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이재범 기자] 제주도는 우리나라 최대의 섬이자 국제적인 관광지다. 육지와 동떨어져 있어 농구와 거리가 먼 지역이다. 제주도에서 농구가 가장 활발한 시기는 중고등학교나 대학팀들이 동계훈련을 하는 1월과 2월이다.
물론 한 때 초등농구에서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한 적도 있지만, 제대로 된 제주도 출신 남자 프로선수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전주 KCC 2군에서 활약했던 강영준이 제주도 출신 최초의 프로 선수이며, 정규리그 딱 한 경기 출전에 그쳤다.
요즘은 클럽스포츠가 발달하며 어릴 때부터 엘리트 농구를 더더욱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짙다. 그럼에도 제주도에서 농구 명맥을 이어나가는 팀이 있다. 지난 4월 경북 김천에서 열린 ‘아토팜과 함께하는 제18회 전국초등학교농구대회(이하 협회장배)’에서 정말 오랜만에 8강에 진출한 제주 일도초를 찾아 어떻게 팀을 운영하는지 들어보았다.
대학 팀들이 제주도에서 동계훈련을 할 때 2~3차례 취재를 한 적이 있다. 2년 전 KEB하나은행 이시준 코치가 서울 삼성에서 은퇴 후 제주도 대신중학교 방과 후 교실 강사를 할 때도 농구수업을 지켜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육지에서 제주도로 건너온 팀이 아니라 제주도에 속한 팀(제주 일도초, 제주 함덕초, 제주동중, 제주 중앙여중)을 제주도에서 취재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지난달 20일, 제주 일도초와 제주 중앙여중의 연습경기가 제주 일도초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 관전했다.

일도초 선수들이 몸을 풀며 제주 중앙여중을 기다렸다. 선수들이 몸을 풀 때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다. 제주 일도초는 분명 남자 팀인데 여러 여자 아이들도 똑같은 훈련을 소화했다. 중앙여중과 연습경기에 나서지 않았지만, 경기 중 작전시간을 부르면 여자 선수들도 모두 한 팀처럼 움직였다.
제주 일도초는 2005년 KBL 전국 초등학교 농구대회 우승, 2005년 전국소년체육대회 준우승, 2004년과 2008년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 준우승 등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지만, 최근에는 결선 토너먼트와 인연이 깊지 않다. 지난 4월 협회장배에서 8강에 오른 건 김경태 코치가 부임한지 7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김경태 코치는 “보통 성적이라고 하면 4강에 들었을 때다. 우리는 구력이 짧고, 연습경기 등을 많이 할 수 없어서 경험도 적다. 그래서 최선을 다하면서 항상 예선 통과를 목표로 둔다”며 “예선 통과는 2번 정도 했었다. 전국대회에서 16강을 넘어 8강에 진출한 건 제가 부임한 뒤 처음이었다. 예전에는 성적이 좋았을 때가 있었다”고 했다.
김경태 코치는 단국대 여대부 코치와 온양 동신초교를 거쳐 2013년부터 일도초를 이끌고 있다. 김경태 코치는 “저는 부산에서 농구를 했는데 와이프가 제주도 사람이라 제주도로 오게 되었다”며 “이쪽 일을 안 하려고 했는데 자석처럼 끌렸다”고 일도초와 인연을 설명했다.
제주도에 남자 초등부는 일도초와 함덕초 두 개가 있다. 지난해에는 함덕초가 일도초보다 더 나은 전력을 자랑했다. 그렇지만 대진운이 좋지 않아 결선 토너먼트에서 무너질 때가 잦았다. 그럼에도 윤덕주배에서 4강까지 진출했다.
김경태 코치는 “최근 함덕초 선수들이 좋았다. 특히 작년에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나서 4강까지 갔었다”며 “제 기억으론 함덕초 역사에서 가장 좋은 선수들이었는데 운이 좋지 않았다. 항상 4강권 팀들과 한 조에 묶였다. 그래서 8강을 넘지 못할 때가 많았다”고 했다.
이어 “어느 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같이 상생하는 라이벌”이라며 “그래도 함덕초 지도자도, 저도 마음이 통하는 건 제주도 농구 발전을 위하는 것, 이 아이들이 어디 가서 무시 받지 않는 선수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잘 맞는다”고 덧붙였다.
일도초와 함덕초는 뗄 수 없는 관계다. 전국소년체전에는 단일팀이 아닌 연합팀으로 나선다. 타 지역과 다른 소년체전 연합팀 구성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기본 방침은 소년체전 평가전을 한 뒤 이기는 팀 코치에게 선수 선발 권한을 준다. 우리가 이기면 우리 학교 선수 구성에 따라서 함덕초에서 좋은 일부 선수를 데려온다. 이기는 팀에 모든 권한을 줘서 원하는 대로 맞춰주는 것이다. 패한 팀에선 적극 지원한다. 이긴 팀이 감독이면 진 팀에서 코치를 해주고, 합동 훈련도 한다. 보통 3월 말에 평가전을 하고, 4월 말에 제주 도민체전이 있어서 경기를 한 번 더 한 뒤, 그 이후 소년체전을 준비하는 합동훈련에 들어간다. 분위기는 좋다.”

“제주도에 와서 애들을 가르치며 가장 힘들었던 게 운동하는 개념이 다른 점이다. 농구 선수가 되어야겠다는 게 아니라 자기 다니는 학교에 농구부가 있어서 농구를 하는 거였다. 만약에 축구부가 있었으면 축구 선수가, 배구부가 있었으면 배구 선수가 되었을 거다. 또 농구를 모르면서 아는 형들이 농구를 하니까 농구하는 선수도 있다.
그래서 선수를 만드는 목적보다 운동을 하는 아이들을 끌어 모아서 돌보는 느낌이다. 예전 부모님들은 선수 생활에 관심이 없어 농구부를 학원처럼 여겼다. 학교 끝나고 학원 가듯이 부모님들께서 퇴근하시기 전까지 지내는 곳이었다. 그런 선수들이 운동을 하며 농구를 배우고, 대회에 나가고,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농구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접하면서 농구 선수라는 걸 느낀다.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애들을 스카우트 할 때 농구 선수를 하자는 게 아니라 나랑 농구장에서 농구공으로 놀자고 한다. 그런 뒤에 농구에 재미를 붙이면 ‘농구 선수가 되어볼래’라고 물어본다. 선수가 안 되어도 좋다. 이 친구들이 평생 즐길 수 있는 농구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에 올라가면 친구들과 어울릴 때 농구를 할 거다. 그럴 때 다른 친구들보다 잘 하면 더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장점이 될 거다.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그 중에 1~2명이 전문 선수가 되려고 한다. 이런 선수들에게 전문적인 100% 마음가짐을 심어주려고 한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문제 있거나 거친 선수들을 농구부에 데려온 적도 있다. 그런 친구들이 보통 키 크고 운동을 잘 한다. 제가 먼저 부모님께, 선생님께 바로잡아보겠다고 말씀 드리기도 했다. 예전 교장선생님께서 계실 때는 반대로 저에게 학교 적응을 못하고, 혈기 왕성한 선수들을 맡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시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잘 되고, 정신 차린 친구들도 많다.
저는 스카우트가 힘들지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농구가 우선이 아닌 애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또 부모님께서 안 계시는 시간 동안 제가 돌봐주는 느낌으로 접근한다. 그래서 선수들을 10명 가량 꾸준하게 유지했다.”

김경태 코치는 “시작이 되게 재미있다. 6년 전이었는데 학교에서 인기 있는 애들이 농구부 6학년이었다. 얘네들이 운동을 하고 있으면 체육관에 여자 애들이 몰려와 운동할 때 말을 걸고, 떠드니까 방해가 되었다. 그렇다고 나가라고 할 수도 없어서 ‘얘들과 같이 있고 싶지? 그럼 같이 운동해’라고 하면서 시작되었다”고 여자 선수들과 함께 운동을 하고 있는 계기를 들려줬다.
여자 선수들이 단순하게 농구를 함께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일부 선수들은 엘리트 농구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김경태 코치가 남녀 가리지 않고 누구나 운동을 좋아하면 모두 농구부로 받아들인 덕분이다.
김경태 코치는 “이 친구들도 농구에 재미를 붙이고, 스포츠클럽대회에 참가하며 잘 유지되었다. 그러면서 이를 본 후배들도 ‘저도 배우고 싶어요’라면서 이어졌다. 자기들끼리 ‘우리는 여자농구부’라고 부르는 용어가 생겼다”며 “아이들도 농구를 계속 배우며 잘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고, 전국대회에 나가 성적도 냈다. 원래 인원수는 이보다 더 많았다. 작년에는 남학생 10명, 여학생 10명 정도로 반반이었다. 그래서 서로 맞대결도 했다. 그런 전성기도 있다”고 했다.
남 다르게 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육지와 떨어진 제주도 아이들만의 특징이 있을 듯 하다.
“부모님도, 선수들도 모든 면이 다르다. 동호회가 많이 있지만, 아직 농구를 모르는 편이다. 제주도 애들만 놓고 보면 좀 더 순수하다. 같은 팀 내에서도 이기려고 하는 게 있는데 제주도 애들은 자기 자신과 우리가 잘 하면 된다. 쟤가 못하면 우리가 못 하는 거고, 쟤가 잘 하면 우리가 잘 하는 거다. 때묻지 않은 게 있다.
그런데 농구를 쉽게 접하지 못한다. 선배들도 없고, 중고등학교나 대학농구를 전혀 모른다. 그나마 프로농구를 TV로 보는 선수들도 있지만, 프로농구조차 모르는 선수도 있다. 한 번은 농구관계자가 와서 김선형, 이대성 이런 선수들을 언급했는데 ‘누군데요?’ 그러더라. 웃음이 났다.”

그럼에도 농구 선수로서 성공하기를 바라는 이들이 나온다. 강승제(150cm, G, 6학년)는 “1학년 때 방과 후 농구를 한 뒤 2학년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방과 후 학습에서 농구를 했더니 더 농구를 해보고 싶었다”며 “처음부터 농구에 이끌렸고, 성공할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농구를 할 때 저와 적성이 잘 맞았다”고 했다.
양주도(151cm, G, 6학년)는 “농구를 하다 보니까 목표가 생겨서 농구부 있는 중학교로 진학해서 프로까지 가고 싶은 꿈이 생겼다”며 “농구를 계속 하면 축구보다 더 잘 하겠다는 생각이 계속 쌓여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에 농구도 알리고 싶은 마음도 들어서 프로농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프로 선수의 꿈을 드러냈다.
왕현성(170cm, C, 6학년)과 함께 팀의 공격을 이끄는 김현진(161cm, F, 6학년)은 “농구를 모르는 분들까지도 농구를 알 수 있게 만들고 싶다”며 “앞으로 연습을 더 열심히 해야 농구를 더 잘 알릴 수 있다”고 제주도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농구 인기를 이끌고 싶은 신선한 목표를 밝혔다.
김경태 코치가 제주도에서 코치 생활을 하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가짐은 “아이들이 농구를 즐기면서 농구를 좋아하게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도자와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우승도 바란다.
“모든 지도자나 선수들이 마찬가지지만, 항상 목표는 우승이다. 선수 시절 우승도 해봤고, 지도자로서 운 좋게 준우승을 해봤다. 제주도에 온 이후 아직 짧지만, 우승을 해본 적이 없다. 제가 이 팀에서 오랫동안 있다면 다시 제주 일도초를 우승팀으로 이끌고 싶다.
물론 이것보다 더 큰 건 이 친구들이 농구를 잊지 않고, 사회에 나갔을 때 운동을 통해 배운 협동심, 배려심 그리고 가장 중요한 예의, 예의를 잘 지키면서 살아간다면 좋겠다.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자식처럼 보인다. 그러면서 좋은 기회가 온다면 우승을 하고 싶다.”

강승제(150cm, G, 6학년)
김현진(161cm, F, 6학년)
김호범(155cm, F, 6학년)
안혜성(150cm, G, 6학년)
양주도(151cm, G, 6학년)
왕현성(170cm, C, 6학년)
조승현(155cm, F, 6학년)
김현창(150cm, F, 5학년)
김세진(145cm, F, 4학년)
양우성(140cm, G, 4학년)
#사진_ 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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