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이민욱 칼럼니스트] 24일 시작되는 4개국 국제농구대회에 참가하는 리투아니아는 농구 강국으로서 정상도 밟아봤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로 토너먼트 조기 탈락이라는 불명예도 여러 차례 안았던 팀이다.
흔히 NBA 선수들은 프리시즌 경기에 대해 ‘프리시즌은 프리시즌일 뿐’이라며 승패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승부욕 강한 마이클 조던조차도 경기력이 최악이 아닌 이상, 프리시즌 패배는 크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앞두고 열리는 평가전도 마찬가지다.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이란 말이 들어맞을 때가 많다.
즉, 평가전 성적에 너무 들떠서도, 낙담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평가전을 유유자적하며 보내는 대표적인 팀은 바로 스페인이다.
2016년 리우올림픽 당시를 돌아보자. 당시 스페인은 올림픽을 앞두고 리투아니아와 2번의 평가전을 가졌다. 모두 리투아니아가 승리했다. 1차전은 87-83으로, 2차전은 78-76으로 이겼는데, 당시 리투아니아는 월척을 낚으며 자신감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스페인은 침착했다. 우선 1차전에서는 파우 가솔(216cm, C) 리키 루비오(193cm, G)가 나서지 않았다.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는 주력선수가 모두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패했다. 게다가 2차전에선 리투아니아가 주력선수인 만타스 칼니에티스(196cm, G)를 빼고 경기했다. 이렇다보니 이 경기 후 리투아니아의 사기가 무섭게 올랐고, 반대로 스페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 따가워졌다.
2016년 7월 24일자 FIBA 홈페이지에 올라온 인터뷰에서 당시 리투아니아의 요나스 카즐라우스카스 감독은 ‘아름다운 공격(Beautiful Attacks)’이라는 표현까지 쓸 정도로 이날 승리에 크게 흥분했다.
그러나 정작 ‘본 경기’에 들어서자 리투아니아는 굴욕을 당했다.
조별리그 B조에서 다시 만난 스페인은 완전히 다른 팀이었다. 이들은 공수에서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을 앞세워 리투아니아를 완벽하게 압도하며, 두 팀의 농구사에 길이 남을 50점차 대승(109-59)을 거뒀다.
사실 스페인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미국을 상대로 ‘기만 전술’을 썼던 전례가 있었다. 당시 스페인은 조별리그에서 미국과 같은 B조였다. 스페인은 토너먼트 8강, 4강에서 미국을 만나지 않으려면 반드시 조2위를 해야 했다. 결국 조별리그 경기에서 스페인은 발톱을 숨긴 채 임했고 82-119로 대패를 당했다.
스페인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결승에서 스페인은 결국 107-118로 패배하며 은메달에 머물렀으나, 조별리그와는 전혀 다른 템포의 경기를 펼치면서 미국을 끝까지 몰아붙였다. 당시 스페인이 펼친 농구는 세계적으로, 심지어 ‘서양 농구’에 보수적인 자세를 취한 국내 원로농구인들마저 매료시킬 정도였다.
물론 평가전에서 모든 걸 숨겼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스페인과 같은 팀들은 평가전에 무리하게 쏟기보다는, 말 그대로 ‘평가’를 하며 전력을 다듬었다. 그리고 진짜 100%를 쏟아야 했던 토너먼트에서 발전된 전력으로 진짜 강팀의 면모를 과시했다.
아마 이번 대회에 임하는 리투아니아 선수들도 이러한 교훈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월드컵을 눈앞에 두고 열리는 대회인 만큼, 결과를 떠나 마지막 점검에 나설 것이다.
그간 한국은 월드클래스급 농구를 안방에서 맛볼 기회가 없었다. 그들의 기술뿐 아니라 큰 대회를 앞두고 어떤 자세로 평가전에 임하고, 어떤 준비와 분석을 하는지도 면밀히 보고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사진=나이키 제공(파우 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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