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이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비록 주축 가드진의 줄부상으로 인해 뉴질랜드에게 8강전에서 덜미가 잡히기는 했지만 조별(B조) 예선에서 중국, 대만, 바레인을 줄줄이 꺾고 3연승을 거두며 국제경기에 목마른 농구팬들의 갈증을 다소나마 풀어줬다.
이번 대표팀이 가장 화제를 모은 것은 역시 평균 신장 196cm의 장신 라인업이다. 예전같으면 팀내에 한두명 있을까 말까한 2m 안팎의 포워드 라인은 상대적으로 약세로 꼽히던 가드, 빅맨 포지션의 약점을 단숨에 지워버렸다. 단순히 신장만 높아진 것이 아닌 제각각 자신만의 확실한 강점을 갖춘지라 앞선, 뒷선에 힘을 나눠주고 전체적 밸런스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장신 포워드진은 단순히 신장만 큰 것이 아닌 기동력과 슈팅 능력을 겸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공수전환이 빠르고 속공 때 다함께 뛸 수 있는 것은 물론 찬스가 나면 거리불문하고 너도나도 슛을 던질 수 있어 최근 대세가 된 스페이싱 농구에 잘 들어맞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는 이제껏 쉽게 보지못했던 유형의 신개념 포워드 최준용(28·200.2cm)의 역할이 컸다. 어지간한 가드 이상으로 시야가 넓고 패싱센스가 좋은 그가 있었기에 장신 포워드진이 가지고있던 고유의 색과 각각의 강점을 제대로 살리는게 가능했다. 최준용이 가드 역할까지 어느정도 분담해줌으로서 대표팀은 좀 더 자유롭게 장신 라인업을 돌릴 수 있었다.
최준용은 정말 오랜만에 나온 제대로 된 포인트 포워드다. 빅맨급 신장(국내 기준)을 감안하면 한국농구 최초 장신 포인트포워드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주엽 등 다재다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포워드도 간혹 있기는 했으나 포지션 대비 패싱능력 등이 준수한 정도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시대를 실업 시절까지 내려가면 신선우 등의 케이스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포지션은 센터였고 단신에서 오는 사이즈적인 약점도 뚜렷했다.
반면 주포지션은 3번이면서도 상황에 따라서 2~4번이 모두 가능한 전천후 포워드 최준용은 신장적인 부분에서 동포지션 외국선수들에게 밀리지않으며 다양한 테크닉까지 갖춘 스페셜 유닛이다. 포워드치고 잘하는 것이 아닌 본래 잘하는 선수가 사이즈 또한 크다고 보는게 맞다. 그야말로 매우 희소성높은 보물같은 선수중 한명이다.

보통 장신포워드하면 스윙맨처럼 플레이하는 장신 선수를 연상하기 십상이다. 최준용은 다르다. 대표팀 전 포지션을 통틀어 최고의 올라운드 플레이어라고해도 무리가 없다. 기복있는 슈팅력 등 순수하게 개인 공격만 놓고보면 아쉬움이 있지만 트랜지션, 세트오펜스 등 모든 공격 상황에 관여할 만큼 경기내 비중이 높다. ‘최준용의 손끝에서부터 대표팀 공격이 시작됐다’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그만큼 최근의 최준용은 다재다능함의 끝판왕같은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대표팀 이전 소속팀 SK에서도 팀우승과 정규리그 MVP를 휩쓴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성기가 제대로 찾아온 듯 하다. 최준용이 있기에 대표팀 허훈, SK 김선형 등이 리딩부담을 덜고 공격형 포인트가드로서 강점을 좀 더 발휘하는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동료복도 나쁘지않다. 최준용의 플레이 스타일상 퓨어가드보다는 듀얼가드와 궁합이 더 잘맞는다. 그런 점에서 허훈, 김선형은 서로간 잘맞는 파트너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사이즈도 되면서 궂은 일을 잘하고 팀플레이에 능한 살림꾼형 동료가 있으면 더욱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한데 SK에서는 안영준, 대표팀에서는 송교창이 그런 쪽이다. 활동량이 많고 받아먹기에도 능하다. 프로리그, 대표팀 모두에서 강점을 제대로 가져갈만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패스 센스는 타고 난다는 말이 있다. 상대 수비가 자신에게 몰릴 경우 빈곳으로 패스를 하는 것도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지만 동료의 움직임에 맞춰 한템포 빠르고 늦게 찔러주는 플레이는 단순히 훈련을 많이 한다고 되지않는다. 주전급 퓨어 포인트가드가 쉽게 나오지않는 이유다. 이런 플레이가 가능한 선수는 그날 슛감이 좋지않아도 어떤식으로든지 팀에 공헌이 가능하다. 더욱이 포지션이 1번이 아니라면 쓰임새는 무궁무진할 수밖에 없다.
최준용이 딱 그렇다. 1980년대 ‘쇼타임’ LA 레이커스를 이끌었던 전설적 포인트가드 매직 존슨을 롤모델로 성장한 선수답게 여러가지 플레이에서 비슷한 부분이 엿보인다. 장신임에도 빠르게 코트를 오가며 동료들을 지휘했던 존슨처럼 최준용 역시 빠르고 센스가 넘친다. 넓은 시야와 빼어난 농구지능을 앞세워 동료들의 움직임을 폭넓게 보면서 한수 두수 위를 내다보는 플레이를 한다.
과연 최준용의 상승세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분명한 것은 이제는 소속팀, 대표팀 어느 곳에서도 대체불가 선수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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