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 특집] D-3 : 4개국 국제농구대회를 통해 바라본 대한민국

민준구 / 기사승인 : 2019-08-28 15: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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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민준구 기자] 대한민국 남자농구 대표팀의 처음이자 마지막 평가전인 4개국 국제농구대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리투아니아, 체코, 앙골라 등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중국농구월드컵에 참가하는 이들과 마지막 스파링을 벌였고, 보완점과 더불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 라건아와 이승현
대한민국의 전통적인 약점은 바로 포스트다. 아시아에선 중국과 이란을 제외하면 포스트에서 밀릴 일은 없었다. 그러나 세계무대는 다르다. 모든 팀들이 210cm에 육박하는 장신 센터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180cm대 가드는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다. 단순히 신체조건만 좋은 것이 아니다. 그에 맞는 파워와 유연성을 함께 갖추고 있어 견뎌내기 힘들다.

이번 4개국 국제농구대회 역시 요나스 발렌츄나스, 도만타스 사보니스, 온드레 발빈 등 유럽에서도 손에 꼽히는 센터들이 대거 참가했다. 김종규를 제외하면 200cm대 센터가 없는 대한민국에 있어 위기였고, 또 제대로 된 평가였다.

매 경기 리바운드 싸움은 힘겨울 수밖에 없었다. 김종규가 뜻밖에 부진을 겪으며 골밑의 힘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건 라건아와 이승현이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라건아는 199cm의 단신 빅맨임에도 힘에서만큼은 유럽의 센터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리투아니아와의 첫 경기에선 다소 흥분한 모습을 보이며 덩크를 실패하는 등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발렌츄나스를 상대로 크게 밀리지 않았으며 오랜만에 포스트 플레이가 가능한 국내 빅맨의 모습을 보여줬다.

단순히 센터의 역할만 해낸 건 아니다. 대한민국이 강조한 빠른 공수전환 상황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내며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정확한 점프슛, 안정적인 골밑 득점은 대한민국이 내세운 최고의 전술이었다.



이승현은 대회 내내 국보급 활약을 펼쳤다. 197cm의 이승현은 아마 이번 월드컵에 참가하는 센터 중 가장 작은 신장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신장은 중요하지 않았다. 남다른 힘으로 유럽의 장신 센터들을 밀어냈고, 점프슛과 3점슛, 적극적인 공격 리바운드까지 대한민국의 가려운 부분을 확실하게 긁어줬다.

그러나 두 선수만으로 아르헨티나, 러시아, 나이지리아를 전부 상대할 수는 없다. 강상재가 센터로 분류되고 있지만, 그는 센터보다는 포워드에 더 어울린다. 그렇다면 김종규의 부활이 절실하다. 허리를 삐끗해 정상 컨디션은 아니지만, 큰 무대에 강했던 만큼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기대해야 한다.

특히 이미 월드컵을 한 번 경험해 본 유일한 센터인 만큼, 세계무대에서의 골밑 싸움이 얼마나 치열할지는 가장 잘 알고 있다. 비록 4개국 국제농구대회에선 아쉬운 모습만 남겼지만, 결국 그가 살아나지 못한다면 월드컵에서의 성적은 크게 기대할 수 없다.



▲ 모션 오펜스 위력 반감, 적극적인 공격은 희소식
김상식 감독이 밝힌 대한민국의 월드컵 주요 전술은 모션 오펜스다. 상대적으로 신체 조건이 밀리는 대한민국의 입장에선 필연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전술이기도 했다. 그러나 4개국 국제농구대회에서 드러났듯 모션 오펜스의 위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단 한 명의 슈터도 없는 현 대한민국에서 아무리 부지런히 움직인다고 해도 완벽한 슛 찬스를 만들어내는 건 사막 한가운데에서 물을 찾는 것과 같다.

수비 전술이 전과 달리 크게 발달한 현대농구에서 단순히 슈터라는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다. 더불어 월드컵에서의 몸싸움은 UFC(종합격투기)보다 더 심한 수준인 만큼, 완벽한 슛 찬스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 대한민국 역시 리투아니아 전에서 완벽한 기회를 잡으려고 노력했지만, 미스 매치가 없는 상대의 입장에선 그저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 이상의 느낌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해결책은 있었다. 소극적이었던 과거의 대한민국과는 달리 상대 수비가 앞에 있어도 그대로 공격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것이다. 체코와의 경기에서 마지막 접전 승부를 만들 수 있었던 건 김선형과 라건아, 이승현의 활약도 있었지만, 이대성의 과감한 3점슛이 핵심 포인트였다. 슛은 들어갈 수도 안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시도를 하지 않으면 그 결과조차 알 수 없다. 모든 농구인들이 강조하는 그걸 이대성이 해냈고, 좋은 결과로 이끌어 냈다.

체코 전에서 증명된 공격적인 농구의 성공은 앙골라 전까지 이어졌다. 선수들 역시 통한다는 마음으로 쉴 새 없이 앙골라를 집중공격했다. 공격적인 농구의 발견은 어쩌면 4개국 국제농구대회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선물이라고도 평가할 수 있다.



▲ 소극적인 수비, 자취를 감추다
월드컵처럼 큰 무대에서 공격 하나로 성공을 꿈꿀 수 있는 팀은 아마 미국이 유일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 역시 수비를 등한시하지 않는다. 공격의 시작은 곧 수비의 성공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4개국 국제농구대회에서 보인 공격적인 수비는 비교적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상대의 공격이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않도록 괴롭혔고, 실책을 유도했다. 실책은 곧 속공으로 연결됐고, 많은 득점을 생산해낼 수 있었다.

수비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띈 선수는 이정현과 이승현, 그리고 앙골라 전에서 투지를 보인 정효근이었다. 이정현은 상대의 돌파 길목을 미리 예측한 뒤, 탄탄한 체격을 앞세워 침투를 막아냈다. 그 과정에서 스틸도 다수 생산됐고, 속공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이승현은 특별한 협력 수비 없이도 210cm대 센터들의 골밑 침투를 허락하지 않았다. 과거 하메드 하다디를 육탄 방어했던 시절로 돌아간 듯한 모습이었다. 더불어 이제까지 장점으로 꼽히지 못했던 림 프로텍팅 능력, 영리한 스틸까지 수비에 있어서는 가장 눈에 띈 선수라고 볼 수 있다.

최준용의 빈자리를 채웠던 정효근도 30분 내내 지치지 않고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 역할을 소화했다. 최준용의 어깨 부상으로 주전 포워드 역할을 맡을 수도 있는 정효근. 아직 완숙미가 느껴진 플레이는 아니었지만, 세계적인 선수들 앞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한 건 박수받아 마땅했다. 열정적이었던 허슬 플레이, 공격에서도 속공 참여도가 높았던 모습은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기대해봐도 좋았다.

▲ 최연길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바라본 대한민국
긍정적인 부분은 월드컵 이전에 세계적인 선수들과 맞붙어봤다는 것이다. 또 라건아가 210cm대 센터들과 맞붙어도 경쟁력이 있다는 점, 이승현이 단신 빅맨임에도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했다는 것이다.

그저 국내에서 프로 팀과의 연습경기만 진행했다면 세계농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제대로 몰랐을 것이다. 프로 경기에선 패스로 연결되던 것이 상대의 긴 팔에 걸리고 어이없는 실책으로 만들어진 건 붙어보지 않으면 겪을 수 없는 일이다. 리투아니아 전때 문제가 있었지만, 체코, 앙골라 전에선 어느 정도 보완이 된 것 같아 앞으로 더 그 부분에 신경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김상식 감독이 이야기한 모션 오펜스는 사실 잘 모르겠다. 미스 매치가 만들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얼마나 위력적일지는 지금 평가할 수 없다. 슈터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이 없고, 이정현을 제외하면 부지런히 자기 공간을 만들어내는 선수가 없었다. 체코만 봐도 두 명의 선수들이 좌우 코너를 다니며 기회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우리가 해야 할 농구라고 생각하는데 현재까지 남은 시간에 그걸 맞추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 않나 싶다.

결국 핵심은 수비다. 김상식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3-2 지역 방어와 풀코트 프레스를 활용하지 않았다. 과거 뉴질랜드처럼 세계무대에서 노는 팀들을 상대로 했을 때 3-2 지역방어는 큰 위력을 발휘했다. 풀코트 프레스 역시 얼마나 사용할지는 모르겠지만, 잠깐의 활용이 큰 결과를 얻어낼 수도 있다.

아쉬운 건 이런 대회가 미리 열렸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것이다. 우리는 세계적인 팀들과 계속 맞붙어서 문제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찾아가야 했다. 그리고 4개국 국제농구대회에서 마지막으로 전술을 실험해보는 시간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월드컵 개막을 불과 며칠 남기지 않은 현시점에 적응 단계를 밟고 있다는 건 아쉬운 일이다.

# 사진_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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