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최하위? 허!” 신한은행, 시즌 전 예상 뒤집고 PO행 확정

현승섭 / 기사승인 : 2021-01-28 09:5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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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현승섭 객원기자] 시즌 전 최하위로 예상됐던 신한은행이 2017-2018시즌 이후 세 시즌 만에 일찌감치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차지했다.

부산 BNK는 27일 부산 스포원파크 BNK 센터에서 열린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스타즈와의 시즌 5번째 맞대결에서 62-73으로 패배했다. BNK는 2연패에 빠지며 5승 18패로 부천 하나원큐에 공동 5위 자리를 내줬다.

한편, BNK가 패배하자 12승 10패를 기록하고 있던 3위 인천 신한은행은 자동으로 플레이오프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신한은행이 남은 모든 경기를 패배하더라도 상대 전적에서 하나원큐, BNK에 앞서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이번 시즌 하나원큐에 5전 전승, BNK에 4전 전승을 거두고 있다.

신한은행은 시즌 전 최하위 후보로 거론됐다. ‘김단비 의존증’이 깊다는 점과 이경은, 한채진 등 주축 선수들의 노쇠화가 약점으로 꼽혔다. 십자인대 부상을 이겨낸 김아름, 유승희의 활약도 미지수였다.

특히, 센터 김연희의 빈자리가 클 것으로 예상됐다. 김연희는 외국 선수 제도 일시 폐지로 골밑에서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김연희는 2020년 6월 21일, 트리플잼 1차 대회에서 박지현과 충돌해 오른쪽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시즌 구상이 무너지는 듯 보였다.

각종 불안 요소를 안고 출발한 2020-2021시즌, 뚜껑을 열어보니 실상은 달랐다. 신한은행은 박한 평가에 ‘뚜껑이 열린 듯’ 선전을 펼쳤다. 하나원큐, 우리은행을 연이어 꺾으며 개막 2연승 가도를 달렸다. 이후 신한은행은 5할 승률을 오가며 ‘2강-2중-2약’의 가운데 자리를 다졌고, 세 시즌 만에 플레이오프 무대에 복귀했다. 

 

신한은행은 어떻게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었을까?

우선, 김단비의 포지션 변경이 성공적이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김단비는 WKBL을 대표하는 스몰포워드였다. 그랬던 그가 이번 시즌에는 파워포워드로도 입지를 넓히고 있다. 외국 선수, 김연희가 자리를 비워 약해진 골밑 장악력을 보강해야 했기 때문이다.

자칫 어색할 수도 있는 옷이었다. 김단비 본인도 “고등학교 때 이후로 오랜만에 이 포지션을 맞았다. 처음에는 포지션 변경에 부정적이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정상일 감독은 “(김단비가) 신체, 운동 능력, 농구 센스 모두 뛰어난 선수다”라며 김단비가 새 포지션을 잘 소화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김단비는 그 믿음에 보답했다. 김단비는 현재 22경기 평균 19.4득점, 9.3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득점, 리바운드는 현재까지 모두 커리어하이 기록이다. 포스트업 비중이 늘린 김단비는 시즌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데뷔 이래 가장 많은 골밑슛(155회)을 시도했다. 성공률은 58.7%(91회 성공)로 준수했다.  

 

김단비는 이번 시즌 1호 트리플더블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김단비는 2020년 12월 16일 하나원큐 전에서 26득점 15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의 통산 2호 트리플더블이었다.


또한, 김단비는 4라운드 MVP에 선정되는 경사를 누렸다. 김단비는 4라운드 5경기에서 평균 38분 48초를 소화해 21.4득점 8.2리바운드 5어시스트 1.6스틸 1.2블록을 기록했다. 이런 활약으로 김단비는 2016-2017시즌 3라운드 이후 네 시즌 만에 거둔 쾌거였다. 

 

‘이경은-한채진’ 베테랑 백코트 듀오의 활약도 돋보였다. 이 둘은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말을 증명하고 있다.

2018-2019시즌부터 세 시즌째 신한은행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이경은. 이경은은 드디어 이번 시즌에 잠에서 깨 기지개를 켰다. 이경은은 지난 두 시즌 동안 잔 부상에 시달리며 단 40경기만 소화했다. 그랬던 그가 이번 시즌에는 건강하게 전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특히, 팀이 고전할 때마다 이경은이 나서서 해결하며 베테랑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인터뷰실에서는 정상일 감독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경은을 칭찬하는 걸 종종 확인할 수 있다. 이경은은 이번 시즌 22경기에서 평균 9.1득점, 2.4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철인’ 한채진은 시간을 거스르는 선수다. 2003겨울리그에 데뷔한 한채진이 현재 리그에서 가장 긴 출전 시간(평균 38분 1초)을 소화했다. 데뷔 이래 두 번째로 긴 출전 시간이기도 하다(2012-2013시즌 평균 39분 8초).

한채진은 2018-2019시즌 OK저축은행 선수였을 당시 지나친 수비 부담과 허리 부상으로 22경기에 출전해 평균 6.9득점(3점슛 성공률 24.4%)에 그쳤다. 당시 그의 나이는 우리 나이로 36세.

그러나 그는 신한은행에서 다시 날아올랐다. 이적 첫해인 지난 시즌 28경기에서 평균 10.6득점(3점슛 성공률 36.1%) 5.2리바운드 2.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번 시즌에도 전 경기(22경기)에 출장해 평균 11.5득점 5.3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출전 시간이 긴 선수가 공수에서 제 몫을 다해주니 정상일 감독이 흡족해하는 건 당연하다.

한엄지의 성장도 눈에 띈다. 매 시즌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던 한엄지가 이번 시즌에도 한 단계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엄지는 현재 데뷔 이후 처음으로 평균 두 자릿 수 득점(22경기 출전, 10.5득점)을 올리고 있다.

정상일 감독은 “한엄지가 생각보다 잘하고 있다. 몸 상태가 좋고 전술 이해도가 높다”라며 한엄지를 높이 사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기 공격이 아닌 패스를 먼저 생각할 때가 있다. 외곽슛도 던져야 발전할 수 있다”라는 애정 어린 조언도 남겼다. 2018-2019시즌부터 본격적으로 3점슛을 던지기 시작한 한엄지는 지난 시즌(26경기, 19/49, 38.8%)에 비해 3점슛 라인에서 다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22경기, 9/29, 31%). 

십자인대 부상을 극복한 선수들의 활약도 볼만하다. 1994년생 동갑내기인 김아름과 유승희, 그리고 김애나(1995년생)의 이야기다.

김아름은 이번 시즌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캐치 앤 슛을 가다듬은 김아름은 이번 시즌 현재 3점슛 45개를 넣었다. 강아정(46개)에 이은 전체 2위. 그동안 강아정, 강이슬(39개), 심성영(40개), 박혜진(30개)이 다투던 3점슛 부문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3점슛 성공률도 35.4%로 나쁘지 않다. 김아름의 외곽 지원이 있었기에 신한은행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3점슛(평균 7.6개)을 넣음과 동시에 가장 높은 3점슛 성공률(34.3%)을 보이고 있다.

유승희는 인간 승리의 표본이다. 유승희는 십자인대 파열 두 번으로 지난 두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정상일 감독과 신기성 전 감독은 김단비의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예상했던 유승희의 부상에 안타까워했다.

그랬던 유승희가 이번 시즌에는 비로소 정상적으로 시즌을 소화하고 있다. 유승희는 주요 로테이션 자원으로서 포인트가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이번 시즌 전 경기에 출장해 평균 16분 43초 동안 4.9득점 2.3리바운드 1.5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김애나의 깜짝 활약도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데뷔전인 2020년 1월 15일 삼성생명 전에서 왼쪽 십자인대를 다쳤던 김애나는 2020년 12월 21일 우리은행 전을 통해 복귀했다.

이후 두 경기에서 경기 감각을 익힌 김애나는 24일 우리은행 전에서 자기 기량을 십분 발휘했다. 4쿼터 박혜진과 득점쟁탈전을 연출했던 김애나는 이날 경기에서 19득점을 쏟아부었다. 만약 박혜진의 3점슛이 없었다면 수훈선수는 단연 김애나였을 것이다.

그리고 판세를 정확히 읽었던 정상일 감독의 역량도 돋보였다. 정 감독은 시즌 내내 하나원큐, BNK 전을 이겨야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 감독은 하나원큐 전, BNK 전을 합쳐 총 9승 무패를 기록하며 자신이 옳다는 걸 증명했다. 더불어 정 감독이 준비한 3-2 매치업 존 디펜스는 흥행 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시즌 전 최하위 후보라는 평가를 실력으로 뒤집은 신한은행. 명가 재건에 신호탄이 될 수 있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그들이 선보일 경기가 기다려진다.

#사진=WKBL 제공

점프볼 / 현승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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