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 특집] D-5 : 절호의 기회 잡은 유럽, 미국의 독주 막을 수 있을까

민준구 / 기사승인 : 2019-08-26 16: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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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민준구 기자] 미국은 2008 베이징올림픽을 시작으로 10년 넘게 세계농구를 지배하고 있다. 그동안 스페인, 터키, 세르비아 등이 그들을 저지하려 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중국농구월드컵은 다시 유럽의 강세가 시작될 수 있는 기회다. 미국이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됐기 때문이다.

▲ 드림팀 결성 전, 세계농구의 중심이었던 유럽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 이전 세계농구는 미국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올림픽에선 미국의 강세가 뚜렷했지만, 적어도 월드컵은 팽팽하게 흘렀다. 총 17회 열린 월드컵에서 유럽은 9회, 미국은 5회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구소련과 유고슬라비아는 매번 미국의 발목을 잡았다. 아비다스 사보니스, 드라젠 페트로비치, 토니 쿠코치, 블라디 디박 등이 나선 시대에는 미국 역시 정상을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드림팀 결성 이후, 유럽은 잠시 정상에서 멀어져야 했다. 1990년대는 사실상 미국의 시대와 같았다. 1998 그리스세계농구선수권대회를 제외하면 모든 국제무대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그마저도 NBA 파업 사태가 일어나면서 정예 멤버를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유럽농구가 다시 강세를 보이며 미국을 위협했지만, 베이징올림픽을 시작으로 다시 도전자의 입장이 됐다. 한 번 기울어 버린 추는 다시 균형을 이루지 못했고, 농구하면 미국이 떠오를 정도로 위상 차이가 벌어졌다.



▲ 미국은 종이호랑이? 역대 최약체 드림팀
유럽농구가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지도 13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2006 일본세계농구선수권대회에서 스페인이 정상을 차지한 이후 매번 미국의 벽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만은 다른 예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유럽의 전력이 강해서가 아니다. 핵심은 미국의 전력 약화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중국농구월드컵에 나설 최종 12인 명단을 제출했다. 전원 NBA 선수들로 구성됐지만, 역대 드림팀 중 가장 약한 전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경쟁도 치열하지 않았다. 카일 라우리, 디 애런 팍스, P.J. 터커, 카일 쿠즈마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대거 이탈했다. 저절로 남은 12명이 최종 명단으로 제출됐으며, 그들 중 국제대회 경험이 있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평가전 성적은 크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스페인, 호주를 상대로 승리했지만, 이어진 호주와의 2차전에선 94-98로 패했다. 이 패배는 일본세계농구선수권대회 그리스와의 4강전 이후 13년 만의 패배이며 호주 전 66연승마저 깨지고 말았다.

켐바 워커, 크리스 미들턴, 해리슨 반즈, 도노번 미첼 등 포지션별 밸런스는 크게 나쁘지 않다. 또 국제대회에서의 성공에 배고픈 이들이 대거 합류해 동기부여도 확실하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중요한 순간에 한 방을 터뜨릴 해결사가 없다.

미국은 정상을 독식한 2010년대에도 매번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승 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경기마다 한 명씩 압도적이었던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코비 브라이언트,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케빈 듀란트, 카이리 어빙 등 S급 스타들이 국제대회에서도 슈퍼 에이스 역할을 해줬기에 유럽의 거센 도전을 이겨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검증된 에이스가 없다는 것에 불안함을 드러내고 있다.



▲ 황금세대 지나간 유럽
유럽 역시 최정예 멤버라고는 할 수 없다. 과거 농구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이들의 은퇴로 인해 전보다 무게감이 떨어진다. 스페인과 프랑스는 황금세대의 시대가 저물었고, 그들을 대체할 수 있는 자원들이 많지 않다. 파우 가솔, 토니 파커로 대표된 두 팀의 에이스 자리는 공석이라고 볼 수 있다.

리투아니아 역시 요나스 발렌츄나스, 도만타스 사보니스로 구성된 트윈타워가 버티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극강이라고 불리지 못하고 있다. 매번 우승후보로 꼽혔던 그들이지만, 영광의 순간이 지나갔고, 이제는 조금씩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강한 전력을 지니고 있는 건 사실이다.

오랜만에 월드컵 나들이에 나선 러시아 역시 주축 선수들의 대거 이탈로 2군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티모페이 모즈고프, 알렉세이 쉐베드, 조엘 볼롬보이 등이 부상으로 불참 소식을 전하면서 우승후보는커녕 토너먼트 진출도 장담할 수 없다.

이외에도 월드컵에 발도 디디지 못한 강호들이 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 막강함을 과시했던 크로아티아, 2017 유로바스켓에서 정상을 차지한 슬로베니아 등이 그 주인공이다.

미국의 전력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유럽 대부분의 팀들 역시 과거의 막강한 전력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을 위협할 두 나라가 있어 이변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 만년 2인자 세르비아, NBA MVP 합류한 그리스의 도전
2010년대 미국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세르비아였다. 스페인농구월드컵, 리우올림픽 결승에서 마주쳤고, 모두 미국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세르비아는 여전히 미국의 대항마로 꼽히고 있다. 신구조화가 잘 이뤄졌고, NBA 최고의 센터 중 하나인 니콜라 요키치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세르비아는 그 누구보다 FIBA 룰을 잘 이용하는 팀이다. 거친 몸싸움은 물론 내외곽의 밸런스가 환상적이며 약점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유럽 최고의 가드 밀로스 테오도시치의 부상 이탈은 아쉽지만, 보그단 보그다노비치의 성장, 네만야 비엘리차의 복귀 등으로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요키치의 성장이 반갑다. 그동안 미로슬라브 라둘리차에 의존했던 세르비아의 골밑은 요키치가 확실히 자리를 잡으면서 힘을 더했다. 특히 요키치를 중심으로 펼쳐질 세르비아의 환상적인 패스 플레이는 보는 이를 즐겁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세르비아가 우승을 차지한다면 전신 유고슬라비아 시절까지 포함해 통산 6번째 우승이 된다. 이는 미국을 제치고 최다 우승국임을 증명한다.



2018-2019시즌 NBA MVP 야니스 아데토쿤보 역시 미국을 제치고 정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과거 세계 최고의 수비를 자랑했던 그리스는 이제 공격에서도 유럽 최고 수준을 지니고 있다. 그 중심에는 아데토쿤보가 있다. 그리스는 세르비아 전을 제외하면 매 평가전에서 승전보를 전하고 있다. 아데토쿤보를 중심으로 한 속공 농구는 탄력을 받고 있고, 세트 플레이 상황에서도 굉장히 위력적이다.

형 타나시스 아데토쿤보의 스나이핑 능력 역시 주목해봐야 한다. 지난 아크로폴리스 국제 토너먼트 대회 세르비아와의 결승에선 3점슛 세례를 퍼부었고, 연장으로 향하는 극적인 3점슛을 성공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닉 칼라테스, 이오아니스 버로시스 등 유럽에서도 내로라하는 스타들의 존재로 세르비아와 함께 미국의 대항마로 꼽히고 있다.

만약 그리스가 월드컵 첫 정상을 차지한다면 강력한 MVP 후보는 아데토쿤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아데토쿤보가 MVP에 선정된다면 NBA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1992년 이후 처음으로 NBA-월드컵 동시 MVP가 탄생하게 된다.

# 사진_점프볼 DB, FI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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