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민준구 기자] “한국농구는 망해가고 있다.”
최근 전주 KCC에서 현역 은퇴를 선언한 하승진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국농구를 향한 작심 발언을 했다. 제목은 “한국농구 망해가고 있다”. 22일 새벽에 올라온 이 영상은 오후 1시인 현재 133,103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하승진은 “재미와 정보성을 추구하는 팬들에게 한국농구는 큰 임팩트가 없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팀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많다. 농구선수도 모를 정도. 가장 큰 이유는 재미가 없어서다. 재미가 없으니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며 시작을 알렸다.
이어 하승진은 “뛰는 선수들조차 재미를 못 느낀다. 일정은 타이트하고 경기가 없는 날도 강도 높은 훈련이 이어진다. 지도자들의 자기만족으로 선수들이 고통받고 있다. 일반 직장인들도 ‘월요병’이 있는데 외박을 다녀온 선수들의 몸이 가벼울리 없다. 그런데도 지도자들은 쉬고 온 선수들에게 몸이 무겁다며 질책한다. 말도 안 되는 대우다”라고 덧붙였다.
많은 사람들은 농구의 인기 하락 이유로 재미없는 플레이, 일관된 플레이를 꼽고 있다. 하승진은 다른 시선으로 문제점을 짚었다.
“분위기가 너무 강압적이다. 내가 있었던 KCC 역시 자유로운 플레이를 할 수 없었던 팀이었다. 만약 신인 선수들이 화려한 플레이를 하면 지적을 받곤 한다. 대학 때 ‘저 친구 농구 재밌게 하네’라고 생각했던 신인이 KCC에서 주눅 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관중들은 선수들의 일관된 플레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미국, 필리핀처럼 개인 기량 위주의 농구를 하면 욕먹는 한국농구를 좋아할 리 없다.”
결과를 중시하는 한국 스포츠 세계에서 과정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러나 하승진은 결과보다 과정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을 이야기했다. 하승진은 “결과도 물론 중요하지만, 개인적인 가치관에선 결과보다 과정에서 얻는 기쁨이 크다고 생각한다. 결과가 좋지 못해도 과정에서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괜찮다. 선수들도 즐겨야 한다. 내가 못했던 부분이지만, 후배들이 이겨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승진의 이야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각해졌다. 특히 지도자들의 권위주의적 행동에 대해서 일침을 가했다.
“신인들이 오면 대부분 몸 상태가 좋은 애들이 없다. 프로에 갓 들어온 신인들이 중,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에서 혹사를 너무 당하고 있다. 한 예를 들어보면 대학 팀과 프로 팀이 연습경기를 하다 보면 경기력이 좋을 때가 있고, 나쁠 때가 있다. 근데 대학 팀은 경기력이 좋지 못하면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질책성 훈련이 이어지기 때문. 그러니 몸 상태가 좋을 리가 없다.”

권위적인 지도자 문화, 그러나 하승진은 감독과 선수를 직장 동료로 설명했다. 그는 “우리만의 문화일 수 있지만, 사실 감독과 선수는 직장 동료의 관계다. 그러나 감독이 권위주의적인 곳이 많다. 감독 심기가 불편하면 선수들이 눈치를 본다. 이건 아마농구가 아닌 프로농구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야간훈련도 자율이라고 하지만, 숙소에서 체육관 가는 길목에 코칭스태프가 지켜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누가 훈련을 하고 안 하고를 체크 하는 것이다. 훈련의 즐거움이 없으니 경기도 재미가 없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말이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승진이 쏜 화살은 대한민국농구협회 역시 피해갈 수 없었다. “사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농구는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힘든 스포츠다. 미국, 유럽권에 있는 선수들과 신체적인 조건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극복해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나선다. 열심히 하는 선수들에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다. 대한민국농구협회가 국가대표에 지원하는 수준은 말도 안 될 정도다. 제대로 된 유니폼이 없고, 쌓여있던 예전 것을 주곤 한다. 자부심을 느껴야 할 유니폼에 곰팡이가 피어 있고, 그러면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강조한다. 격려비는 여기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민망한 수준이다. 수억씩 받고 뛰는 프로선수들에게 1인당 제공해도 모자랄 금액을 격려비라고 봉투 하나만 달랑 준다. 그러면서 사진을 찍고 언론을 통해 기사화를 한다. 말도 안 되는 대우다.”
대한민국농구협회를 겨냥한 화살은 다시 KBL과 프로 구단을 향해 쏘아졌다. 하승진은 “해마다 바뀌는 규정으로 인해 선수들은 물론 팬들도 헷갈리곤 한다. 일관성이 없으니 시작부터 재미가 없다”며 “연고지 문제도 심각하다. 대부분의 팀들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KCC가 인기 구단이 될 수 있었던 건 호남권에서 유일한 농구팀이기 때문이다. 전국으로 프로 구단들이 분산되면 팬들을 끌어올 수 있다. 다들 수도권으로만 가려 하니 지방 팬들은 소외되고 만다. 그들은 야구, 축구를 보며 대체할 수 있다. 팬들이 아쉬워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농구만 손해다”라며 쓴소리를 냈다.
끝으로 하승진은 프로 스포츠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중심에는 팬서비스가 자리했다.
“프로 스포츠가 존재할 수 있는 건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팬이 없으면 프로 스포츠는 살아남을 수 없다. 팬서비스 역시 문제가 있는데 사인을 하는 것에 대해 귀찮아하는 선수들이 많다. 팬들은 사인 한 장을 받기 위해 엄청난 용기를 낸다. 선수들에게 있어 일상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면해서는 안 된다. 프로 스포츠, 그리고 농구가 살아나려면 팬들을 위해야만 한다. 팬들을 즐겁게 하려면 선수들이 즐거워야 한다.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 모든 게 가능해진다면 한국농구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사진_하승진 유튜브 영상 캡쳐, 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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