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손대범 기자] 말리는 난리가 났다. 그동안 말리는 아프리카에서도 대표적인 농구약체였다.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은 68위.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그리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성인대표팀의 최고 성적은 1972년 아프로바스켓 대회 3위가 전부다. 2년 전 세네갈 대회에서도 아프리카 국가 중 9위에 머물렀다.
그런데 말리의 젊은피들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어 화제다.
30일(한국시간) 그리스 이라클리온(Heraklion)에서 개막한 19세 이하 FIBA 농구 월드컵에서 결승전에 진출한 것. 연령대를 불문하고 아프리카팀이 세계 농구대회 결승전에 진출한 것은 처음이다. 4강 진출 역시 최초였는데 프랑스를 이기고 정상에 도전하게 됐다.
애초 예선에서 말리는 캐나다, 호주, 라트비아와 B조에 편성됐다. 예전 같았으면 전패가 점쳐졌던 팀.
그런데 평균 신장 195cm의 말리는 라트비아를 93-79로 꺾더니 바로 다음 날 캐나다 전에서는 피 말리는 접전 끝에 71-70으로 승리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경기 초반만 해도 캐나다가 11-3으로 앞서가며 무난히 이기는 듯 했다. 그러나 야수 같이 저돌적으로 덤벼드는 말리 선수들의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했다.
기술은 캐나다에 비해 투박했지만, 체공력이나 민첩함 등 신체 능력은 미국 선수들 못지 않았다. 팔길이나 보폭도 길어 한번 리듬을 타자 내외곽에서 슛이 터지면서 분위기를 주도했다. 오히려 3쿼터 중반에는 10점차 이상으로 말리가 경기를 앞서가기도 했다. 캐나다는 경기 막판까지 차근차근 쫓아갔지만 종료 직전 회심의 슛이 실패하면서 결국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말리는 조별예선 마지막 상대였던 호주를 만나서도 마지막까지 선전했다. 4쿼터에 30점을 쓸어 담으며 추격했지만, 아깝게 3점차(79-82)로 졌다.
B조 3위(2승 1패)로 16강에 진출한 말리의 선전은 계속됐다.
16강에서는 뉴질랜드를 77-62로 격파했다. 이어 8강에서는 푸에르토리코를 84-74로 이겼다. 푸에르토리코를 상대로는 리바운드 싸움에서 대승(62-47)을 거둔 것이 큰 힘이 됐다.
그들의 역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4강 상대 프랑스마저 76-73으로 제압한 것이다. 프랑스 역시 운동능력에서는 남부럽지 않은 선수들이 많았다. 여기에 보다 많은 국제대회 경험을 앞세워 침착히 점수차를 벌리는 듯 했다. 실제로 상대 허점을 잘 공략하며 8점차(21-13)까지 달아났다.
하지만 말리도 쉽게 밀리지 않았다. 상대가 허점을 보일 때면 여지없이 이를 역공해 트랜지션 상황을 만들었다. 또한 ‘아프리카의 샤킬 오닐’ 오마 바이요(Oumar Ballo, 208cm, 111kg)가 포스트를 장악하며 프랑스 수비진을 고생시켰다. 바이요는 이날 17득점 11리바운드 4블록으로 활약했다.
프랑스는 종료 직전까지 맹추격했지만 외곽슛이 따라주지 않으면서 결국 말리가 보인 역사적인 행진에 비단을 깔아주고 말았다.
+ 말리 VS 프랑스 4강전 +
https://youtu.be/0SdGZIEcc3A
오는 8일, 그들은 결승에서 미국과 맞붙는다. 현실적으로 미국을 꺾기란 쉽지 않을 터.
2017년 U19 월드컵 당시에도 16강에서 미국은 117-69로 말리를 가볍게 이긴 적이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 팀이 유럽, 남미 강팀들을 차례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참고로 말리가 이 과정에서 꺾은 푸에르토리코는 1년 전, U17 월드컵 4강진출 팀이었고, 프랑스는 U17 월드컵 준우승팀이었다.
그런데, 말리 청소년대표팀의 국제무대 선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이미 2017년 U16 아프리카 챔피언십 우승, 2018년 U18 아프리카 챔피언십 우승 등 농구협회 창립이래 처음 맛보는 영광을 계속해서 이뤄왔다. 지난해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U17 월드컵에서는 16강에 진출하기도 했다.
선전을 주도한 중심에는 황금세대가 있다.
핵심은 바로 오마 바이요. 이번 대회에서는 평균 18.3득점 13.0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프랑스와의 4강에서는 38분을 뛰면서 더블더블을 기록했고, 뉴질랜드와의 16강전에서는 15득점 17리바운드 5블록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2002년 7월 13일생인 그는 아직 키가 더 자라는 선수로, 208cm의 육중한 체구와 놀라운 기동력을 보이고 있다. 11살 때 스카우트 눈에 띄어 스페인에서 농구를 배웠고, NBA 아카데미멕시코 센터에서 집중적으로 훈련을 받았다.
그는 다음 시즌부터 NCAA 디비전 I 곤자가 대학 신입생으로 뛰게 된다.
+ 오마 바이요 하이라이트(흰색 유니폼 11번) +
https://youtu.be/s2AIhAFpspk
2000년생 쌍둥이 형제 하산 드라미, 푸시니 드라미도 빼놓을 수 없다. 두 선수 모두 2m 유망주로 팀에서는 2~3번을 맡고 있다. 가드 시리만 카누티(2001년생)는 176cm로 신장은 작지만 힘과 스피드를 겸비한 콤보가드다. 그가 없었다면 말리가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외곽슛도 뛰어나며 수비도 공격적이었다. 또한, 바이요의 포스트 파트너, 압둘 카림 쿨리발리(2000년생, 204cm)도 빼놓을 수 없는 자원이다.
이들의 적극적인 리바운드 가담이 없었다면 말리는 굉장히 힘든 경기를 치렀을 것이다. 아직까지 슛 셀렉션이나 슛을 만드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 슛 성공률도 37.6%, 3점슛은 27.5%로 굉장히 저조하다. 자유투도 58.3%.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온 것은 순전히 리바운드, 그 중에서도 22.3개에 이르는 공격 리바운드(1위), 블록슛(6.8개, 2위)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오마 바이요는 FIBA와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 농구의 경사다. 모두가 응원해줄 것이라 기대한다. 우리가 이룬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라며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게 끝이 아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 나선 아시아팀은 4팀이었지만 모두 순위결정전으로 밀려나게 됐다. 호주는 그리스와 9~10위전을 치르게 됐고, 뉴질랜드는 필리핀과 13~14위전을 갖는다. 중국은 세네갈과 15~16위를 두고 맞붙는다.
#사진=FIBA 제공(오마 바이요 / 흰 유니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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