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현승섭 객원기자] 창문을 때리는 눈보라를 바라보며 중간 결산 기록을 작성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봄꽃이 기지개를 켜고 WKBL 정규리그도 끝이 났다. 막판까지 우승 경쟁이 이어졌던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치열한 경쟁 속에 수많은 기록이 생산됐다. 이 중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굵직한 기록을 추려내 재조명하고자 한다.

정규리그 전(全) 경기 더블더블 대업 달성 – 박지수
상상만 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박지수는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인 24일 삼성생명 전에 19분 8초 동안 14득점 1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로써 박지수는 단일 리그 도입 이후 역대 최초로 정규리그 전 경기에 모두 더블더블을 기록하는 진기록을 완성했다.
한편, 박지수의 연속 더블더블 경기는 이제 33경기까지 늘었다. 필자는 예전 인터뷰에서 라건아(59경기) 기록에 도전해보자고 농담을 던졌다. 당시 박지수는 당황해하면서도 내심 더블더블 기록을 이어나가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그 농담이 현실이 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여자농구계 안팎으로 외국 선수 제도 폐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차기 시즌에도 외국 선수가 없다면 박지수에 맞설 수 있는 센터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페인트존은 또다시 박지수의 땅이 될 게 분명하다.
다만, 박지수의 더블더블 기록을 방해할 수 있는 걸림돌이 있다. 바로 박지수의 체력이다. 박지수는 지난해에 데뷔 이후 가장 긴 휴식 기간을 보냈다. 코로나19 여파로 도쿄 올림픽이 연기됐고, 박지수가 WNBA 라스베가스 에이시스에 합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지수는 비시즌에 온전히 겨울나기를 준비할 수 있었다. 수월했던 비시즌 덕분에 박지수는 정규리그 동안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도 비교적 건강하게 전 경기에 출장할 수 있었다.
만약 박지수가 WNBA에 다시 진출하거나 7월에 도쿄 올림픽이 열린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안덕수 감독의 ‘박지수 활용 매뉴얼’은 다시 한번 혹독한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역대 정규리그 더블더블 횟수 순위>
1위 신정자 158회
2위 정선민 110회
3위 나키아 샌포드 103회
공동 4위 김계령, 박지수 90회
6위 이종애 88회
7위 트라베사 겐트 70회
8위 엘리사 토마스 63회
9위 카일라 쏜튼 61회
10위 김단비(신한은행) 51회

3연속 득점-어시스트 더블더블 - 신지현
신지현은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하나원큐에 가장 큰 위안거리가 됐다. 하나원큐는 시즌 초반 강이슬의 어깨 부상과 고아라의 부진으로 승수를 쌓지 못했다. 게다가 고아라가 시즌 중반에 발목 부상으로 시즌을 접으면서 하나원큐에 더욱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하나원큐는 2020년 12월 16일 신한은행 전을 시작으로 9연패에 빠지기도 했다.
위기에 빠진 하나원큐에 해결사로 떠오른 선수는 바로 신지현이었다. 신지현은 스몰라인업으로 전환한 하나원큐의 선봉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 컨디션을 끌어올린 강이슬의 득점까지 더해지며 하나원큐는 6라운드 전승을 달성하는 등 5, 6라운드를 합쳐 7승 3패(해당 기간 리그 1위)라는 호성적을 거뒀다. 신지현은 5, 6라운드 10경기 평균 16.2득점 4.9리바운드 6.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히 어시스트 기록이 인상적이었다. 5, 6라운드의 신지현은 같은 기간 김진희(5.6어시스트), 안혜지(5.5어시스트)를 뛰어넘은 특급 배달부였다. 신지현의 어시스트 능력은 5라운드 막판부터 만개했다. 신지현은 2월 1일 우리은행 전을 시작으로 3경기 연속 득점-어시스트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특히, 2월 5일 KB스타즈 전에는 리바운드 2개가 모자라 데뷔 후 첫 트리플더블을 놓쳤다. 신지현은 이날 경기로 득점은 물론이고 여러 방면에서 활약할 수 ‘만능 재주꾼’임을 만천하에 알렸다.
팬들의 시선은 2월 11일 BNK 전에 모였다. 신지현이 이날 경기에서 득점-어시스트 더블더블을 기록했다면 WKBL 최초로 4경기 연속 득점-어시스트 더블더블을 기록한 선수로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다. 그러나 신지현이 BNK 전에서 19득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그의 더블더블 행진에 마침표가 찍혔다.
<신지현의 득점-어시스트 더블더블 이력>
12득점 4리바운드 10어시스트, 2021. 02. 01, 우리은행 전
23득점 8리바운드 10어시스트, 2021. 02, 05, KB스타즈 전
18득점 4리바운드 10어시스트, 2021. 02. 08, 삼성생명 전
<3경기 연속 득점-어시스트 더블더블 기록 보유 명단>
2회 : 김지윤
1회 : 최윤아, 신정자, 엘리사 토마스, 신지현
<2020-2021시즌 10어시스트 이상 경기 순위>
3경기 : 신지현
2경기 : 안혜지, 김단비, 김진희
1경기 : 박지수, 심성영

한 경기가 모자라 한(恨)이 서린 ‘3점슛 귀신’ - 박혜진
17.4득점 4.5리바운드 2.6어시스트, 2점슛 성공률은 51.2%, 3점슛 성공률 무려 48.2%. MVP 후보로 거론되기에 충분한 성적이지만, 박혜진은 아무 상도 받을 수 없다. 단 한 경기가 모자라서(19경기 출전) 수상 자격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 정규리그 경기 중 2/3 이상 출전해야 수상 자격을 얻는다. 이번 정규리그에서는 6개 구단이 각각 30경기를 소화했기 때문에 수상 기준은 ‘최소 20경기 이상 출전’이다.
KB스타즈와의 개막전에서 족저근막 통증을 느낀 박혜진은 이후 9경기 동안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2020년 12월 7일 BNK 전, 박혜진은 부상 이후 처음으로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그는 경기 막판 출전 의사를 묻는 위성우 감독에게 “너무 앉아만 있어서 발이 굳었다”라고 말하며 출전을 포기했다.
그런데 그 선택이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박혜진은 웨이트 트레이닝 중 허리 통증으로 1월 28일 삼성생명 전에 결장하면서 더는 출전 경기 수 기준을 맞출 수 없게 됐다. 박혜진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BNK 전에) 발이라도 질질 끌고 나갈 걸 그랬다(웃음). 그러나 나는 1도 아쉽지 않다.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내가 더 힘내고 싶다”라고 의연하게 답했다.
박혜진은 비록 기록 순위표에 이름을 올릴 수 없었지만, 우리은행의 13번째 정규리그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박혜진은 5, 6라운드 9경기에서 평균 23.6득점(1위) 4.8리바운드 2.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팀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영웅처럼 등장한 박혜진 덕분에 우리은행은 ‘김정은 부상’이라는 악재를 이겨내고 역전 우승에 성공할 수 있었다.
만약 박혜진이 20경기 이상 출전했다면 2020-2021시즌은 ‘공식적’으로 박혜진의 커리어하이 시즌으로 기억될 수 있었다. 득점, 3점슛 성공률, 2점슛 성공률, 야투 성공률 모두 데뷔 후 최고 기록이다. 특히 3점슛 성공률 부문에서 크나큰 발전을 이뤘다(종전 최고 기록 : 38.1%).
<3점슛 50회 이상 시도 기준 정규리그 3점슛 성공률 순위 BEST 5>
1위 51.46%, 박명애(현대), 53/103, 1999여름리그
2위 49.18%, 김경희(국민은행), 30/61, 2003여름리그
3위 48.18%, 박혜진(우리은행), 53/110, 2020-2021시즌(※ 단일 시즌 도입 이후 최고 기록)
4위 47.27%, 전주원(현대), 26/55, 1999여름
5위 47.00%, 왕수진(삼성생명), 47/100, 1999여름
※ 6위 46.97%, 강이슬(하나외환), 93/198, 2014-2015시즌

역대 포워드 중 통산 트리플더블 공동 1위 – 김단비(신한은행)
WKBL을 대표하는 스윙맨이 팀 사정에 맞춰 파워포워드로 변신했다. 비시즌 십자인대 부상으로 이탈한 김연희의 빈자리를 메워야 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100% 성공이다. 바로 김단비의 이야기다.
자칫 어색할 수도 있는 옷이었다. 김단비 본인도 “고등학교 때 이후로 오랜만에 이 포지션을 맡았다. 처음에는 포지션 변경에 부정적이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정상일 감독은 “(김단비가) 신체, 운동 능력, 농구 센스 모두 뛰어난 선수다”라며 김단비가 새 포지션을 잘 소화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새로운 옷은 김단비에게 퍽 잘 어울렸다. 30경기에 모두 출전한 김단비는 평균 18.5득점 9.2리바운드 4.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평균 득점, 평균 리바운드는 커리어하이였다.
포지션 변경으로 부쩍 늘어난 리바운드 덕분에 김단비에게 있어서 트리플더블은 예전보다 완성하기 쉬운 기록이 됐다. 이번 시즌에 트리플더블은 총 세 번 작성됐는데, 이 중 두 번은 김단비의 몫이였다(박지수 1회).
김단비는 2020년 12월 16일 하나원큐 전에 시즌 첫 번째 트리플더블을 작성했다. 그는 26득점 15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기록해 팀의 77-66 승리를 이끌었다. 두 번째 트리플더블은 마지막 홈 경기에서 나왔다. 김단비는 20일 KB스타즈 전에서 15득점 12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러나 팀은 72-81로 패배했다.
어쩌면 김단비는 트리플더블을 반기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신한은행은 그가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세 경기에서 단 1승만 거뒀다.
<김단비의 트리플더블 이력>
20득점 10리바운드 13어시스트, OK저축은행 전, 69-72
26득점 15리바운드 11어시스트, 하나원큐 전, 77-66
15득점 12리바운드 11어시스트, KB스타즈 전, 72-81
한편, 김단비는 역대 포워드 중 가장 많은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수는 김한별(삼성생명)과 엘리사 토마스다.
<역대 트리플더블 순위>
1위 8회 정선민(C)
2위 6회 신정자(C)
공동 3위 3회 김단비(F), 김한별(F), 박지수(C), 이미선(G), 엘리사 토마스(F)
#사진=WKBL 제공
점프볼 / 현승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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