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일고 3학년 양우혁(178cm, G)은 1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5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6순위로 대구 한국가스공사에 지명됐다.
양우혁은 “나도 생각한 것보다 일찍 뽑혀서 되게 얼떨떨했다. (단상에서) 울컥하진 않았는데… 반 이상이 기억이 없다(웃음)”고 소감을 전했다.
양우혁의 트라이아웃은 기록보다 내용이 강했다. 14분 25초 동안 3점 1리바운드 3어시스트 1스틸을 남겼지만 평가의 핵심은 따로 있었다. 2점슛 네 차례 중 하나만 성공했어도 흐름을 이끄는 패스, 리듬 있는 운반이 시선을 붙잡았다. 개인 해결이 아닌 가드 역할을 묵직하게 수행했다는 점이 현장에서 특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양우혁은 “트라이아웃이 100% 만족스럽진 않다. 한두 개 미스한 게 아쉽다. 패스가 더 정확했더라면 골로 이어질 수 있었다. 슛에는 자신이 있는데 들어가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양우혁의 지명으로 삼일고는 고교 얼리 엔트리 출신을 두 명 배출한 학교가 됐다. 첫 번째는 고졸 신화를 열어젖힌 송교창(KCC). 지금도 많은 유망주가 롤모델로 꼽는 이름이며, 그의 출발선 역시 삼일고였다. 양우혁은 그 뒤를 잇는 ‘두 번째 신화’를 직접 쓰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양우혁은 “큰 의미가 있다. ‘고졸 신화’ 하면 떠오르는 게 송교창 선수 아닌가. 그 역시 삼일고 출신이다. 부담이 없진 않지만 꼭 보여드리고 싶다. 내가 새로운 고졸 신화를 쓰고 싶다. 두 번째 신화가 또 삼일고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면 그림이 예쁘지 않나(웃음)”라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관중석 한편에는 양우혁을 응원하러 온 삼일고 친구들이 자리했다. 3년 동안 함께 울고 웃으며 버틴 동료들이자, 그의 리더십을 곁에서 지켜본 멤버들이었다. 지난 8월 왕중왕전에서 값진 우승을 함께 들어 올린 세대였기에 이날의 지명은 더 깊게 다가왔다.
그는 “다 너무 고마운 친구들이다. 오늘(14일) 이렇게 응원도 와줬다. 함께 땀 흘리고 우승까지 이루며 잊지 못할 시간을 보냈다. 애들이 모두 한 번씩 연락을 주었다. 미국에 있는 (최)영상이도 연락을 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프로에서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생각보다 팀을 승리로 이끌고 싶다는 마음뿐이다. 팀을 승리로 이끄는 선수가 되고 싶다. 대한민국 넘버원 가드가 되겠다”고 2007년생답지 않은 당돌함도 내비쳤다.

정승원 코치는 “트라이아웃을 보고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우혁이는 매산초부터 수원에서 키운 아이다. 오늘(14일)이 그동안 본 것 중 제일 잘했다. 내가 원하는 가드 역할을 해줬다. 그래서 가스공사에서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오늘처럼만 하면 앞으로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양우혁을 ‘개인플레이가 강한 선수’로만 기억한다. 화려한 드리블, 과감한 슛 시도, 혼자 해결하는 공격. 하지만 양우혁이 그렇게 뛸 수밖에 없었던 건,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었을지도 모른다. 정승원 코치 역시 이를 안타까워했다.
정 코치는 “학교 사정상 (양)우혁이는 득점을 해야 하는 선수였다. 그래서 밖에서는 ‘가드가 왜 저렇게 하지’라는 말이 있기도 하다. 우혁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원맨 팀이었고, 무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 안타까웠다. 그런데 트라이아웃에서는 그 스타일을 완전히 내려놓았다. 나도 깜짝 놀랐다. 전날 밤 ‘고등학교 때 하던 대로 하지 말고 형들 살려줘라. 모두 잘하는 선수들이다’라고 말했는데, 이렇게까지 잘해줄 줄은 몰랐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양우혁에게는 부상으로 힘든 시간도 있었다. 2학년 때 두 개 대회를 치른 뒤 수술대에 올랐고, 이후 1년을 쉬었다. 혼나기도 했고 울기도 했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양우혁은 겨울을 견뎠다. 그렇게 버텨낸 끝에 1라운드 중반에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올렸다.
긴 겨울을 이겨내고 지면 위로 얼굴을 내민 꽃봉오리처럼, 지금의 출발이 앞으로 더 크고 단단한 개화로 이어지길 기대하게 한다. 이제는 그냥 유망주가 아니라 끝까지 살아남아 자리의 무게를 증명해야 하는 단계다.
정 코치는 “그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좋은 결과가 있어 너무 좋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된다. 어쨌든 가스공사 입장에서도 모험이지 않나. (양)우혁이가 능력은 좋지만 아무래도 즉시 전력감은 아니다. 강혁 감독님이 믿고 키워주신다고 했다”며 이어 “우혁이는 배짱이 두둑하고 혼나는 걸 무서워하지 않는다. 한 번 믿어주셨으면 한다.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결국 자기 몫을 해내는 선수가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양)우혁이의 농구 인생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지만 순탄하진 않았다.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잘 버티고 이겨냈다. 지금처럼 농구에 진심으로 버텨주길 바란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줬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전했다.
#사진_점프볼DB(박상혁, 배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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