소속 구단과 계약한 선수와 FA 명단을 발표하며 LG와 김종규의 협상 결과를 보류했다. LG가 김종규의 타 구단과 사전 접촉 의혹을 제기했고, KBL은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재정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

LG 손종오 사무국장은 16일 재정위원회에서 소명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원 소속 구단과 협상 기간 내에 무언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는 정황을 확인했다. 실체가 있는 건 아니고 정황을 (KBL에서) 확인해달라고 한 거다”고 사전 접촉 의혹을 제기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종규 역시 재정위원회에서 소명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임했다. “전체적으로 제가 소명해야 할 걸 소명했다. 소명을 했으니까 재정위원회 결과만 기다린다”고 입을 열었던 김종규는 수많은 질문에 “말씀 드리기 곤란하다”와 “다 끝나고 말씀 드리겠다”라고 주로 답했다.

이 가운데 “잘못한 게 없기 때문에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저는 제가 있었던 일을 정확하게 소명하면 그게 진실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며 “또 (재정위원회에) 참석한 이유는 전화통화보다 직접 얼굴을 마주보고 소명하는 게 전달력에서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재정위원회 참석 이유를 분명하게 밝혔다.

결과는 김종규가 원하던 대로 나왔다. 재정위원회에 참석했던 KBL 이준우 사무차장은 “LG에게 제출 받은 녹취록의 일부분이 있었다. 녹취록의 그 일부분이라고 해도 구단에서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만한 내용이었고, 그 부분에 대해서 김종규 선수가 소명했다”며 “(김종규 선수가) 왜 그런 발언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충분한 소명했고, 그 부분을 재정위원회에서 참작했다. 명확한 타 구단 접촉이라고 판단할 수 없어서 사전 접촉을 불인정했다”고 재정위원회 심의 내용을 전했다.

이준우 사무차장은 손종오 사무국장과 김종규가 말을 아낀 사전 접촉 의혹이 제기된 이유를 들려줬다.

“구단 관계자(현주엽 감독)와 선수(김종규)가 통화하는 과정에서 구단명이 거론이 되었다. 김종규 선수가 토로하는 부분은 구단과 장시간 협의를 했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구단과 결렬이 되어서 결렬확인서를 쓴 이후에 또 다른 관계자(현주엽 감독)와 통화를 했다.

본인(김종규)은 (LG와 계약이) 끝났다고 판단해 에둘러서 표현을 하는 과정에서 (구단 이름이) 나온 것이고, 그렇게 이야기한 건 평소 언론 관계자, 팬들, 기사로 접했던 것을 본인이 겪을 것처럼 진술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건 말씀드릴 수 없지만, 본인의 시장가와 본인을 영입할 수 있는 구단의 범위 정도다.”

◆ FA 제도 개선의 촉매제
손종오 사무국장은 “이번 계기로 KBL이 가진 FA 제도에서 회원 구단간에서 좀 더 공정할 수 있는 제도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 부분이 이번 기회를 통해서 우리 구단이나 김종규 선수 같은 사례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진행했다고 봐주시면 좋겠다”며 “이번 기회에 각 구단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FA 제도를 개정하는 부분으로 가길 원한다”고 바랐다.

KBL 최준수 사무총장은 “FA 제도를 어떻게 개선할지 방향과 필요성을 KBL뿐 아니라 10개 구단, 여기 계신 기자들까지도 이해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김종규 선수 건과 관련해서 10개 구단과 함께 차기 시즌부터 어떻게 FA 제도를 운영할지 적극적으로 협의해서 좋은 개선 방향을 찾겠다”고 FA 제도 개선 의지를 내보였다.

이어 “구단뿐 아니라 선수 관점에서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보다 더 나은 제도로 개선하는 건 지속적으로 할 거다”고 덧붙였다.

FA 제도가 개선된다면 사전 접촉 항목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FA 규정에서 정의한 사전 접촉 기간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손종오 사무국장도 김종규의 사전 접촉 의혹을 제기하며 “원 소속 구단과 협상 기간 내에”라고 했다. 원 소속 구단과 협상 기간은 5월 1일부터 15일까지다. 구단과 선수가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시즌 종료 후부터 4월 30일까지 사전 접촉 가능하다.

KBL측도 김종규의 사전 접촉을 접하며 “소명뿐 아니라 여러 증거를 찾으려고 노력을 했지만, (KBL에) 사법적 권한이 있는 게 아니라서 분명 한계가 있고, 제한이 있다”고 했다. 김종규의 사전 접촉 의혹 가능성을 내다보고 시작한 재정위원회임에도 김종규의 해명만으로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더구나 다른 선수의 사전 접촉 정황을 잡아도 5월 1일부터 15일 사이에 이뤄졌다는 것까지 증명해야 한다. 이 기간까지 KBL이 입증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사전 접촉은 자백만이 유일한 증거인데 선수 자격 2년 박탈과 벌금 1000만원에서 2000만원이나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박탈과 제재금 2000만원에서 4000만원을 감수하며 자백할 선수나 구단은 없다.

이 때문에 이준우 사무차장은 “(사전 접촉은) 모든 상황이 딱딱 맞을 수 없지만, 정황에 맞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사전접촉이 문제가 되고, 만연되면 사전 접촉 관련 규정을 아예 없애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 문제는 구단과 선수들의 신뢰
현재 FA 제도에서 사전 접촉을 해결하는 방법은 원 소속 구단과 협상 기간을 없애고 모든 구단이 동일선상에서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2009년부터 사라진 선수들의 팀 선택 권한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자유로운 FA 제도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구단과 선수가 입을 맞추며 제도권 밖의 합의를 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손종오 사무국장은 “그 동안 관행이었던 것에 LG가 왜 나서냐고 할 수 있지만, 이를 통해서 바뀌어야 하지 않겠나라는 취지가 강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보면 좋겠다”며 “관행적인 부분은 제 입으로 말씀 안 드려도 인지를 할 거다. 이 부분은 LG 포함 나머지 9개 구단까지 머리를 맞대고 FA 제도의 개정에 대해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KBL은 외국선수 선발과 FA 제도 등을 수없이 바꿨다. 규정은 10개 구단 단장 중심의 KBL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그럼에도 각 구단은 언제나 서로 믿지 못하며 규정을 어겼고, 그게 관행이 되었다. 이번을 계기로 최선의 제도를 마련해도 10개 구단이 지키지 않는다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뿐이다.

이는 선수 역시 마찬가지다. 애초의 FA 제도에서 다년 계약이 가능했다. 다년 계약이란 계약 기간 동안 연봉이 보장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5년 동안 2억원의 다년 계약을 체결하면 성적과 상관없이 매시즌 2억원의 연봉을 받는 것이다.

대부분 프로 스포츠에서 존재하는 다년 계약이 프로농구에 없는 건 예전 선수들이 팀이나 개인 성적과 상관없이 고정 연봉을 받자 태업성 플레이를 한다는 의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스스로 불리한 제도의 단초를 제공했다. ‘나만 많은 연봉을 받으면 끝’이라는 생각이 현재 선수들에게 불리한 규정이 만들어진 것이다.

선수들 역시 규정을 지키려는 노력뿐 아니라 프로농구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 더욱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현재 구단 중심의 규정을 조금씩 선수들에게 유리하게 바꿀 수 있다.

FA 제도 중 사전 접촉 이외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는 공감대는 형성되었다. 얼마나 바뀔지 모르지만, 개정될 것은 분명하다. 가장 중요한 건 당장 우리 팀에 유리한 것보다 프로농구 인기 회복에 유리한 방안을 고민해야 하며, 보완된 FA 제도를 10개 구단과 선수들이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진_ 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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