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이재범 기자] “제가 형들을 조율하며 6강 플레이오프 이상 올라가고 싶다.”
서울 삼성은 지난 시즌 11승 43패를 기록하며 10위로 떨어졌다. 11승은 한 시즌 팀 최저 승수 동률 기록(1997~1998시즌 이후 기준). 외국선수 선발이 어긋났고, 부상 선수들이 너무 많이 쏟아져 제대로 힘을 써보지 못했다.
2년 연속 플레이오프 무대에 서지 못한 삼성은 올해 명예회복을 노린다. 삼성은 2011~2012시즌과 2014~2015시즌에 10위로 처졌지만, 다음 시즌에 각각 6위와 5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10위 이후 성적을 대폭 끌어올린 사례도 많다. 동양(현 오리온)은 2000~2001시즌 10위에서 1위로, KCC는 2006~2007시즌과 2016~2017시즌 10위로 추락한 뒤 2위와 3위로, KT는 2008~2009시즌 10위에서 2위로, 동부(현 DB)는 2013~2014시즌 10위에서 2위로 뛰어오른 적이 있다.
전자랜드도 10위(99~2000, 2015~2016)로 떨어진 뒤 2번이나 플레이오프 무대에 섰다. 2017~2018시즌 10위였던 KT도 2018~2019시즌에 플레이오프에 나섰다.
삼성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려면 천기범(186cm, G)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태술(180cm, G)이 원주 DB로 이적해 천기범이 주전 포인트가드를 맡아야 한다.
현재 주축으로 활약할 삼성 선수는 이관희(190cm, G)와 임동섭(198cm, G), 김동욱(194cm, F), 문태영(194cm, F), 김준일(201cm, C) 등이다. 부상만 없다면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다. 이들을 조화롭게 이끌어나갈 포인트가드의 역할이 중요하고, 그 짐이 천기범에게 돌아간다.
김동욱은 “천기범이 1번(포인트가드) 자리로 올라설 기회가 딱 올해 같다. 지난 시즌에 다쳐서 안 좋게 출발했다. 올해는 주전으로 나갈 확률이 높다. 나중에 누가 치고 나와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선 기범이가 1번으로 제일 먼저 경기에 나설 거다”며 “기범이가 올해 경기를 뛰며 자리를 잡고, 연봉도 올릴 기회라서 비시즌에 ‘마음을 독하게 해라’는 한 마디를 해주고 싶다”고 천기범에게 조언했다.
이관희는 “(천기범이) 부족한 거 같아서 제가 드리블을 연습하고 있다”며 농담을 던지며 웃은 뒤 “천기범이 나름대로 준비를 잘 하고 있다. 제가 지난 시즌보다 기범이를 더 도와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고민한다. 기범이도 현재 상황을 자기가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정신 차리고 준비를 잘 할 거다”고 천기범의 활약을 기대했다.
25일 오전 STC(삼성 트레이닝 센터)에서 훈련을 마친 뒤 천기범을 만나 어떻게 2019~2020시즌을 준비하는지 들어보았다. 다음은 천기범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훈련한지 한 달이 넘어가는데 몸을 만들었다. 발목이 크게 아픈 건 아니지만, 예방 차원에서 치료 받으며 관리하고 있다.
삼성이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천기범 선수가 잘 해줘야 한다. 이관희, 김동욱, 문태영 선수가 있고, 임동섭과 김준일 선수가 제대로 시즌 준비를 하기에 가드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 생각이 많은데 저도 (김현수, 김광철과) 경쟁을 해야 한다. 열심히 해서 감독님께서 틀을 잡아주시면 그 안에서 제 농구를 찾아가려고 한다. 형들이 워낙 좋은 선수들인데 제가 통제를 못 하면 (제가) 별로 할 게 없다. 형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코트에서는 제 말을 들을 수 있게끔 맞춰나갈 거다.
김현수와 김광철 선수가 1번(포인트가드)을 경쟁할 선수들이다. 1번의 무게중심이 천기범 선수에게 옮겨왔고, 김태술 선수가 떠났기에 주전 가드로 자리잡을 기회다.
모든 선수들이 경기를 뛰고 싶은 욕심이 있다. 저도 욕심을 내고 있다. 솔직한 마음으론 저도 감독님 눈에 잘 들어서 출전시간을 길게 가져가고 싶다. 그래서 형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제가 보여줄 수 있는 건 형들의 움직임과 잘 맞춰가고, 경기를 조율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프로에서 활약을 돌아보면 시즌 초반에 고전하다 시즌 막판에 좋은 플레이를 했다.
항상 시즌 들어가기 전에 몸이 좋았다가 시즌 개막 코앞에 닿으면 부상이 생기더라. 이번 시즌에는 진짜 몸을 잘 만들고 있다. (개막 직전에) 부상을 당해서 자신감이 떨어졌다. 감독님께서 계속 기회를 주셔서 그에 보답하려고 열심히 하니까 자신감이 생겼다. 그 덕분에 후반기에 좋았던 거 같다. 또 제가 조금 힘들어 하면 형들이 옆에서 잘 챙겨줘서 힘을 냈다. 처음부터 잘 하는 게 중요하지만, 그래도 후반기에 조금이라도 괜찮은 플레이를 보여줬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 어떤 부분이 잘 되었나?
지난 시즌 팀이 꼴찌였기에 잘 되었던 건 없다. 아까 이야기를 했듯이 제가 포인트가드를 맡고 있는데 경기 조율에서 미흡했기에 제가 잘 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이번 시즌에 뭘 잘 해야 하나?
이번 시즌에는 팀이 하나로 뭉칠 수 있게 제가 중심에 섰으면 좋겠다. 제 뜻대로 선수들을 움직이라고 할 수 있기에 코트 위에서는 제 중심으로 뭉치길 바란다. 또 동욱이 형이 있기에 동욱이 형이 잘 조율해 주겠지만, 제가 포인트가드라서 그런 것에서 중심이 되고 싶다.
이상민 감독님께서 가장 많이 주문하시는 건 뭔가?
감독님께서 워낙 잘 하셨던 분이라 제 플레이에서 만족하시는 게 하나도 없을 거다. 가드 출신이시라서 하나하나 세심하게 가르쳐주신다. 공을 잡을 때 작은 동작 하나하나까지 다 가르쳐주시고, 볼 처리를 간결하게 하라고 말씀하신다. 속공 전개를 할 때 제가 못했던 부분이 있어서 보완해야 한다. 슛은 워낙 많이 들었던 이야기라서 이 역시 보완해야 한다. 감독님께서 주문하시는 건 세심한 부분이다.

팀을 6강으로 이끌고 싶다. 우리가 (지난 시즌) 후반기에 특히 성적(5,6라운드 1승 17패)이 안 좋았다. 선수들이 다들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전 제 잘못이 크다고 생각한다. 태술이 형이 몸이 좋지 않아서 제가 30분 이상 뛰었는데 지는 건 제가 경기 운영을 잘 못했기 때문이다. 아쉽게 지는 경기도 많았는데, 그건 제가 부족한 탓이다. 제가 형들을 조율하며 6강 플레이오프 이상 올라가고 싶다.
이번 시즌에 삼성이 지는 건 천기범 선수 탓인가?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다른 선수들도 경기를 지면 ‘내가 조금 더 잘할 걸, 내가 한 발 더 뛸 걸’이라는 생각을 한다. 저 말고도 잘 하는 형들이 있는데 그 형들도 그렇게 생각할 거다.
천기범 선수가 팀을 이끌어야 한다고 했는데 함께 뛸 주축 선수들의 나이가 더 많다. 어느 선수를 가장 잘 통제를 해야 하나?
준일이 형과 관희 형이 제일 크다. 제가 동욱이 형을 지원하면서 동욱이 형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이제는 제가 연차가 쌓이면서 동욱이 형이 저를 지원해주고, 제가 동욱이 형을 더 도와주려고 한다. 준일이 형, 관희 형의 돌발 행동이 많다.
수염을 기르는 이유가 있나?
남자니까 수염을 한 번 길러보고 싶었다. 시즌 들어가기 전에는 자를 거다. 어릴 때부터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시즌 때는 용모가 단정해야 한다.
#사진_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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