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양구/서호민 기자] "농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
제주 일도초는 18일 강원도 양구군 문화체육회관에서 열린 2019년 전국 유소년 하모니농구리그 챔피언십 엘리트 남초부 경기 성남초와의 8강전에서 31-48로 패하며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졌지만 정말 후회없이 잘 싸운 경기였다. 일도초는 초등부 최강 성남초를 상대로 전반까지 19-18, 1점차로 앞서며 예상 외로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예선전부터 불붙은 외곽포가 이날 경기에서도 식지 않으며 선전했다. 주장 김현진을 중심으로 양주도, 장승제 등이 외곽에서 매서운 슛감을 자랑했다. 이 뿐만 아니라 팀 플레이까지 완벽하게 이뤄지며 업셋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성남초의 저력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후반 들어 잠잠했던 배선우의 높이가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이를 발판으로 김상현과 이준원, 윤지훈 등 외곽 자원들의 지원사격까지 이어지며 단숨에 승부를 뒤집었다.
일도초의 화력은 순식간에 식었고, 결정적으로 높이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결국 끝내 업셋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도초 선수단은 대회 관계자들을 비롯해 관중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으며 퇴장했다.
경기를 마친 뒤 만난 일도초 김경태 코치는 "초반에 외곽슛이 잘 터져서 쉽게 경기를 풀어 갔는데, 역시 예상했던대로 막판 집중력과 높이에서 승부가 갈렸다. 경기 결과보다는 멀리까지 와서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많은 것을 배워간다"며 환한 미소로 소감을 밝혔다.
사실 일도초 선수단이 이번 대회 출전하기까지 과정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제주도에서 강원도 양구까지 마땅한 교통편이 없어 서울까지 비행기로 이동한 뒤, 서울에서 렌트카를 빌려 양구까지 머나먼 길을 달려온 것. 더구나 휴가철이라 비행기 티켓을 끊는 데도 쉽지 않았다고.
김경태 코치는 "제주도에서 양양까지 비행기 편이 있는데 하루에 한 대 뿐이 없다. 그래서 서울로 비행기를 타고 온 뒤, 서울에서 양구까지는 렌트카를 빌려 이동했다. 성수기라 비행기 티켓도 겨우 구해서 오게 됐다"고 제주도에서 양구까지 오게 된 여정을 들려줬다.
이어 "저희는 지역 특성상 이럴 수 밖에 없는 팀이다. 농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 이런 생활도 이제 많이 하다보니 몸에 배였다”고 웃었다.
제주도 팀들은 지역 특성상 육지 팀들과의 교류의 길이 상대적으로 좁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도내에 농구부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가 많지 않다 보니 연습 상대를 구하는 것도 일이다. 실제로 일도초 선수단은 주변에 있는 제주여중 농구부나 제주 농구 동호회 ‘죠스’에 수소문하여 실전 감각을 쌓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일도초 선수단에게 전국 단위 대회 출전은 꿈만 같은 일이다.

일도초의 주장 김현진은 "아쉽게 4강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전국 최강 팀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경험을 쌓고 돌아가는 것 같다. 다음에는 꼭 이길 것이다"라며 만족해했다.
팀의 득점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 양주도 역시 "앞으로 성장하는 데 좋은 동기부여가 됐다. 비록 졌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팀원 전체의 사기가 올라왔다. 고향으로 돌아가 더 열심히 연습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두 선수에게 장거리 이동이 불편하지 않냐고 묻자 김현진은 "솔직히 힘들긴 힘들다. 하지만 팀원 모두가 힘든 건 마찬가지다. 누구 하나 빠짐없이 팀원 전체가 잘 단합해서 버티다보니 적응이 돼 가고 있다. 주장으로서 모든 팀원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주도는 "이런 생활을 많이 하다보니 적응이 됐다. 친구, 동생들이 함께 하는 것이 저에게는 큰 의지가 되고 있다"고 했다.
농구 불모지인 제주도에서 엘리트 농구 선수로서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일도초 선수단. 그들은 모두가 같은 목표를 품고 있다. 남들한테 절대 무시 당하지 않으면서 일도초 만의 농구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둘은 "일도초 선수단의 목표는 모두 같다. 절대 무시 당하면서 농구하지 말자는 것이다. 저희 둘이 내년에 중학교에 진학하는 데 남은 기간 동안 동생들을 위해서라도 팀의 기틀을 잘 다져놓고 중학교로 가고 싶다. 또, 상대 팀들로 하여금 일도초 하면 '투지와 파이팅이 넘치는 팀'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고 굳은 다짐을 보였다.
비록, 훈련이나 예산 지원 등 인프라가 대도시 팀들보다 못하지만 일도초 선수단에게서 그 어떤 누구보다 농구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 농구를 사랑하는 그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제주도 농구에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사진_서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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