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이재범 기자] “칭찬 받는 경기가 인생 경기가 아닐까? 인생경기는 많을수록 좋으니까 다음 시즌에 최대한 많은 인생경기를 하고 싶다.”
정희재(195cm, F)는 2012년 10월 KBL 국내선수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4순위로 전주 KCC에 입단했다. 식스맨으로 주로 활약한 정희재는 2018~2019시즌 데뷔 후 가장 긴 평균 20분 55초 출전해 4.4점 2.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정희재는 KCC와 계약이 만료되자 잔류보다는 이적을 택했다. 창원 LG는 전 시즌 대비 250.0% 인상된 보수 2억 4500만원(인센티브 없음)을 정희재에게 안겼다. 이번 시즌 보수는 정희재가 지난 6시즌 동안 활약하며 받았던 보수 총액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LG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정희재 하면 떠오르는 경기는 2011년 고려대와 연세대의 정기전이다. 고려대는 1쿼터 막판 22점 차이까지 뒤졌지만, 이를 뒤집고 67-6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정희재는 팀 득점의 절반 이상인 35점을 책임졌다. 고려대는 이 승리 이후 상승세를 탔고, 연세대는 이후 한 동안 고려대를 만나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정희재는 아직까지도 이날 경기를 인생경기로 꼽으며 “그 날 경기만 잘 한 것뿐만 아니라 스토리도 있다. 외할머니께서 경기 당일 돌아가셔서 부모님께서 못 오셨기에 더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정희재는 이어 “이제는 30점, 40점을 넣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팀이 이기고, 저도 잘 한다면 그게 인생 경기 아니겠나?”라며 “앞으로는 칭찬 받는 경기가 인생 경기가 아닐까? 인생경기는 많을수록 좋으니까 다음 시즌에 최대한 많은 인생경기를 하고 싶다”고 바랐다.
다음은 강원도 양구에서 전지훈련 중인 정희재를 만나 나눈 일문일답이다.

KCC에 있을 때 한 번 태백을 가봤다. 양구는 태백과 비교가 안 된다. 로드워크의 경사가 너무 가팔라서, 과장해서 말하면 태백이 평지로 느껴질 정도로 진짜 끝도 없다. 와~, 첫 날 뛰어보면서 대한민국에 이런 코스가 있나 싶을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 선수들이 양구 오기 전에 ‘네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니까 각오를 단단히 하라. 상상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 팀에서 김시래가 잘 뛰는 편인데 시래조차 벅차하는 곳이고, 그런 훈련을 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이 맞다. 그걸 느끼고 있다(웃음).
왜 LG 왔을까 싶겠다.
그런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해서도 안 된다. LG에서 저를 선택했다. 최대한 실망감을 안 안겨드려야 한다.
LG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을 거다. 새로운 LG에 와서 훈련을 해보니까 어떤가?
첫 이적이니까 처음에 낯설고 힘들었다. 운동의 방향성이 달라서 더 집중하게 되고, 하나씩 틀리는 부분은 시간이 지날수록 괜찮아질 거다. 팀에서 저에게 기대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실망을 시키지 않도록 양구 훈련부터 잘 소화하며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KCC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그러면서 성장한 부분이 많을 거 같다.
KCC란 팀에서 사건사고 없이 잘 해왔기에 여기 있다. KCC가 자유스러운 분위기라서 (LG에서) 또 더 힘든 부분도 있다. (KCC에서) 우승도 하고, 꼴찌도 하고, 되게 좋은 형들과 경기도 하면서 배운 점도 많다. 확실히 대학 졸업할 때보다 성장했다. 신인 때는 경기를 많이 못 뛰었고, 최근 1~2년 사이에 경기를 조금 뛰면서 경기력이 나타났다. LG에서 좀 더 성장하도록 감독님과 코치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
너무 정답만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닌가?
하승진 형이 항상 그랬다. ‘인터뷰를 그렇게 할 거면 하지마. 재미없게 뭐 하는 거야’ 그런데 쉽지 않더라. 요 근래 인터뷰를 많이 했는데 항상 똑같은 대답을 한다. 제가 승진이 형 정도 되어야 거침없이 하는데 아직은 그런 선수가 아니라서 이해를 해 달라.
기자들에게 ‘너희들도 매번 똑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나?
그렇다(웃음). 항상 ‘LG 온 소감이 어떤가?’ ‘LG는 어떤가?’ ‘후회하지 않나?’ 똑같은 질문이라서 똑같은 대답을 한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니까 맞는 거 같다.

시즌 초반에는 5분에서 10분 정도 뛰다가 2라운드 즈음 승진이 형이 다친 뒤 출전시간이 20분 이상 늘어나서 확 올라섰다. 그러다 승진이 형이 복귀하며 출전시간이 줄고, 팀에선 승진이 형을 중용했다. 줄어든 출전시간 안에서 제가 뭔가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상황이 되지 않았다. 식스맨의 역할이 슛 1~2개 안 들어가면 교체되고, 수비를 놓치면 교체되는 게 반복되어 전 부진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감을 잡지 못했다.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께서 “정희재 선수가 좋은 활약을 하니까 상대팀에서 집중 견제를 하고, 집중견제를 이겨내야 하는데 이겨내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전까지 한 경기에 슛 기회가 몇 번이나 났는데 잘 들어가고, 잘 되니까 상대 수비가 떨어지지 않았다. 그럴 때 제가 연구하고 뭔가 해법을 찾았어야 했다. 그게 성장인데 시즌 막판 즈음이라 보여주지 못했다. 머리 속에서 항상 그 생각이 있다. ‘내가 이만큼 성장해서 상대팀에서 나를 막는구나’ 이것만으로도 전 성공했다고 본다. 이번 시즌에는 LG에 왔는데, 저에 대해서 파악이 되었을 거니까 제가 수비를 이겨내는 법을 연구해야 한다.
FA였음에도 팀을 선택하는 권한이 없었다. 3번(스몰포워드)이 약한 LG는 정희재 선수가 잘하면 충분히 기회를 받을 수 있는 팀이다. 그렇지만, 3번의 역할을 못하면 강병현 등 다른 선수들이 3번을 봐야 한다. 정희재 선수는 3번과 4번(파워포워드), 어느 포지션이 맞나?
그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았는데 딱 중간이다. 요즘 농구는 1번(포인트가드)부터 4번까지 정확한 포지션이 없다. 센터도 외곽에서 슛을 던진다. 이번 시즌 잘 해서 최대한 3번에 가깝게 훈련을 해야 한다.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수비를 할 때 앞선까지 막아야 한다고 하셨다. 그렇게 좋은 모습을 보이면 괜찮을 거다.
그걸 당장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
그럼 3번이라는 게 어떤 거냐?
보통 3번은 상대 수비를 흔들면서 외곽 공격을 많이 하는 걸 생각하는데 감독들이 원하는 3번은 195cm 이상 상대 주득점원 수비를 할 수 있는 걸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선수의 외곽을 막으면서도 빠른 발로 돌파를 할 때 그것까지 차단이 가능해야 한다. 그게 가능하겠느냐라고 묻는 거다.
가능하다. 그래서 이렇게 훈련을 하고 있는 거다. 이렇게 훈련하면 몸에 익을 거고, 3번에 맞는 옷을 입을 거다. 감독님께서 살을 많이 빼라고 말씀하셔서 살을 빼면 스피드가 붙을 거다. 대신 힘이 조금 떨어질 거다. 훈련을 하고 있는데 쉽지는 않다. 어려운 건데 그 숙제를 제가 잘 해결해야 하고, 풀어나가야 한다. 제가 해야 하는 거고, 제가 하기 나름이다. 훈련을 열심히 소화하면 이번 시즌 좋은 모습 보여드릴 거라고 말씀 드릴 수 있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방송에 나가고 있는데 선수들 중에서 제일 주눅이 들지 않는 선수라고 하더라.
솔직히 굉장히 주눅이 많이 든다. 제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제일 단점이 주눅드는 거다. 그것만 고쳐지면 플레이를 할 때 두 배 이상 잘 보여줄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해 단점이다. 그런 모습을 고치려고 하고 있어서 감독님께서 뭐라고 하셔도 일부러 예, 예, 예 하면서 넘긴다. 그래도 아직까지 속으로 상처받고 주눅드는데 티를 안 내려고 한다. FA 자격을 얻어 LG에 왔고, 중고참으로서 역할을 해야 하고, 팀에서 기대하는 부분도 있고, 주축으로도 뛰어야 한다. 어린 아이의 모습을 없애려고 노력 중이다.

대학 3학년 정기전이다. 대학 1,2학년 때 부상 등으로 경기를 거의 못 뛰다가 3학년부터 조금씩 출전했다. 정기전에서 확 올라와서 그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날 경기만 잘 한 것뿐만 아니라 스토리도 있다. 외할머니께서 경기 당일 돌아가셔서 부모님께서 못 오셨기에 더 기억에 남는다.
이 답을 예상하고 던진 질문이다. LG에서 그런 인생경기를 해야 하지 않겠나?
하면 좋다. 그런데 30점, 40점을 넣으면 팀에서 좋아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제가 냉정하게 평가하면 팀에서 주득점원이 아니다. 팀이 이기고, 저도 잘 한다면 그게 인생 경기 아니겠나?
팀이 이기는데 기여도가 높아서 감독이 경기 후 “정희재 때문에 이겼다”라는 이야기만 나오면 그게 프로에선 인생경기가 되는 것이고, 그게 쌓이면 더욱 안정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갈 거다.
앞으로는 칭찬 받는 경기가 인생 경기가 아닐까? 인생경기는 많을수록 좋으니까 다음 시즌에 최대한 많은 인생경기를 하고 싶다.
#사진_ 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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