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이재범 기자]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서 KBL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한국 농구인의 일원이 되는 게 꿈이다.”
KBL이 최근 심판 선발 경향과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심판을 한 명 선발했다. KBL은 지금까지 KBL 선수 출신 심판들을 많이 뽑았지만, 최근 대한민국농구협회(KBA) 경력 심판을 주로 채용했다. 심판 경험이 없는 선수 출신에서 아마추어 무대에서 심판 경험을 쌓은 심판으로 선발 경향이 바뀌었다.
두 가지는 나름 각각 장점이 있다. 경기 흐름을 잘 알지만 심판 기술이 부족한 선수 출신은 심판의 기초를 처음부터 다질 수 있다. KBA 경력 심판은 곧바로 경기에 투입해도 될 정도의 심판 능력을 갖췄지만, 나쁜 습관을 고치기 힘들다. KBL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으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다른 성향 출신 심판들의 기량은 비슷해진다고 한다.
KBL은 지난 6월 심판 모집 절차를 거쳐 신인 심판을 한 명을 새로 뽑았다. 강구동 심판이 그 주인공이다. 다만, 강구동 심판은 KBL에서 지금까지 뽑았던 선수 출신도, KBA 경력 심판도 아니라고 한다. 3급 심판 자격증만 가진, 심판 경험이 전무하다.
KBL이 아닌 WKBL 선수 출신이었던 박선영 심판을 뽑은 적이 있다. 박선영 심판은 높은 자질을 인정받았지만, 나이가 많은 게 걸림돌이었다. 박구동 심판은 심판 경험이 전혀 없지만, 어린데다 가진 자질이 뛰어나다고 한다.
강구동 심판의 멘토를 맡고 있는 이승무 심판은 “경기 경험은 적지만, 기본에 충실한 교육을 받으면 나중에는 오히려 더 성장이 빠를 수 있다. 기본이 완성되어 실전 경험을 쌓으면 더 빠르게 실력이 붙는다”며 “몸도 좋고, 체력도 되고, 기본기는 갖춰져 있다. 외국어 능력도 좋다. 또한 굉장히 진지하고, 요령도 안 피운다. 제 개인적인 생각엔 자질은 좋다”고 강구동 심판에 대해 설명했다.

“좋은 습관만 들일 수 있다. 나쁜 습관이 들면 이걸 바꾸는데 시간이 걸린다. 저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면에서 장점이다. 이런 게 있다. (파울이 나올 때) 오른손을 올리느냐, 왼손을 올리느냐 이건 습관이다. 처음에 이런 게 기본이 잡혀버리면 자기 것이 된다. (어느 팔을 드는 것에 따라) 이런 작은 것이 상황을 가리는 부분이 생기기 때문에 꼭 필요한 기본이다.
왼손을 들면 왼쪽 상황이 가려버린다. 그래서 (심판 기준 파울이 나온 방향이) 왼쪽일 때는 오른손을 들고, 오른쪽일 때는 왼손을 드는 게 기본이다(이래야만 파울 이후 추가 상황이 발생할 때 시야가 확보된다). 이런 원칙적인 습관들이 있는데 이게 몸에 익으면 잘 고쳐지지 않는다. 이런 작은 것부터 습관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강구동 심판은 당분간 이론 교육과 KBL 심판들이 농구를 할 때 심판을 보며 기량을 다질 예정이다. 보통 신인 심판은 2년 정도 기본기를 닦은 뒤 D리그에 휘슬을 불며 그 이후 기량에 따라 정규경기까지 배정된다.
8월 중순 오후 다른 심판들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 강구동 심판은 시그널 동작을 연습했다. 이 때 홍기환 심판부장이 바른 자세를 잡아주기도 했다. 오후 훈련을 마친 뒤 강구동 심판을 만나 KBL 심판이 되는 과정을 들었다. 다음은 강구동 심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올해 27살(1993년생)이고 어릴 때, 유치원 때부터 농구를 좋아해서 프로농구를 계속, 쭉 관전하고, 농구를 하기도 하고, 책을 사서 공부도 했다. 2000년대부터 프로농구를 쭉 봤다. 전 이상하게 NBA가 재미없고, KBL이 더 재미있었다. 농구를 할 때도 NBA처럼 멋진 플레이보다 KBL의 조직적인 플레이가 더 멋지게 보였고, 따라 해보고 싶었다. KBL을 더 많이 봤다. 이제는 NBA도 많이 본다.
나이가 들어가는데 농구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아서 농구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심판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서 단계적으로 더 큰 무대에서 심판활동을 할 계획이었다. 올해 5월 제대 후 우연찮게 KBL에서 심판 모집 공고를 보고 과감하게 지원을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감사하게 생각하며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왜 농구 선수를 하지 않고 심판을 선택했나?
선수를 하기에는 당시 가족의 반대도 있었고, 키도 작았고, 결과적으로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농구 자체에 대한 애정이 커서 농구를 보고, 농구 관련 기사를 찾아보면서 동호회 농구도 뛰고, 심판 활동도 해보려고 이것저것 알아봤었다.
동호회 심판을 했다고 들었다.
동호회 심판을 한 건 아니다. 심판 자격증은 대학 입시 공부가 끝난 뒤 6년 전 즈음인 3급을 먼저 취득해서 지금 3급이다. 스무 살 때 (대학입시) 삼수도 하고, 어학연수도 가고, 군대까지 다녀오면서 27살인데 (제대로 보낸) 제 20대는 2년 남짓 밖에 안 된다. 그래서 (심판) 활동을 할 시간이 없었고, 이번에 제대를 하면서 상위 (심판) 급수를 딴 뒤 경기에 들어가려고 했었다.
3급 심판인데 KBL에 들어온 건가?
(KBL에서) 자세한 정보 없이 경력 심판과 신인 심판(신인심판 응시자격은 KBL 은퇴선수, KBL 신인 드래프트 참가자 중 미선발자, 기타 심판을 하고자 하는 선수 출신 및 일반인이며 일정 교육 및 테스트를 통하여 선발함) 이렇게 구분해서 (모집) 공고를 했길래 전 잃을 것도 없어 용기를 내서 도전을 해봤다. 신인 심판이란 용어를 본 적이 없어서 어떤 의미인지 모르고, 젊은 나이에 외국어를 하고, 농구를 오랫동안 좋아했다는 걸 앞세워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냈다. 트라이아웃 기간 동안 좋은 결과가 있었던 거 같다.

원래대로 하면 내년 초에 2급 승급을 한 뒤 단계를 밟아가려고 했다. 정말 말 그대로 겁 없이 (KBL에) 도전했는데 지원자도 적었고, (저의) 성장 가능성을 크게 보셔서 여러 가지 요인이 어우러져 좋은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
농구를 오랫동안 봐왔다면 심판이 욕을 많이 먹는 직업이라는 걸 알 거다. 왜 욕을 먹는 심판을 선택한 건가?
정말 잘 알고 있다. 욕 먹을 직업을 선택한 것보다 코트 안에서 뛰는 직업이고, 농구와 관련된 직업, 농구 관계자와 호흡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게 훨씬 더 크게 다가왔다. 무조건 욕 먹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팬들은 KBL 심판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KBL에 들어오는지 잘 모른다. 자신이 거친 KBL 심판이 되기까지 과정을 설명해달라.
(KBL이 밝힌 심판 채용일정은 서류전형 합격자 중 3일간 이론 교육 실시 후 이론 시험 및 면접, 실기, 체력테스트를 거쳐 최종 합격자 발표)
일단 신임 심판 지원서를 작성해서 KBL에 제출한 뒤 1차 서류에서 통과되면 이들을 대상으로 트라이아웃을 4일 동안 한다. 이틀 정도 교육을 듣고, 필기 시험을 본다. (마지막 날에는) 엘리트 고교 농구 연습경기에 3심 중 한 명으로 투입된다. 그 경기에서 어떻게 심판을 보는지 실기 과정이 있었고, 그 이후 면접을 마지막으로 봤다.
필기 시험은 어떤 내용인가?
경기 규칙서 관련된 상황을 주고 이게 맞는지, 틀린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제였다. 어렵긴 했는데 교육 기간 동안 최대한 집중해서 공부했기에 그곳에서 힌트를 얻었다.
트라이아웃에서 자신이 합격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나?
그렇다. 왜냐하면 1차 서류 전형에서 많은 분들이 탈락했고, 서류 전형을 통과했는데 안 오신 분이 있다고 들었다. 트라이아웃에 2명만 참가했다. 다른 한 분은 일본에서도 심판을 보고, (대한민국)농구협회 경력 심판이었다. 제가 떨어져도 후회 없으니까 겁 없이 던졌던 거 같다. 제가 경력이 있고, 준비를 했다면 ‘이거 실수 하지 말고, 이거 챙겨서 이걸 잘 하자’고 했을 건데 (그러지 않고) ‘그 기간 동안 배우고, 알고 있는 내에서 할 수 있는 한 자신있게 하자’며 많이, 자신있게 (휘슬을) 불고, 누가 뭐라고 해도 딱딱 자신있게 경기 진행을 시켰다. 트라이아웃에서 이렇게 한 게 (합격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심판은 휘슬을 불 수 있는 마인드가 정확하게 있어야 하기 때문에 겁 없이 덤벼든 게 좋게 작용한 거 같다.
합격을 자신했으니까 합격자 소식을 들었을 때 덤덤했겠다.
너무 좋았다(웃음). 아침에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받았는데 ‘KBL입니다’라고 해서 그 순간부터 심장이 멈춰진 느낌으로 대화를 했었다. 그 때는 ‘알겠습니다’라고 대답만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거 되죠?’라고 하면 ‘네, 됩니다’라고만 했던 거 같다. 전화를 끊고 기분이 좋아서 한동안 말 없이 절 추스르고 가족들에게 말했다. 가족들은 ‘잘 됐다’며 ‘이제는 직장인인가?’라며 장난도 치며 좋아하셨다.

(KBL 지원 자격은 고졸 이상의 학력 소지자로 군필자 또는 면제자)
제가 4년제 대학 2학년까지 다닌 뒤 군대에서 학점은행제라는 제도를 이용해서 공부를 하고, 학점을 따서 4년제 대학 졸업을 한 거다. 제가 다니던 대학을 졸업한 건 아니다. 예를 들어 기존 학교에서 이수한 학점이 80학점이면 이를 인정받고, 졸업에 필요한 나머지 학점을 학점은행제라는 국가공인제도에서 인터넷 강의 등을 들어서 채우면 된다. 그렇게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군대를 25살에 남들보다 늦게 갔고, 또 시간 허비도 했기에 (군대에서)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말자는 생각이 강해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하면서 보냈다.
꿈을 이뤘지만, 이제 시작이다.
7월 15일부터 출근했다. 아직 적응도 하고, 배우고 있고, 사람도 알아가며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KBL 심판이 되기 전에 (트라이아웃에서) 가장 기본인 교육을 받았다. 그렇지만, KBL 심판이 된 이후 매일 오전에 심판 이론 교육을 받고, 오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한다. KBL 심판으로 들고 있는 교육 내용은 어떤가?
지식의 깊이 측면에선 말할 것도 없이 훨씬 깊고, 정말 세세하게 배운다. 아주 오랜 기간 한국농구 팬 입장에서 ‘KBL 심판이라는 사람들이 KBL에 소속이 되어 체계적인 시스템 하에 몇 달 동안 준비를 하고, 시즌에 돌입하는구나’라는 걸 눈 앞에서 봤다. 앞서 욕먹는 직업이라는 했는데, 안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팬들이 심판들이 어떤 생활을 하며, 어떻게 경기를 준비하고, 어떻게 해서 그런 휘슬을 부는지 알게 된다면 오해를 줄이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농구를 좋아하고, 농구 관련 기사를 매일 찾아보는데 심판들이 이런 체계적인 시스템에서 경기를 준비하고, 시즌을 치르면서, 매 경기 한 장면을 수십 번씩 돌려보면서 기준을 정하고, 그걸 토대로 KBL의 모든 심판들이 한 가지 기준으로 다음 휘슬을 약속하는 걸 정확하게 몰랐다. 이렇게 깊이 있고, 준비성있게 시즌을 준비하고, 시즌을 치른다는 걸 농구 팬들이 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농구 팬이었기에 팬들이 농구 인기가 없는 이유 중 하나로 심판 판정을 꼽는 걸 알고 있을 거다. 제3자 입장에서 심판의 문제는 뭐라고 생각했나?
‘저 사람이 왜 저렇게 했을까?’ 입장으로 보니까 다른 사람들이 (비판)했던 정도는 아니다. ‘저게 왜 저 파울일까?’ 싶을 때 알고 보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규칙이었거나, 시즌을 준비하며 미세하게 바뀐 부분이었다. 팬들의 수준이 높기에 자신이 아는 것에서 틀어지면 그게 기존의 안 좋은 이미지와 겹쳐서 ‘또 저렇게 잘못을 하는구나’라고 인식을 한다.
만약 미세하게 달라지는 게 있을 때 팬들이 알 수 있도록 홍보를 하는 수단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 제가 오해를 했던 것도 ‘그런 과정이 있었다면 문제가 없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런 게 없었다는 건 아니지만, 제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게 대부분이어서 에러(오심)라고 하기에는…. 팬들이 심판만큼 알 필요도 없고, 기본적인 것만 알아도 되니까 여기서 오는 간극도 있는 거 같다.
금요일마다 충무아트홀 체육관에서 KBL 심판들의 농구 경기(어느 누구보다 정확한 경기규칙을 아는 심판들의 경기를 판정하기에 심판 입장에서 심판을 보기 가장 힘들고, 어려운 경기라고 함)를 심판 보는 건 어떤 느낌인가?
돈 주고도 사기 힘든 경험이자 공부다. 영상 촬영도 하고 최대한 제가 할 수 있는 걸 집중한다. 못 하는 걸 발견하면 선배들에게 피드백을 받으려고 최선을 다한다. 그런 경기가 소중한 게 연습의 과정이기에 간혹 어렵거나, 애매한 상황을 일부러 만들어 줄 때도 있다. 이런 게 큰 공부도, 도움이 되어서 충무아트홀에 나가는 한 번, 한 번이 저에게 소중하다.
그 경기에서 심판들이 지나치게 항의를 ‘한다’, ‘안 한다’로 답해달라.
항의를 안 하는 건 아니다. 어느 정도 한다. 일부러 하는 것도 있고, 또 경기에 몰입하니까 나오는 항의도 있다.

KBL 심판으로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는 곳에서 생활을 하며 조언을 받을 수 있다는 건 더 없이 좋은 기회다. 이 기회를 살려서 선배들에게 최대한 많은, 좋은 걸 배우고, 습득하고, 숙달하고, 연습도 많이 해서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 또 크게 보면 선배들과 동료가 될 수 있기에, 좋은 동료로서, 후배로서, KBL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한국 농구인의 일원이 되는 게 꿈이다. 저도 농구인이라는 느낌이 있어서 자부심도 느끼고, 책임감도 느껴서 기분이 좋다.
#사진_ 이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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