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손대범 기자] 미국이 통산 7번째 국제농구연맹(FIBA) U-19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미국은 8일(한국시간) 그리스 이라클리온에서 열린 U-19 월드컵 결승에서 말리를 93-79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우승이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말리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결승까지 오는 동안 미국이 가장 고전한 상대는 8강의 러시아(80-95)였다. 16강은 50점차(뉴질랜드, 116-66), 4강은 35점차(리투아니아, 102-67)로 이기는 등 미국은 우승후보다운 면모를 과시해왔다.
그러나 말리는 기죽지 않았다. 14점차라는 최종 점수차가 말해주듯, 막판까지 따라붙었다. 중계진도 'overcome'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듯, 말리는 마지막까지 미국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중계진은 물론이고, 생중계 채팅창에도 "말리여, 기죽지마!", "말리는 고개를 들고 경기장을 나갈 자격이 있다"는 응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FIBA 랭킹 68위에 불과한 말리는 이번 대회의 신데렐라였다. 농구협회 창립이래 최초로 16강에 진출했고, 더 나아가 결승까지 올랐다. 아프리카 대륙팀이 월드컵 무대에서 4강에 오른 건 연령, 남녀 불문 말리가 최초였다.
4강에서 프랑스마저 꺾은 말리는 그 기세를 전반까지 잘 이어갔다.
돌풍의 주역, 오마 바이요(208cm)와 압둘 카림 쿨리발리(204cm)가 버티는 골밑이 위협적이었다. 상대 슛을 저지하기 위해 몇 번이고 재차 점프를 하며 빅맨들을 굴복시켰다.
미국은 1쿼터 3분 46초가 지나서야 간신히 첫 야투를 넣을 정도로 고전했고, 말리는 15-7로 앞서갔다.
그러나 말리는 더 달아나지 못했다. 실책과 리바운드가 문제였다. 급한 공격으로 사소한 패스미스가 나왔다. 또한 말리의 강점이 바로 리바운드라는 것을 잘 알았던 미국도 필사적으로 리바운드에 달려들었다.
그럼에도 불구, 미국도 주도권을 잡지는 못했는데 정확한 공격 시도가 일관되게 이뤄지지 않은 탓이었다.
미국은 대회기간 내내 주득점원 역할을 해온 레지 페리(208cm)가 1쿼터 6개의 슛을 모두 미스하는 등 고전하자 206cm의 트레비온 윌리엄스(퍼듀 대학 진학예정)를 투입, 분위기 전환을 노렸다.
체중이 130kg에 달하는 그는 바이요와 쿨리발리를 상대로 포스트 득점을 올리며 미국의 추격을 도왔다.
미국은 1쿼터 후반부터 수비 강도를 끌어올렸다. 초반에는 강력한 디나이 수비로 볼러의 볼 소유시간을 늘렸고, 그 다음에는 스위치 수비로 선택지를 좁혔다. 공격에서는 윌리엄스가 끈덕지게 인사이드를 공략해 파울을 얻어냈다.
결국 미국은 아이삭 리켈켈레의 플로터로 17-16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말리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힘들 때마다 바이요가 나섰다. 하산 드라미와 바이요의 연속득점으로 말리는 1쿼터를 22-20을 앞서며 마쳤다.
이미 1쿼터 스코어만으로도 말리는 많은 박수를 받고 있었다.
미국은 2쿼터에도 고전했다. 결정적인 이유는 슛 난조였다. 작전은 잘 만들었지만, 결국 좋은 작전이 되려면 슛이 잘 들어가야 했다. 그런데 슛이 계속 터지지 않았다. 1쿼터에도 그들은 야투 성공률이 28%였다.
수비에서도 영리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강한 저항에 당황한 듯, 무리하게 점프를 뛰었다가 골텐딩도 수차례 기록했다. 그 사이 말리는 포인트가드 시리만 카누티의 연속 득점으로 27-22로 달아났다.
2쿼터는 주거니 받거니 형국이었다. 미국이 슛 난조에도 불구하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주전 빅맨 제레미아 로빈슨의 공이 컸다. 205cm로, 빌라노바 대학 진학이 예정된 그는 묵묵히 공격 리바운드와 세컨찬스 득점을 올리며 미국의 추격을 주도했다. 그는 전반에만 13득점 7리바운드를 기록했는데, 그 중 공격 리바운드가 5개였다.
미국은 전반 종료 직전, 가드 제일린 서그스(190cm)의 3점슛으로 42-40, 역전에 성공하며 전반을 마쳤다. 서그스의 3점슛은 이날 미국이 성공시킨 첫 3점슛이었다.
그런데 후반이 시작되자 미국이 달라졌다.
3쿼터 시작과 함께 서그스의 연속 5득점, 그리고 스캇 웨인 반스의 지원사격으로 9점차(49-40)로 달아났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서그스의 코너 3점슛과 케이드 커닝햄의 슬램덩크로 점수차는 순식간에 14점차가 됐다.
미국이 몰아치는 동안 말리는 첫 3분 30초간 한 골도 올리지 못했다. 미국은 전반에 잠잠했던 레지 페리의 속공 덩크, 여기에 커닝햄의 인유어페이스 덩크로 61-44까지 점수차를 벌렸다. 당황한 말리는 트랜지션 상황에서도 서두르다가 자멸했다.
경기의 흐름은 이대로 미국쪽으로 기우는 듯 했다.
그러나 말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바이요, 모디노 사노고의 연속 득점으로 12점차(64-76)까지 쫓아간 것. 이에 미국은 팀내 최고 1대1 스코어러 커닝햄의 원맨쇼를 앞세워 다시 한번 82-64로 달아났다.
그러자 말리는 3점슛으로 대응했다. 181cm의 마틴 디아키테와 쿨리발리의 3점슛이 내리 터진 것. 덕분에 말리는 순식간에 8점차(74-82)까지 좁히며 다시 한번 경기장을 뜨겁게 만들었다. 디아키테는 3점슛 한 개를 더 추가하면서 3쿼터 시작 후 가장 적은 7점차(77-84)로 이끌었다.
미국은 진땀은 흘리되, 두 번 흔들리지 않았다. 커닝햄과 리켈켈레의 활약으로 점수차를 두 자리로 돌려놨다.

사실 말리에게는 한 번 더 기회가 올 뻔 했다. 다만, 조금 성급했다. 좀 더 찬스를 봐도 되는 시점에서 3점슛을 고집하다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던 것. 여기에 공격자 파울까지 나오면서 사실상 종료 2분 여를 남기고 미국이 승기를 잡았다.
전반의 주역이 로빈슨이었다면, 후반의 주인공은 커닝햄이었다. 17살로 팀내 막내인 커닝햄은 절묘한 드라이브로 골밑 수비를 흔들어놨다. 유로스텝에 여러 속임동작을 곁들인 돌파로 말리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커닝햄은 33분간 21득점 7리바운드 7어시스트의 만점 활약을 보였다. 레지날드 페리는 10득점 4리바운드, 스캇 웨인 반스는 11득점 8리바운드로 힘을 보탰다. 반스는 필요할 때마다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와 포효로 사기를 북돋웠다. 외곽슛이 뛰어난 서그스는 15득점(3점슛 3개)로 분위기 반전을 주도했다.
말리는 바이요가 15득점 7리바운드, 카누티가 16득점으로 활약했지만 경험 부족이 아쉬웠다. 드라미와 쿨리발리도 17점씩을 올렸지만 팀 패배로 빛을 잃었다.
그러나 로스터 깊이, 협회 지원, 경험 등 여러 면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는 형국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말리의 도전은 굉장히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현지 중계진도 "이번 대회에서 누구도 말리만큼 미국을 괴롭히지 못했다"고 총평했다.
한편, 대회 MVP는 페리가 차지했다. 결승에서는 다소 조용했지만, 대회 동안 가장 활약이 꾸준했다. 페리는 미국 고교 졸업반 파워포워드 중 7위로 미시시피 주립대 진학이 예정되어있다.
앞서 열린 프랑스와 리투아니아의 3~4위 전에서는 프랑스가 73-68로 이기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사진=FI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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