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정규결산] ⑥ 박혜진 위닝샷부터 하나원큐 캡사이신 매운맛까지…점프볼이 꼽은 WKBL 명승부

점프볼 / 기사승인 : 2021-02-25 06:5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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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편집부]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가 2월 24일 막을 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갖은 우여곡절 속에 시즌이 시작됐지만 WKBL 연맹, 구단관계자, 선수단의 원활한 협조가 이뤄져 KB스타즈와 삼성생명의 마지막 경기까지 큰 사고없이 무사히 마무리가 됐다. 비록 시즌 대부분이 무관중으로 치러져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TV 채널을 선택한 팬들을 열광케 한 경기는 분명 있었다. 시즌 내내 현장을 찾은 점프볼 필진도 마찬가지. 기자들이 꼽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들을 정리해보았다.

서호민 기자의 명승부 PICK
2021년 1월 24일 @인천도원체육관
우리은행 74-73 신한은행


지금까지 이런 유형의 선수는 찾아볼 수 없었다. 파워풀한 테크닉과 화끈한 쇼맨십 그리고 클러치 능력까지 갖췄다. WKBL 역사상 최고 명승부로 평가 받은 지난 1월 24일 아산 우리은행과 인천 신한은행 전. 우리은행의 1점 차 승리로 끝난 이날 경기에서 헤드라인을 장식한 건 극적인 역전 3점포의 주인공 우리은행의 박혜진이었지만, 그 후 며칠 동안 팬들 사이에서는 박혜진의 커리어하이 활약상보다 신한은행의 2년차 중고신인 김애나의 깜짝 활약이 더 큰 주목을 받았다. 김애나가 이날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단 22분이면 충분했다. 김애나는 이날 22분 47초를 뛰면서 19득점 1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전체 야투율도 60%(6/10)에 달했다. 특히 승부처였던 4쿼터에만 9점을 몰아쳤는데, 모든 득점이 아이솔레이션에 의한 득점이었다. 

 

WKBL에서 신인 선수가 경기 막판 승부처에서 연달아 포제션을 가져가는 장면, 어디 상상이나 해봤겠나. 올 시즌 WKBL 현장 취재를 처음 다니는 필자 역시 김애나의 플레이에 매료돼 당장 노트북을 집어던지고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보고 싶었으니 말이다. 동료 기자들도 다 똑같은 마음이었다. 김애나의 득점이 나올 때마다 믿기지 않는 듯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아직까지 그 때의 현장 분위기가 필자의 뇌리 속에 남아 있는 듯 하다. 단, 한 가지 옥에 티는 이렇게 멋진 경기를 팬들은 집에서 밖에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김호중 인터넷기자의 명승부 PICK

2021년 1월 24일 @인천도원체육관
우리은행 74-73 신한은행


신한은행의 김애나는 2019-2020 WKBL 신입선수 선발회 전체 2순위로 지명받은 유밍주였으나, 데뷔전부터 십자인대 파열을 당하며 팬들의 기억에서 사라져있었다. 하지만 김애나는 1월 24일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커리어하이 19점을 폭발시키며 부활을 알렸다. 특히 김애나가 4쿼터 막판 클러치 상황에서 아이솔레이션 공격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경기 4.8초를 남기고 팀에 72-70 리드를 안기자 승부는 끝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작전타임을 부른 뒤, "어처피 연장가면 못 이기니 3점슛을 노리자"라며 에이스 박혜진의 3점슛 패턴을 지시했다. 이는 그림처럼 맞아떨어졌다. 인바운드 패스를 전한 박혜진은 동료의 스크린을 타고 맹렬히 코너로 질주, 다시 볼을 건네받은뒤 위닝 3점슛으로 승부를 끝냈다. 

 

최고의 패턴 플레이를 지시한 위 감독, 이를 성공시킨 박혜진. 당시 해설진의 표현대로, "대단한 선수와 대단한 감독"이 합작한 최고의 플레이였던 것 같다. 김애나의 플레이도 찬란했지만, 올 시즌 최고의 위닝샷을 성공시킨 박혜진이 판정승을 챙기는데 성공했다. 참고로 우리은행이 어렵게 따낸 1승은 시즌막판 정규리그 1위 경쟁을 하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장도연 인터넷기자의 명승부 PICK
2021년 1월 30일 @부천실내체육관
하나원큐 79-77 BNK

탈꼴찌를 향한 공동 5위 두 팀의 혈투가 펼쳐졌다. 1쿼터는 하나원큐가 24-22로 근소하게 앞서가다 2쿼터에서 50-35까지 간격을 벌렸다. 강이슬이 전반전에만 3점슛 4개 포함 21득점을 몰아치며 올 시즌 팀 전반 최다 득점을 이끌었다. 잠잠했던 BNK의 추격은 4쿼터부터 제대로 불이 붙었다. BNK는 4분 동안 상대를 무득점으로 묶으며 추격 기세를 이어갔고 경기 종료 17.6초 전 김희진이 3점슛을 성공시키면서 승부를 원점(77-77)으로 돌려놓았다. BNK는 4.1초를 남기고 반칙으로 상대 공격을 저지하며 김지영에게 자유투 2득점을 내줬다. 남은 공격 시간 동안 이소희는 과감한 돌파로 골밑을 노렸지만 양인영의 블록슛에 막히면서 결국 BNK가 최하위를 떠안게 되었다.

김용호 기자의 명승부 PICK
2021년 2월 10일 @아산이순신체육관
우리은행 79-67 KB스타즈


‘도전자’ 우리은행은 압도적 1위 후보로 평가받았던 KB스타즈와 끝까지 1위 경쟁을 했다. 그리고 결국 1위에 올랐다. 그 과정에서 우리은행의 저력이 가장 돋보였던 경기는 단연 양 팀의 정규리그 마지막 맞대결이었다. 상대전적에서 3승 2패로 앞서있던 우리은행은 향후 동률 상황을 생각해서라도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하나, 우리은행은 1쿼터에 다소 끌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2쿼터부터 역전에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박지수의 높이는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펼쳐진 4쿼터. 박혜진이 물꼬를 틔워주자 홍보람, 김소니아, 최은실의 외곽포가 쉴틈없이 터지며 급발진했다. 선수들은 물론 위성우 감독까지 환호와 세레머니를 아끼지 않는 모습은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우리은행이 여전히 강팀임을 입증했던, 올 시즌 중 잊을 수 없는 한 경기였다.

손대범 KBS N 해설위원의 명승부 PICK
2021년 2월 18일 @아산이순신체육관
하나원큐 66-64 우리은행


중계 전에는 코트 위 선수들 행동이나 표정을 유심히 보는 편이다. 이날 우리은행은 매직넘버 '1'을 남겨놓고 있어 승리할 경우, 정규리그 우승이 결정되는 상황이었다. 취재진도 굉장히 많이 왔다. 나는 경기 3시간 전에 도착해 우승 리허설부터 지켜보며 경기 후 어떤 코멘트를 할 지, 질문은 무엇을 할 지도 천천히 준비했다. 그런데 몸을 푸는 하나원큐 선수들의 표정이 남달랐다. 이번 시즌 하나원큐를 현장에서 본 이래 가장 진지하고 비장해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1쿼터부터 강유림의 외곽슛이 펑펑 터지더니 경기는 박빙으로 흘러갔다. 우리은행은 부담 탓인지 김소니아가 평소 같지 않았다. 그래도 박혜진이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하며 흔한 표현으로 '하드캐리'했다. 그러나 하나원큐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타임아웃 이후 양인영이 찔러준 패스를 신지현이 마무리하며 기가 막힌 득점을 만들었다. 시즌 중에 하나원큐의 경기를 보며 '절묘하다'라는 표현을 쓴 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날 이번 시즌 하나원큐의 플레이 중 가장 절묘한 장면이 연출됐다. 우리은행은 다 된 밥을 '쏟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은행 답지 않은 4쿼터였고, 결국 이들이 정규리그 우승을 결정짓기까지는 3일이 더 필요했다. 예상대로 경기 후 강이슬과 선수들은 우승 잔치의 들러리가 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세를 몰아 하나원큐는 마지막 라운드를 전승으로 마쳤다. 마지막 10경기에서 보인 집중력과 기세가 굉장했다. 진작 보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들 정도로. '팀'을 떠나 올 시즌 WKBL은 외국선수 없이 시즌을 치르며 'IT'S YOUR TIME'이란 슬로건을 내세웠다. 그 슬로건 답게 선수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점차 적응하며 주인공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덕분에 이 경기 외에도 짜릿한 접전 승부가 많이 펼쳐졌고, 점수차를 떠나 내용적으로도 훌륭한 경기가 많았다. 아직 봄의 축제가 남아있지만, 일찍 비시즌에 돌입한 팀들은 한번 겪어본 만큼, 여름을 치르면서 각자 자신들이 무엇을 준비해야 할 지 알게 됐을 것이다. 다음 시즌에는 더 많은 명경기가 펼쳐지길 기대한다.

민준구 기자의 명승부 PICK
2021년 2월 18일 @아산이순신체육관
하나원큐 66-64 우리은행


유명 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선 최고의 프로게이머로 불리는 이영호의 패배가 가장 명승부라는 말이 있다. 여자농구도 다르지 않았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 우리은행의 패배는 매 경기가 명승부였다. 그중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할 수 있었던 순간, 하나원큐에 버저비터를 맞고 패한 경기는 이번 시즌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명승부라고 볼 수 있다. 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은행이 패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승리가 곧 정규리그 1위 확정이 되는 순간에 우리은행이 지는 그림은 쉽게 그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원큐는 6라운드 전승을 거두고 있던 다크호스였다. 1쿼터 중고신인 강유림의 3점쇼를 시작으로 후반 들어 부활한 강이슬과 양인영, 여기에 4쿼터 마지막 순간 신지현의 멋진 버저비터는 결국 우리은행의 패배로 이어지는 결정적 장면이었다. 우리은행은 부산으로 넘어가 BNK와의 최종전에서 승리하며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지만 자신들의 홈에서 자축하지 못한 아쉬움을 안을 수밖에 없었다.

배현호 인터넷기자의 명승부 PICK
2021년 2월 18일 @아산이순신체육관
하나원큐 66-64 우리은행


아산 우리은행이 정규리그 우승 매직넘버 ‘1’을 남겨두고 펼쳐진 경기. 이날 기자석은 우리은행의 우승을 예상한 기자들로 만석을 이뤘다. 경기 전 만난 위성우 감독과 이훈재 감독이 현장 취재 인원 숫자에 놀랐을 정도. 하지만 부천 하나원큐는 순순히 우리은행의 제물이 되지 않았다. 신인 강유림이 1쿼터에만 외곽포 5방 포함 16득점으로 기선 제압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박혜진의 전반전 14득점으로 간신히 균형을 맞췄다. 경기 종료 3.5초를 남기고 동점(64-64)으로 맞선 상황. 하나원큐 양인영이 신지현에게 결정적인 패스를 연결했고, 신지현은 결승 버저비터 득점을 올렸다. 모두가 놀랐던 결과였다. 이날 패배로 우리은행은 부산 원정길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현승섭 객원기자의 명승부 PICK
2021년 2월 22일 @부천실내체육관
하나원큐 95-80 신한은행

조금 다른 관점에서 명승부를 꼽았다. 이 경기는 경기 전부터 1994년생 동갑내기인 강이슬(60개)과 김아름(61개)의 3점슛 대결로 큰 관심을 모았던 경기였다. 고기도 뜯어본 사람이 잘 먹는 법이다. 이미 3점 득점상을 4번 수상한 강이슬이 김아름보다 차분하게 경기에 임했다. 내외곽을 오가면서 기회를 엿본 강이슬은 1쿼터에 3점슛 2개 포함 10득점을 기록했다. 반면, 조급함에 사로잡힌 듯한 김아름은 3점슛 4개를 모두 놓쳤다. 김아름의 3점슛을 응원했던 정상일 감독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듯 김아름의 출전시간을 제한했다. 이날 경기에서 3점슛 4개를 넣은 강이슬(64개)은 3점슛을 넣지 못한 김아름(61개)을 역전했다.

강이슬이 3점슛 대결의 승자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후반에는 ‘파티 타임’이 시작됐다. 그동안 출전시간이 적었던 후보 선수들이 코트로 쏟아져 나왔다. 양 팀 합쳐 총 28명이 출전했고, 26명이 득점에 성공했다. 이 중 김두나랑(2득점), 이채은(6득점), 최민주(2득점), 백채연(2득점)이 데뷔 후 첫 득점을 신고했다. 하나원큐 최고참 백지은은 시즌 첫 두 자릿수 득점(11득점)을 기록했다. 하나원큐는 2014-2015시즌 7라운드 이후 처음으로 ‘5연승 + 라운드 전승’을 달성했고, 패배한 신한은행도 17승 13패로 홀가분하게 정규리그를 마쳤다.

필자는 긴장감 넘치는 정식 경기 못지않게 한 시즌에 단 한 번, 선수들이 마음 편하게 웃으면서 농구를 즐기는 올스타전도 좋아한다. 이번 시즌에는 올스타전이 없어서 못내 아쉬웠다. 양 팀 선수들이 모두 웃으면서 정규리그를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니 필자의 얼굴에 아빠 미소가 절로 피었다.

#사진_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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