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인천/민준구 기자] 평범하게 흘러가던 상해에서의 하루. 건장한 세 남자는 지친 몸을 풀기 위해 소주 한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들이 나눈 이야기는 미래의 성공을 향한 것이었고, 수년이 흐른 지금 끝내 현실이 됐다.
2018-2019시즌, 인천 신한은행의 성적은 6승 29패. 한때 여자농구를 평정했던 그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새로운 변화, 카리스마 넘친 지도자가 필요했던 그들은 OK저축은행을 4위로 이끈 정상일 감독과 손을 맞잡았고, 이른바 ‘정상일 사단’으로 불리는 이들 역시 한국땅을 밟았다.
이휘걸 코치와 구나단 코치는 국내 여자농구 팬들에게 생소한 이름일 수 있다. 이휘걸 코치는 국가대표, 삼성생명에서 몸담았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중국으로 건너갔다. 구나단 코치는 캐나다 출신으로 이문규 감독과 함께 상해 프로팀에서 코치로 지냈다. 상해 프로, U16팀의 코치였던 두 사람은 중국 내 한국인 지도자 모임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이휘걸 코치는 “(구나단 코치는)처음 봤을 때 아예 한국 사람인 줄 알았다(웃음). 근데 한국말을 잘 못 하더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이 맞았고, 생각하는 바도 같았다. 1982년생으로 친구다. 지금은 눈빛만 봐도 마음이 통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구나단 코치 역시 “사실 함께 자리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중국이 너무 크다 보니 시즌을 치르면 2주 동안 비행기만 10번을 타야 한다. 상해에 있을 시간이 없다 보니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었다. 우연히 가진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눴고, 서로 같은 농구 철학을 갖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라고 회상했다.
타지에서의 생활은 적응을 떠나 외로울 수밖에 없다. 정상일 감독도 이 부분에 대해 “1년 동안 정말 외로웠다. 말도 안 통하고 여러모로 힘든 점이 많더라. 그럴 때마다 힘이 되어준 게 이휘걸 코치와 구나단 코치다. 나중에 내가 한국팀 감독으로 가면 함께 하자고 이야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야오밍 구단주의 적극적인 지원 속, 상해 농구팀은 굉장한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었다. 국내는 물론 중국 내에서도 생소했었던 컨디셔닝 트레이너였던 이휘걸 코치와 캐나다에서의 경험을 한껏 곁들인 구나단 코치의 가치는 생각보다 컸다. 그들의 반도 되지 않는 지원, 비교조차 힘든 한국으로의 발걸음은 사실 쉽지 않았다.
구나단 코치는 “10명 중 9명은 한국으로 가는 걸 말렸다. 가족들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근데 남자들에게 있어 약속과 의리는 어쩔 수가 없다. 아내에게 ‘우리 감독님 같은 사람과 언제 같이 해보겠나. 믿고 가겠다’라고 어필했다(웃음). 외국에선 흔하지만, 한국에선 코치들을 100% 활용하는 사람이 흔치 않다고 생각한다. 정상일 감독님과 같이 있을 수 있었기에 한국행을 마음먹을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휘걸 코치 역시 상황은 같았다. 그 역시 “주변에서 모두 가지 말라고 하더라. 아직 상해에서 해야 할 일이 더 많지만, 정상일 감독님과 함께한다는 생각만으로 한국에 다시 돌아왔다. 우리가 이룬 성공을 한국에서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그간의 세월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휘걸, 구나단 코치의 합류 이후 신한은행의 체질 개선은 가속화되고 있다. 먼저 눈에 띄는 변화로는 야식이 줄었다. 그동안 숙소 내 비치되어 있던 라면은 수요가 0에 가까운 상태. 매일 밤 9시 30분에 두 코치가 제공하는 단백질 쉐이크의 인기 탓에 라면이 외면받고 있었던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콜라, 사이다 등 탄산 음료를 줄이기 위해 제로 칼로리 음료를 준비했고, 식습관부터 영양소 체크까지 여러 부분에서 변화를 시도했다.
이휘걸 코치는 “김종국이 말했듯 먹는 것도 운동과 같다. 특히 몸이 재산인 선수라면 먹는 것에 신경 써야 한다. 마음 같아선 탄산 음료가 먹고 싶다는 선수들의 바람을 들어주고 싶다. 그러나 미래를 생각했을 때 우리의 인내가 성공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믿는다. 다행인 건 선수들 역시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 뭘 먹더라도 영양소 성분표를 먼저 살펴본다.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만들 듯, 우리 선수들이 멋지게 변하고 있어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체질 개선만으로 이휘걸, 구나단 코치를 평가할 수 없다. 이들의 컨디셔닝 트레이닝은 정상일 감독의 무한 지지 속에 선수들의 몸 상태를 정상치로 끌어올리는 중이다. 그렇다고 지시만 하지는 않는다. 두 코치와 하숙례 코치까지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하나가 되는 과정을 걷고 있다.
구나단 코치는 “요즘에는 유튜브가 활성화되면서 컨디셔닝 트레이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른바 ‘따라쟁이’들이 많아지는 상황이다. 부정적인 부분은 이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감독님들이 크게 중요치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영상만 보고 따라할 수 있다면 트레이너는 필요 없다. 선수들과 함께 지내면서 배운 노하우, 세계적인 감독들과 함께 하면서 얻어낸 정보들이 우리에게 있다. 선수단 안에 들어가 하나, 둘씩 몸으로 알려주는 과정이 중요하다. 무엇이 중요한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며 컨디셔닝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모든 힘을 쏟고 있는 이들에게 그 누가 손가락질을 하랴. 그러나 이휘걸, 구나단 코치 역시 미래에 대한 불안함, 그리고 걱정은 있었다.
“프로는 성적, 그리고 결과로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의 노력이 결과로 나오지 않으면 선수들 역시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우승을 하라는 건 아니다.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다음 시즌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그 다음 시즌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발전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나씩 축적되다 보면 성공이 저절로 쫓아올 것이다. 선수들이 그런 부분을 믿고 따라줬으면 한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확신이 있었던 두 젊은 코치들. 과연 이들의 노력은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180도 달라질 신한은행, 그 중심에 있는 정상일 감독과 하숙례 코치, 그리고 젊은 두 코치들의 헌신이 성공을 가져올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 사진_민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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